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훈민정음과 범어

정인지 서문(鄭麟趾序)

 

I. 어제(御製: 서문 및 예의)

1. 어제 서문 (창제 취지)

[한문] ○是月, 訓民正音成。 御製曰: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 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易習, 便於日用耳。

  • [한글 번역] 이달에 『훈민정음』이 완성되었다. 임금이 몸소 지은 글(어제)에서 말하였다. "나라의 말소리가 중국과 달라 문자(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롭게 스물여덟 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2. 초성(자음) 및 병서법 예의

[한문] ㄱ牙音, 如君字初發聲, 竝書如蚪字初發聲。 ㅋ牙音, 如快字初發聲。 ㆁ牙音, 如業字初發聲。 ㄷ舌音, 如斗字初發聲, 竝書如覃字初發聲。 ㅌ舌音, 如呑字初發聲。 ㄴ舌音, 如那字初發聲。 ㅂ唇音, 如彆字初發聲, 竝書如步字初發聲。 ㅍ唇音, 如漂字初發聲。 ㅁ唇音, 如彌字初發聲。 ㅈ齒音, 如卽字初發聲, 竝書如慈字初發聲。 ㅊ齒音, 如侵字初發聲。 ㅅ齒音, 如戍字初發聲, 竝書如邪字初發聲。 ㆆ喉音, 如挹字初發聲。 ㅎ喉音, 如虛字初發聲, 竝書如洪字初發聲。 ㅇ喉音, 如欲字初發聲。 ㄹ半舌音, 如閭字初發聲。 ㅿ半齒音, 如穰字初發聲。

  • [한글 번역]
    • 은 아음(어금닛소리)이니 '君(군)' 자의 첫발성과 같고, 나란히 쓰면(竝書) '蚪(두)'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아음이니 '快(쾌)'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아음이니 '業(업)'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설음(혓소리)이니 '斗(두)' 자의 첫발성과 같고, 나란히 쓰면 '覃(담)'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설음이니 '呑(탄)'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설음이니 '那(나)'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순음(입술소리)이니 '彆(별)' 자의 첫발성과 같고, 나란히 쓰면 '步(보)'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순음이니 '漂(표)'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순음이니 '彌(미)'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치음(잇소리)이니 '卽(즉)' 자의 첫발성과 같고, 나란히 쓰면 '慈(자)'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치음이니 '侵(침)'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치음이니 '戌(술)' 자의 첫발성과 같고, 나란히 쓰면 '邪(사)'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후음(목구멍소리)이니 '挹(읍)'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후음이니 '虛(허)' 자의 첫발성과 같고, 나란히 쓰면 '洪(홍)'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후음이니 '欲(욕)'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반설음이니 '閭(려)' 자의 첫발성과 같다.
    • 은 반치음이니 '穰(양)' 자의 첫발성과 같다.

3. 중성(모음) 예의

[한문] ㆍ如呑字中聲, ㅡ如卽字中聲, ㅣ如侵字中聲, ㅗ如洪字中聲, ㅏ如覃字中聲, ㅜ如君字中聲, ㅓ如業字中聲, ㅛ如欲字中聲, ㅑ如穰字中聲, ㅠ如戌字中聲, ㅕ如彆字中聲。

  • [한글 번역]
    • 는 '呑(탄)' 자의 중성(가운데소리)과 같다.
    • 는 '卽(즉)'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侵(침)'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洪(홍)'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覃(담)'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君(군)'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業(업)'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欲(욕)'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穰(양)'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戌(술)' 자의 중성과 같다.
    • 는 '彆(별)' 자의 중성과 같다.

4. 종성 사용법 및 결합/운용 방식 (연서법, 용음법, 결합 법칙, 성조)

[한문] 終聲復用初聲。 ㅇ連書唇音之下, 則爲唇輕音, 初聲合用則竝書。 終聲同。 ㆍㅡㅗㅜㅛㅠ附書初聲之下, ㅣㅓㅏㅑㅕ附書於右。 凡字必合而成音, 左加一點則去聲, 二則上聲, 無則平聲。 入聲加點同而促急。

  • [한글 번역] 종성(끝소리)은 다시 초성(첫소리)을 사용한다. 'ㅇ'을 순음(입술소리) 아래에 이어 쓰면(連書) 순경음(입술가벼운소리)이 되고, 초성을 어울려 쓸 때에는 나란히 쓴다(竝書). 종성도 이와 같다. 'ㆍ, ㅡ, ㅗ, ㅜ, ㅛ, ㅠ'는 초성의 아래에 붙여 쓰고, 'ㅣ, ㅓ, ㅏ, ㅑ, ㅕ'는 초성의 오른쪽에 붙여 쓴다. 무릇 모든 글자는 반드시 합해져야 음을 이루니, 왼쪽에 점을 하나 더하면 거성이요, 둘이면 상성이요, 없으면 평성이다. 입성은 점을 더하는 것은 같으나 빠르게 촉급하다.

II. 예조판서 정인지 서문(鄭麟趾序)

1. 천지 자연의 소리와 문자의 원리

[한문] 禮曹判書鄭麟趾序曰: 有天地自然之聲, 則必有天地自然之文, 所以古人因聲制字, 以通萬物之情, 以載三才之道, 而後世不能易也。 然四方風土區別, 聲氣亦隨而異焉。 蓋外國之語, 有其聲而無其字, 假中國之字, 以通其用, 是猶柄鑿之鉏鋙也, 豈能達而無礙乎? 要皆各隨所處而安, 不可强之使同也。

  • [한글 번역] 예조판서 정인지가 서문을 붙이다. "천지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자가 있으니, 옛 사람이 소리로 인하여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실정을 통하게 하고 삼재(하늘·땅·사람)의 도리를 실었으므로 후세에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방의 풍토가 서로 다르매 소리의 기운 역시 이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무릇 중국 외 나라의 말은 그 소리는 있으나 그 글자가 없어 중국의 글자를 빌려서 그 쓰임을 통하게 하였으니, 이는 마치 자루와 자루 구멍이 서로 어긋남과 같으니 어찌 능히 통하여 막힘이 없겠습니까? 요컨대 모두 각각 처한 바에 따라 편안히 여길 것이요, 강제로 같아지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2. 동방(조선)의 현실과 이두의 한계

[한문] 吾東方禮樂文物, 侔擬華夏, 但方言俚語, 不與之同, 學書者患其旨趣之難曉, 治獄者病其曲折之難通。 昔新羅 薛聰始作吏讀, 官府民間, 至今行之, 然皆假字而用, 或澁或窒, 非但鄙陋無稽而已, 至於言語之間, 則不能達其萬一焉。

  • [한글 번역] "우리 동방의 예악과 문물은 중국에 비길 만하지만, 다만 방언과 속어가 중국과 같지 아니하여 글을 배우는 자는 그 뜻을 깨닫기 어려움을 근심하고, 죄인을 다스리는 자는 그 사정의 곡절을 통하기 어려움을 괴로워하였습니다. 옛날 신라의 설총이 비로소 이두(吏讀)를 만들어 관부와 민간에서 지금까지 이를 행하고 있으나, 모두 한자를 빌려서 사용한 것이라 혹은 껄끄럽고 혹은 막혀서, 단지 속되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어 사이의 뜻을 만에 하나도 통달할 수 없었습니다."

3.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와 그 오묘함

[한문] 癸亥冬, 我殿下創制正音二十八字, 略揭例義以示之, 名曰訓民正音。 象形而字倣古篆, 因聲而音叶七調, 三極之義、二氣之妙, 莫不該括。 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 簡而要, 精而通, 故智者不崇朝而會, 愚者可浹旬而學。 以是解書, 可以知其義; 以是聽訟, 可以得其情。 字韻則淸濁之能卞, 樂歌則律呂之克諧, 無所用而不備無所往而不達, 雖風聲鶴唳雞鳴狗吠, 皆可得而書矣。

  • [한글 번역] "계해년(1443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스물여덟 자를 창제하시고 대략 예의(例義)를 들어 보여주시고는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하셨습니다. (글자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뜨되 글자체는 옛 전서(古篆)를 모방하였고, 소리로 인하되 음은 칠조(七調)에 합하여, 삼극(하늘·땅·사람)의 뜻과 이기(음양)의 오묘함이 모두 포괄되지 않음이 없습니다. 스물여덟 자로써 전환이 무궁하며, 간량하면서도 요요하고 정밀하면서도 통하므로, 지혜로운 자는 아침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깨닫고 어리석은 자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써 글을 풀면 그 뜻을 알 수 있고, 이것으로써 옥사를 들으면 그 실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운(글자의 운)은 청탁(淸濁)을 능히 분별할 수 있고, 악가(음악과 노래)는 율려(律呂)가 능히 조화되니, 쓰임에 갖추어지지 않은 바가 없고 어디를 가든 통하지 않는 바가 없어, 비록 바람 소리, 학 울음소리, 닭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라도 모두 적을 수 있습니다."

4. 집현전 학자들의 해설서 작성 경위

[한문] 遂命詳加解釋, 以喩諸人。 於是, 臣與集賢殿應敎崔恒、副校理朴彭年ㆍ申叔舟、修撰成三問、敦寧注簿姜希顔、行集賢殿副修撰李塏ㆍ李善老等謹作諸解及例, 以敍其梗概, 庶使觀者不師而自悟。 若其淵源精義之妙則非臣等之所能發揮也。

  • [한글 번역] "마침내 상세히 해석을 더하여 여러 사람들을 깨우치라 명하셨습니다. 이에 신(臣)이 집현전 응교 최항, 부교리 박팽년·신숙주, 수찬 성삼문, 돈녕주부 강희안, 행집현전 부수찬 이개·이선로 등과 함께 삼가 여러 해설과 예시를 만들어 그 대략을 서술하였으니, 바라건대 보는 자가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우치게 하고자 함입니다. 그러나 그 깊은 근원과 정밀한 뜻의 오묘함은 신 등이 능히 발휘할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5. 세종의 성덕 예찬 및 결어

[한문] 恭惟我殿下天縱之聖, 制度施爲, 超越百王, 正音之作, 無所祖述, 而成於自然, 豈以其至理之無所不在而非人爲之私也? 夫東方有國, 不爲不久, 而開物成務之大智, 蓋有待於今日也歟! 世宗莊憲大王實錄卷第一百十三終。

  • [한글 번역] "공손히 생각하건대 우리 전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성인이시어, 제도를 만드시고 시행하심이 백왕(역대 수많은 왕)을 초월하시니, 정음의 만드심은 어디서 물려받아 술한 바가 없이 자연에서 이루어졌으니, 어찌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어 인위적인 사사로움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무릇 동방에 나라가 있음이 오래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만물을 열고 사업을 완성하는 큰 지혜는 대개 오늘날을 기다림이 있었도다!" 『세종장헌대왕실록』 권11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