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아누룻다를 위하여>
법구경 93번 게송
잡념이란 잡념은 모두 끊어 버리고 먹고 입음에 구애받지 않는 그런 사람의 깨달음의 경지는 텅비어 아무 흔적도 없기 때문에 허공을 나는 새의 자취처럼 알아보기가 어렵다.
번뇌를 부수고 음식에 집착하지 않고
텅비고 인상을 여의어 활동영역에서 해탈한 님들,
허공을 나는 새처럼,그들의 자취는 찾기 어렵다.
如鳥飛虛空 而無有所애 彼人獲無漏 空無相願定
여조비허공 이무유소애 피인획무루 공무상원정
彼等諸漏盡,亦不貪飲食,空無相解脫,是彼所行境,如鳥遊虛空,蹤跡不可得。
yassāsavā parikkhīṇā, āhāre ca anissito
suññato animitto ca, vimokkho yassa gocaro
ākāse va sakuntānaṁ, padaṁ tassa durannayaṁ
He whose passions are destroyed, who is indifferent to food, who has perceived (the nature of) release and unconditioned freedom, his path is difficult to understand like that of birds through the sky.
[인연담]
천안(天安)제일 아누룻다 비구는 자기 가사가 낡고 더렵혀지고 찢어졌으므로 새 가사를 만들려고 쓰레기장에서 남들이 버린 옷조각들을 줍고 있었다. 이때 아누룻다의 전생의 아내였던 잘리니는 천상에 살고 있었는데, 자기의 전생 남편이 쓰레기장에서 옷감을 주워 가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을 보고 즉시 천상의 좋은 옷감 세 조각을 쓰레기 더미에 감추어두고 끄트머리가 보이게 해두었다. 아누룻다는 쓰레기장을 헤매다가 그 옷감을 발견하자 그것을 가져와 승원에서 가사를 만들었다. 이때 부처님은 으뜸가는 제자들과 그 밖에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시고 오시어 아누룻다가 바느질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때 잘리니는 젊은 여인으로 변신하여 승원에 내려왔다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아누룻다의 바느질을 돕고 계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리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어서 빨리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이 계시는 승원으로 가지고 가라고 권했다. 그래서 곧 모든 대중이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이 공급되었다. 몇몇 비구들이 아누룻다 비구를 비난했다.
"아누룻다 비구는 친척이나 그를 받드는 신자들에게 적당한 양의 음식만 보내라고 해야 옳았을 것이다. 아마도 비구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기가 얼마나 많은 음식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신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지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부처님은 그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여래의 아들 아누룻다가 친척이나 신자들에게 그 같은 음식을 요구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느니라. 아라한은 음식이나 의복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승원에 온 음식은 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지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니라."
[해설]
눈이 먼 아누룻다를 위해서 전생에 부인이었던 천신(天神)이 천을 넌지시 걷어가게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을 공양하게 만든다. 이것으로 인해서 다른 비구들에게 비난을 듣는 데 부처님은 아라한은 그런 자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92번게송에서 까싸빠가 왕사성에 남는 것이 거부처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비난을 받았듯이 아누룻다도 질투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때마다 부처님이 적절하게 오해를 풀어주니 다행이다. 부처님이 아누룻다를 위해서 바느질을 대신해주는 것은 영화속에 나오는 장면 같이 감동적이다. 전재성은 92번 게송에서는 순냐(suñña)를 ‘있음을 여의고’라고 번역했지만 93번 게송에서는 ‘텅 비고’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것은 ‘공해탈(suññato)과 무상해탈(animitto)’로 번역하여 ”번뇌를 부수고 음식에 집착하지 않고 공해탈과 무상해탈을 성취한 님들, 그들의 행로는 허공을 나는 새처럼 찾기 어렵다.”라고 번역하는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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