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단개혁

허리꺽인 코스모스

허리꺽인 코스모스

 

대웅전으로 오르는 길가에 코스모스가 피었다. 어쩌다가 자란 코스모스가 아니다. 여름날 공양주보살님이 옮겨 심고 김을 메어 주어서 자라난 꽃들이다. 점심공양후 산책길에 한동안 푸르른 모습을 보와 왔는데 며칠 전 비바람 탓에 눕거나 엎드린 자세다. 청명한 하늘 살랑이는 바람이 꽃잎을 흔들어 댄다. 허리 꺽인 모습을 보니 눈길이 더 간다. 생채기를 지닌 코스모스가 파란 하늘을 더 파랗게 물들인다. 코스모스 향기를 맡으며 길을 걷다가 방에 돌아오니 호법부의 등원통지 문자가 와 있다.

 

920일 불교신문은 조계종 중앙종회 해종행위조사특별위원회가 종단 명예와 위상을 실추시킨 해종행위자 54명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들은 작년에 있었던 자승, 설정퇴진 단식과 촛불법회 그리고 승려결의대회에 참석한 것을 해종행위라고 단정 짓는다. 하여 호법부와 중앙종회는 54명을 해종행위자라며 조사와 징계의 수순을 밟고 있다. 나와 도정스님은 작년에 초심과 재심재판을 통하여 공권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도 모르는가 보다. 작년에 호법부의 조사와 초심, 재심호계원의 판결을 경험한 나는 조계종이 어떤 식으로 선량한 사람을 징계 하는지 알게 되었다.

 




 

호법부에 조사를 받으러 가면 총무원 지하 2층 밀실로 데리고 가는데 조사받는 스님들은 시작부터 겁을 먹게 된다. 적광스님은 이곳에 끌려와서 몰매를 맞은 곳이 아닌가. 조사받는 스님은 가사장삼을 입으라하고 자기들은 가사도 걸치지 않은체 묻는 말에만 대답해요 ” “‘’ ‘아니오라고만 답해요라고 호통친다. 호법부에서나 호계원에서나 마치 헌법 제1조라도 되는 듯이 반복적으로 추궁하는 말이 있다. 집안의 허눌을 드러내지 말라(不得揚於家醜)라는 가르침을 왜 어겼냐는 것이다. 종단의 어른이라고 하는 분들이 집안의 허물을 드러내지 말라는 이 구절을 가장 신성한 가르침인양 여기며 수행자들의 입을 막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조용히 있으라 한다. 비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누가 가장 이익이 될까? 나는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였다.

 

어느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을 본 아내가 옆에 자고 있던 남편을 흔들어 깨우며 도둑이야!’라고 소리 질렀다. 남편은 도둑을 잡을 생각은 안하고 아내에게 잠을 깨웠다고 화를 낸다. 남편이 아내를 야단치는 사이에 도둑은 패물과 돈을 훔쳐서 유유히 도망간다.”

 

범계승을 징계하고 교육비,연수비,가사승복등 필수품을 무상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어째서 죄가 된다는 말인가. 알기 쉽게 비유를 들어 우리의 애종행위를 설명했건만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작정한 징계를 밀고 나간다. 논리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무조건 집안의 허물을 드러내지 말라고만 가르친 것이 아니다. 건전한 칭찬과 비판을 장려하셨다. 어느날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 자기는 좋은 일과 나뿐 일에 관하여 칭찬도 비판도 하지 않는 태도가 가장 훌륭한 태도라고 말했다. 칭찬과 비판은 내면의 평정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그에게 사실과 진실에 맞고 적절한 때에, 비난해야 할 사람을 비난하고 칭찬할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더 훌륭하다.”는 가르침을 준다. 상황과 시간을 살펴서 칭찬과 비판을 하는 것이 서로의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승가 구성원들끼리 서로가 탁마하는 전통은 포살(布薩)과 자자(自恣) 그리고 갈마(羯磨)전통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발적으로 참회하여 청정을 회복하는 포살과, 타인의 지적을 요청하여 자신의 행동을 고쳐나가는 자자(自恣) 그리고 동료수행자들은 물론 재가자들의 비판까지 받아들여 훈계하고 징계하는 갈마는 승가의 아름다은 전통이다. 승려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청정이 아니요 구성원들끼리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게 화합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면 참회하여 자정(自淨)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청정이요 갈등이 생기면 대중공사를 통해 조율하는 것이 화합이다. 승가의 자정과 화합은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에서 나온다. 내부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가 승가에서 받아들여지고 종단 스스로 자정할 능력이 있다면 누가 거리로 나서겠는가?

 

20185MBC PD수첩 '큰스님께 묻습니다12'가 방영되자 스님들과 불자들은 낯 부끄러워 버스를 탈 수도 거리를 다닐 수도 없었다. 불자들은 분노하여 거리로 나왔고 승려결의대회에 삼백여명의 스님들이 참석했다. PD수첩에 등장한 설정스님, 자승스님등에 대한 사퇴와 징계요구가 거세게 일었지만 종단 호법부는 이들을 조사하지 않았다. 촛불법회와 범불교도대회와 스님들의 단식이 이어졌고 급기야 설정스님은 816일 중앙종회에 의해서 탄핵되었다. 원로회의도 탄핵을 인준하였다. 중앙종회가 설정스님의 허위학력과 은처자 의혹을 근거로 설정스님을 탄핵시켜놓고 이제와서 호법부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총무원장 퇴진을 외쳤다는 이유로 54명을 징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중앙종회와 호법부의 주장대로라면 근거없이 설정스님을 탄핵한 중앙종회와 원로회의를 먼저 불러서 조사하고 징계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우정공원에서 설정스님 퇴진을 위해 43일간 단식을 하신 설조스님은 해종행위라서 징계하고 허위학력과 은처자의혹으로 탄핵당한 설정스님은 애종행위라서 징계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호법부는 불교신문의 기사를 근거로 명진스님이 한전부지와 관련하여 500억의 이익을 취하려 했다며 제적하였다. 그 후 명진스님은 불교신문에 승소하여 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았고 불교신문은 자신들의 거짓보도에 대하여 2건의 정정보도를 내었지만 거짓기사를 쓴 기자들은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명진스님과 불자들께 사과 한마디 없다. 불교신문의 거짓보도를 근거로 진행된 명진스님의 징계도 근거가 없어졌지만 호법부는 억울하게 제적징계를 당한 명진스님을 다시 징계하겠다 나선다. 작년에 나는 거짓보도를 일삼는 불교신문을 쓰레기 신문이라고 비판하다가 불교신문으로부터 2건의 고소를 당하였다. 2건 모두 승소했지만 내부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나를 고소한 불교신문 사장과 박기련등은 징계하지 않는다. 대안스님은 내부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회법에 제소했다고 제적징계를 내린 그들이.

백번양보해서 허물을 드러낸 것은 작은 죄이고 선거개입, 은처자의혹, 돈선거,공금횡령,상습도박등은 큰 죄이다. 어째서 큰 죄는 징계하지 않고 작은 죄만 징계하려 드는가? 자승스님은 적광스님폭력교사 하나만으로도 조사와 징계를 받아야 한다. 재판을 통해 폭행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불교신문은 지금도 폭행이 없었다고 발뺌하고 있고 적광스님 폭행에 가담한 이들은 현재 본사주지 종회의원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적광스님은 지금도 병원의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큰스님께라는 단어를 쳐보면 온 국민이 조계종 큰스님들의 추한 모습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인터넷의 속성상 이러한 동영상과 뉴스들이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집안의 허물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PD수첩에 등장한 스님들 보다 더 집안의 허물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는가? 이런 스님들을 조사하지도 않고 징계도 하지 않으니 이들은 다시 큰스님 노릇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불자와 국민들은 훤히 알고 있다. 직무유기 하는 호법부 때문에 조계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것이 진정한 해종행위가 아닌가.

 

부처님 당시에 스님들의 분쟁을 꼬삼비 불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공양거부운동으로 승가분쟁을 끝내게 했다. 율장의 계율도 불자를 포함한 시민들의 지적과 비판을 받아들여 제정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승가는 사회와 소통하는 열린 공동체였다. 그런데 조계종은 권력을 가진 범계승려를 비판하면 승가비방이라고 매도하며 죄인 취급한다. 불교계의 뉴스공장알릴레오라고 불리는 불교닷컴불교포커스도 해종언론이라고 찍혀서 취재금지,광고금지,접촉금지를 당하고 있다. 이 들이 아니면 불교계의 폐단을 비판할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불자들이 불교계를 건강하게 하려면 이 두 언론을 지켜내야 한다. 내가 쓰는 이 글도 이들 언론이 없다면 발표될 수가 없다.

 

사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도 있지만 조계종단이 일단 너는 해종이야!’라고 단정하면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공정한 조사가 진행 될리 없다. 사회법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영장청구를 하면 판사들이 기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호법부는 마음대로 스님들을 불러 들이고 일사천리로 징계한다. 심지어 사회법에 의해서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더라도 징계자를 복권 시키지 않는다. MBC방송을 불교파괴 세력, 해종언론이라며 방송국을 찾아가서 시위를 하고, ()소나타라는 위패를 만들어 현대차가 망하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어처구니없고 막무가내고 이중적인종단의 모습이다.

 

또한 호법부는 종단의 구성원이 제기한 내부고발을 모른체 하는 이중성을 보여준다.나는 올해 2월에 절도죄를 짓고 말사주지를 하고 있는 스님과, 그 스님을 주지에 임명한 수덕사주지를 고발하였다. 내가 고발한 내용이 거짓인지 사실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은 10분도 안 걸린다. 그런데 호법부는 내가 직접 전달한 고발장과 호법민원게시판에 올린 고발장에 대해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답을 하지 않고 있다.(아래 사진 19491985번글은 내가(정규황) 수덕사주지를 고발한 게시글이다) 조계종 말사주지가 8개월간이나 절도죄로 감옥에 갔다왔고 그 사실이 신문에도 보도되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주지를 하고 있나? 호법부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호법부이고 알았다면 직무유기다. 설사 몰랐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친절하게 알려주었지 않는가? 종단에 대한 비판은 해종행위라며 징계하려 하면서 명백하게 종헌종법을 어긴 사건에 대해서는 왜 침묵만 지키고 있는지 호법부는 대답해야 한다.

 




이런 저런 상념속에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의 청명함과 코스모스의 가냘픈 몸매와 짙은 향기도 아름답지만 않다. 며칠후 다시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코스모스는 숨을 곳이 없다. 온몸을 비바람에 내어 주면서 폭풍을 맞아낼 것이다. 더 낮게 엎드려 버티다가 끝내는 제가 가진 꽃잎을 다 떨굴 것이다. 그렇게 머리를 풀어 헤친체 가까스로 거기에 서 있을 것이다.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