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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단오맞이 소금 묻기

 

 

 

단오맞이 소금 묻기

 

사찰에서는 화재예방을 위해 매년 앞산 정상에 소금 묻는 행사를 한다. 어제가 소금 묻는 단오날 이었는데 대중스님들이 모두 깜박 잊었다.

아마 실상사 대중과 한달에 한번 차담을 나누기로 미리 약속을 잡아 놓았기에, 누구도 어제가 단오날이라고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단오 전날 상무주암 스님이 백장암에 전화를 하셔서 알게 되었다. 해서 하루늦은 오늘, 백장암 대중은 소금을 묻을겸 노스님을 뵈올겸 상무주암에 올랐다. 노스님은 올 때 송알수퍼에서 복수박 3박스와 등산로 입구에서 산뽕나무잎이 들어있는 자루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 부탁으로 인해 이번 산행은 영원사에서 출발하지 않고 가파른 지름길을 택했다. 중간에 산뽕나무 잎을 따고 있는 성지거사님 일행을 만났는데 이제 막 뽕잎을 따고 있었다. 갑자기 대중스님이 모두 뽕잎을 따는 울력에 나서게 되었다. 두어시간 산뽕잎을 따고 자루에 담아 지게를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산길이 가파라서 쉽지 않았다. 중간에 만나는 샘물은 가뭄에 말라버렸다. 목이 마른 우리는 수박을 하나 깨서 먹기로 했다. 우리에게는 노스님이 우리대중을 대접하려고 수박 심부름을 시켰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이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중간에 수박하나를 깨 먹는다고 노스님이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 수박을 지고 가던 스님은 짐이 가벼워 진다며 가장 큰 수박을 내놓았다. 목마른때에 몰래 먹는 수박은 참말로 맛났다

 

일도 했지만 수박도 먹고 쉬엄쉬엄 오르느라 우리 수박팀 5명은 11시쯤에 절에 도착했다. 노스님께 마당에서 인사를 드린후, 대중스님들은 산 정상에 소금 묻으러 떠났다. 나와 선덕스님은 노스님과 마루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라오다가 목말라서 수박 하나 깨 먹은 이야기를 고백하니 노스님은 잘했다고 웃으셨다.

그때 저쪽에서 어떤 보살님이 여기가 상무주암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며 그분을 노스님께 안내했다. 보살님은 노스님을 보고 감격하며 삼배를 올렸다. 노스님을 불교방송에서 친견하고 한번 와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오게된 것이라고.... 삼배하는 모습이 지극했다. 노스님 법문을 들어보니 어디가 좋았냐고 물으니, 보살님은 내용은 모르겠고 노스님이 법문하시는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찌르르~ 했다고 말한다. 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노스님께 물었다.

노스님 이 분이 노스님을 보고 찌르르 했다는 데 스님이 도대체 어떻게 법문 하신겁니까?”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스님이 더 잘 알겠지라고 노스님이 대답했다.

저는 스님을 봐도 찌르르 하지는 않고요, 다만 오랫동안 홀로 살아오셨겠구나 하는 느낌은 들어요

스님이 잘 아는 구만

"나야, 아무 재주가 없으니 이렇게 산에서 그냥 있는거지..."

"네, 스님 무용지물이 정말 쓸모 있는거 아닙니까?"

이러한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백장선원의 선덕스님은 가만히 웃고만 계셨다

잠시 잠시 이야기가 끊일때 반야봉을 쳐다보고 바람소리를 느꼈다. 조용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는 마루 앞에 살랑이는 하얀 꽃이랑 노스님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소금 묻으러 갔던 팀이 돌아오고 우리는 푸짐한 상무주암표 점심을 먹었다. 곰취, 가죽나무,갓김치,죽순,잡채등 비구니스님과 보살님들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은 일년에 한번 상무주암에서만 맛볼수 있는 특별한 공양이다.

점심을 먹고 노스님과 차를 마셨다. 말차는 선덕스님이 내려주시고 오룡차와 산뽕잎차는 다각스님이 내렸다. 노스님은 이렇게 저렇게 내리라고 지시를 하셨다. 차를 마시면서 몇스님이 질문을 던졌고 스님은 즉각즉각 대답으로 돌려주었다.

스님 외로울 때는 어떻게 해요?”

화두 들어야지!”

 

스님 발심이 안되면 어떻게 발심이 되게 하나요?”

벌써 삽십방이야

 

"스님 젊은 스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내가 젊은 스님들 걱정 한다고 해도 나의 일이고, 걱정을 하지 않는 다고 해도 나의 일이야."

"....걱정하지 않는 다고 말하면 무정하다고 하겠지만, 내가 걱정한다고 누가 고쳐지나"

........

 

차를 마시다가 산뽕잎을 다듬는 울력을 하였고 그렇게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노스님이 일어나시고 성지거사님이 와서 그동안 노스님이랑 있었던 일화들을 재미있게 이야기 해 주었다.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엄하신 모습을 보이시나 보다. "우리는 뽕잎따러 온게 아니다. 우리에게 왜 뽕잎 따는 울력을 시키냐"고 물을 때도 웃음으로 넘기시는 분인데... 노스님은 백장암 대중이 잘 짜여졌다고 칭찬하셨다. 백장암 대중을 칭찬하는건 작년 가을에 백장암 대중이 배추와 무우를 날라다준 효과도 있으리라. 오후 4시쯤이 되서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스님은 몇년전 보다 기력이 없어 보였다. 돌담 앞까지 나와 우리를 배웅 해주시는 노스님의 따듯한 손을 잡았다. 노스님과 있는 시간은 편안하게 흘렀다. 모든 것이 무상했으므로 그 시간도 무상하게 흘러갔으나 편안한 무상이었다.

(*오늘 상무주 암에서는 저의 페친이라고 밝히신 거사님 한분과 천장암에서 저와 인연이 있다는 보살님을 만났다.수원에서 처음 오셨다는 보살님과도 인연을 맺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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