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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선원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 요구와 백장선원의 반박문

2021년 동안거 부터 백장암 대중을 한달에 5번 실상사에 내려오라는 요구를 백장암대중이 선원의 방부권한은 선원에게 있다며 거부한 반박문입니다.

백장암선원을 지키려는 결의문이기에 기록 차원에서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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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백장선원 동안거에 모시는 말씀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많은 대중들은 한결같이 눈밝은 수행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법 불교공동체와의 만남을 두 손 모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출가자와 재가자의 발심과 수행, 전법과 교화 그리고 열반까지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21세기형 불교공동체의 출현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미래불교와 세상을 향도할 사부대중 총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상산중 사부대중은 1990년부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실상산중사부대중공동체 총림의 꿈을 그리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지만 더 이상 머뭇거려선 안되겠다는 판단으로 올 가을 산철과 동안거부터는 명실상부한 실상산중사부대중공동체 총림의 완성을 향해 아래와 같이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백장선원도 실상산중사부대중공동체와 한 살림이 되어 통합적으로 운영한다.

실상산중 식구로 함께 하실 출가자와 재가자는 발심과 열반까지 안정적으로 보장되도록 한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공동체 복지를 완성시켜 간다.

이미 실행하고 있는 백장선원 청규는 현행대로 진행한다.

올 동안거부터는 매주 1회 산중공부(달마어록)와 월 1회 공동체 일(운력) 수행을 전 산중의 대중들이 함께 한다.

실상산중의 사부대중 총림 취지에 공감하여 산중식구로 함께 할 도반 한 철(안거) 살림을 함께 할 도반 그리고 큰 절에서 함께 할 도반 순으로 방부를 받는다.

 

세상을 아끼고 정법불교를 아끼고 오늘의 한국불교를 아끼는 마음으로 수행의 길에 나선 도반들께 제안합니다. 부디 실상산중의 발심과 서원이 원만하게 성취될 수 있도록 기꺼이 마음 내어 함께 해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간청합니다. 내내 청안청락 하십시오.

 

마하반야바라밀.

 

<첨부자료>

1) 실상산문 사부대중의 발심과 다짐 : 생략

2) 실상산중 사부대중공동체 총림을 향해 걸어 온 자취들

첨부자료 2

 

 

실상산중 사부대중공동체 총림을 향해 걸어 온 자취들

 

 

실상사와 사부대중공동체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는 신라말 홍척국사가 구산선문 최초가람으로 문을 연 실상사를 중심으로 산내암자인 백장암, 약수암, 서진암을 아우르고 있으며, 여기에 한생명, 작은학교, 실상사농장, 여농센터와 어린이집, 생명평화대학, 목금토공방 등 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각 영역들이 함께 어우러져 불교적으로는 사부대중공동체를, 사회적으로는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부대중공동체는 승가영역이 공동체의 중심에 서서 수행과 전법을 맡고, 재가불자들은 저마다 공동체 내에서 소임을 하며 마을과 세상을 돌봅니다. 1백여명의 출재가 대중들은 공동체 대소사를 함께 의논하고 일하고 공부하면서 공동생활(수행)을 근간으로 삼아 마을에 사는 도반들이 함께 불교와 세상의 미래를 고민합니다.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는 최근 하루를 여는 법석등을 마련하여 현대사회 변화에 맞는 수행체계와 의례를 도입하였고, 스님들의 공부모임인 승가연찬’, 매주 한차례 산문을 닫고 공동체 대중 전체가 함께 수행하고 일하는 공동체 수행의 날을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종무행정 중심의 사찰운영 구조를 바꾸어 상임위원회, 법사위원회, 살림위원회 등 대중의 공의가 충실히 반영되도록 사찰운영구조를 바꾸었습니다. 이 과정에 인드라망 산내공동체가 실상사 운영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고, 신도대중의 참여 폭도 넓혀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면서 명실상부한 사부대중공동체로 가꾸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30여년간 공동체를 향한 실상사의 노력들은 불교계에도 세상에도 꼭 필요한 실험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실상산문의 수행전통과 백장선원

 

실상산문의 수행전통은 창건주인 홍척국사가 추구했던 융선(融禪)’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본래 가야땅이었던 이곳은 신라계와 백제계가 쟁패를 벌이는 교통의 요지였고, 불교적으로는 교종과 선종, 남종선과 북종선 등 신구 불교세력간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 시절 산문을 개창한 홍척국사와 실상사 대중은 이라는 새로운 불교전통을 세워 나가면서도 교종이나 다른 선 전통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려 했고, 갈라져있던 민심을 녹이고 어루만지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실상사에서 올바른 승가상 확립과 승풍진작을 위한 결사운동인 선우도량, ‘화쟁을 바탕으로 한 정법불교운동, 지리산을 배경으로 생명평화운동을 펼쳤던 것도 어쩌면 융선 전통이 뿌려놓은 씨앗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상산중에서 백장선원은 법과 수행의 중심 역할을 부여받아왔습니다. 선우도량이 태동할 때부터 실상산중 차원에서 새로운 수행문화와 풍토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지속되었고, 최근 백장선원의 긍정적 변화 역시 그 일환의 하나입니다. 큰 절인 실상사가 주로 대중과 만나는 마당 역할을 한다면, 백장선원은 공동체가 추구하는 수행 전통과 내용을 생산해냄과 동시에 시대를 향도할 수행풍토, 승가공동체의 모델이 되도록 하는 모색을 해왔습니다.

 

최근 4~5년 전부터 백장선원에서는 화합승가 전통에 따라 백장선원 청규를 만들어 대중공의를 통한 원융살림(대소사를 대중논의로 결정, 재가자들을 위한 정기법회, 살림의 투명한 공개, 스님들의 의료비와 연수비 지급, 대중공양비 비공개 등) 보름마다 정기 포살 실시, 포살 전 1:1 청정의식 실시 대중 법담탁마(法談琢磨, 매주 1)와 선지식 초청 탁마 등 수행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이에 대하여 올 동안거부터는 백장선원의 정진 대중들도 매주 1회 실상산중 공부모임과 매월 1사부대중 공동체의 날을 함께 합니다. 그리하여 점차적이지만 명실상부한 현대적인 실상산중 총림이 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실상산중 통합공동체 통합의 취지와 바람

 

실상산중은 산내 암자, 인드라망공동체 각 영역까지 포함하여 출가대중 30여명, 재가대중 1백여명 정도가 깃들어 살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일궈 온 사부대중공동체는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수행과 일이 원융무애한 문화와 풍토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 시대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사부대중 총림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람을 실현하기위해 우리는 산중의 통합적 운영, 연대와 협력을 다음과 같은 취지와 방향에 맞게 실현하려 합니다.

 

첫째, 실상산중의 식구로 함께 하는 출가자의 발심에서 열반, 재가자의 발심에서 열반까지 보장되도록 한다.

둘째, 함께 공부하고 수행하고 일하고 활동함으로써 정법의 등불이 빛나는 산중이 되도록 한다.

셋째, 사부대중이 함께 밝힌 정법의 등불이 사홍서원을 실현하려는 전법과 교화로 확대되도록 한다.

넷째, 사부대중이 함께 논의하여 공부와 수행, 전법과 교화, 일과 활동을 조화롭게 함으로써 효과를 배가시킴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지속되게 한다.

다섯째, 산중내 사찰 및 공동체간의 역할분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운영상의 장점을 살려나간다.

행정 업무, 재정 업무, 도량관리 업무, 공양살림 업무, 신도관리 업무 등을 일원화함으로써 관리업무의 부담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인다.

승가대중이 번거로운 세속사에 휘둘리지 않고 공부와 수행, 전법과 교화를 생활화대중화 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교법과 계율, 좌선과 행선, 기도와 독경, 전법과 교화, 선농일치의 대중운력 등을 함께 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한다.

 

실상사의 가치와 지향에 함께하실 도반들을 안거대중으로 모십니다!

 

현재와 같은 각자도생, 개인화 파편화된 대응으로는 수행자 개인, 사찰, 종단의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습니다. 미래사회 승가역할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매우 근본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직책을 맡으면 절에 남고, 그렇지 않으면 절을 떠나는 풍토를 넘어 공동체의 가치와 지향에 동의하면서 구성원으로서 기본 의무(최소한의 공유와 소통, 일정기간 마다 열리는 탁마, 형편에 따른 재정적 기여 등)와 권리(의료, 주거, 교육 등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공동체 복지 등)를 정하고, 이를 기꺼이 짊어지겠다고 발심한 이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로서의 승가공동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여야 합니다. 또한 현재처럼 주지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를 넘어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고 대중이 함께 의논하여 함께 결정하는 풍토와 문화, 공동체적인 운영질서를 만들어야 하며, 이러한 공동체적 운영질서에 책임 있게 참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복지체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출가에서 열반까지 단순소박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는 삶이 가능하도록, 모두가 주인된 마음으로 절차탁마하면서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해 갈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한국불교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저희 대중들의 원을 실현하기 위하여 2021년 백장선원 동안거 결제부터는 실상산중이 추구하는 취지와 방향에 뜻을 같이하여 함께 정진하실 도반들을 우선적으로 모시고자 하며, 안거기간에만 머무르실 대중의 경우에도 앞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백장선원이 마련한 청규를 기본으로 매주 1회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산중 공부모임 1사부대중 공동체의 날을 함께 하실 분을 모시고자 합니다.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한 점도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백장선원 수행 대중들도 한철 안거에 머무르지 않고, 실상산중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자기 역할을 하면서도, 형편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참여와 회향이 가능하도록 열린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미래사회 승가 모델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백가쟁명 식의 다양한 현대 수행풍토를 녹여내어 시대를 향도할 융선전통을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 중심 터전으로 향후 백장선원을 가꾸어 가려고 합니다. 아무쪼록 시대를 향도할 수행풍토를 만들고, 한국불교의 희망을 가꾸는 불사에 많은 도반들이 함께 하시길 간곡히 청합니다.

 

2021. 7

실상산중 사부대중공동체

실상사 주지 승묵 백장암 감원 행선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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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위와같은 실상사의 요구를 접하고 7월 6일 백장선원 대중스님들이 대중공사를 통해 작성한 결의문이다. 대중 가운데는 실상사에서 이렇게 나오면 선방스님들은 모두 걸망을 싸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 스님이 어렵게 백장암선원의 원융살림가풍을 이어오고 있는데 대중공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어 이러한 결의문을 작성하고 실상사에 내려가 전달하였다고 한다. 이 결의 문에는 백장암선원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화합승가의 의의와 승가대중이 주인이다는 공심이 잘 드러나 있다.   

 

 "실상산중 사부대중공동체의 요구"를 거절하는 백장암 대중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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