[기고] 승가에 대한 7가지 질문과 답변
‘승가(saṅgha)’는 ‘모임’, ‘무리’라는 뜻으로 부처님 당시에 ‘가나(gaṇa)’와 같이 사용되었던 단어이다. 부처님은 물론 뿌라나 깟사빠 등 육사외도들에게도 승가를 가졌고(saṅghī) 무리를 가졌다(gaṇī)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뿌라나 깟사빠라는 분이 있는데, 그는 승가를 가졌고 무리를 가졌고 무리의 스승이며 지자요 명성을 가졌고 교단의 창시자요 많은 사람에 의해서 사두로 인정됩니다.”(pūraṇo kassapo saṅghī ceva gaṇī ca gaṇācariyo ca ñāto yasassī titthakaro sādhusammato bahujanassa) <사문과경>(D2)
부처님은 이 승가(saṅgha)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셨다. 그래서 승가(saṅgha)는 보다 더 총체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승가(saṅgha)의 어원을 분석해도 그 뜻이 정확하게 드러나지도 않는 단어가 되었다. 이것이 번역가들이 붓다(Buddha) 담마(Dhamma) 상가(Sangha)를 번역하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불타, 담마, 승가라고 음사하는 이유다. 간단하게 말하면 경장(經藏)이 붓다와 담마의 주석이며 율장(律藏)이 승가의 주석이라 할 수 있다.
붓다(Buddha) 담마(Dhamma) 상가(Sangha)가 단축되어 ‘불법승(佛法僧)’으로 불리면서 승가의 의미는 다시 변화된다. 승가(僧迦)에서 가(迦)가 떨어져 나가 승(僧)으로 단독 사용되면서 탁발승, 객승, 화주승, 동자승 등 승(僧)이 개인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오늘날 승가=스님 혹은 승가=스님들이라는 착각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착각을 도운 다른 이유는 “사방승가 안에는 재가신도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전재성), “귀의 대상인 승보에는 비구·비구니 승가가 모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네 쌍으로 여덟이 되는 참사람(四雙八輩)을 의미한다.”(전재성), “승가는 좁게는 비구 비구니, 넓게는 사부대중의 모임을 뜻한다.”(각묵)라고 해석한 초기불교 전공자들의 영향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승가를 ‘스님들’, ‘거룩한 스님들’, ‘성인들’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재가자도 포함되는 '사부대중', ‘공동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승가라는 의미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스님들이나 학자들도 막상 승가의 의미를 물어보면 혼란스런 경우가 많다. 승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승가에 귀의하는 것인가 승보에 귀의하는 것인가?
답: 승가에 귀의한다. 부처님이 성도 후 다섯명의 비구, 야사와 야사의 친구들, 가섭 삼형제와 천 명의 제자, 사리뿟다와 출가한 250명등 1,250인의 비구 승가는 모두 아라한이었기에 승가=승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승가에 범부비구도 포함되었다.들숨날숨 알아차림 경(M118)에는 공양 받아 마땅하고, 환대받아 마땅하며, 보시 받아 마땅하고, 합장 받아 마땅하며, 세상의 위없는 복밭인 비구승가(bhikkhusaṃgho)에는 아라한,아나함, 사다함,수다함뿐만아니라 사념처를 닦는 비구들,사신족,오력, 칠각지,팔정도,자비희사,부정관, 들숨날숨을 닦는 비구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니까야에는 대부분 비구승가(bhikkhusaṅgha)에 귀의 한다는 표현이 나타난다. '비구'는 과위를 얻은 비구나 못 얻은 비구를 총칭하는 말이다. 현실적으로는 불자들이 승보(사쌍팔배)에만 귀의해야 한다면 누가 사쌍팔배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승가에 귀의하면 자동적으로 승보에 귀의한 것이다.
둘째, 승가에 재가자도 포함되는가?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입장에서 각각 설명한다면)
답: 초기경에는 재가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승불교는 재가자가 포함된다. 대승의 예불문에 '대지문수 사리보살 대행보살....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제대조사 천하종사 일체 선지식(유마거사, 방거사 등)에 재가자가 포함된다. 대승에서는 '보살계본'으로 사부대중은 같이 포살한다. 후대에 만들어진 보살계는 부처님이 성도후 바로 보살계를 설한다고 하면서도 비구비구니,대승소승, 아비담마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셋째, 대한불교조계종은 현전승가인가? 사방승가인가?
답: 현전승가인 동시에 사방승가이다. 종헌·종법이 제정되어 단일수계, 단일기본교육, 단일연수교육, 승려대회, 단일포상, 단일징계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종단 자체가 현전승가'이고, 교구본사별로 포살, 자자, 산중총회, 선거를 할 때는 교구본사가 현전승가이며, 동안거 하안거를 할 때는 특정 선원이나 강원이 현전승가이다.
넷째, 경장에서 설명하는 승가와 율장에서 설명하는 승가는 같은가?
답: 승가의 의미는 같다. 들숨날숨 알아차림 경(M118)에서 승가는 성인과 범부승가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경장이나 율장이나 동시에 “저는 이제 고따마 존자께 귀의하옵고 법과 비구승가(bhikkhusaṅgha)에 귀의합니다."라고 나타난다. 다만 율장에는 다섯 종류의 승가, 안거, 포살, 갈마등 승가의 운영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다섯째, 현전승가에서는 어떤 일을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가?
답: 모든 일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다. 일상적인 회의(비쟁사갈마)는 현전승가 구성원이 모두 참석하여 한번 제안하고 한번 찬반을 물어(白二羯磨) 결정하고, 율을 고치고 불법의 진위를 결정하는 중대한 회의(쟁사갈마)는 한번 제안하고 세 번 찬반을 물어(白四羯磨) 결정한다. 지도자 선출은 다수결로 결정이 되어도 승가의 분열이 일어나지 않으며, 만장일치나 다수결이나 모두 여법(如法)이고 효력은 같다. 불교역사에서 나타난 결집과 승려대회 등은 모두 다수결로 결정된 것들이다.
(ex. 라자가하에서 있었던 제1차결집, 웨살리 제2차결집, 1994년 조계종 승려대회, 현재 선거법에 의한 종정 선출, 총무원장 선출, 본사주지 선출 등...초심호계원에서는 전체 7명 중에 4명이 찬성하면 승려를 제적이나 멸빈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여섯째, 붓다 ,승가, 백 명의 아라한, 백 명의 아나함, 벽지불, 스님들, 무심도인 중에서 보시 공덕이 큰 순서대로 적어 보셔요.
답: 승가> 붓다 > 벽지불 > 백 명의 아라한 > 무심도인(아라한) > 백 명의 아나함 > 스님들
웰라마경(A9:20)에서 보시 공덕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스님들께' 귀의하는 것과 '승가에' 귀의하는 공덕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승가라는 용어에는 부처님 제자들의 모임이라는 뜻 외에 의지처, 피난처, 평등, 자율, 자발, 민주, 화합, 참회를 통한 청정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승가야중, 나무 승가야 등 음사하여 사용하였다.
일곱째, 승가의 화합을 위하여 필요한 핵심 정신은 무엇인가?
답: 율장에서 화합(samagga)이란 구성원들끼리 사이좋게 지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원참석(samagga)을 의미한다. 전원참석이 화합이라는 것은 수행자가 능력이나 직책에따라 존재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존재하는 그 자체로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원참석이 아니면 비화합(vagga)이다. 부처님은 승가의 소유물은 모든 승려에 공유(共有)되고, 승가는 공의(公議)로 운영되어야한다고 가르쳤다. 이것이 대중갈마에서 전원참석하여 한번 혹은 세번 물어서 결정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운영에서 자연스럽게 승려가 승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 ‘수처작주’는 임제 스님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승가'의 핵심 정신이다.
부처님 당시에는 왕권정치였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체제여서 승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각종 선거에 참여하고 승가 안에서도 종법에따라 투표로 지도자를 결정한다. 1962년 조계종단이 설립되어 종헌·종법으로 모든 승려를 규율하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종단이 현전승가의 역활을 하게 되었다. 현전승가에서 대중공사를 할 때 전원참석하게 하는 것은 ‘구성원 하나하나를 주인으로 대접하는 것’이고 구성원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도 ‘구성원 하나하나가 승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승려 개개인이 ‘주인’ 대접을 받고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사는 것을 '화합승가'라한다. 지금 우리는 승가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에 승려들은 발언의 자유와 동등한 투표권의 권리를 갖지 못하고 빈부 차이등 각종 불평등 속에서 각자도생의 삶을 살고있다. 평등한 승가, 정의로운 승가.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승가는 ‘승가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는 한글 삼귀의를 “승가에 귀의합니다”로 수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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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귀의 한글화 문제점: https://whoami555.tistory.com/1374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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