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무원을 재징계하는 종단의 뻔뻔함에 대하여
6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은 조계종노조 소속 박정규 홍보부장에게 6개월 감급 재징계를 내렸다. 종무원을 해고하는 것은 과한 처벌이었지만 종무원의 잘못한 행위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서 앞으로 이러한 사건을 재발방지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정규 종무원을 종단에서 조건없이 복직시킨지 8개월 만의 일이다. 피해자인 박정규 종무원을 재징계하면서도 박정규 종무원에게 폭행을 가한 탄탄, 지오 등의 승려들에 대해서 어떤 징계도 않고 있다.
이것에 대하여 종단은 이번의 재징계는 보복징계도 아니고 폭행 승려들은 검찰이 기소했으므로 재판 결과에 따라 징계절차를 진행하겠단다.
이러한 재징계를 보면서 양심있는 불자와 시민들에게서 개탄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종단이 뻔뻔해도 너무 뻔뻔하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사소한 잘못에도 두려움을 보는 자를 비구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베어서는 안된다는 계율을 지니고 살아가는 비구들이 집단폭행하는 폭력을 저지르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봉은사 앞에서 폭행당하여 일반신문과 방송에 대서대서특필되었는데도 폭행을 가한 승려들도 사과한 적이 없고,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할 진우 총무원장, 봉은사 회주 자승, 봉은사 주지 원행스님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다. 해고를 당하여 1인시위를 할 때도 위로의 말 한마디 없었고,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복직을 시켜 놓고도 사과한마디 없었다. 그렇게 남의 일처럼 침묵으로 방관하다가 겨우 한다는 짓이 종무원을 재징계한 것이다.
박정규 종무원을 징계한 이유가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는 종정예하와 총무원장을 비하하고 폄훼했다”는 것이다. 부처님에게도 붙이지 않는 신성(神性)이라는 단어, 이교도나 사용할 법한 단어를 종정에게 붙이며 종정과 총무원장등을 절대 비판해서는 안되는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 일부 범죄를 저지른 스님들에 대한 비판을 ‘승가비방’이라고 왜곡시켜서 스님들에 대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부처님은 “태생이나 계급에 의해서 존귀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위에 의해서 천해지기도 하고 존귀해 지기도 한다”고 가르쳤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누구보다 잘 실천해야 하는 종단의 스님들이 신성(神性)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것이며, 스스로 천한 자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수행자들이 미리 똥물을 준비했다가 재가자에게 뿌리고 집단으로 폭행을 하는 것은 스스로 천한 자들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보고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승려들이 사과하지 않는 것도 스스로 천한 자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에게 신성(神性)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예경한다고 해서 누가 진실로 그들을 존경하고 공경할 것인가? 해고를 당한 종무원의 아픔, 폭력을 당한 종무원의 고통, 복직을 시켜 놓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냉냉한 종단 분위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부관참시하듯이 종무원을 재징계하는 종단이라니....
평생을 종단을 위해서 몸 바쳐온 종무원이 비판의 말을 할 적에는 누구보다도 귀기울여 듣고 잘못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수행자의 바른 태도가 아닌가?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이 모두 재가자들이 스님들을 비판한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종무원의 아픔과 약자의 서러움에 공감하지 못하는 자 들이여! 이기적인 사업장보다 더 악날한 자들이여! 그대들은 불자들에게 존경과 공경을 구걸하지 말라. 부당하게 해고하고도, 다시 재징계하여 오직 자신들이 가진 힘으로서만 종무원을 다스리려는 무자비한 자들이여! 그대들이 종무원을 재징계 하면서 한편으로는 돌로 만든 불상을 일으켜 세운다고 어수선을 피울 때, 사실은 따듯한 피가 돌고 온기를 지닌 살아있는 부처님을 쓰러뜨리고 또 짓밟고 있음을 아는가? 스스로 천한 자가 되어 가는 자들이여! 넘어진 경주 남산에 쓰러진 불상을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불교를 중흥시키겠다다는 어리석은 자들이여!죽은 부처님은 잘도 알아 보면서 어째서 살아있는 부처님은 못 알아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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