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서역기 8권
막가하에서 동쪽으로 가면 커다란 임야로 들어가게 되며, 백여 리를 가다 보면 굴굴타파타산(屈屈居勿反吒播陀山)(鷄足)에 이른다. 좁고 길게 뻗은 높은 봉우리가 몹시 가팔라서 끝이 보이지 않고 깊은 골짜기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산기슭의 골짜기에서는 개울이 흐르고 교목들이 숲을 이루어 계곡을 뒤덮고 있다 . 산봉우리는 우뚝 솟아서 높고 험하고 무성한 풀들이 바위를 덮고 있다. 산봉우리 세 개가 높이 솟아있고 곁에는 절벽이 우뚝 서있는데, 그 기상은 하늘에 닿을 듯하고 모습은 구름과도 같다. 뒤에 존자 대가섭파는 이 산 속에 머물다가 적멸에 들었는데, 감히 이 산을 일컬어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다만 존족(尊足)이라고 말하였다. 마하가섭파는 성문제자인데 6신통을 얻고 8해탈을 갖추었다.
여래께서 중 생을 교화하는 인연이 끝나고 장차 열반에 드시려 할 때 가섭파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부지런히 고행을 닦아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무상법(無上法)5)을 구하였다. 이제 옛날부터 소원하고 약속하였던 일들을 모두 마쳤다. 나는 이제 대열반에 들고자 하나니 모든 법장(法藏)은 너에게 맡긴다. 너는 법을 주지하고 널리 퍼뜨리되 실추시키지는 말아라. 나의 이모가 내게 바친 금실로 짠 가사는 자씨보살이 성불할 때까지 너에게 모두 맡긴다. 내가 남긴 법 안에서 수행을 하는 모든 자는 비구나 비구니, 오파색가(鄔波索迦)와 오파사가(鄔波斯迦)를 막론하고 그들을 모두 먼저 제도하여 그들이 윤회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가섭파는 부처님의 명을 받고 정법을 주지하고 있었는데 결집을 끝낸 지 20년이 되자 세상의 허무함을 싫어하여 열반에 들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계족산(鷄足山)으로 갔다. 산의 북쪽으로 올라가서 산을 돌다가 길을 잡고서 서남쪽 구릉에 이르렀다. 산봉우리는 몹시 험하였고 벼랑을 타고 난 길은 막혀 있었다. 그리하여 지팡이를 가지고 두드리니 베어내듯 갈라졌다. 산 길이 열리고 나자 길을 따라서 앞으로 나아갔는데, 길은 구불구불 구비졌고 빙빙 돌았 으며 이리저리 엇갈리고 기울어져서 통하였다. 마침내 산 정상에 올라 동북쪽을 향하여 나아가 세 봉우리의 가운데로 들어가서 부처님의 가사를 받들고 섰다. 그러자 원력으로 말미암아 봉우리 세 개가 합쳐져서 이것을 거두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산은 등성마루가 세 겹으로 솟아올라 있다.
이 산은 장차 자씨세존께서 세상에 나셔서 세 차례의 설법을 마친 후 그래도 여전히 교화되지 못한 한량없는 교만한 중생들을 이끌고 이 산에 오르실 것이다. 그리하여 가섭의 처소에 이르러 자씨가 손가락을 튀기면 산봉우리가 저절로 열리게 된다. 그러면 저 모든 중생들은 가섭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더욱 교만한 마음을 일으킬 것이다. 이 때 대가섭이 옷을 건네고 절을 올리고 예경한 뒤 몸을 허공으로 날려서 여러 가지 신통변화를 보이며 불을 만들어 내어서 몸을 태운 뒤에 적멸에 들어갈 것이다. 대중들은 이 일을 우러러보다가 마침내 교만한 마음을 버리게 되고 이로 인하여 모두가 깨달음을 얻고서 성과(聖果)를 증득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산 위에 솔도파를 세웠다. 고요한 밤에 멀리서 바라보면 어떤 때는 밝은 횃불이 보이기도 하지만 산을 올라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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