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불상을 세우는 일보다 중요한 일들'
요즈음 조계종에는 총무원장이 두명이 있는 것 같다. 강남 총무원장으로 불리는 자승은 불교중흥을 기치로 인도불교성지를 43일간 걸었고 매일 모든 불교계 방송에서 그들의 하루하루 동정을 내보낸 바 있다. 회향식이 끝난지 40일이 지난 오늘까지 모 신문사는 ‘상월결사, 붓다의 길을 걷다’라는 박스 기사를 걸어놓고 있다. 그 충성심이 대단하다. 이것을 충성심이라고 표현한 것은 일반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기 때문이다. 안국동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미래천년 천년을 세우다'라는 기치로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세우는 일에 열심이다. 그는 불상을 세우는 일이 ‘불교중흥’이요 ‘우리 모두의 본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두 명은 참으로 닮아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모두 불교중흥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에 동의하는 불자와 국민들은 없다.
전 총무원장은 원행스님은 백만원력 불사를 한다며 모금운동을 하였으나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밝히지 않고 퇴임했다. 경주 남산 열암곡 불상 세우기는 원행스님이 종책과제로 삼았던 것이다. 천년을 세운다는 타이틀 없이도 돈을 걷지 않아도 불상은 문화재청의 예산으로 얼마든지 불상을 세울 수 있다. 불상을 세우는 일이 한국불교를 세우는 일이라는 인과관계가 어떻게 성립하나? 불상을 세우는 일이 어떻게 우리 본성을 회복하는 일이 되나? 지금 한국불교를 세우는 일은 승가의 의미를 잘 이해하여 제대로 삼귀의를 하는 것이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삼귀의를 하는 승가는 세계불교를 통털어 조계종 밖에 없다. 한국불교를 세우는 일은 모든 불자들이 읽고 공부하도록 만든 불교성전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불교성전에 대하여 백장선원 대중들이 160여곳을 지적했지만 종단은 보여주기식 불사에 열중할뿐 바른견해를 세우는 불교성전에 대한 지적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지금 한국불교를 세우는 일은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한국불교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중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조계종은 한국불교 천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천년을 망가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 1994년 종단개혁의 이유가 되었던 탈종자, 멸빈자 서의현을 동화사 방장으로 만들었다. 중앙종회가 종법을 고치고 인준해 주었으며 전국의 선원수좌들과 종도들이 침묵으로 동의한 결과다. 서의현이 방장이 됨으로서 승가의 청정성을 무너졌으며 이제 승려들에게 계를 지키며 청정하게 살라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조계종의 전통사찰 선암사가 최근에 태고종에 영구히 넘어갔다. 율장정신으로 보면 승가의 공유재산인 천년고찰이 결혼하는 것이 합법화된 태고종에 소유권이 넘어간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어떻게 독신전통의 승가에서 천년동안 관리하던 공유물을 결혼하는 종단에 빼앗길 수 있는가? 이 일에 대하여 종단 책임자들 중에 누구도 종도들에게 설명하는 이가 없고 책임지는 이가 없다. 이 문제 하나만으로도 현재 조계종 집행부 전체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조계종은 2010년 7월 15일 오후2시 '재향군인상조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천도재와 49재등 평소에 상조회가 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행하던 거대종단인 조계종에서 자체적으로 상조회 하나 설립하지 못하고 군인들이 운영하는 상조회에 불자들을 가입하게 만든 것이다. 조계종신도가 재향군인상조회에 가입할 때 그 가입금의 일부가 조계종 승려노후복지기금으로 활용된다고 선전하여 신심있는 불자들이 너도나도 가입하게 만들었다. 그후 '재향군인상조회'는 내부횡령등으로 부도가 났고 이것을 기독교 목사가 운영하는 보람상조(최홍철목사)에서 인수하였다. 원행스님이 총무원장을 하던 2020년 12월 재향군인회 상조회는 '보람재향상조'로 상호가 변경되었고 조계종은 다시 기독교 상조회가 된 '보람재향상조'와 업무협약 체결을 한다. 사실상 조계종 집행부는 불자들이 목사가 운영하는 상조회에 들어간 것을 방치하고 인정해준 것이다. 조계종은 '보람재향상조'와 종단차원에서 업무협약 한 사실과 업무협약의 내용을 비밀로하고 있다. 조계종은 3년전 '보람재향상조'와 체결한 업무협약 내용을 속히 공개하기 바란다.
우리는 도로명주소법으로 인해 전국의 불교지명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도로명주소법으로 전국사찰의 이름이 들어가는 도로명주소를 만들 수가 있다. 도로명을 붙일 때 그 지역의 역사성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잘못된 도로명주소가 사찰이름이 들어가는 도로명으로 바뀐 사례들이 있다. 서산 천장사는 ‘고요동 1길 93-98’에서 ‘천장사길 100’으로 변경되었고, 지리산 백장암은 지리산 백장암도 ‘천왕봉로 447-76’에서 '백장암길 66'으로 변경되었다. 지리산 대원사도 ‘평촌유평로 453’에서 ‘대원사길 455’로 변경되었다. 아직도 조계종립선원인 봉암사는 ‘원북길 33’이고 영천 은해사도 ‘청통로 951-313’이고, 대둔산 태고사는 ‘청림동로 440’이고 남원 승련사는 ‘요천로 2675-90’로 되어있어 천년고찰이 사찰의 이름이 들어간 도로명주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고찰들은 지금이라도 절차를 밟으면 쉽게 도로명주소를 변경할 수 있다. 종단은 지금이라도 도로명주소 변경절차를 각 사찰에 안내하기 바란다.
지금 한가하게 쓰러진 불상 하나 세우는 일에 '미래천년 천년을 세우다'라며 호들갑 떨 때가 아니다. '쓰러진 불상을 세우는 일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이 산적해있다. 더 이상 보여주기식의 쇼를 하지 말고 무엇이 한국불교 천년을 세우는 일인지, 불교중흥의 길인지, 대중들의 지혜를 모아야한다. 한국불교 천년을 세우지 말고 당장 한국불교 20년을 전망하고 대비하는 공개 토론장을 만들라. AI등 급변하는 문명의 흐름속에서 불교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해야 하는지 지혜를 모으라. 천년은 그만두고, 백년도 그만두고, 당장 10년후에 불교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대책을 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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