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단개혁

장발 사건

장발 사건

 

214일 자승스님의 장발이 호법부에 고발당한 것은 이제 사건이 되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고발이후로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1700년 불교사에 처음스님들, 긴 머리 자승 스님 고발” “긴 머리가 왜 나와조계종 자승스님 고발등의 제목으로 며칠간 포털에 기사가 떠있었다. 승려가 장발 때문에 고발 당하는 것은 희안한 일이다. 장발을 숨기기 위해서 모자를 벗지 않은채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희안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혼자서만 장발로 다니는 것을 자연스럽게 바라봐주는 종단의 분위기도 웃긴 일이다. 그 웃긴 일들이 고발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새삼스럽게 세상에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동영상까지 만들어 베포하였다.

 

왜 머리를 길렀을까?

2019년 자승일행은 천막을 쳐놓고 동안거에 들어갔다. 말 안하기, 목욕 안하기, 하루 한끼 먹기등의 고행을 하면서 대단한 수행을 하는 듯이 홍보되었다. 목욕을 안하니 머리도 깍지 않았다. 그래서 안거에 들어가기 전에 참빗을 준비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긴 머리를 빗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거를 마친 9명의 승려들은 머리가 길고 수염이 덥수룩했다. 동안거 마치는 해젯날, 이례적으로 진제 종정스님이 참석하여 법문을 했는데 주장자를 들고 이른 그 한마디가 이제부터 문을 활짝 열고 광도중생에 매진합시다였다. 언뜻 들으면 깨달음을 인가하고 이제 중생을 제도하라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이런 덕담 혹은 격려의 영향인지 아니면 기른 머리가 아까워서인지 안거에 참여했던 승려들은 삭발을 했지만 자승만은 머리를 깍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 자랐을 때 모자를 쓴 뒷머리가 잘린 흔적이 보였지만 끝내 삭발은 하지 않았고 모자를 쓰고 다녔다. 머리를 깍지 않은 스님들을 검색해보니 경허와 만공스님의 사진이 나타난다. 특히 만공스님의 백발머리는 멋있게 보이기까지 한다. 자승은 머리를 기름으로서 경허 만공스님처럼 보이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든다.

 

왜 모자를 썼을까?

경허와 만공스님은 머리를 길렀으나 모자로 감추지 않았다. 머리를 기르는 것에 대한 자부심, 특별함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자승은 모자를 벗지 않는다. 스스로 머리를 기르는 것에 대한 당당함, 자연스러움이 없기에 머리를 기르는 마음과 머리를 감추려는 마음이 충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경허스님이나 만공스님이 장발로 고발을 당했다면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허허 웃어 넘기거나 이제부터라도 승가의 모범을 보이려고 머리를 깍거나 했을 것이다. 그분들은 내면은 언제나 당당하기에 머리를 기르거나 깍거나 고발 당하거나 어느 상황이든 당당하게 대처했을 것이다. 당당함이 없어서 머리를 기르고도 모자를 써야하는 사람, 고발당한 것에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제 도인흉내를 그만두어야 한다.

 

왜 장발승려를 두고 보아야만 했을까?

천막안거이후로 자승은 각종행사에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선서화전, 삼보사찰순례, 수미산원정대등 각종 행사에 장발을 감추려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유일하게 모자를 벗은 사진이 있는데 주장자를 잡고 약간의 미소를 띠운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머리 기르고 주장자를 들면 큰스님이 되는 것이냐?”고 열광적으로 비난했다. 그의 미소에는 선사로서의 당당함은 없고 다만 처음 해보는 선사놀이에 대한 어색함만 풍겨나왔다. 삼보사찰 방장스님을 만날 때도 모자를 벗지 않았다. 자승일행의 방문에 통도사, 송광사,해인사는 이례적으로 법당 마당에 괘불을 걸고 야단법석을 마련하여 환영하였다. 삼보사찰이 똑같이 괘불을 내건 것은 각 사찰간의 논의가 있었거나 자승측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불문에 들어온 이후로 이렇게 괘불을 걸어서 환영하는 행사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 불교계 신문들은 이들의 순례를 하루하루 쉬지 않고 보도했다.

 

자승의 장발사건은 지금 불교계와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발을 하고 각종행사에 나타나는 한 승려의 거만한 마음, 그 승려를 보고도 질책과 경책을 하지 못하는 어른스님들을 보는 쓸쓸함, 그러한 승려가 불교중흥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며 연속적으로 행사를 개최할 때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비루함, 마지막으로 그런 승려를 찾아가 연신 사과하는 정치인들의 측은함. 장발사건은 이런 쓸쓸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자승은 어떻게 처신하고 호법부는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이제 종단 문제를 넘어서 국민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불교중흥을 위한다는 행사를 해온 사람이라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