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91번 게송
바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출가하여 집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호수를 등지고 떠나는 백조처럼 그들은 이 집과 저 집을 버린다.
새김을 갖춘 님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주처를 좋아하지 않는다.
백조들이 늪지를 떠나는 것처럼 그들은 집마다 그 집을 떠난다.
心淨得念 無所貪樂 己度痴淵 如雁棄池
심정득념 무소탐락 기도치연 여안기지
正念奮勇者,彼不樂在家。如鵝離池去,彼等棄水家
uyyuñjanti satīmanto, na nikete ramanti te
haṁsāva pallalaṁ hitvā, okamokaṁ jahanti te
The thoughtful exert themselves; they do not delight in an abode; like swans who have left their lake their house and home.
[인연담]
부처님께서 웰루와나 승원에 계시던 어느 때, 마하까싸빠 비구와 관련하여 게송 91번을 설법하였다.
한때 부처님은 많은 비구들과 함께 라자가하에서 안거를 보내신 적이 있었다. 이때 부처님은 안거 기간이 끝나기 약 보름 전부터 안거가 끝나면 이곳을 떠날 것이니 준비를 하라고 이르시었다. 그 말씀을 듣고 비구들은 가사를 바느질하여 새로 염색하기도 하고, 오래 입은 가사를 세탁하기도 했다. 그때 이곳의 많은 재가 신자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은 마하까싸빠 비구도 자기 가사를 세탁하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몇 비구들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공급해 주는 신자들이 많은 이곳을 과연 까싸빠 비구가 떠나려 할 것인지 어떤지를 의심했다.
마침내 보름이 지났다. 그날 저녁에 부처님은 이 도시에 사미의 수계(授戒), 공양을 올리는 의식, 장례 등 여러 가지의 행사가 있으므로 모든 비구들이 한꺼번에 다 떠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런뒤 부처님은 웰루와나 승원에 남을 비구로써 마하까싸빠 비구를 비롯한 몇 사람의 비구를 지명하였다. 그래서 마하까싸빠와 중간 정도의 법랍을 지닌 몇 사람은 라자가하에 남게 되었다. 몇몇 비구들이 마하까싸빠 비구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마하까싸빠는 부처님과 함께 가지 않게 되었다. 이건 우리가 예측한 대로지 뭐냐!“
부처님은 비구들의 이 같은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충고하였다.
"비구들이여, 너희는 여래의 아들 마하까싸빠가 라자가하의 신자들과 그들이 바치는 물품 따위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냐? 그렇다면 너희는 참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느니라. 마하까싸빠는 그것에 집착해서가 아니라 여래의 지시에 따라서 여기에 남는 것이니라."
[해설]
백조는 철새라서 연못을 쉽게 버리고 떠난다. 한번 짝을 맺은 백조는 일생 동안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백조가 먹을 것이 많은 연못을 버리고 떠나는 것은 집착이 없어서가 아닌 것이다. 그렇치만 유일하게 아라한은 집착이 없이 떠날 수 있다. 과연 집착이 없는 아라한을 비유할 대상이 세상에 있을까?
전재성의 번역 ‘새김을 갖춘 님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주처를 좋아하지 않는다. 백조들이 늪지를 떠나는 것처럼 그들은 집마다 그 집을 떠난다.’는 ‘새김을 갖춘 님들은 주처를 기뻐하지 않는다.백조들이 호수를 버리고 떠나는 것처럼 그들은 주처를 떠난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스스로 노력한다’는 말이 없고 아라한의 행위이기에 ‘집’이라기 보다는 ‘주처’라고 해석하는게 좋다.
부처님이 마하까싸빠에게 라자가하에서 비구들이 해야할 내용중에 사미의 수계(授戒), 공양(供養)을 올리는 의식, 장례(葬禮)등을 예로 들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 당시에도 비구들이 불자들의 장례에 참여 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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