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한국기독공보’에 실린 정종훈교수의 ‘그리스도인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읽고 대한민국의 승려로서 ‘불교인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써 보기로 하였다. 정교수는 신명기 17장 14절에서 20절까지를 인용하며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이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내세운다. 불경(佛經)에서는 대반열반경(D16) 초반에 나오는 '나라가 쇠퇴하지 않는 일곱 가지 가르침'(七不退法)을 인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가장 강력한 국가였던 마가다국이 이웃나라인 왓지국을 침략하기 위해서 부처님께 사신을 보내어 물어보는 것에서 이 경은 시작한다. 부처님은 마가다국의 왕이 왓지국을 침략하려한다는 사신의 말을 그에게 직접 대답하지 않고 옆에 있던 아난다에게 묻는다.
“⑴ 아난다여, 그대는 왓지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고, 자주 모인다고 들었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왓지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고, 자주 모인다고 들었습니다.”
“아난다여, 그렇다면 왓지인들은 번영할 것이고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⑵ 아난다여, 그대는 왓지인들이 화합하여 모였다가 흩어지고, 화합하여 업무를 본다고 들었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왓지인들이 화합하여 모이고, 화합하여 해산하고, 화합하여 왓지인의 업무를 본다고 들었습니다.”
“아난다여, 그렇다면 왓지인들은 번영할 것이고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⑶ ...“세존이시여, 저는 왓지인들이 공인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않고, 공인한 것은 깨뜨리지 않으며, 공인되어 내려온 오래된 왓지인의 법들을 준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난다여, 그렇다면 왓지인들은 번영할 것이고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⑷ ...“세존이시여, 저는 왓지인들이 왓지인의 연장자들을 존경하고 존중하고 예경하며,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여긴다고 들었습니다.”
“아난다여, 그렇다면 왓지인들은 번영할 것이고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⑸... “세존이시여, 저는 왓지인들은 남의 집안의 아내와 딸을 강제로 끌고 와서 살게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아난다여, 그렇다면 왓지인들은 번영할 것이고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⑹ ...“세존이시여, 저는 왓지인들이 안에 있거나 밖에 있는 왓지인의 탑묘들을 존경하고 존중하고 탑묘에 전에 바쳤고 전에 시행했던 법다운 봉납을 철회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아난다여, 그렇다면 왓지인들은 번영할 것이고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⑺ ...“세존이시여, 저는 왓지인들이 아라한들을 보호해서 아직 오지 않은 아라한들은 그들의 영토에 오게 하며, 이미 그들의 영토에 온 아라한들은 편안하게 살도록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난다여, 그렇다면 왓지인들은 번영할 것이고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문답으로 부처님은 왓지국을 침략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베풀었다. 어느 특정 나라를 침략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민주적으로 잘 사는 국가라면 침략해서는 안되며 침략 당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⑴ 정기적으로 모이고 ⑵ 화합하여 모인다는 것은 민주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다. 요즘 선거제도에 대입하면 4년 혹은 5년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치루는 것이고, 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 선거, 평등 선거, 직접 선거, 비밀 선거라는 규칙이다. ⑶ 오래된 법을 준수하는 것은 헌법을 자주 고치지 않고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것이고 ⑷ 연장자들을 존경하고 ⑸ 남의 집안의 아내와 딸을 강제로 끌고 와서 살지 않는다는 것은 어른을 존경하고 여성의 뜻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⑹ 탑묘를 존경하는 것은 조상을 잘 모시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뜻이고 ⑺ 아라한들을 편안하게 살도록 한다는 것은 정신적인 지도자를 잘 존중하고 그들의 가르침을 잘 따른다는 뜻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일곱 가지 법(七不退法)은 2700년전에 인도에서 수준 높은 민주주의가 운영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일곱가지 법에는 예의도덕과 합리성을 갖춘 민주시민의 자질이 나타나 있으며, 사람이나 조직의 명령에 복종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평등한 자격으로 토론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중의 뜻을 확인하는 방법이 나타나있다. 공정하게 대중의 뜻을 모으는 방법은 전체 대중에게 문제의 경중(敬重)에 따라 한번 혹은 세 번 물어서 결정하는 만장일치제도와 다수결 제도를 말한다. 이것은 승가의 운영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오늘날의 직선제 투표와 같은 것이다.
이재명후보나 윤석렬후보는 모두 교회에 다니거나 두가지 이상의 종교를 가지고 있으니 불자들은 불자대통령을 선출할 기회가 없지만 부처님의 이같은 가르침은 불자들이 ‘불교'인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말한다. 요즘 종교가 세력이 되어 각 종교인들은 기독교인 대통령, 천주교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알게 모르게 노력한다.특정 종교인들끼리 정당을 만들어 종교권력이 정치권력이 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종교집단이 이익집단이 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정치를 망치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정청래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대선을 앞둔시기에 치러진 불교계의 '1.21승려대회'는 아주 잘못된 것이었다. 정청래의원의 발언만 가지고는 명분이 약하니까 원행 총무원장은 건국이래 발생한 종교편향을 문제를 모두 거론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전국승려 64%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6개의 법안을 발의 한 것을 두고 종단은 승려대회 성과라고 포장하고 있다. 2월에 예정된 범불교대회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6개 법안은 승려대회가 개최되기 전에 이미 발의 되어 있던 것이므로 이것을 승려대회 성과로 홍보하는 것은 대중을 다시 기만하는 것이다.
나라가 쇠퇴하지 않는 일곱 가지 법(七不退法)을 기준으로 본다면 불자들은 지도자의 종교와 지역과 학교에 얽메이지 말아야한다. 대통령 후보자가 살아온 인생을 살펴보고 얼마나 합리적이고 성실하고 정직하고 능력있고 공심(公心)이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이라면 이번 대통령선거는 운석렬후보가 접합한가 이재명 후보가 접합한가? 같은 기준을 가지고도 사람에따라 선택이 같지 않다. 잘못된 뉴스와 지역감정등 개인의 판단 기준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평등하고 자유롭게 판단하여 투표에 임해야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어 볼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⑺아라한들을 존중하라는 가르침은 유일하게 불교적인 특징이 드러나는 가르침이다. 아라한은 진리(眞理)를 발견한 자들이다. 진리(眞理)는 누구편이 아니고 어느 시대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아라한은 편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탐욕에서 자유롭고 분노와 질투와 인색함을 벗어난 사람이고 열등하다거나 우월하다는 감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부처님은 ‘승가가 쇠망하지 않는 일곱가지 가르침’에서도 동료 수행자들을 오게 하고, 이미 온 좋은 동료 수행자들은 편안하게 머물도록 한다면 퇴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탁월한 스승을 만나면 그를 존중하고 따라야 하지만 그렇치 못하다면 좋은 동료들과 어울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의 토대가 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산다고 해서 개인의 평화와 행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스스로의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 하고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부단히 깨어 있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편협된 판단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한다. 나의 행복을 위하여 타인의 고통을 더 세심하고 정확하게 살펴보아야한다.따듯한 감성을 지닌동시에 차가운 이성을 지닌 깨어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좋은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고 스스로의 행복을 가꾸어 갈 수 있다. 자리이타. 그 길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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