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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김정희

추사김정희가 흥선대원군에게 쓴 편지

흥선대원군(1821년~ 1898년)이고 재위기간은 (1864년 1월 21일 ~ 1873년 11월)이다. 

추사김정희(1786년 6월 3일 출생~1856년 10월 10일)이므로 추사는 흥선대원군이 재위하기 8년전에 죽었다.

추사의 나이가 대원군(이하응)보다 무려 35세가 더 많다.

 

 

與石坡 興宣大院君

추사김정희가 흥선대원군에게 첫번째 쓴 편지

 

자취가 얽매이고 형체는 떠나 있으나 매양 생각은 있었습니다. 더구나 우리 외씨(外氏)가 이렇게 몰락함으로부터 특별히 염려가 되고 금석(今昔)의 사정을 살펴보매 마음에 걸린 것이 더욱 간절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찾아 위문해 주신 성대한 은혜가 너무도 월등히 뛰어나서, 서신을 손에 쥐고는 가슴이 뭉클하여 스스로 마음을 진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삼가 살피건데, 숭체(崇體)가 신명의 보우를 길이 입으신지라, 우러러 송축하는 마음이 마치 밀려드는 조수(潮水)와 같습니다. 그리고 방수(芳樹)의 가연(佳緣)과 수죽(脩竹)의 풍류 속에 충실히 문자(文字)의 길상(吉祥)을 성취하시니, 바람을 임하여 생각하건대 더욱 그 얼마나 부러울 뿐이겠습니까. 

척생(戚生)이 지금까지 죽지 않은 것은 분명히 이상한 일이거니와, 점차로 하나의 치완(癡頑)하여 신령하지 못한 물건이 되어가서 나날이 이목(耳目)에 접한 것이 모두가 고민스럽고 심란한 것뿐입니다.내려주신 여러 가지 물품에 대해서는 정중하신 지극한 뜻을 나의 소망(素望)이 미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우러러 알겠습니다. 그러나 물리치는 것은 불공스러운 일이기에 마치 본디부터 소유한 것처럼 염치를 무릅쓰고서 받고 보니, 감격함과 부끄러운 마음이 함께 일어납니다. 눈은 더욱 어른거리고 팔목은 태산같이 무거워서 어렵스럽게 붓을 들어 이 몇 자만을 기록합니다. 우선 남겨 두고 장례(狀禮)를 갖추지 않습니다.

迹拘形違。每有願言。况自外氏之如是零謝。另有耿耿。俯仰今昔。益切懸懸。不意委存之盛。出尋常萬萬。執緘悒悒。無以自定。第謹審崇體神葆曼相。頟頌如潮至。芳樹佳緣。修竹風流。圓就文字吉羊。臨風溯懷。尤何等艶嗟而已。戚生至今不死。省是異事。轉轉作一癡頑不靈之物。日日耳目所接。無非惱亂而已。崇貺諸品。仰認鄭重之至意。非素望所及。却之不恭。冒領如固有。感愧交並。眼花添障。臂重如山。艱此勝毫。姑留不備狀。

 

 

 

추사김정희가 흥선대원군에게 2번째 쓴 편지

與石坡

 

세후의 한 서신에 대해서는 마치 해가 새로워짐을 본 것 같기도 하고 꽃이 핀 때를 만난 것 같기도 하였으니, 그 기쁨을 알 만합니다. 그러나 다만 방만하고 초췌한 이 사람은 족히 높으신 권주(眷注)를 감당할 수 없을 뿐입니다. 산사(山寺)에 가자는 한 약속 또한 덧없는 세상의 맑은 인연인데, 어떻게 이루기가 쉽겠습니까. 그러니 우선 좋은 방편을 기다릴 것이요 굳이 스스로 고심하고 수고롭게 할 것이 없습니다.
난화(蘭畫) 한 권에 대해서는 망녕되이 제기(題記)한 것이 있어 이에 부쳐 올리오니 거두어주시겠습니까? 대체로 이 일은 바로 하나의 하찮은 기예(技藝)이지만, 그 전심하여 공부하는 것은 성문(聖門)의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학문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군자는 일거수 일투족이 어느 것도 도(道) 아닌 것이 없는 것이니, 만일 이렇게만 한다면 또 완물상지(玩物喪志)에 대한 경계를 어찌 논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하지 못하면 곧 속사(俗師)의 마계(魔界)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가슴속에 5천 권의 서책을 담는 일이나 팔목 아래 금강저(金剛杵)를 휘두르는 일도 모두 여기로 말미암아 들어가는 것입니다. 아울러 큰 복이 있기를 바라면서 갖추지 않습니다.
年後一椷。如瞻歲新。如逢花開。喜可知耳。但此頹放憔悴。不足以當崇注。山寺一約。亦浮世淸緣。何以易就。且須隨喜方便。不必自惱自勞也。蘭話一卷。妄有題記。順此寄呈。可蒙領存。大抵此事直一小技曲藝。其專心下工。無異聖門格致之學。所以君子一擧手一擧足。無往非道。若如是。又何論於玩物之戒。不如是。卽不過俗師魔界。至如胷中五千卷腕下金剛。皆從此入耳。並候崇祉。不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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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김정희가 흥선대원군에게 4번째 쓴 편지

새해의 서신은 기쁘기가 거년보다 더하니, 해가 기쁨의 결과가 되는 것인지, 기쁨이 해 때문에 이루어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생각하건대, 존체가 길이 편안하십니까? 묵은 질병은 쾌히 낫고 새로운 복은 냇물처럼 흘러 들어와서, 문자(文字)의 길상(吉祥)이 점차로 증장(增長)하는 데 대하여 삼가 우러러 송축하는 바입니다.

척종(戚從)은 실낱 같은 목숨을 구차하게 지탱하면서 원금(冤禽)이 목석(木石)을 나르듯이 헛되이 또 1년을 지났으니, 이것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란 말입니까. 외로운 그림자가 또한 추하기만 합니다.
난혈침(蘭頁枕)을 보여주셨는데, 이 사이에 이토록 아름다운 영필(英筆)이 있으니, 육기(六氣)가 손가락 아래 춘풍(春風) 속에는 스며들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남산(南山)이 튼튼하고 곧아서 의당 불일간에 병이 나을 듯합니다. 두 손 모아 축원합니다. 나머지는 벼루가 얼어 입으로 불어서 녹이는 형편이라 다 갖추지 못합니다.

新年書椷。喜甚於舊年。年爲喜果歟。喜以年成歟。更惟崇體曼相。夙愼夬和。新禧川至。文字吉祥。隨順增長。伏庸頟頌。戚從苟支殘縷。寃禽木石。又是一年。此何人斯。此何人斯。顧影亦醜。下示蘭貢枕。玆間有此英筆彪炳。可想六氣浸淫。不在於指下春風。南山康直。似當不日乃瘳。以祝以拱。餘雪硏呵凍。不備。

 

 

 

추사김정희가 흥선대원군에게 5번째 쓴 편지

서릿발이 번쩍번쩍 빛나서 손에 쥐면 차가움을 느낄 만합니다. 꽃 필 때의 한 가지 약속이 차츰 흘러서 이즈음에 이르고 보니, 경치를 대하매 마음이 서글픕니다.
삼가 받들어 살피건대, 이 늦가을철에 존체가 편안하시다니, 우러러 위로가 됩니다. 다만 공사(公私) 간의 일로 마음을 많이 쓰시는 데 대해서는 염려됨을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척생(戚生)은 노병(老病)이 가을을 당하여 더욱 심해져서 쇠한 기운을 도저히 지탱할 수가 없으니, 초목과 함께 썩어가는 것이 바로 내 분수 안의 일일 뿐입니다.
보여주신 난폭(蘭幅)에 대해서는 이 노부(老夫)도 의당 손을 오므려야 하겠습니다. 압록강 동쪽에서는 이 작품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 면전(面前)에서 아첨하는 하나의 꾸민 말이 아닙니다. 옛날 이장형(李長蘅)에게 이 법이 있었는데, 지금 다시 그것을 보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리도 이상하단 말입니까. 합하(閤下)께서도 스스로 이 법이 여기에서 나온 것임을 몰랐으니, 이것이 바로 저절로 법도에 합치되는 묘입니다. 나머지는 벼루가 얼어서 간략히 이만 줄이고 갖추지 않습니다.

霜稜晶晶。納手知寒。花時一約。轉到此際。對境悒悒。卽伏承審秋殘。崇體葆禧。仰慰。第公私煩惱。不勝耿誦。戚生老病。當秋益甚。衰氣萬無以搘拄。草木同朽。卽分內事耳。俯示蘭幅。老夫亦當斂手。鴨水以東。無如此作。此非面前阿好之一飾辭也。昔李長蘅有此法。今復見之。何其異也。閤下亦不自知其出於是。是乃合轍之妙耳。餘硏寒草草。不備。

 

 

추사김정희가 흥선대원군에게 6번째 쓴 편지

주호(朱戶)에는 닭[鷄]을 붙이고 금반(金盤)에는 제비[鷰]가 모여들며, 천문(天門)이 열리어 하늘은 단단하고 맑은데, 새해의 복이 크게 이르러와서 온갖 일이 길(吉)하여 뜻대로 잘 되겠습니다. 삼가 높으신 서신을 받자옵건대 좋은 말씀까지 아울러 주시었으니, 이는 자신을 미루어 남에게까지 미치는 훌륭하신 뜻이라, 찬송(贊誦)함을 이루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다시 삼가 묻건대, 근일에는 체중(體中)이 평안하십니까? 우러러 축수합니다. 슬하(膝下)의 청년(靑年)과 아녀(兒女)들의 청색ㆍ홍색의 단장이 세미(歲味)의 가장 좋은 것인데, 지금 온 가족이 완전하게 다 복을 받은 것이 아마 그 둘도 없을 듯하니, 더욱 얼마나 부러운 일이겠습니까.
척공(戚功)은 초목 같은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 어느덧 70세가 되어 맵고 쓴 고통이 갈수록 더욱 지리하기만 한데,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아도 추하게 느껴지니, 남들은 반드시 나를 보면 구역질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토록 후한 대접을 입으니, 그늘진 산골짜기에 따뜻함이 이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황량하고 춥고 적막한 곳의 누추한 집에 그 누가 말 한 마디나마 전해 주겠습니까.
예서(隷書)가 아주 좋아서 의당 난(蘭)의 작품과 쌍미(雙美)를 이루어 지붕 머리에 무지개를 꿰는 기이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다. 아직 다 갖추지 않습니다. 황공합니다.

朱戶貼鷄。金盤簇鸞。天門開詄蕩蕩。新嘏鼎來。百吉隨宜。卽伏承崇函。並貺吉語。是推以及人之盛。不勝贊誦。更伏問近日。體中葆禧曼壽。詹膝下祝韶年。兒女靑紅。歲味之最。如今圓全。似無其二。尤何等艶羨。戚功草木殘年。儵爾七十。蓼辛荼苦。去益支離。自顧亦醜。人必嘔之耳。荷此厚欵。陰嵌回煖。荒寒寂寞之濱。有誰警咳於蓬藜中也。隷字佳好。當與蘭頁雙美。屋頭可以貫虹矣。姑不備恐

 

 

추사김정희가 흥선대원군에게 7번째 쓴 편지

근래에 높은 복을 많이 받으셨습니까? 지난번에 높은 서신과 아울러 연례(硏隷)ㆍ국정(菊幀)ㆍ토촤(土銼)ㆍ이벽(泥壁) 등을 받아 보니, 서기(瑞氣)가 일어나는 기이함이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시골 사람들이 모두가 놀라 떠들며 기절을 할 지경이었으니, 그 누가 봄 국화를 피우지 못한다고 말했단 말입니까. 붓 끝으로 묘상(妙相)을 내는 데에도 과연 천지의 조화를 옮겨올 수 있단 말입니까. 국화 치는 법은 십분 원숙하여 더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원숙한 뒤에 또 하나의 묘체(妙諦)를 만들어내는 데에 깊이 유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수일 이래로 천기(天氣)가 비로소 아름다우니, 정히 이때가 난(蘭)을 칠 만한 기후입니다. 붓을 몇 자루나 소모하셨는지, 바람을 임하여 우러러 생각합니다. 갖추지 않습니다.

邇佳崇禧曼吉。頃承雲緘。並硏隷菊㡧土銼泥壁。覺有虹月之異。里魁村傖無不驚吒絶倒。孰謂春菊之不能也。毫生妙相。亦果造化之轉移歟。菊法圓熟十分。無以加矣。更於熟後生一諦。深留意焉是禱。數日天氣始佳。政是寫蘭之候。銷得幾筆。臨風溯詠。不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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