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를 잃어버린 빠따짜라 비구니
법구경 113번 게송
비록 백년을 살지라도 삶과 죽음의 도리를 모른다면
그 같은 도리를 알고 사는 그 하루가 훨신 낫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백 년을 사는 것보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若人壽百歲 不知成敗事 不如生一日 見微知所忌
약인수백세 불지성패사 불여생일일 견미지소기
若人壽百歲─不見生滅法,不如生一日─得見生滅法。
Yo ca vassasataṁ jīve apassaṁ udayabbayaṁ,
ekāhaṁ jīvitaṁ seyyo passato udayabbayaṁ.
And he who lives a hundred years, not perceiving beginning and end (birth and death), a life of one day is better if a man perceives beginning and end.
[인연담]
빠따짜라는 사왓티에 사는 한 재산가의 딸이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는데, 그녀의 부모는 딸을 매우 엄격하게 가두어 키웠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느 날 자기 심부름을 해주는 남자 종과 정을 통한 뒤 몰래 집을 나가 강건너 마을에서 아주 가난하게 살았다. 시간이 지나 그녀는 아기를 갖게 되었다. 해산 날이 다가오자 그녀는 남편에게 사왓티에 있는 친정에 가서 아기를 나호 돌아올 테니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한번 친정으로 가면 친정 부모들이 딸을 돌려주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아내를 말렸다. 당시 풍습으로는 여자는 반드시 친정에 돌아와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해산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그녀는 남편이 밖에 나간 사이에 남편 몰래 친정 집으로 출발했다. 남편은 집에 돌아와 보고 아내가 없는 것을 알자, 곧 아내를 뒤쫓아갔다. 얼마쯤 가다가 남편은 아내를 찾아내어 제발 자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러다가 길가 덤불 속에서 아기를 낳게 되었다. 이미 아기를 낳았기 때문에 친정에 돌아갈 명분이 없어졌으므로 그녀는 남편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얼마의 세월이 흘러 빠따짜라는 두 번째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때에도 그녀는 어린 아들을 안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남편은 이번에도 아내를 말렸으나 빠따짜라는 듣지 않았고, 남편은 계속해서 뒤쫓아오며 아내를 붙들었다. 그러는 동안 아기 낳을 시간은 급해져 가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비까지 마구 쏟아졌다. 남편은 아내가 아기를 낳을 적당한 장소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는데, 그만 독사에 물려서 죽고 말았다. 그리고 아내는 비를 맞으며 남편을 기다리다가 나무 밑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다.
이튿날 아침이 되도록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빠따짜라는 근처를 돌아보고 남편이 독사에 물려 죽은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기 때문에 남편이 죽게 되었다며 가슴을 치면서 통곡했다. 이제는 남편이 없이 집에 돌아가는 것도 소용이 없게 되었으므로 계속해서 걸어 친정으로 향했다. 사왓티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만 했다. 밤 사이에 많은 비가 내려서 아찌라와띠 강은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강에 물이 많지 않아서 쉽게 건널 수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빠따짜라는 두 어린아이와 일용품을 가지고는 함께 강을 건널 수가 없었으므로, 먼저 갓난 아기를 안고 보따리는 인 채 강을 건넜다. 그녀는 간난아기를 강 언덕위에 놓아 두고 큰아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 강물로 들어섰다. 그녀가 강물 한가운데에 이르러 뒤돌아보니 큰 독수리가 언덕에 뉘어 놓은 간난아기를 채가려 하고 있었따. 깜짝 놀란 빠따짜라는 소리를 지르면서 손을 내저었다. 이쪽에서 기다리던 큰아들은 그것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고 생각하여 물로 들어왔다. 거센 물결이 아이를 휩쓸어가 버렸으며, 갓난아기는 독수리가 채가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하루 사이에 남편을 독사에게, 그리고 아들 둘은 물과 독수리에게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울면서 부르짖었다.
그렇게 울부짖던 그녀는 사왓티에서 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어 부모의 안부를 물어 보았다. 그 남자는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그에 의하면 간밤의 폭우로 그녀의 친정 집이 무너져서 잠들었던 부모와 세 형제 자매가 모두 죽었으며, 이미 화장까지 끝났다는 것이었다. 이 비참한 소식을 듣고나서 그렇잖아도 실의에 빠져 있던 그녀는 거의 미쳐 버렸다. 그녀는 옷이 몸에서 벗겨지는 것도 모른 채 반은 알몸이 되어 거리를 쏘다니면서 자신의 비참을 울부짖으며 하소연했다.
이때 부처님은 제따와나 승원에 계시면서 빠따짜라가 오고 있는 것을 아시었다. 부처님은 의지를 보내시어 그녀를 법회 장소로 이끌어오시었는데, 그녀가 옷을 벗고 있었으므로 대중이 이를 제지했다. 이에 부처님은 말했다.
"저 여인을 막지 말라.“
그렇게 해서 빠따짜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올 수 있었다. 부처님은 그녀에게 정신을 차려 조심하고 네 마음을 조용하게 가지라고 말했다. 그 말씀에 따라 그녀는 그제서야 아래 옷이 벗겨져 있는 것을 알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묻으며 몸을 구부리고 앉았다. 누군가가 옷감 조각을 던져 주었고, 그녀는 그것으로 아랫몸을 가릴 수 있었다. 부처님은 그녀에게 말했다.
"뻐따짜라여, 두려워하지 말라. 이제 너를 보호해 주 수 있고, 인도해 줄 수 있는 곳에 이르렀느니라. 생사윤회 속에서 네가 부모자식,형제를 잃고 흘린 눈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라. 네가 지금까지 흘린 눈물은 이 땅 위에 있는 모든 물보다도 많으니라.“
부처님께서 이같이 그녀를 위로해 주신 다음 아마딱가라는 경을 설해 주셨다.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린 사람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생각지 말아야 하느리라.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좀더 깨어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청정한 마음으로 열반을 깨닫기 위해 힘써야 하느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예류과를 성취하였고 비구니가 되었다.
어느 날 비구니 빠따짜라는 물 항아리에서 물을 퍼내어 발을 씻고 있었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물을 처음 쏟았을 때는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거의가 땅 속으로 흡수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물을 쏟았을 때에는 좀더 멀리까지 흘러갔다. 그녀가 세 번째 물을 쏟고 그 흘러가는 모양을 자세하게 관찰해 보니, 이번에는 물이 아주 먼 데까지 흘러가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그녀는 중생의 수준도 이렇게 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부처님은 제따와나 승원에 계시면서 신통력으로 빠따짜라를 보시고 그녀에게 광명을 놓으시었다. 부처님은 비구니 빠따짜라 앞에 앉으신 듯이 모습을 나타내시어 이렇게 설법하였다.
"빠따짜라여, 너는 바른 길로 들어섰느니라. 이제 몸과 마음 다섯가지 모임에 대해 진실하게 알고 바른 생각을 갖게 되었느니라. 모든 현상이 항상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모든 생명들이 고통 가운데 있음을 모르며, 모든 담마에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면, 비록 백 년을 산다고 해도 그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느니라."
[해설]
빠따짜라의 이름이 있었을테지만 그녀는 아이와 남편과 가족들을 한꺼번에 잃고 미쳐서 옷(pata)을 걸치지 않고 다녀서 빠따짜라라고 불리게 되었다한다.
법정스님은 ‘비록 백년을 살지라도 삶과 죽음의 도리를 모른다면 그 같은 도리를 알고 사는 그 하루가 훨신 낫다.’는 표현처럼 ‘삶과 죽음의 도리’라고 의역하였고 전재성거사는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라고 직역하였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현실감 있는 표현이다. 빠따짜라 이야기도 무대가 사위성 근처에 흐르는 아찌라와띠 강이다. 아찌라와띠 강에서는 위두다바가 홍수에 휩쓸려 죽었고(게송47번) ‘물고기 까삘라 이야기’(게송334번~337번)등 여러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법구경 113번 빠따짜라, 114번 끼사고따미, 115번 바후뿟띠까 테이 이야기는 모두 기구한 사연을 갖은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구한 사연은 옛날이야기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세상에는 비참하고 기구한 사연들이 생겨나고 사라져가고 있을 것이다. 그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부처님 말씀과 인연되어 새로운 차원의 인생을 사는 계기가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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