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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

12연기공부

 

십이연기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불교신문)
문: 십이연기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선뜻 와 닿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천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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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緣起)의 도리는 〈대연경〉에서 “심오한 가르침”이라고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을 만큼 깊고 어려운 가르침입니다. 그러므로 한정된 지면으로 제대로 설명한다는 것은 정말 무리한 시도입니다. 연기의 가르침은 초기경에서 이미 6지(支) 연기, 8지 연기, 9지 연기, 10지 연기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것이 완성된 형태로 최종으로 정리된 것이 바로 12지 연기이고 이를 우리는 십이연기라고 부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초기경에서 부처님께서 연기를 설하신 것은 모두 예외 없이 ⑪생-⑫노사우비고뇌로 표현되는 괴로움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함이지 우주의 생성원리 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합니다.

십이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12연기는 <원인과 결과의 반복적 지속>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간과해버리면 십이연기는 그때부터 혼란스러워 집니다. 12연기 가운데 ①무명-②행과 ⑧애-⑨취-⑩유는 원인의 고리이고 나머지 ③식-④명색-⑤육입-⑥촉-⑦수와 ⑪생-⑫노사우비고뇌는 결과(과보)의 연결고리입니다. 이렇게 12연기는 원인의 연결고리와 결과의 연결고리가 반복적으로 연결되어서 괴로움의 발생구조를 중층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괴로움의 직접적인 원인은 애-취-유이고 근원적 원인은 무명과 행입니다. 그래서 사성제에서는 괴로움의 원인을 애(갈애)라고 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괴로움이라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갈애를 척파해야 하며 갈애를 척파하기 위해서는 갈애가 일어나는 조건인 식-명색-육입-촉-수의 연기구조를 이해해야하고[正見] 이를 바탕으로 팔정도를 실천해야합니다.

이렇게 원인-결과의 중층적 고리인 12연기는 이미 다양한 부파의 다양한 대가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설명되어 왔습니다. 《구사론》에서는 한 찰나에 연기의 12지가 동시에 함께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찰나(刹那)연기”와, 12찰나에 걸쳐서 연속적으로 12지가 연이어서 상속(相續)한다는 “연박(連縛)연기”와, 여러 생에 걸쳐서 시간을 건너뛰어서 12지가 상속한다는 “원속(遠續)연기”와, 12지는 모두 5온을 본질로 하여 매순간 오온이 생멸하면서 상속하지만 특정 순간의 두드러진 상태(分位)에 근거하여 각각의 명칭을 설정한 것이라는 “분위(分位)연기”의 넷을 들고 있습니다. 설일체유부에서는 분위연기를 정설로 간주합니다.

그 외에도 연기의 핵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업감연기니 공연기니 아뢰야연기니 여래장연기니 법계연기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연기의 가르침은 역사적으로 전개되어온 모든 불교를 불교이게 하는 핵심이 되는 것임은 자명합니다.

십이연기를 접하면서 우리가 명심해야하는 더욱 중요한 사실은, 연기의 가르침은 자아니 진아니 대아니 주인공이니 하는 존재론적인 실체를 상정하고 그것과 하나 되는 것쯤막?깨달음을 착각하지 말라고 단언한다는 것입니다. 존재론적인 실체는 어느 시대 어느 불교에도 결코 발붙일 틈이 없습니다. 만일 여래장이나 진여나 불성을 존재론적인 실체로 이해해버린다면 그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불교라는 깃발을 내걸고 외도짓거리를 하는 현양매구(懸羊賣狗)일 뿐입니다. 이것이 실천적 측면에서 본 십이연기의 중요성일 것입니다.

 

Re:12연기 중에서..

12연기는 하나의 관점에서 12가지 각지 모두를 설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청정도론에서 붓다고사 스님도 연기의 설명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지적처럼 12연기에서 가장 애매한 부분이 식과 명색과의 관계입니다. 식은 명색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남방 상좌부에서는 연기를 삼세양중인과로 설명하고 연기의 중중무진한 측면은 24가지 조건(빠짜야)으로 설명합니다. 자세한 것은 아비담마 길라잡이 8장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식에 관해서 면저 말씀드릴 것은 식(알음알이)은 모두 찰라생/찰라멸이라는 점입니다. 삼세양중인과의 측면에 따르면 12연기의 식은 재생연결식(빠띠산디 윈냐나)입니다. 전생의 죽음의 마음(쭈띠찌따, 死識)에 조건지워져서 이 사식이 생겼다 멸한 바로 다음에 이 재생연결식이 일어났다 멸하고 그러면 이것을 반연하여 다음 생의 수없는 식들이 조건따라 생멸을 거듭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식은 찰라생찰라멸을 거듭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삼세양중인과의 측면에서 12연기의 식은 재생연결식이라고 상좌부에서는 못밖아서 말합니다. 그러면 이 식에 조건지워져서 다음 찰라에 다음생의 오온이 생멸을 거듭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식을 윤회의 주체라던지 식만 존재한다던지하는 발상은 붙을 곳이 없습니다. 이것이 상좌부의 전통적인 이해입니다.

12연기에서 찰라연기로 설명되는 부분은 입-촉-수-애-취-유입니다. 이 부분은 육육경 등에서는 내입-외입-식-촉-수-애로 육육 36으로 설명이 되고 다시 다른 연기의 설명 등에서는 내입-외입-식-촉-수-애-취-유의 팔지연기로 설명이 됩니다. 이부분은 찰라연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기는 삼세양중인과와 중중무진의 찰라연기의 측면을 다 고려해야할 듯합니다. 상좌부의 연기의 이해는 아비담마 길라잡이 8장에 잘 설명이 되어있으니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로 간략하게 답변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각묵 합장

육육경 등에서 나타나는 내입-외입-식 등의 연기를 12연기의 식과 명색과 연관짓기는 곤란하다 생각합니다. 12연기 전체를 찰라연기로 이해하려 하면 곤란한 문제가 많습니다. 저는 6지나 8지연기는 찰라연기의 측면에서 12연기는 삼세양중인과와 찰라연기의 조합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자세한 것은 아비담마 길라잡이 8장의 연기각지의 설명으로 대신합니다. 참조하시면 상좌부 전통의 12지연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03.07.0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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