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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자전거 여행가-다이수께

 

 

dream

 

 

  

꿈이 중요한 것인 줄 몰랐다.

꿈이라면 쫓아야 할 것이 아니라 “꿈 깨”처럼 깨져야 할 것이거나, 꿈은 현실이 아닌 비현실의 무지개 혹은 아지랑이였다. 설사 그것이 희망이란 의미로 다가온다 해도 그 희망이 나를 매혹시키기엔 나는 세상을 너무 많이 건너와 버렸다. 고단한 우리의 인생길에 그 희망이란 거기에 마땅히 있는 무엇이 아니라 거기에 마땅히 있어야 무엇이었다.

그것은 희망을 쫓는 우리의 의지가 만들어낸 욕망의 반영 이거나 이미지였다.

이러한 나의 생각이 잘못 되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의 인생 전부를 꿈을 쫓아다닌 사람을 만났다.

7월 어느날 나는 델리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들었는데 그곳에서 목욕하고 막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있는 한 일본인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daisuke nakanish.

그는 28세부터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떠나 올해 11년째 여행을 하고 있는 39살의  청년이었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daisukebike.be )

그는 내일 다시 방콕으로 가서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자전거로 여행한 다음, 중국대륙을 가로질러 청도에 도착한 다음 인천으로 배를 타고 들어와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한 다음 일본에 도착하는 것으로 그의 11년 자전거여행을 끝마치게 될 것이다.

그는 인도에서 4달을 지냈는데 델리-마날리-라다크()까지 자전거로 여행했다고  한다.     

나는 그와 3일을 동행하면서 매일 식사를 하였고 틈틈히 그의 여행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에 나의 물음과 그의 대답이 있다.

 

 

 

Daisuke

 

질문] 11년 동안이나 자전거여행을 하는가?

] 어릴적부터 가졌던 꿈이었다.

 

질문]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당신이 느낀 것이 무엇인가?

] 자유다.

 

질문] 떠나지 않고 사는 것에 자유는 없단 말인가?

 ] 아마 그 속에서도 제한적인 자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호기심이 많다. 나는 많은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싶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질문]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 자유다. 나는 내가 선택한 자유 때문에 여자 친구를 잃었고 직장을 잃었다. 그러나 나는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나는 돈이나 명예나 사랑하는 사람과 안락하게 사는 것보다 자유를 더 좋아한다.

 

질문] 당신은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지만 자유에는 집착하고 있다.

] 그렇다. 나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어제를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 이 순간만을 살아갈 뿐이다.

 

질문] 여행하는 동안에 어려운 일은 없었는가?

왜 없었겟는가? 돈과 카드를 모두 도둑맞아서 일본에 돌아가서 다시 재발급 받아와야 했던 경우도 있었고 산맥을 넘다가 자전거가 계곡에 쳐 박혀서 온몸에 상처를 입고 오랫동안 꼼짝도 못하고 있다가 몇 시간 만에 지나가는 차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야에 걸려 죽다 살았고 사막에 텐트를 치고 자다가 하이에나가 몇 시간 동안 텐트 주위를 어슬렁 거려서 밤새 두려움에 떨기도 하였다. 이 밖에 열 번 정도 죽을 고비를 넘긴 것 같다.

 

질문]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말해달라.

] 모든 곳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기억에 남는다.

 

질문] 기억에 남는 친구를 말해 달라

]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라 모두 기억에 남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친구들의 이메일 주소는 5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여행하는 동안 내가 만나 친구는 1000명이 넘을 것이다. 스위스의 어떤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 집에서 6개월 이상 머물렀다. 그만치 그 친구는 나의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였다.    

 

 

 

  World map with route drawn

                   빨간 표시가 자전거로 여행한 곳이고 연록색은 배와 비행기를 이용한 경로이다.

                그의 사진을 올리려고 시도했지만 실패, 그의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가져왔다. 

 

 

질문] 지금 까지 몇 나라를 여행했는가?

] 127개국이다. 그러나 갔던 곳을 두 번 세 번 간 곳이 여러 번 이기에 실제로 내가 방문한 나라는 200국이 넘을 것이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200번이 넘는 인터뷰를 한 것 같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강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방문한 곳마다 자신을 취재한 신문을 모은 스크랩북을 보여 주었다 )

 

질문] 나에게는 꿈이 없다. 어떻게 나는 나의 꿈을 찾을 수 있겠는가? 나에게 조언을 해달라.

] 당신이 알 것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여행이든 명상이든, 공부든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너의 꿈을 이루는 길이다. 꼭 그것이 자전거 여행을  필요는 없다.

 

 

질문] 당신은 행복한가?

] 행복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어렵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기에 행복하다. 이 일이 끝나면 나는 다른 꿈에 다시 도전 할 것이다.

 

질문] 다음 꿈은 무엇인가?

] 나는 이번 자전거여행을 위해서 6년동안 돈을 모았다. 내가 11년동안 사용한 돈은 약 6000만원 정도이다. 나는 나의 여행기록을 정리하여 책을 내고자 한다. 그것으로 돈이 모이면 좋지만 안 팔린다고 하여도 일을 해서 또 돈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직 다음 꿈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질문]인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인도는 이해 불가능한 나라이다. 그들은 감사하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안한다. 서양사람들에게는 관대할 정도로 친절하지만 나같은 동양인은 무시한다. 아예 말하기를 꺼린다. 아마 그들의 잣대로라면 나는 그들의 카스트계급에서 가장 아랫단계에 해당할 것이다. 나는 불가촉 천민이기에 그들은 내 자전거 여행에도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내게 다가와 사기를 치려한다. 내가 이제까지 다녀본 127개국 중에서 최악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질문] 내일 아침 11시 비행기를 타려면 아마 8시쯤에는 공항가는 택시를 타야 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자는 것이 좋겠다.

] 내가 왜 택시를 타나?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갈 것이다. 1시간이면 자전거로 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질문] 그렇구나. 당신에게는 자전거가 있었구나. 암튼 당신이 많이 부럽고 당신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

] 나도 그렇다. 내가 이제까지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한국의 친구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너가 처음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첫 번째 한국 친구다.

 

 

 

질문] 지금 당장 죽는 다면 어떤 기분이 들것 같은가?

] 그냥 죽을 것이다. 태어났으니 죽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리고 나는 나의 꿈대로 자전거 세계일주를 하고 있으니 후회될 만한 것도 없다.

 

질문] 당신은 사랑스런 여인이나, 자식이나 ,부모나, 친구들 보다 자전거 여행이 더좋은가?

] 그렇다. 나는 자유가 가장 소중하다. 내가 어떤 여인을 사랑한다면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 떠나는 기회를 잃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애인도 만들지 않는다.

 

질문] 그렇다면 결혼은 하지 않을 생각인가?

]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질문] 젊어서 여행하다가 늙으면 결혼할 것이라면 늙은 당신을 누가 좋아 하겠는가?

욕심이 지나치다.

] 하하..그래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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