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단개혁

종단 최고지도자 연수 참가후기

종단 최고지도자 연수 참가후기


마곡사 근처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승랍30년 이상이 참가하는 종단 최초로 최고지도자 특별과정에 30년이상의 비구니스님 40명과 비구스님 16명이 참석하였다. 56명 참셕은 전체연수대상스님들 숫자에 비하면 아주 적다. 나는 올해 가까스로 30년이 되었는데 내 법랍의 두배가 넘는 까마득한 선배스님들도 보였다. 1952년도에 출가한 비구니 영운스님이 승랍이 65년으로 가장 높았고 올해 85세인 비구윤월스님이 세납이 가장 높았다. 연수교육이라는 걸 처음 참석했다는 스님은 토굴에 살기에 이제까지 종단에서 보낸 우편물은 한통도 받아보지 못하였는데 이번에는 연수교육을 알리는 우편물이 와서 참석하게 되었단다. 최근 포살을 위해 모든 스님들이 결계신고를 하게 된 효과이리라.


사실 최고지도자란 단지 승랍 30년이상이 되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고지도자라고 부르는 것을 좋게 받아 들이자면 출가해서 30년이상 절집에 산... 스님들을 어른으로 대접해드리겠다는 표현같기도 하고, 이제부터라도 최고지도자가 되셔야한다는 무언의 압력 같기도 하다. 최고지도자의 자질은 어떠해야할까? 정치와 오늘의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 사회복지와 불교계 역활, 최고지도자로 가는 길, 수행과 건강이라는 다섯 개의 강의가 2박3일 동안 이루어졌다.


스님들이 시대의 변화를 읽고 시대가 요구하는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편성된 주제들일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시대의 요구에 대응하기는 커녕 한국불교가 당면한 교리적 혼란이나 종단운영의 부조리에 눈감고 있는 스님들이 대부분이다. 한동안 사회를 잊고 산속에서 살아왔던 스님들은 대체로 강의를 신선하게 생각하는 듯 하였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적어도 최고의 지도자가 되려면 종단이 어떻게 운영되고 스님과 승가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이야기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스님들을 피교육자로만 생각하여 강의를 듣게 하는 것으로 끝마쳐서는 미흡하다. 이번에 참석한 스님들은 사찰에서 평생 법문하고 참선하고 상담하고 불사를 하며 살아온 분들이다. 최고 지도자로서 이 분들을 대접하는 것은 스님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떻게 수행하고 포교 해오셨는지 총무원장스님과 교육원장스님이 직접 들어야한다. 선거권을 가진 스님들만 찾아 다니며 내편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모시기 어려운 분들을 모셨놓고 재가자 강사들의 강의만 듣게하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하다.


다행스럽게도 나와같은 아쉬움을 느끼신 선배스님 한분이 저녁공양 후에 우리끼리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 하여 우리들만의 시간이 생겨났다. 자발적으로 모인 18명의 스님들이 자기소개, 연수교육 참석소감, 종단에 대한 생각과 바라는 점등을 이야기했다. 만남이 그리워 모이셨기 때문인지 오가는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연수교육을 생전 처음 나왔다는 스님,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스님, 외로워서 스님들 얼굴 보려고 왔다는 스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치료과정을 들려준 스님, 300만명 불자가 감소한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스님등 종종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혼자서 오래 이야기하는 스님들이 있었지만 적절한 사회자의 재치로 별탈없이 끝마쳤다.

스님들 얼굴보고 싶어서 나왔다는 스님들이 가장 많았다. 독신으로 살아오신 스님들, 대중처소를 떠나 자의로 혹은 타의로 혼자 살아온 스님들이 요즘 유행하는 혼밥 혼술의 원조일 것이다. 혼자 살기위해 출가한 것은 아닐진데 홀로 머무는 것이 삶의 목표는 아니었을 텐데 스님들은 어젠가부터 공동체를 떠나 혼자살게 되었다. 승가에 모여살기가 퍽퍽해 졌다. 소유의 차이 때문이다. 승가안에서 벌어지는 부익부빈익빈의 경쟁, 각자도생하게 만드는 공동체의 붕괴가 만들어낸 모습이다.

대부분 얼굴도 모르고 이제까지 한번도 만난적이 없지만 맘속으로 그리워 했던 스님들이다. 다리를 쩔뚝이며 지팡이를 짚고 오신 스님, 농사를 짓다가 오셨는지 두툼한 손을 가진 스님, 페친스님, 20대에 같은 선방에서 공부했던 스님...나는 나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 참석했다.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직선제와 적폐청산을 위해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나에게 휴식이 필요했다. 살면 살수록 인생은 혼자서 가는 길임을 느낀다. 또 그만큼 공동체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연수교육에 참가하니 그래도 같은 길을 가는 도반 선배스님들이 있다. 그분들과 자주모여 토론하고 탁마하고 산책하고 차마시면 조금더 행복할텐데... 이렇게 자주 모이다보면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벗어나 시대정신을 배우고 승가의 책임을 말하는 그런 승가공동체가 되어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야 한다.나 자신의 이익과 나 자신의 괴로움만을 고민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중생의 안락과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기에...

몇몇스님들은 나와 불자님들의 1인시위 상황을 익히 알고 계셨고 위로를 해 주셨다. 서로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는 스님들을 보고 희망과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시간을 공유하고 생각을 교환하는 일이 늘어 났으면 좋겠다. 같이 고요하게 아늑하게 늙어 갔으면 좋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