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원서는 완성본이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수정되어야 합니다. 제방의 스님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헌종법 개정 청원서
‘대한불교조계종’은 물질과 정신 양면에서 1,700년 한국 불교의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온 대한민국의 대표 종단입니다. 현재 남방불교와 북방불교를 통틀어 '대한불교조계종'처럼 하나의 승가(종단)가 나라의 전체 승려를 규율하고 종단 소속의 모든 사찰을 운영하는 강력한 공동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습니다. 그만큼 조계승단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사회에 미치는 해악 또한 막대합니다.본래 부처님께서는 불법(佛法)이 오래도록 전승되게 하고자 승가공동체를 만들고, 율장(律藏)을 제정하였습니다. 승가는 ① 동료에게 자애롭게 행동하고(身和共住), ② 자애롭게 말하며(口和無諍), ③ 자애롭게 사유하고(意和同事), ④ 공양과 재물을 균등하게 나누며(利和同均), ⑤ 계율을 구족하여 함께 머물고(戒和同修), ⑥ 바른 견해를 공유하여 머문다(見和同解)는 육화경(六和敬)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합니다.이 여섯 가지 화합의 원리를 담아내지 못한 종헌종법은 승려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승가 화합에 장애가 됩니다. 1994년 만들어진 종헌종법은 율장정신을 반영하지 못하였고, 그후 권승들이 자기들만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헌종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에 우리는 종도들의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이 종헌종법 개정을 청원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헌종법 개정 청원 안]
1. 우리말로 종헌을 쓰고 대중공의로 운영
우리 종단의 종헌은 "공유컨대 아 종조 도의국사께서 조계의 정통법인을 사승하사 가지영역에서 종당을 게양하심으로부터 구산문이 열개하고 오교파가 병립하여 선풍교학이 근역에 미만하였더니..."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마치 3·1 운동 때 한용운 스님이 읊은 '독립선언서'처럼 한문 투의 종헌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고쳐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출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왜 젊은이들이 다가오기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까? 선배 스님들이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고 나서 가장 먼저 불경을 번역한 것은 백성들에게 다가가려는 피나는 노력이었습니다.종헌 전문을 우리말로 옮기고,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민주공화국과 국민 주권을 선언하듯, 조계종 종헌 역시 “대한불교조계종 승단의 주인은 종도이며, 승단은 대중공의제로 운영된다”는 선언을 명시 해야 합니다. 현행 종헌종법에는 전 승가가 참여하여 논의하여 결정하는 대중공의제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이를 복원해야 합니다.
2. 소의경전(所依經典) 제도의 폐지 및 종단 명칭 재고
우리 종단은 종단본 '불교성전'과 '부처님 생애'를 만들어 모든 불자에게 필독서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불자라면 누구나 부처님이 어떤 분이고 어떻게 사셨는지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을 바르게 알고 나서 2,600년 불교사에 나타난 다양한 경전들을 맥락에 맞게 공부해야 수많은 경전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습니다. 지금은 시대별로 나타난 모든 경전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시대인데, 특정한 소의경전을 지정하여 스스로 공부와 수행의 한계를 짓는 것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이러한 폐쇄성은 애초에 종헌 제1조 “본종은 대한불교조계종이라 칭한다”에서 비롯된 종파주의적 한계이기도 하므로, 향후 종단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까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합니다.
3. 사부대중(四部大衆)의 종단 운영 참여 및 권리 명시
종헌 제8조에 “본종은 승려(비구, 비구니)와 신도(우바새, 우바이)로서 구성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출가자들의 모임인 '승단'과 사부대중의 모임인 '교단'의 역할은 제대로 설명되어있지 않습니다.그리하여 비구니는 물론 재가자도 종단의 구성원인 사부대중은 평등하다고 주장하고,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행 승려법에는 의무만 강조되어 있을 뿐, 권리에 대한 명시가 부재하며, 종헌 제10조에는 재가자의 의무 규정만 있을 뿐, 어디에도 재가자가 종단 운영이나 사찰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출가자가 급감하고 불자가 교단을 떠나가는 위기 속에서, 재가자들이 사찰 운영에 참여하고 포교의 주체로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4. 대처승 관련 독신 조항 정비 및 공직 승려 재산 공개 제도 도입
종헌 제9조 제1항의 “승려는 구족계와 보살계를 수지하고 수도 또는 교화에 전력하는 출가 독신자라야 한다”는 규정만으로 독신 조항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현행 종헌은 1962년 통합종단 출범 당시 대처승을 포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만, 대처승의 기득권을 인정하되… 포교사 및 주지서리에 등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여전히 방치하고 있습니다. 대처승 측이 조계종에서 분리된 지 이미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이러한 과거의 과도기적 표현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아울러 제3항 “본종의 승려가 사설사암을 창건하였을 때는…”의 규정은 따로 ‘사유재산’ 조항으로 독립시켜, 승려 개인의 사유재산 보유 한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종단 공직에 나서는 승려의 ‘재산 공개 의무’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또한, 구족계(사분율)의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범망경 계열의 보살계 수계를 모든 스님에게 의무화하는 규정 역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5. 선거법의 총무원장 자격 제한 변경
종헌 제53조 제1항은 “총무원장의 자격은 승납 30년, 연령 50세, 법계 종사급 이상의 비구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위 종법인 선거법 제13조에서 주요 종무기관장 역임, 교구본사 주지 4년 이상 등의 과도한 경력 제한을 추가함으로써 종헌이 보장하는 총무원장 자격 기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출가자가 없고,출가하더라도 40이 넘어서 출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승납 30년 이상이라는 기준 하나만 적용해도 충분합니다. 종헌에 따르면 비구 5500명중에서 2,000명이 후보군이 되는데 선거법의 필터를 들이대면, 300명 안팎으로 쪼그라듭니다. 이것은 전체 비구 스님 중에 고작 5% 내외에 불과한 숫자입니다. 현행 선거법 13조에 따르면 선방에서 평생 정진한 수좌스님, 일생을 청정하며 율을 지켜온 율사스님, 포교 일선에서 인생을 바친 말사 주지스님, 도심 포교당 스님, 그리고 후학을 가르치며 훌륭한 제자를 많이 길러낸 강사 스님들은 총무원장 자격이 없습니다. 오로지 총무원에서 소임을 살았거나 종회의원을 지낸 사판스님들에게만 총무원장 자격이 열려있습니다. 이 법은 '헌법소원'을 시도 해야 할 정도로 차별법입니다.일반 스님들의 참종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이 악법 때문에 대중들은 애종심(愛宗心)을 잃고 종단 운영의 방관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6. 사유재산의 산한선 명시와 승려복지법 완비
현행 승려법 제34조의 2는 공익 목적 외에 개인 명의의 재산 취득을 금지하고 있으나, 처벌 규정이 모호하여 사실상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책임한 종법의 허점 때문에 선거철마다 금권 선거가 횡행하고, 고급 자동차와 사적 토굴 마련, 주지직 매매, 해외 원정 도박 등 세속의 지탄을 받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법을 통해 인정할 수 있는 재산의 합리적 상한선을 명시하고, 그 이상을 초과하는 사적 재산은 종단으로 강제 환수(압수)하는 엄격한 종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그 대신 수행자들이 안정되게 정진할 수 있도록 ‘승려복지법’이 확실하게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7. 멸빈 조항의 개정과 모호한 개념 정리
가장 무거운 형벌인 멸빈(승단 추방)을 규정한 승려법 제46조는 율장의 정신에 맞게 개정되어야 합니다. 율장에서 규정하는 영구 추방의 4가지는 ① 음행, ② 도둑질, ③ 살인, ④ 대망어 뿐입니다. 그러나 현행 승려법 제46조에는 '불조에 대한 불경 행위', '도당 형성', '민형사간 제소', '집단 행각 중 폭력' 등 멸빈의 근거로 부당하고 정치적인 조항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승잔죄(僧殘罪)나 참회죄(懺悔罪)에 해당하는 사안들입니다. 특히 '불경 행위'나 '반불교적 행위'라는 모호한 개념은 이른바 '해종 행위'라는 프레임으로 둔갑하여, 종단을 향한 제안이나 비판을 원천 차단하고 스님들을 탄압하고 징계하는 구실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제3항 “4바라이죄를 범하여 실형을 받은 자”라는 문구는 역설적으로 은처(隱妻)를 두고 살더라도 사회 법정에서 실형만 받지 않으면 종단 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핑계거리가 되므로, ‘실형을 받은 자’라는 문구는 삭제되어야 합니다. 승려법 제46조는 순수한 4바라이죄만 남기고 나머지 독소 조항은 제47조(공권정지 등)로 이관하거나 폐지해야 마땅합니다.
8. 탁발 금지 조항 폐지와 사방승가 정신 회복
승려법 제47조 제16항에서 “상습적으로 탁발하는 자를 공권정지 5년 이상의 제적 징계에 처한다”고 규정한 것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자 수행자의 기본 의무인 탁발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를 승가의 이름으로 기증받으신 이래, 모든 사찰과 승원은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출가자가 사용할 수 있는 사방승가(四方僧伽)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사찰의 토지와 임야가 대대로 청정하게 전승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공유 정신 덕분이었습니다. 기존의 사찰을 사유화하고 개인 재산으로 유용하는 것은 사회법상의 횡령죄와 다름없는 죄입니다. 율장에 탁발의 방법과 객스님을 대접하는 법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듯이, 모든 출가자는 종단(승가)의 재산이나 건물을 공유하고 사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현 종단이 탁발을 전면 금지하고 사찰의 객실(客室)을 폐쇄한 것은 수행자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한 행위입니다.
9. 가사 승복및 교육비 전액 종단이 부담
승려법 제26조는 "종단은 승려의 교육받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행자들에게 가사, 승복 구입비는 물론 교육비와 연수비까지 개인에게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종법의 탁발 금지 조항처럼 승려들이 탁발과 객실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는 빼앗아 가면서, 생활비와 교육비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합니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승가의 역할과 화합 공동체의 기능이 상실되고, 스님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10. 비구니 스님들의 선거 참여
산중총회법 제6조(산중총회의 구성원)는 당해 교구의 법계 중덕 이상 비구, 1년 이상 상근한 국장급 이상 비구, 본말사 주지 비구 등으로 한정하여 비구니 스님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습니다. 선거법 제12조 제2항을 비롯한 현행 선거 제도는 중앙종회의원 선거권, 교구종회 선거권, 산중총회 구성원 자격, 총무원장 선거권 등 모든 영역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선거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차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덕숭총림 수덕사의 경우, 견성암선원, 보덕사선원, 환희대, 선수암, 극락암 등에 평생을 납자로 살아오신 수많은 비구니 대덕 스님들이 산중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산중총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단의 엄연한 한 축인 비구니 승가를 이처럼 제도적으로 소외시키는 선거법은 평등과 화합의 불교 정신에 어긋나므로 전면 개정되어야 합니다.
11. 직능대표 중앙종회의원 선출 방식 개선
선거법 제75조에 규정된 직능대표 중앙종회의원 선출 방식은 현재 본래의 취지(각 전문 분야의 인재 영입)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특정 권력층이 종권을 유지하고 휘두르는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었습니다. 따라서 직능대표 선출위원회의 일방적 결정을 폐지하고, 승가대학, 율원, 선원, 강원 등 실제 종단 내 단체들이 직접 인재를 검증하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나가는 말
현대는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사회를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케이팝(K-pop)·케이무비(K-movie)·케이푸드(K-food) 등 대한민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가 '국무회의'를 공개하는 등 대한민국은 날로 투명하고 정직한 사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종단 내부는 아직도 금권 선거와 매관매직이 고질병처럼 퍼져있고, 국가 보조금 횡령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끄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매관매직할 수 있는 조건과 보조금을 횡령할 수 있는 조건이 승단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선량한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하는 동안 권승들이 종헌종법을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현재 천년고찰이 사유화되고, 승가 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 잘못된 종헌종법에 있습니다. 이제 자신만의 수행을 중요시하느라 엉망이 되어버린 종헌종법을 방치할 수 없습니다. 사유화되어 가는 사찰을 다시 공유 자산으로 돌려놓고, 대중의 뜻으로 운영되는 종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승가는 '대중공의제(직선제)'의 기반 위에서 정책이 결정되어야만, 승가는 진정으로 화합할 수 있습니다.()
2026년 7월 00일
야단법석승가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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