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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경 스님] “시대 고통 외면 불교엔 희망없다”

“시대 고통 외면 불교엔 희망없다”
오체투지 나서는 수경 스님 소회 밝혀
“비불교적 행태 참회…환골탈퇴 염원”
28일 오후 2시 신원사 중악단서 입재
기사등록일 [2009년 03월 25일 17:37 수요일]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는 불교에 미래는 없다. 그럼 나는 스님다운 삶을 살았나? 참회하고 또 참회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정도를 걷기 위해 다시 땅에 온몸을 던진다.”

3월 28일 다시 오체투지 순례를 나서는 화계사 주지 수경<사진> 스님이 지난 3월 23일 불교 종단과 스님 노릇에 대한 착잡한 소회를 밝히며 참회로서 희망의 씨앗을 땅에 심겠노라고 발원했다.

 

 

그리고 오체투지는 자신이 “오로지 살고자 하는 길이자 기도”라며 목숨 건 순례를 예고했다.

 

 

 

수경 스님은 “40년 스님 노릇을 하며 정도의 길을 걸어왔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진솔하게 계를 다 지켜왔나? 체면 차리고 직업으로서 스님 노릇만 해 온 것 같다. 감당이 되지 않았다”고 자신을 책했다.

계속된 스님의 고백은 솔직했다.

 

 

스님은 “자기합리화 시키고 대접받으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심이 많았다. 이 사회에서 성직자로서의 길이 무엇인가 몇 개월 씨름했었다”며 “그 동안 산에 사는 도둑이었더라”고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나 스님은 “시대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시작한 환경운동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대접 받는 스님 아닌가?”라며 “대접 받으면 스님으로서는 끝이다. 그러나 자신도 일단 수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적당히 타협하며 살지 않겠노라. 마지막 내 삶을 치열하게 살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경 스님은 불교계도 잘잘못을 먼저 드러내놓고 참회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현재의 불교를 비관적으로 본다. 외형은 그럴싸하나 수행 체계는 혼란스럽고 곳곳에서 갈팡질팡하니 비불교적 행태가 횡횡한다”며 그 예로 용산 참사 천도재와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국난극복 법회를 들었다.

 

 

“용산 참사 이후 조계사에서 천도재를 지낸다고 하니 안 된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서울경찰청장에 내정된 김석기 청장이 불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자이니 도와주지 못할망정 조계사서 규탄한다면 불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 시각이 암담했다.”

스님은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토를 파헤쳐 극복하겠다는 대통령을 초대, 호텔에서 법회를 하는 것이 과연 불교인가. 불교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지 않나”라며 반문한 뒤 “이런 시기에 성직자가 왜 필요한지, 그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수경 스님은 애종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스님은 “오체투지 답사 때 마곡사 등 지역 불교 얘기를 들었다. 망신당해도 다 드러내놓고 부처님 앞에 참회하고 새로 거듭나는 계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종단도 마찬가지다. 총무원장 선거 때문에 야합하고 지난해 정부를 비판했던 사실을 잊고 하루아침에 돌변해 정부 홍보기능까지 한다”며 “이런 상황들을 덮지 말고 양심적으로 드러내서 참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스님은 지역에서 목사와 신부가 어른 노릇을 하는 현실, 본사나 말사 주지 스님들이 정부 예산 많이 따오는 것이 능력으로 비춰지는 현실을 개탄했다.

스님은 “우리 불교는 소수종교다”라며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고 지역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책했다.

 

 

그래서 수경 스님은 다시 땅에 온몸을 던져 길을 묻고자 했다. 모든 문제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스스로가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살기 위한 목숨 건 순례인 것이다. 그리고 스님은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는 불교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싶은 심정인 것이리라.

 

 

“이런 고민들을 안고 남은 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려는 노력입니다. 그 기도가 오체투지입니다. 조금이라도 양심적으로 사는 사회가 되길 기원하는 기도입니다. 시대의 등불, 고통을 함께하는 종교인 불교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한편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과 전주 평화동 성당 문규현 주임신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 등 기도 순례단은 3월 28일 오후 2시 공주 신원사 중악단에서 임진각까지 오체투지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1차 회향 후 2차 오체투지인 이번 순례 역시 사회와 뭇생명의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며, 자연과 사람의 만남과 화해,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상생, 사회와 사회의 만남과 공존을 염원하는 기도다.

 

 

순례단은 3월 28일 오체투지에 앞서 오후 1시 신원사 중악단에서 다시 순례의 시작을 알리는 천고제를 지낸 후 천안, 평택, 오산, 화성, 수원, 의왕, 안양, 과천, 서울을 거쳐 임진각까지 약 230km의 순례를 진행한다. 삼보일배로 하루 약 4km의 거리를 나아갈 예정이며 74일 동안 생명과 평화, 상생의 기도를 올릴 예정이다.

 

 

한편 3월 28일 오후 2시 공주 신원사 중악단에서는 오테투지 순례를 하늘에 고하는 천고제가 봉행된다. 고천문 낭독에 이어 신경림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수덕사 수좌 설정 스님이 법을 설하며, 이현주 목사가 기도를 올릴 예정이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오체투지 순례단 기도문 전문.

 

기도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 다시 길을 떠납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나서는 오체투지 순례 2년차의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순례단은 지난 2008년 우리 사회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기도순례를 떠났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갈등, 사람과 자연의 갈등, 남북 북의 갈등처럼 우리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평화와 생명의 길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희망의 연대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이름 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민초들의 삶이 바로 이 땅을 움직이는 참된 주인이기에 그들을 바라보며 희망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순례단은 그 길에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하루하루 미래를 만들어가는 삶을 만나고 생명을 만나고 평화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또다시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 지난 순례길을 통해 우리는 경제적 부가 아닌 국토와 자연을 섬기는 가치관이 확산되기를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람의 목숨도 자연의 생명도 가벼이 여기는 절망스러운 모습만 넘쳐날 뿐입니다. 경제회복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국민의 생명수인 4대강을 파헤친다하고, 법집행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에서 국민의 소중한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여깁니다. 이명박 식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정치도, 공권력도 본디 의미를 상실하고 낡은 폭압적 권력을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또한 경제적 부가 삶과 사회의 모든 가치 판단의기준이 되어 본말이 전도된 사회는 어느새 ‘녹색’과 ‘생명’의 의미마저도 ‘개발’과 ‘죽음’으로 전도된 상황입니다. 무엇이 생명이고 무엇이 함께하는 연대의 삶인지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앞뒤 좌우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국민의 절망과 탄식소리뿐입니다. 생명과 평화, 연대의 가치를 거부하는 낡은 지배자의 가치관은 지난한 우리 사회의 공동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성과를 가차 없이 잘라버리고 파헤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지식인도 종교인도 매양 다르지 않습니다. 때로는 국민에게 위안을 주지 못하는 종교인이라는 이 허상도 절망스럽고 죄스러울 뿐입니다.

 

 

○ 상황이 절망스럽지만 희망을 찾기 위한 몸짓은 중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천지간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봄날을 맞아 다시 우리의 몸을 낮추는 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소생의 기운으로 생명의 찬가를 부르는 시절에, 우주적 삶을 보여주는 한 마리 자벌레의 몸짓처럼 천지 자연의 순리대로 우리네 삶과 사회, 자연을 따라 길을 가고자 합니다. 그 생명의 소리를 따라 죽음과 절망의 소리를 지워버리고, 우리의 왜곡된 삶을 성찰하며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 존재하는 국민에게 평화와 생명의 소리를 청하고자 합니다. 하늘과 땅과 국민이 다름이 아니고 하나의 존재이며 우리가 모셔야 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의 기도 순례는 국민과 국토를 무한히 섬기겠다는 서약입니다. 우리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삶이 결코 둘 일수 없듯이, 우리 사회의 평화와 생명의 길, 사람의 길은 본디 하나일 것입니다. 더 낮은 자세로 우리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그 속에서 생명과 평화의 길을 찾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국민을 위해 기도하고자 합니다.

 

 

○ 다시금 회향을 기약할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하고자 하는 수많은 생명과 평화의 작은 몸짓들과 함께 길을 만들면서 나서고자 합니다. 그 길에서 생명과 평화를 위한 작은 소리와 몸짓이 세상을 바꾸는 밀알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오셔서 우리 사회와 온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작은 정진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도- 사람과 생명,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단

 


992호 [2009년 03월 25일 17:37]

출처 : 화엄경보현행원(부사모)
글쓴이 : 파랑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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