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세나디 유부녀에게 홀리다>
법구경 60번 게송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지쳐 있는 나그네에게는 지척도 천리. 바른 진리를 깨닫지 못한 자에게는 윤회의 밤길이 아득하여라.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자에게 길은 멀다.
올바른 가르침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 윤회는 아득하다.
不寐夜長 疲倦道長 愚生死長 莫知正法
불매야장 피권도장 우생사장 막지정법
不眠者夜長,倦者由旬長,不明達正法 愚者輪迴長。
Dīghā jāgarato ratti, dīghaṁ santassa yojanaṁ,
dīgho bālānaṁ saṁsāro Saddhammaṁ avijānataṁ.
Long is the night to him who is awake, long is the yojana (a space of nine or twelve miles) to him who is weary; long is the chain of existence* to the foolish who do not know the true law. [Note: the chain of existence: samsara, chain of births and deaths which, goes on until we are freed from it by the knowledge of true law which leads to nirvana.]
[인연담]
어느 날 꼬살라 국왕 빠세나디는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 코끼리 뿐다리까를 타고 위엄을 갖추어 태양의 운행 방향을 따라 시내를 돌고 있었다. 이때 그는 어떤 집의 이층에서 창가에 몸을 기대고 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과 눈을 마주쳤는데, 그 여인은 왕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관리가 가서 알아보니 그 여자는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그랬지만 왕은 그녀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왕은 그 여자의 남편을 불러들였다.
왕의 부름을 받은 여인의 남편은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서 왕궁으로 가서 분부를 기다렸다.
"너는 1요자나 떨어진 강변에 가서 빨간 진흙과 흰색ㆍ푸른색의 연꽃을 구해가지고 오너라. 그것들을 가지고 너는 내일 저녁 내가 목욕을 하는 시간에 맞추어 되돌아와야 한다. 네가 시간을 어기거나 그걸 가지고 오지 못하면 너는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
한편, 그날 밤 빠세나디 왕은 여인에 대한 욕망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는 날이 밝으면 남편을 처형하고 여인을 왕궁으로 데리고 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는 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사람이 쇳물을 끓는 큰 가마 속에 들어가서 내지르는 듯한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뜨거운 쇳물 안에 몸이 빠진 상태로 머리만 밖으로 나온 어떤 사람이 잠시 고통을 식히려 하나 금세 다시 쇳물 속으로 빠질 때 내지르는 지옥고의 비명이었던 것이다.
이 괴상한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 들려왔으므로 그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왕은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 비몽사몽간에 어지러운 꿈을 꾸기도 했다. 그는 밤새도록 시달리느라고 긴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을 맞았다. 왕은 부인 말리까와 함께 부처님을 찾아가 그간의 이야기를 사뢰었다. 부처님은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대왕이여,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것은 당신이 죽으리라는 조짐이 아니오. "
"부처님이시여, 그들이 무슨 짓을 했기에 그런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까 ?"
왕은 부처님이 꿈을 해석해주는 말씀을 듣고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 생각 했다.
"나는 참으로 아주 무서운 악행을 저지를 뻔했구나. 남의 아내를 욕심 내는 마음을 품음으로써 지난밤에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이 시간 이후부터 다시는 이런 생각을 품지 않으리라.“
그는 부처님께 자기의 소감을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어젯밤 저는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이 얼마나 긴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때 왕에 의해 죽을 뻔했던 여인의 남편이 그 옆에서 왕의 말을 듣고 있다가 이렇게 한마디했다.
"부처님이시여, 지금 왕은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이 얼마나 긴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피곤한 자에게 있어서 1요자나의 거리는 얼마나 먼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두 사람의 말을 합쳐서 게송을 읊었다.
이 법문을 들은 빠세나디 왕은 희생하기 위해 잡아온 모든 생명들을 놓아 주었고, 성 내의 사람들은 말리까 왕비를 높이 찬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아내를 둔 사나이는 예류과를 성취하였다.
[해설]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자에게 길은 멀다. 올바른 가르침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 윤회는 아득하다.”는 가르침은 너무 유명한 가르침이고 내가 참 좋아하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윤회를 벗어나는 ‘올바른 가르침(Saddhamma)’은 무얼까? 세상에 윤회의 길을 벗어나는 가르침은 많치않다. 오히려 윤회를 원하거나 영생을 말함으로서 계속해서 존재에 집착하게 하는 가르침이 득세하고 있다. 고통의 원인인 감각적욕망에 대한 갈애(kāma tanhā), 존재에 대한 갈애(bhava tanhā), 단멸에 대한 갈애(vibhava tanhā)를 부추기면서도 자신들의 가르침을 ‘올바른 가르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국에가서 영생을 한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갈애(bhava tanhā)를 인정하는 것이다. 상견(常見)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 그런단계를 예비단계의 가르침이라고한다.
불교에서도 보시와 도덕적인 생활을 실천하여 천상에 태어난다는 예비단계의 가르침이 있는데 그 단계에서는 이 3가지 갈애를 인정한다. 그러나 사성제를 꿰뚫는 높은 단계의 가르침에서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 존재에 대한 갈애, 단멸에 대한 갈애를 소멸시키는 것이 목적이 된다. 바른 법(Saddhamma)을 안다는 것은 오온을 ‘이것은 내 것이 아니요, 이것은 내가 아니며, 이것은 내 자아가 아니다.’라고 통찰하는 것이고 ‘연기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보고, 진리를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M28)는 설명처럼 연기법을 깨우치는 것이다. 연기법을 보는 자에게 영생이라는 생각, 천국에 대한 갈망은 사라진다.
세상 사람들중에는 농담처럼 내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새로 태어나고 싶다는등의 소원을 말하는 이도 있다. 남자의 삶, 여자의 삶, 혹은 동물이 얼마나 괴롭게 사는지 모르고 피상적으로 알아서 생긴 망상이다. 불자들 가운데서도 천상에 태어나 오랫동안 즐거움을 맛보려는 이들이 있다. 윤회를 벗어나는 길은 아득하고 그렇게 매혹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천상에 태어나는 것은 희망을 주고 용기를 갖게한다. 천상에 태어나려면 보시를 하고 도덕적인 생활(十善業)을 하여 공덕을 지으면 된다. 수 많은 공덕중에서도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공덕이 가장 크다. 불자들이 천상에 태어나는(화생)것을 원한다면 그것도 칭찬 받아야하고 장려되어야 한다. 천상(天上)중에서도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꿈꾸는 것은 전통적으로 많은 불자들이 소원이었다. 그곳에서는 미륵보살이 계시고 고따마부처님도 그곳에 계시다가 세상에 오셨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하셨던 경허스님은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결사운동을 했었다. 경허선사가 지은 동수정혜동생도솔동성불과계(同修定慧同生兜率同成佛果契)에는 세세생생에 도반이 되어 함께 정혜를 닦아 함께 도솔천에 나되 한 사람이라도 따라오지 못한 이를 이끌어 주고자 했다. 경허의 깨달음만을 주장하는 현 풍토에서 경허의 도솔왕생결사는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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