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단개혁

산철만행8




산철만행8

 아직 편안하게 그럴듯한 유서를 장만해 놓지 못한 나에게 도반스님은 말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내가 불쑥 어떤 유언을 남길거냐고 내가 물었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보니 미안하고 미안하고 고맙더라는 그 말이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나는 느껴야 했다. 거의 눈에 눈물이 고일듯한 그 눈동자는 진실이 켜져 있었다. 속으로는 멋지다고 생각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고맙다는게 이해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삶은 그렇게 아득하면서도 선명한 것이다. 언덕을 올라가는 차 바퀴에서 탄내가 났다.


토굴에서 지내는 선배스님을 찾아 뵙고 싶었다. 그런데 혼자 나서기가 서먹해서 전화를 했다. 사람 만나는게 재밌다는 그 스님이기에 당연히 같이 갈거라고 생각했다. 우거진 소나무 아래 황토흙집에서 머무시는 선배스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여전하시다. 소나무처럼 늙어 가시는 모습이 든든하다. 나는 가져간 보이차를 내밀었다. 요즘 선물을 준비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도 변화한다.  직선제 이야기를 꺼냈지만 설득 시키려하고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요즘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 할 주제가 확고해서 좋다. 질문을 기다리듯이 적당한 선에서 말을 멈추었다. 사람하나 바뀐다고 종단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직선제를 해도 돈이 더 많이 든다는, 또 비구니들이 뭉치면 종단이 우습게 된다는 늘 듣던 그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숫자가 많은 편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비구니가 출가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뭉쳐도 몇 년안에 별개 아니게 된다. 만명에 가가운 사람들에게 돈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 대중의 뜻이 명확하게 확인 되었는데도 실행해 보지도 않는 것은 비상식이다. 그런 집단은 건강하지 않다. 대중의 불신이 커져서 후유증이 크게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대답으로 이제까지는 상대방을 거의 대체로 잠재웠는데 멧집이 강하신 선배님, 나의 대답에도 별로 주저함이 없이 이미 조계종은 좌파에 의해서 점령당했단다. 아득했다. 용기를 내어 좌파가 무슨 의미냐고 물어야 했다. 그 스님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좌파우파를 가르면서 북한의 사회주의 고려연방제라는 단어들이 나오는 걸로 봐서 종북, 빨갱이라는 것하고 관련이 있어 보였다. 나는 즉각 승가공동체가 가장 오래된 사회주의이고 요즘 그게 무너져 직선제를 지지하는 시절이 된거 아니냐고 승가가 사회주의 원리로 운영되는 것은 전통이며 좋은 거라고 했다. 그게 왜 좋은지 스님은 더 묻지 않았다.


내가 놀라운 것은 좌파우파로 사회를 나누고 승가를 나누는 안목이다. 요즘은 세속이나 출세간이나 돈 앞에 줄서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다만 사람에 따라 성장과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 다를 수 있는데 그 차이가 좌파우파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새삼 승가안에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내가 옳치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깨져라. 선배님이 옳치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깨져라. 그렇게 깨지고 다시 세워라. 그런 중도를 찾아가는 대화를 하라는 내면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내놓을 필요가 있겠다. 내게는 그게 최선이라고 해도 다른 이의 생각을 들어 볼 필요가 있겠다.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이런 생각에 동의했다. 악수를 나누는 선배스님의 얼굴이 편안하지는 않다. 다시와서 괴롭히리라. 다시 오기 위해서는 선물도 준비하고 뱀처럼 더 지혜로워져야 하리라. 나와 선배스님의 치열한 대화를 듣고 있었던 도반스님은 편안해 보였다. 죽을 때 뭐라고 하면서 죽을거야라고 물었을때 나는 간신히 ‘살려줘~’라고 비명을 지르겠다. 그런데 이것도 바뀔지 모르겠다. '직선제~ㅎㅎ'

728x90

'종단개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계사가 사유지인가?  (0) 2017.07.02
전국수좌회 성명서를 적극 지지하며...  (0) 2017.03.28
산철만행7  (0) 2017.03.21
산철만행1~6  (0) 2017.03.14
총무원장 직선제 5문 5답  (0) 2017.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