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색한 아난다 재정관>
법구경 62번 게송
‘내 자식이다’ ‘내 재산이다’ 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은 괴로워한다.
제 몸도 자기 것이 아닌데 어찌 자식과 재산이 제 것일까?
‘내 자식,내 재산’이라고 어리석은 자는 괴로워한다.
자기도 자기 것이 아니거늘 하물며 자식, 하물며 재산이랴.
有子有財 愚唯汲汲 我且非我 何有子財.
유자유재 우유급급 아차비아 하유자재.
此我子我財 愚人常為憂。我且無有我,何有子與財
puttā matthi dhanaṃ matthi iti bālo vihaññati
attā hi attano natthi kuto puttā kuto dhanaṃ
The fool is tormented thinking ‘these sons belong to me’, ‘this wealth belong to me’, He himself does not belong to himself. How then can sons be his? How can wealth be his?
[인연담]
사왓티에 아난다라 불리는 아주 인색한 재정관이 살았다. 그는 황금 팔십만 냥을 가지고 있는 부자였으나 아주 빈한한 사람처럼 살았다. 그는 매달 보름달이 되면 온 가족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세 가지 훈계를 하곤 하였다. 첫째,우리 재산 황금 팔십만 냥을 절대로 많은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둘째,무엇이든지 일단 소유한 것은 절대로 남에게 주지 말 것. 셋째,언제나 재산을 조금이라도 늘릴 궁리를 할 것. 이 같은 훈계를 한 뒤 그는 늘 이렇게 덧 붙이는 것이었다.
"얘들아, 만약에 아무리 작은 동전이라도 한 푼 두 푼 나가기 시작하면 결국 많은 재산도 언젠가는 다 낭비되고 마는 법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그림의 물감이 어떻게 풍화되어 지워지는지, 개미들이 어떻게 자기 창고에 곡식을 모으며, 벌들이 어떻게 꿀을 모으는지를 관찰해 보아라. 지혜로운 자라면 의당 개미들처럼 가정 살림을 운영해 나가야 하느니라.“
얼마 뒤 그는 자기 아들들에게 다섯 군데 창고에 쌓여 있는 자기의 돈과 황금들을 보여 주고는 그만 죽어 버렸다. 이 무렵 사왓티 성문 근처에 있는 짠달라(천민) 마을에 빈민 수천 명이 모여 살고 있었는데, 부자는 죽어서 그 천민 중의 한 여인의 태로 들어갔다. 한편 왕은 재정관이 죽은 것을 알고 그의 아들 물라시리를 재정관에 임명했다.
짠달라들은 대개 구걸이 아니면 노동 품팔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아기를 임신한 여인이 아기를 가지고부터 짠달라들에게는 일거리가 생기지 않았고, 또 구걸을 나가도 음식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의논했다.
"이것은 필시 우리 사이에 누군가 재수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재수없는 사람을 찾아내기로 결정하여, 먼저 두패로 나뉘어 구걸을 나가 보았다. 그러자 한 패는 음식을 얻어온 데 반하여, 다른 한 패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빈손으로 돌아온 패를 다시 둘로 나누어 구걸을 나갔고, 이런 식으로 분류해 나감으로써 마침내 아난다를 밴 여인이 재수 없는 여자로 판명되었다. 짠달라들은 그 여자를 추방했다.
그렇게 추방된 여인은 구걸조차도 잘할 수 없는 악조건 속에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아기는 기형아였다. 손과 발이 이상스럽게 비틀어지고, 귀ㆍ코ㆍ입ㆍ눈 등도 제 위치에 붙어있지 않았다. 아기는 괴물처럼 보기 흉한 모습이어서 누구도 좋아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아기를 없고 구걸을 가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었고 아기를 놓아 두고 걸식을 나가면 겨우 자기 한 사람 먹을 만큼의 음식을 얻어올 수가 있었다.
아기가 일어서서 겨우 걸을 정도가 되었을 때 여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기에게 찌그러진 그릇 하나를 쥐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얘야, 너 때문에 나는 너무나 비참하게 살아왔단다. 이제 나도 너를 먹여 살리기에 진력이 나는구나. 이제는 네가 스스로 구걸을 해서 먹고 살아라.“
그래서 어린아이는 그릇을 손에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얻어먹으며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는 전생에 자기 집이었던 재정관의 저택에 가게 되었다. 마침내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아이는 세 번째 대문이 있는 곳까지 통과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전생의 아들인 물라시리에게 들키고 말았다. 물라시리는 그 아이의 흉악한 모습에 당황하여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주인의 울음소리에 놀라서 뛰어나온 하인들이 흉악한 어린 괴물을 내쫓아 버렸다.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다 비구와 함께 이곳으로 탁발을 나와 계시다가 그 소동을 목격하였다. 부처님은 물라시리에게 물었다.
"재정관이여, 그대는 이 아이를 모르는가 ?"
"부처님이시여, 모르겠습니다."
"재정관이여, 이 아이는 그대의 아버지였던 재정관 아난다의 후신이니라."
부처님의 이 말씀을 물라시리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아이에게 말했다.
"너는 지금부터 다섯 군데에 있는 보물 창고를 네 아들에게 찾아 보여 주어라."
그러자 흉물스런 아이는 부처님의 지시대로 다섯 군데의 보물 창고를 찾아 보였다. 그제서야 물라시리는 흉물이 자기 아버지의 후신이라는 것을 믿었고, 부처님과 담마와 상가에 귀의했다.”
[해설]
구두쇠라고 해서 손과 발이 비틀어지고, 귀코입눈등도 제 위치에 붙어 있지 않은 흉물스럼 모습, 재수 없는 박복한 아이로 태어났다는 것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 흉물스런 아이가 부처님법을 만나 귀의 했거나 도과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없다. 이렇게 된데에는 구두쇠라는 이유 말고 다른 원인이 있었으리라. 누구나 ‘내 재산이다’는 욕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너무나 당연한 이러한 사실 때문에 슬퍼하고 고뇌 하는 시간을 맞게 된다. 내 육신도 내 것이 아니거늘 하물며 자식, 하물며 재산이랴? 욕심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자. 잠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지리라. ‘나는 업의 소유자이고, 업의 상속자이고, 업을 모태로 삼는 자이고, 업을 친지로 하는 자이고, 업을 의지처로 하는 자로서, 내가 지은 선하거나 악한 업을 상속 받을 것이다.’(A10:48) 내가 죽은 후에는 나의 몸도 자식도 재산도 나를 따르지 않고 오직 내가 지은 업만이 나를 따른다. 이것을 안다면 어찌 함부로 살 수 있을까? 오늘 백기완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다고한다. 평생을 자비심과 공심을 가지고 살다가셨으니 좋은 곳에 가서 나셨으리라. 다음에 또 뵈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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