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의 '긍정적인 표현'과 '부정적인 표현'
상윳따 니까야 제43쌍윳따 무위 상윳따(Asankhatasaṃyutta)에 보면 열반에 관해서 33개의 동의어가 등장한다.
[세존] 비구들이여, 나는 너희들을 위해 무위(Asankhata)와 무위로 이끄는 길을 설하겠다. 잘 들어라. 비구들이여, 무위란 어떠한 것인가? 수행승들이여, 탐욕이 소멸하고 성냄이 소멸하고 어리석음이 소멸하면 그것을 수행승들이여, 무위라고 한다.
[세존] 비구들이여, 나는 너희들을 위해 종극(anta)과 종극으로 이끄는 길을 설하겠다. 잘 들어라. 비구들이여, 종극이란 어떠한 것인가? 비구들이여, 탐욕이 소멸하고 성냄이 소멸하고 어리석음이 소멸하면 그것을 수행승들이여, 종극이라고 한다.
[세존]비구들이여, 나는 너희들을 위해 무루(anāsava)와 무루로 이끄는 길을 설하겠다. 잘 들어라. 비구들이여, 무루란 어떠한 것인가? 수행승들이여, 탐욕이 소멸하고 성냄이 소멸하고 어리석음이 소멸하면 그것을 수행승들이여, 무루라고 한다.
이 경전들은 "비구들이여, 무위란 어떠한 것인가? 비구들이여, 탐욕이 소멸하고 성냄이 소멸하고 어리석음이 소멸하면 그것을 비구들이여, 무위라고 한다"라고 말하듯이 열반의 동의어 33개는 모두 '탐진치가 없는 상태'라고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전의 설명을 알지 못하고 단어만을 살펴본다면 다른 이해를 하게된다. 33가지 동의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무위(無爲)Asankhata 2.종극(終極)anta 3.무루(無漏)anāsava 4.진리(眞理)sacca 5.피안(彼岸)pāra 6.극묘(極妙)nipuna 7.극난견(克難見)sududdasa 8.불노(不老)Ajaratta 9.견고(堅固)dhuva 10.조견(照見)apalokita 11.무견(無見)anidassana 12.무희론(無戱論)nippapa 13.적정(寂靜)santa 14.불사(不死)Amata 15.극묘(極妙)panīta 16.지복(至福)siva 17.안은(安檼)khema 18.애진(愛盡)tanhakkhayo 19.희유(稀有)acchariyaṃ 20.미증유(未曾有)abbhuta 21.무재(無災)Anītika, 22.무재법(無災法)anītikadhamma 23.열반(涅槃)nibbāna 24.무에(無恚)Abyāpajjho 25.이탐(離貪)virāgo 26.청정(淸淨)suddhi 27.해탈(解脫)mutti 28.무착(無着)anālayo 29.섬(嶋)Dīpo 30.동굴(洞窟)lena 31.피난처(避難處)tāna 32.귀의처(歸依處)sarana 33.도피안(到彼岸)paramita]
열반의 33가지 동의어의 분류
이 단어들을 각각 ✖ = 부정적 표현 (표현과 내용면에서 아님, 없음, 소멸, 사라짐의 뜻), ● = 긍정적 표현 (열반의 본질·성품·가치),▲ = 비유적 표현 (열반을 장소나 피난처에 비유)으로 분류하여 보았다.
✖ 부정적 표현 (16가지)
✖ 1. 무위(無爲) Asaṅkhata (조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
✖ 2. 종극(終極) Anta (모든 괴로움의 끝)
✖ 3. 무루(無漏) Anāsava (번뇌가 없는 것)
✖ 7. 극난견(極難見) Sududdasa (지극히 보기 어려운 것)
✖ 8. 불노(不老) Ajaratta (늙음이 없는 것)
✖ 11. 무견(無見) Anidassana (드러나지 않는 것)
✖ 12. 무희론(無戱論) Nippapañca (희론·망상이 사라진 것)
✖ 14. 불사(不死) Amata (죽음이 없는 것)
✖ 18. 애진(愛盡) Taṇhakkhaya (갈애의 소멸)
✖ 21. 무재(無災) Anītika (재난이 없는 것)
✖ 22. 무재법(無災法) Anītikadhamma (재난이 없는 법)
✖ 23. 열반(涅槃) Nibbāna (번뇌의 불이 꺼진 궁극의 평화)
✖ 24. 무에(無恚) Abyāpajjha (성냄과 해침이 없는 것)
✖ 25. 이탐(離貪) Virāga (탐욕이 사라진 것)
✖ 27. 해탈(解脫) Mutti (자유와 해방)
✖ 28. 무착(無著) Anālaya (집착이 없는 것)
● 긍정적 표현 (11가지)
● 4. 진리(眞理) Sacca (궁극의 진리)
● 6. 극묘(極妙) Nipuṇa (매우 미묘한 것)
● 9. 견고(堅固) Dhuva (변하지 않는 것)
● 10. 조견(照見) Apalokita (분명히 통찰된 것)
● 13. 적정(寂靜) Santa (완전히 고요한 것)
● 15. 극묘(極妙) Paṇīta (가장 뛰어난 것)
● 16. 지복(至福) Siva (최상의 행복)
● 17. 안온(安穩) Khema (안전하고 평안한 것)
● 19. 희유(稀有) Acchariya (희귀하고 놀라운 것)
● 20. 미증유(未曾有) Abbhuta (전례 없이 놀라운 것)
● 26. 청정(淸淨) Suddhi (청정함)
▲ 비유적 표현 (6가지)
▲ 5. 피안(彼岸) Pāra (저 언덕, 해탈의 경지)
▲ 29. 섬(嶋) Dīpa (안전한 섬)
▲ 30. 동굴(洞窟) Leṇa (안전한 은신처)
▲ 31. 피난처(避難處) Tāṇa (보호처)
▲ 32. 귀의처(歸依處) Saraṇa (궁극의 의지처)
▲ 33. 도피안(到彼岸) Pāramitā (저 언덕에 이름, 완성)
초기불교 경전에서는 열반(Nibbāna)을 설명하기 위해 모두 33가지의 동의어를 사용하는데 크게 부정적 표현, 긍정적 표현, 비유적 표현의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 부정적 표현(16가지)
부정적 표현은 '아니다', '없다', '끝나다', '사라지다', '소멸하다', '꺼지다', '벗어나다'와 같이 기존의 괴로움과 번뇌, 생사의 상태가 종식되었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다.여기에 해당하는 동의어는 무위(Asaṅkhata), 종극(Anta), 무루(Anāsava), 불노(Ajaratta), 견고(Dhuva), 무견(Anidassana), 무희론(Nippapañca), 불사(Amata), 애진(Taṇhakkhaya), 무재(Anītika), 무재법(Anītikadhamma), 열반(Nibbāna), 무에(Abyāpajjha), 이탐(Virāga), 해탈(Mutti), 무착(Anālaya)의 16가지이다.
이들 표현은 열반을 무엇이 존재하는가보다 무엇이 사라지고 없어졌는가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2. 긍정적 표현(11가지)
긍정적 표현은 열반의 본질과 성품, 가치와 상태를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동의어는 진리(Sacca), 극묘(Nipuṇa), 극난견(Sududdasa), 조견(Apalokita), 적정(Santa), 극묘(Paṇīta), 지복(Siva), 안온(Khema), 희유(Acchariya), 미증유(Abbhuta), 청정(Suddhi)의 11가지이다.
이들 표현은 열반을 궁극의 진리, 최상의 행복, 완전한 평화, 청정한 상태 등으로 묘사하며, 열반이 지닌 적극적인 가치를 드러낸다.
3. 비유적 표현(6가지)
비유적 표현은 열반을 장소나 피난처에 빗대어 설명한 표현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동의어는 피안(Pāra), 섬(Dīpa), 동굴(Leṇa), 피난처(Tāṇa), 귀의처(Saraṇa), 도피안(Pāramitā)의 6가지이다.
이들 표현은 윤회의 세계를 홍수나 위험한 곳에 비유하고, 열반을 안전한 섬, 동굴, 피난처, 저 언덕에 비유함으로써 열반의 안전성과 궁극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4. 종합
이와 같이 열반의 33가지 동의어는 부정적 표현 16가지, 긍정적 표현 11가지, 비유적 표현 6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부정적 표현은 지금 여기를 떠나지 않는 표현이고, 들으면 누구나 이해되는 표현이어서 스스로를 점검하고 타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긍정적 표현은 열반의 본질과 성품을 표현하지만 부정적인 표현을 거치지 않으면 자칫 오해되기 쉬운 표현들이다. 특히 대승이나 선어록에서 자주 나타나는 불성,자성,청정자성,주인공,그놈,그자리 등 무엇인가 영원한 것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들을 조심해야한다. 비유적 표현은 열반의 안전성과 궁극성을 강조하는데 이것도 부정적인 표현을 이해하고 나서야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이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여 설법을 하는 이유는 먼 미래세까지 오해없이 불법을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지혜와 자비의 실현이라고 볼 수있다. 부처님은 당신이 전도선언에서 "의미와 표현을 갖춘 법을 설하라"는 말씀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 언어의 사용, 특히 부정적인 표현 방식이 그만큼 중요하고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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