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단개혁

시비(是非)를 내려 놓는게 불교가 아니다

시비(是非)를 내려 놓는게 불교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는 보살님이 오마이뉴스TV에 도정스님이 나와서 시국법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정스님이 나와서 허정스님이라는 이름을 말하길레 스님도 이런 일을 하고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수행자는 시비를 놓고 조용히 공부 해야한다. 정치에 참여하여 번거롭게 살지 말고 일신(一身) 편안하게 사는게 좋다는 충고를 하였다. 전화를 마치고 생각해보니 시비를 놓고 혹은 시비분별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듣던 말이다. 마치 불자들은 그것이 요긴한 수행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듯하다. 그런데 시비를 내려놓는게 불교일까? 탐진치를 내려놓는게 불교일까?

 

이제 생각해보니 시비를 내려놓으라는 말이 승려들과 불자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비를 내려놓으라는 말은 불교를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 부처님은 신구의(身口意)로 짓는 우리의 모든 행위를 옳고() 그른 것()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바른 견해와 삿된 견해, 바른 사유와 삿된 사유, 바른 정진과 삿된 정진, 바른 행위와 삿된 행위등 팔정도를 온통 바른 것과 그른 것으로 설명한다.

 

부처님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신구의(身口意)로 짓는 삼업(三業) 중에서 바른 견해가 가장 앞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바른 견해가 있어야 삿된 견해를 삿된 견해라고 알고 바른 견해를 바른 견해라고 파악 할 수 있다. 바른 행위와 삿된 행위, 바른 말과 삿된 말을 분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른 행위와 바른 말은 홀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바른 견해, 바른 정진, 바른 알아차림과 함께 나타나고 그 것들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부처님은 출가자에게나 재가자에게나 항상 옳고() 그름()을 잘 구분하고 파악하라고 가르치시는 분이다. 부처님은 왜 시비를 내려놓지 못하는가? 부처님은 무엇을 하기 위해 바른 것과 삿된 것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내려놓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과 거리가 멀다.

 

불교를 오해하고 있으면서 마치 자신이 불교를 제대로 알고 있는 듯이 남에게 충고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이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믿으며 거침없이 충고한다. 승려가 정치에 참여하는 일도 무조건 나쁘게 본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선호하는 정치인이 뚜렸하다. 이러한 이중적인 자신의 태도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이런 부류들은 대부분 객관적인 사실판단도 못하면서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있다.

 

인간이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한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동안 정치를 떠날 수 없고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참여는 필수다. 경전에서 부처님이 왕의 이야기를 하지말고 잡담하지 말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오히려 부처님이 자주모여 토론하고 정기적으로 모여 대소사를 결정하는 한 그 나라는 쇠망하지 않고 그 승가는 쇠망하지 않는다는 말씀과 맞닿아있다. 승가의 운영도 대중전체가 참여해서 절차에 맞게 대소사를 결정한다. 승가의 운영이나 나라의 운영이 다를 바가 없다. “많은 이들의 이익을 위하고 많은 이들의 행복을 위하고 세상을 연민하여 길을 떠나라는 부처님의 전도선언은 사회정치에도 적용되고 승가운영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헌법이든 종헌종법이든 승려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후보자로 나선 정치인의 정책을 보고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왜 나쁜가? 바른 사회를 이루고 자유와 평화가 유지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투표하는 과정도 즐기고 결과도 즐기는게 민주주의다.

 

정작 종교인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이 결탁해서 서로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깨어있지 못하고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면서 학연(學緣), 지연(地緣), 혈연(血緣), 사대주의(事大主義)등에 집착하여 무조건 자기편을 지지하고 상대편을 비난하는 것이다. 이것은 욕망에 붙들린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구성원이 불행해지는 일이다. 여기에서 불자들에게 바른 정치참여와 삿된 정치참여를 구분하는 눈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비를 구분도 못하면서 무조건 종교인이 정치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거나 무조건 시비를 내려놓아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다. 비유하자면 자신은 땅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는 땅에서 1m쯤 떠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그런 허황된 견해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의 말을 거룩한 충고로 여기는 불자들이 많다. 평생 불교공부를 해왔다는 이들이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 잘못 이해한 불교의 폐해가 우리 주위에 넘쳐흐른다. 스님들과 불자들이 "시비(是非)를 내려 놓으라"는 허황된 말에서 탈출하자. 더구나 우리 조계종은 관람료문제를 종교차별 불교탄압이라며 2022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승려대회를 개최하여 특정후보를 유리하게 만든 과오가 있다. 그것은 종단이 저지른 일이고 나는 상관 없다고 말할 것인가? 당신이 침묵으로 동조하고 수행이란 이름으로 방조한 일이 아니던가? 천주교, 기독교, 교수, 학생, 노동자등 사회구성원들이 일어나 나라가 위태롭고 망하게 생겼다고 각 단체의 입장에서 시비(是非)를 논하고 있다. 우리 불교계도 늦게나마 520일 토요일 오후3시에 서울에서 열리는 '시국법회'에서 시비(是非)를 논한다.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부처님 제자로서 법답게, 가르침을 존중하며 시비(是非)를 논해보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