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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머물며 흐르다 외


어제는 천은사지 호수 둘레길을 걸었다
오늘은 화엄사 연기암 길을 걷는다
스르 스르 바람처럼
흘러가는 곳은 어디인가

걷는다는 것은
미리 정해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아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감도 아니다
연기암에 올라 섬진강을 내려다 보기 위함이 아니다

걷는다는 것은
강물과 같이 흐르는 것
강물의 앞이든 중간이든 뒤든
같은 무게로
고요히 흐르는 것

흐르고 흘러서
흐르는 그 자리에서
머무는 것

흔적없이 머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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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아가는게 아니고

 

삶은 살아가는게 아니고 

살아지는 거야

살아지는 건 견디는 거야

때로는

왜 이렇게 견디고 있어야 하나

의문이 들거야

의문이 풀리지 않아

우울해질거야

 

그런데 견디는 것도 사는 거야

견디는 것을 살다가

너무 힘들어 쉬고 싶으면

가만히 앉아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을 봐

호흡을 볼 때

너는 견디는 사람이 아니고

살아지는 게 아니고

보는 사람이야

관찰하는 사람이야

 

5분이라도 호흡을 바라봐

이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축복이야

축복이라고 하기에도 꼭 맞지는 않지만

유일한 휴식이야

휴식이라고 하기에 꼭 맞지는 않지만

유일한 유체이탈이야

유체이탈이라고 하기에 꼭 맞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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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목적이 아니야

 

이상도 하지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면

불행해지거든

왜 그런지 알아

행복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함정 때문이야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행복한 느낌

기쁘고 즐거운 느낌을 말해

그 느낌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것

 

그러므로 행복해지려는 건

순간순간 변화하는 느낌을 쫓아가는 거야

맨 손으로 바람을 잡으려는 것 같이

맨 손으로 물을 움켜쥐려고 하는 것 같이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목적을 향해 가는 거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단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것 때문에

행복과 불행이 갈라지기도 한다는 걸 알아야 해

부처님도 행복을 말했지

그러나 그 행복의 내용이 무엇인가 물으면

괴로움이 소멸된 상태

갈애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어

 

그런 상태는 지금 여기서 확인되지만

느낌을 따라가게 만들진 않아

그러니까 행복해지려고 하지 말고

다만 갈애나 성냄이나 어리석음을 벗어나려고 노력해

그게 행복이거든

그게 불행으로 가는 길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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