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단개혁

승려간의 갑을 관계를 거부한다

승려간의 갑을 관계를 거부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불기2564(2020)년 승려 정기분한신고 시행 하고 있다. 조계종 승적을 가지고 있는 승려들이 10년마다 독신 승려로서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번에 승려분한신고를 할 때 요구하는 서류가 2개가 더 있다. 하나는 승려복지를 위하여 한 달에 만원씩 납부 하겠다는 승려복지 기본부담금 납부 신청서이고 다른 하나는 사후에 본인 명의의 일체의 재산을 종단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장이다. 종단의 구성원으로서 분한신고는 필히 하여야 하겠지만 기본부담금 납부 신청서유언장은 뜬금 없는 것이다.

 

종단집행부에서 승가의 구성원들에게 무엇인가를 요구 할 때는 승가의 구성원 전체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승가의 구성원들은 갑을관계가 아니고 견해를 같이하고 계율을 같이하고 소유의 나눔을 같이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각 본사에서 선출한 종회의원들이 모여 중앙종회에서 결정 하였기에 법을 따르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속한 본사의 종회의원들에게 이 2가지에 대하여 설명을 들은 적도 없고 그들에게 동의를 한 적도 없다. 1994년도에 만든 종헌종법이 법으로서 권한을 가지는 것은 승려대회에 참석한 전체 승려들에게 인준을 받았기 때문이다. 승가의 규칙은 이렇게 승가의 구성원들에게 물어 동의를 받지 않으면 그 효력을 갖지 못한다. 그렇게 결의된 법이 아니라면 따를 필요가 없다.

 

총무원 집행부 승려들은 자신이 종권을 차지하고 있기에 자신들이 지시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승가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능력이 출중하거나 투자금이 많은 사람이 대접받는 곳이 아니고, 군대처럼 상명하복의 위계 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도 아니다. 승가는 대소사를 결정할 때에는 그곳에 거주하는 승려들이 전원 참석하여 논의하는 평등한 공동체이다. 혹 어느 승려가 아프거나 개인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 그 승려에게 미리 알려서 결정된 사항을 따르겠다는 위임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대중공사가 성립될 수가 없고 그러한 대중공사에서 결의된 것은 무효가 된다. 승가의 화합은 이러한 규칙을 철저히 전승하였기에 이천육백년동안 이어져 왔다. 승가에서 어떤 사안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는 것은 모든 대중에게 물었다는 뜻이다.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도 전체 거주승려가 참여한 상태에서만 다수결이 인정된다.

 

그러므로 종단 집행부는 이제라도 승가의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만여명의 승려들이 속해있는 단일종단이기에 단일승가이다. 종단의 승려들에게 적용되는 모든 규칙은 종단의 모든 승려들에게 물어야 한다. 요즈음은 모든 승려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않아도 전화나 문자나 메일로 얼마든지 물을 수가 있고, 포살을 시행할 때 교구별로 제적스님들에게 물을 수도 있다. 불교신문에서 별로 중요치도 않은 기사를 번거롭게 자주 승려들에게 자주 보내주면서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처리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종헌종법은 부처님이 제정하신 율장에 어긋나는 것이 너무 많다. 승려들이 율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졸속으로 만든 종헌종법은 이제라도 전체 승가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어서 다시 만들 것을 제안한다. 종단의 집행부 승려들은 갑을관계가 아니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평등하다. 율장에서 나타나는 은사와 상좌사이에 지켜야할 의무와 권리를 보더라도 은사와 상좌 사이가 평등한 관계임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율장사상의 기본을 모르고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일은 그들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승가의 화합을 깨고 분열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728x90

'종단개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탁발을 허(許)하라  (0) 2020.05.05
빼앗긴 재난지원금  (0) 2020.05.02
나무와 숲  (0) 2020.04.29
율장에 나타난 선거법  (0) 2020.04.28
총무원장스님께 올립니다.  (0) 202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