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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네 맘대로 범하고 열고 막아라?(지범개차持犯開遮에대한 오해 )

네 맘대로 범하고 열고 막아라?

지범개차법에대한 오해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 땅에서 발심출가한 이들이 제일 먼저 배워야 했던 말씀이 있다. 부처님 말씀도 아니고 율장의 조항도 아니다. 초심자들을 경책하는 초발심 자경문이다. 이 책은 한 권이 아니라 지눌의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원효의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그리고 야운의자경문(自警文)으로 편집되었다. 그중에서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은 출가자가 가장 먼저 배우게 된다.

 

대저 초발심자는(夫初心之人) 모름지기 악한 벗을 멀리 여의고(須遠離惡友)

현명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 하여(親近賢善) 오계,십계 등을 받아서(受五戒十戒等),

지키고 범하고 열고 막는 것을 잘 알아야 하느니라.(善知持犯開遮)”

 

우리는 이제까지 위와같은 보조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첫 구절을 보조스님의 창작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보조스님의 가르침은 우빨리존자의 게송을 인용한 것이다. 우빨리존자는 부처님 당시에 계율을 담당하는 율사였다. 처음으로 출가하는 이들에게 항상 하던 가르침이 장로게(Thag3.11)에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신심으로 세속을 여의고 갓 출가한 초심자는, 성실하고 청정한 삶을 살아가는 선량한 벗하고만 사귀어야 한다.

신심으로 세속을 여의고 갓 출가한 초심자이고, 승가에 머무는 현명한 수행자는 계율을 배워야 한다.

신심으로 세속을 여의고 갓 출가한 초심자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Kappākappesu)’을 잘 분간하여 혼란 없이 지내야 한다.

 

장로게에 나타나는 우빨리존자의 세 가지 게송을 계초심학인문의 문장과 비교해 보자. 첫 번째 우빨리 존자의 게송은 대저 처음 마음을 낸 초발심자는 모름지기 악한 벗을 멀리 여의고와 같다. 두 번째 게송은 현명하고 어진 벗을 가까이 하여 오계 십계 등을 받아서와 같다. 부처님 당시에는 20세 이상이면 출가하자마자 비구계를 받았으므로 거의 모든 비구는 초심자이다. 마지막 게송은 지키고 범하고 열고 막는 것을 잘 알아야 하느니라와 대응한다.

 

우빨리존자의 게송과 계초심학인문의 다른 점은 신심으로 세속을 여의고 갓 출가한 초심자3개의 게송에서 등장하고 있지만 지눌 스님은 처음 마음을 낸 초발심자라고 번역 하나로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다. ‘성실하고 청정한 삶을 살아가는 선량한 벗하고만 사귀어야 한다는 두 번째 게송은 수원리악우(須遠離惡友)를 첨가하여 친근현선(親近賢善)하라고 더욱 자세하게 해석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분간하여 혼란없이 지내야 한다.’는 우빨리존자의 가르침을 보조스님은 지키고 범하고 열고 막는 것을 잘 알아야 하느니라.(善知持犯開遮)’라고 풀고 있다.

 

우빨리존자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서 행동하라는 것을 지눌 스님은 어떤 행동이 계를 지키는 것이고(), 어떤 행동이 계를 어기는 것이며(), 정해진 계율 가운데에서도 어떤 행동이 허용되고(), 어떤 행동이 금지되는 것()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라고 해석하였는데 이것은 보조 스님이 학습계율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옛적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출가자들은 선지지범개차(善知持犯開遮)를 이렇게 자세하게 배우지 못하고 막연히 오계 십계 등 계를 받아서, 지키고 범하고 열고 막는 것을 잘 알아야 하느니라.’고 배웠다. 우빨리 존자가 정확하게 표현한 율(vinaya)을 보조스님은 오계 십계 등()이라고 표현하여 등()이라는 단어에 250가지 비구계와 348가지 비구니계를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보조 스님의 등()이라는 표현이 근래의 스님들에게 비구계와 비구니계로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빨리 존자의 의도와는 매우 다르게 계를 받은 후에는 시시때때로 상황에 따라 주관적으로 지키고() 범하고() 열고() 막으라()는 의미로 가르치고 배우게 되었다.

스님들은 이 문장을 설명할 때 사슴과 사냥꾼의 비유를 들곤 했다. 부처님이 보살로서 바라밀행을 하며 수행자로 살고 있을 때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이 부처님의 움막으로 뛰어들어 왔다. 사슴은 보살에게 몸을 숨겨달라고 사정했다. 곧이어 사냥꾼이 들이닥쳐서 사슴을 보지 못했냐고 물었을 때 보살은 사슴을 살리기 위하여 저쪽으로 갔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지금도 많은 스님들이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 범하고() 여는() 의미라고 가르친다. 유튜브를 통해서 초발심자경문을 강의하고 있는 스님들의 동영상을 찾아보아도 모두 방편적으로 수행자가 지키고() 범하고() 열고() 막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한번은 30년 넘게 홀로 토굴에서 수행하시는 노스님께 지범개차(持犯開遮)의 의미를 물은 적이 있다. 그 스님은 한참을 망설이시면서 나도 이 대목에 막혀서 여러 해를 고민해왔어요라며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던 고충을 토로하셨다. 이 스님에게는 그나마 진지하게 고민해온 흔적이 느껴져서 가슴 뭉클했었다. 어떤 스님은 선지지범개차(善知持犯開遮)를 배우면서 불교의 자유분방함과 호방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무조건 계를 지키라고 가르쳤으면 답답했을 텐데 그대가 알아서 지키고() 범하고() 열고() 막으라()고 가르치니 기분이 통쾌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계종 스님들이 계율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엷어지게 되었다. 우빨리존자와 지눌 스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전승되지 않았다는 것은 종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지눌 스님의 가르침은 율장을 먼저 공부해야계초심학인문이 이해가 되는 가르침이다. 우리 종단은 초심자에게 율장을 가르치지 않고 초발심자경문만을 가르치니 지범개차가 엉뚱하게 해석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계율의 변천사인 열고() 막는() 법을 율장에서 신발에 대한 계율로 설명해보자.

 

앙가국의 소나 꼴리위사(Sona Kolivisa)라는 장자가 빔비사라왕의 초청으로 마가다국에 왔다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출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태어날 때부터 손과 발이 부드러워 맨발로 행선(行禪)할 때 땅바닥이 피범벅이 되곤 하였다. 부처님은 이것을 보고 소나 비구에게 신발을 신도록 권유하였지만 소나 비구는 혼자만 신발을 신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모든 비구들에게 신발을 신도록 허락한다면 자기도 신발을 신겠다고 말했다.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한 겹의 안창을 댄 신발을 허락(持戒)하였다. 소나 꼴리위사 이전에는 신발을 신는 것이 범계(犯戒)였지만 신발이 허용된 이후로는 여러 겹 안창을 대는 등 사치스럽게 신발을 신는 것만이 범계(犯戒)가 되었다. 그 뒤에 여섯 무리의 비구들이 다양한 신발을 신자 다양한 색깔 장식을 한 신발을 못 신게 하였고(遮戒) 다시 아프거나 대변 보거나 등의 특별한 용무에는 허용(開戒)하였다. 이렇듯 지범개차(持犯開遮)는 율이 제정되고 난 후에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허용되는 것과 허용이 되지 않는 것이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 비구들이여한 겹의 안창을 댄 신발을 허용한다.

: 비구들이여두 겹의 안창을 댄 신발을 신어서도 안 되고세 겹의 안창을 댄 신발도 신어서도 안 되고여러 겹의 안창을 댄 신발을 신어서도 안 된다. 신는다면악작죄(dukkaṭa)가 된다.

: 비구들이여푸른색 신발, 노란색 신발, 붉은색 신발, 진홍색 신발, 낙엽색 신발을 신지 말라. 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푸른색 테두리, 노란색 테두리, 붉은색 테두리, 진홍색 테두리, 낙엽색 테두리 신발을 신지 말라. 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무릎까지 덮는 신발을 신지 말라. 정강이까지 덮는 신발을 신지 말라. 면으로 채운 신발을 신지 말라. 자고새의 날개와 같은 선발을 신지 말라. 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양의 뿔로 첨단을 장식한 신발, 산양의 뿔로 첨단을 장식한 신발, 전갈의 꼬리로 꾸민 신발, 공작새 꼬리의 깃털로 엮은 신발, 알록달록한 신발을 신지 말라. 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사자 가죽으로 장식한 신발, 호랑이 가죽으로 장식한 신발, 표범 가죽으로 장식한 신발, 영양 가죽으로 장식한 신발, 수달 가죽으로 장식한 신발, 고양이 가죽으로 장식한 신발, 다람쥐 가죽으로 장식한 선발, 올빼미 가죽으로 장식한 선발을 신지 말라. 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여러 겹으로 안창을 깐 헌 신발은 신는 것을 허용한다.

: 그러나 여러 겹으로 안창을 깐 새 신발은 신어서는 안 된다. 신는다면, 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은사나 은사와 같은 자나 계사나 계사와 같은 자가 신발도 없이 경행할 때에 신발을 신고 경행해서는 안 된다. 경행하면악작죄가 된다.

: 승원 안에서 신발을 신는다면 안 된다. 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발이 아프고발을 다치고발 굳은살 병이 있는 자는 승원에서 신발을 신는 것을 허용한다.

: 비구들이여승원 안에서 신발을 신고 횃불·등불·지팡이를 지니는 것을 허용한다.

: 비구들이여나무 신발을 신어서는 안 된다. 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야자수 나뭇잎으로 만든 신발을 신지 말라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대나무잎으로 만든 신발을 신지 말라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풀 신발을 신지 말라. 문자풀 신발, 밥바자풀 신발, 힌딸라풀 신발,까말라풀 신발, 양모 신발, 금 신발, 은 신발, 진주 신발, 묘안석 신발, 수정 신발, 청동 신발, 유리 신발, 주석 신발, 납 선발, 구리 신발을 신지 말라. 신는다면 악작죄가 된다. 어떠한 신발도 전해 받으면신어서는 안 된다. 신는다면악작죄가 된다.

: 비구들이여고정되어 전용할 수 없는 세 가지 신발대변용 신발소변용 신발세정용 신발을 허용한다.

 

이렇듯이 신발을 신도록 계율이 정해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수많은 개차(開遮)법이 뒤따라 정해진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실들을 알려면 율장을 읽어야 한다. 율장을 모르고 지범개차(持犯開遮)를 해석하려니 주관적인 해석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밖에도 극심한 기근이 들어 도저히 걸식을 할 수 없을 때 비구들이 승원 안에서 손수 끓여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고,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금지하는 일시적인 개차(開遮)법도 있었다.

 

 


 

[ 송광사TV에 아래와 같은 뎃글을 달았으나 곧 삭제됨]

"송광사 방장스님의 '삼귀의'에 대한 설명과 '지범개차'에 대한 설명은 재고 되어야 합니다. 아래 글들을 참고하시지요.

*삼귀의 한글화 문제점: https://whoami555.tistory.com/13742831

*네 맘대로 범하고 열고 막아라?(지범개차법에대한 오해) : https://whoami555.tistory.com/13743427

 

 

 

 

 

https://www.youtube.com/watch?v=qDMvbrLP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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