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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이명 - 김용배 시인

이명(耳鳴)

 

김용배



자식들 안부 묻는 소리 
끊어지고 
심심하면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나오라 하던 
친구 목소리도 사라져 
우울증에 빠진 
귓속에 
온갖 음악이 들려 온다 

밤낮 울어 대는 
매미 같기도 하고 
여치 우는 소리 같기도 한 
생소한 소리
이 소리는 아니고
저 소리도 아닌데 
그 소리를 
달래 줄 방법이 없었다 

아무도  
들어 주려 하지 않는 소리들 
작고 힘없는 이들이 
아파하는 소리를 
알리고 싶어 찾아 왔단다 

어느 날부터인지 
외로운 늙은이 
마음 달래 주는 
풀벌레 우는 소리에 
시나브로 빠져들어 
친구처럼 되었다 

어느덧 
정이 들어 
대화를 나눈다 
세상에는 
알아주지 않는 아픔이 많아서 
내 귀를 찾아 왔단다

그래서 왔구나 
늙은이의 귀라도 
의지가 된다면 
너희들 아픔을 보듬는 
엄마가 되어 주리라

 

 

감상

......어제 조계사 앞

전국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김용배시인님으로부터

시집 [그날이 오면]을 선물 받았다.

처소에 돌아와 아무곳이나 잡히는 곳을 읽어보니

'이명'이란 제목의 시 였다. 

나이가 들고 몸에 병이드니

아는이들이 점점 멀어져가고

어느덧 귀속에 들리는 '이명'조차

애뜻한 친구가 되어버렸다는 시인, 

그 외로움과 슬픔과 낙담과 체념까지

다 끌어 안으려는 시인의 마음을 보면서 

쿵! 가슴에 떨어지는 어떤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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