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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율장에 나타난 선거법

율장에 나타난 선거법

 

승가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갈마(대중공사)이다. 한문으로는 다툼을 해결한다하여 멸쟁법(滅爭法)이라 한다. 대중공사를 하게되는 이유는 4가지가 있다. 첫째는 경과 율에 대해 이견으로 나타나는 논쟁사(論爭事Vivā­dādhika­ra­ṇaṃ), 둘째는 특정 승려의 행위에 대한 이견으로 비난사(非難事anuvā­dādhika­ra­ṇaṃ), 셋째는 파계인가 아닌가를 다루는 죄쟁사(罪爭事āpat­tādhika­ra­ṇaṃ), 넷째는 포살,자자,안거,울력등 승가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행쟁사(行爭事kic­cādhika­ra­ṇaṃ)가 있다.  

대중공사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거주하는 대중(현전승가)이 전부 참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으로 '만장일치'니 '다수결'이니 하는 결정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정견과 사견의 문제나 범계와 비범계를 다루는 대중공사는 승단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불교역사에 나타났던 제1차결집이나 제2차,제3차 결집이 그러한 경우 였다. 그러나 승단의 중요정책이나 지도자를 선출하는 문제는 행쟁사(行爭事)이다. 대중공사를 가라앉힘 경(A7:80)에서는 7가지로 대중공사를 해결하는 방법이 나타나는데 그중에 한 가지가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yebhuyyasika)이다.

  율장의 '만장일치'와 '다수결' 원칙은 승가가 대중공의로 운영되어 왔음을 말한다. 여러사람의 후보자가 있으면 승가의 화합을 위하여 단일후보가 되게하여 만장일치로 선출되게 한다. 만약 단일화가 되지 않아서 후보자가 둘 이상이면 그때는 다수결로 선출하게된다. 이때 표결방법이 대중의 침묵, 거수, 산가지 던지기등이 있다. 요즈음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적거나 도장을 찍는 것으로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대한불교조계종은 종헌종법에 '선거법'을 따로 만들었다. 전국비구니회도 비구니전체대중의 선택을 받도록하는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의 종헌종법은 모든 의결을 다수결로 결정하도록 되어있고 심지어 종헌을 고치거나 최고지도자를 선출 할 때도 다수결로 결정한다. 다수결로 결정하는 종법의 몇가지를 소개한다.

 

산중총회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한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종무회의 의결은 종무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한다.

호계원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종정의 추대는 원로회의 의원 재적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본사주지 후보자가 1인 등록한 때에는 만장일치로 후보자를 선출한 것으로 하고, 후보자가 2인 이상 등록한 때에는 산중고유의 방식으로 최종후보자를 결정하되, 산중의 총의를 모으기 어려운 경우에는 비밀투표에 의하여 최종후보자로 선출한다.

 

혹 어떤 승려는 선거는 승가의 전통에 맞지 않는다고 하며 산중고유의 방식을 강조한다. 그리고 산중고유의 방식을 '만장일치 추대'라고만 이해 한다. 후보자가 1인 등록한 때에는 만장일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산중총회법에도 후보자가 1인 등록하면 만장일치로 선출한 것으로 본다. 후보자가 2인 이상이면 만장일치가 될 수 없다. 이때는 차선택으로 다수결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산중고유의 방식이란 만장일치와 다수결을 의미한다. 최근에 해인사등에서 방장이 다수결로 선출되고 종정이 다수결로 선출 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수결로 선출되어도 율장이나 종헌종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기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는 지역적으로 결계에 따라 대중공사를 따로 하였다. 그런데 조계종과 같이 전국의 삼천개 사찰승가를 포괄하는 거대 종단에서는 중앙종회 같은 '대의기관'이 필요하다. 어떤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승가대중의 뜻을 물어 대중공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정보와 교통이 발달하여 언제든지 대중의 뜻을 물어 결정할 수 있는 시대에는 사실상 중앙종회 같은 '대의기관'이 불필요하다. 스마트폰등 현대적인 기기를 이용하면 전체승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몇 시간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다면 포살하는 날에 본사별로 투표를 하게 하면 시간과 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된다. 2016총무원장직선특위에서 한국리서치에 위탁하여 승납 10년 이상인 비구비구니 천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80.5%가 직선제를 지지하였다. 이렇게 나타난 대중의 의견은 율장정신으로 보면 그대로 대중의 결정이라고 보아야한다.대중의 의견이 확인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승가에서는 다수대중의 뜻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중앙종회가 거부했다. 대중의 뜻을 종회가 거부한 것은 사실상 하극상이다.

 

대중의 의견을 즉각 즉각 물을 수 있으면 종단이 집단지성으로 운영되게된다. 전체 승려가 중요한 종단정책과 지도자를 선출하고 승려복지승가교육, 포교정책등 종단의 중요한 결정을 하게되면 저절로 승가는 화합하게된다. 애종심을 갖게된다. 세세한 시행령은 행정기관인 총무원이 담당하면 된다. 승가는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공동체다. 승려들은 '승가의 주권은 승려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승려로부터 나온다'는 당연한 사실에 눈을 떠야 한다. 과학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발 맞추어 승가의 제도와 포교전략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것으로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시대가 원하고 대중이 원하고 국민이 원한다. 조계종 종도들이여!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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