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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뭣이 중한가?

뭣이 중한가?
 
"그대들이여! 여자를 찾는 게 옳은가? 자기 자신을 찾는 게 옳은가?“
 
부처님은 녹야원에서 전도선을 하신뒤 녹야원을 떠나 우루웰라로 돌아가는 길에 나무그늘에 쉬고 있었다. 그때 그 동네에 사는 청년 삼십3명이 부인을 동반하여 숲에서 야유회를 하고 있었다. 한 친구는 부인이 없어서 대신에 기녀를 동반하였는데 그 기녀가 재물을 가지고 도망갔다. 청년들이 여자를 찾던 중에 부처님을 보았고 그들은 부처님께 여자를 보지 못했냐고 물었다. 부처님은 대답 대신에 그들에게 위와 같이 되 물었던 것이다.
 
"여자를 찾는 게 중한겨? 자기 자신을 찾는 게 중한겨?”
 
청년들은 자신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대답하였고 부처님은 그렇다면 내 옆에 앉으라. 그대들을 위하여 자신을 찾는 법을 이야기 하리라고 말하였다. 그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곧 진리를 깨달아서 예류과를 얻었다.
 
내게 이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경주 열암곡에 부처님 석상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새로운 총무원장의 공약을 듣고 나서였다. 최근에는 종정스님 원로스님등과 사회 각계각층의 재가불자들을 포함하여 1000여 명으로 불교중흥과 국민행복을 위한 ‘천년을 세우다’라는 추진 준비위원회를 발족하였다. 쓰러져 있는 석상을 세우는 것이 왜 불교중흥이고 어떻게 국민행복과 연관 되는지 알 수 없다. 상월결사팀이 천막안거를 하고 삼보사찰 걷기순례를 할때 내건 슬로건도 불교중흥이었다.
 
부처님은 전도선언에서 “비구들이여,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마지막도 훌륭한, 내용(sātthaṁ)을 갖추고 형식(sabyañjanaṁ)을 갖춘 가르침을 설하라.”라고 명령하였다. 내용과 형식을 갖춘 설법을 하기 위해서는 불교에 대한 공부와 설법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에게 쉽고 명확하게 불교를 전달할수 있는 교재가 필요하며 정기적인 설법대회와 토론대회를 통해 설법역량을 키워나가야한다. 무엇보다도 스님들이 청정하고 화합하게 사는 승가를 가꾸어 나갈때 불교중흥은 가능하다.

현실은 어떠한가? 2021년 2월24일 종단은 50년만에 불교성전을 출판하고 봉정식을 거행하였다.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불교성전을 만들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편찬기준, 편찬자들의 자질부족, 편찬과정에서 종도들과 소통부족으로 실망스런 불교성전이 되었다. 지리산 백장선원 대중스님은 2022년 하안거 기간에 불교성전을 감수하면서 잘못된 곳 160여곳을 찾아냈다. 불교계신문인 불교신문, 법보신문, 불교방송등에 ‘책상에 앉아 '상상으로 쓴 불교성전''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하였지만 모두 무시를 당하고 오직 ‘불교닷컴’에만 실렸다. 그 글이 실린뒤 6개월이 지나도록 종단과 편집자들은 아직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원불교의 경우 2021년 7월에 <원불교전서> 개정증보판을 냈으나 적잖은 오류로 이의가 제기되자 원불교종단은 즉시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경전의 편찬자들을 총사퇴하게 하였다. 같은 사안에 대응하는 원불교의 태도와 조계종의 태도는 백팔십도 다르다. 불교성전을 만들 때는 그렇게 열성적으로 선전하고 배포하더니 막상 불교성전에 대한 지적을 받자 모로쇠하며 침묵하는 종단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책임져야할 포교원과 편찬자들의 침묵을 이해 할수 없다. 이런 태도가 불교를 사랑하는 태도인가? 그대들이 불교중흥을 위해서 책을 만든 것이 맞는가? 그렇게 불교성전을 칭찬하던 교계신문들은 왜 선방스님들의 지적에는 침묵하고 있는가? 백장암스님들의 지적이 틀리면 반박하고 맞으면 고맙게 받아들이면 될일 아닌가? 하는 일마다 입으로는 불교중흥을 외치면서 불교성전에 대한 지적에는 침묵하는 그대들의 양심은 어느곳에 있는가?  

석상을 세우는 일로 시끌벅적하게 행사를 하는 종단을 보니 이번 총무원장도 4년을 그냥 허송세월 하겠다는 생각이든다. 부처님처럼 묻겠다.“그대들이여, 불교성전을 제대로 만드는게 중요한가? 쓰러진 불상을 세우는게 중요한가?" 정말 쓰러진 불상이 안스럽고 안타깝다면 불상을 세울 수 있다. 그것에 불교중흥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고 조용히 추진하면 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석상을 세우지 말고 그대로 유지했으면한다. 세상의 모든 불상이 모두 똑바로 서있는데 열암곡 부처님은 좀 특별한 불상으로 남겨 두어도 되지 않겠는가? 자연의 힘에 의해서 오히려 천년동안 보호되어 왔다는 스토리를 살려두어도 좋치 않은가? 부처님을 친견 할 때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서 가까스로 친견할 수 있는 부처님이 세상에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은가? 

불교성전에 대한 불자들의 침묵은 오늘날 불통(不通)의 종단, 욕망추구의 사업장이 되버린 사찰, 쇠잔해진 불교를 상징한다. 오십년만에 발행된 불교성전은 종단의 얼굴이고 자존심이다. 중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불교성전, 호텔과 관공서에 비치되어 불교를 알리는 불교성전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한다. 특히 전국교수불자회, 한국불교학회,전국비구니회,승가대학 강사들, 불교대학 지도법사들, 종단포교사들, 조계종노조에 실망이크다. 종단의 얼굴인 불교성전에 대한 지적을 보고도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종단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돈이 안되는 일이라 관심이 없는가? 아니면 불교성전을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가? 말해야 할 위치에 있는 분들이 침묵을 지키고 눈치만 보고 있으니 불법이 쇠락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침묵하는 그대들 때문에 박쥐중,벙어리 염소중, 머리 깎은 거사들이 종단에서 활개치는 것이 아닌가? 

조계종도들이여! 지금 뭣이 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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