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 스님의 출판기념회를 다녀와서
은사 스님의 2재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예산 수덕사로 향했다. 울산에서 천안아산역,그리고 택시를 타고 수덕사를 가는 노선이었다. 성두스님 방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공양간에가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재가 12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재를 마치고 서울로 향했다. 마침 그날 오후 서울에서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도정스님,진우스님과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오후 4시쯤 서울에 도착해 야단법석승가회 스님들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후 5시경 행사장인 호텔로 이동했다. 사회자의 설명에 따르면 1,000명이 넘는 사부대중이 참석해 호텔 상층부까지 인원을 분산시켜 행사를 진행한다고 말하였다.
종단에서는 원로의원, 교구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선원의 스님들이 참석했고, 사회 각계에서도 도올 김용옥, 부산시장 당선인 전재수, 국회의원 당선인 송영길, 전 국회의장 우원식, 국회의원 당선인 이광재 등 많은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스님 한 분의 저서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라고 보기에는 그 규모와 열기, 그리고 행사장에 흐르는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축사에 나선 인사들은 저마다 정념 스님과 오랜 세월 맺어온 인연을 소개했다. 그 모습을 보며 월정사 주지 소임을 6번(24년)이나 엮임하는 동안 여러 불사와 활동이 얼마나 깊은 신뢰를 쌓아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이번에 정념 스님이 선보인 저서는 교계 안팎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출가 수행자의 시각에서 현대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인공지능(AI)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불교적 통찰과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출판기념회 직후 한 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정념스님은 AI에 대한 논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현 종단 정책에 대해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현 총무원장이 로봇에게 가사를 입히는 등의 이벤트성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AI에 대한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지적했으며, 진우 총무원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선명상에 대해서도 포교 방편으로서의 의미는 인정하면서도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의 정체성 자체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이 같은 발언은 향후 교계 안팎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는 정념 스님이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해야 할 당위성과 명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출판기념회와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종도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도 남았다. AI에 대한 불교적 대안이 아직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소 반복적인 설명이 이어지고, 종단 운영의 비전과 핵심 과제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종단 운영에 대한 철학과 구상을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정작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금 2026년의 불교 종단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한가롭지 않다. 종도들이 진정으로 듣고 싶었던 것은 AI에 대한 담론만이 아니라 종단의 미래를 향한 진지한 고민과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예를 들어 어떻게 종도 82%가 지지하는 총무원장 직선제를 도입할 것인가. 어떻게 빈부차이가 벌어진 승가의 화합을 이끌어 낼 것인가. 어떻게 승가의 집단지성을 깨워낼 것인가. 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불교는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급변하는 기술 발전 속에서 불교는 어떤 메시지를 제시할 것인가. 종교를 떠난 사람들을 어떻게 다시 불교의 품으로 이끌 것인가. 전국의 수많은 천년고찰과 임야를 가지고 어떻게 공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승려들의 노후 복지정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이러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구체적 대안이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적지 않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정념 스님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와같은 질문은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모든 스님들에게 공통적으로 하고싶은 질문이다.종도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한 사람이 품고 있는 고민의 깊이와 넓이가 곧 그릇의 크기이며, 문제 해결 능력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또한 그것이 종단에 대한 사랑이고 앞으로 펼쳐갈 원력의 크기라는 사실을. 만약 차기 총무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종단의 미래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대중 앞에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후보자의 진지한 고민과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면, 종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승가공동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자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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