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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만행후기2


9월 2

칠곡에서 짐을 챙겨 호진스님이 계신 기림사로 출발하다인도에 가기전에 뵈었던 호진스님을 뵙고 궁금하던 것들을 물어보기 위함이다그런데 감산사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와 감산사를 참배하게되었다감산사지가 있었던 곳인데 비구니스님이 중창을 해놓은 사찰이다감산사주지스님을 인도에서 뵌적이 있어서 차를 마시려고 했으나 도량에는 아무도 없었다차우차우 3마리만 한가롭게 도량을 거일고 있었는데 그 덩치로 인해서 일반 관광객들은 무서움을 느낄 것 같았다절에서 덩치가 크고 인상이 사나운 개를 키운다는 건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우리개는 물지 않는 다는 주인의 마음과 개를 맞닿뜨린 어린아이의 마음은 정말 다은 법이다감산사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는 도량이라 주지스님의 예술적인 감가을 느끼게 하지만 근처의 축사에서 풍겨져나오는 역한 냄새는 방문객의 마음을 찡그리게하고 있었다이렇게 아름다운 비구니 선방이 있는 사찰에 축사라니...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다.

 





 

 

오랜만에 호진스님과 차를 마시다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에 파묻혀 지내시는 분이라 찾아뵙는것도 조심스럽다예상대로 전화를 하고 왔으면 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며 커피를 타주셨다요즘은 초기불교성립사를 쓰고 계시다고한다컴퓨터에 자료를 검색하며 공부하시는게 아니라 오로지 책을 읽고 연필로 밑줄거가면서 공부하시는 것 같아 파일로된 니까야자료를 드리겠다고 하니 스님은 거부하셨다이나이에 새로운 것을 다시 시도하기에는 무리라고예전에 당신이 쓰신 성지에서 쓴편지에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으나 스님은 그런 이야기를 불쾌하게 여기셨다내가 그대보다 더 오랬동안 고민하고 연구해왔는데 그점을 문재제게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듣는 것을 거부하셔서 그냥 나와야 했다책을 쓴다는 것은 어차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여 평가를 받는 일인데 저롷게 남의 이야기에 귀 귀울이지 않으면서 책을 쓴다는 것은 모순처럼 느껴졌다어느 상황에서건 열려있는 자세는 중요하고 긴요하다.

 



하룻밤 숙박을 위해서 예전에 살았던 기림사에 들리다자갈이 깔려있던 마당에 아름다운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도량을 이렇게 가꾸어 놓은 스님들의 노력에 감사하다이 곳은 내가 백일기도를 했던 곳이기에 마음이 가는 곳이다그런데 하룻밤을 유숙하고자 하는 객승에게 객실이 없다 한다종무소보살은 자신은 방을 내어줄 권한이 없다한다종무소에서 일한지 얼마 안된다는 보살은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했다가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염려를 한다내가 하룻밤 묵기를 포기하는게 종무소 직원을 돕는 일이 되나보다절집 인심이 이런 줄 모르는 건 아니지만...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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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동국대 대학원에 다니는 도행스님을 만나다경주역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동대까지 차를 태워주다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을 보니 반갑다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은사스님 모시고 살다보니 말할 사람이 없다고한다도반스님들이 거의 같은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더구나 그런 고민을 하다가 지금 환속하려고 속가집에 가있는 도반이 있다고 한다여린 비구니들에게 출가생활이란 과연 무었일까체제에 순응하고 불의에 눈감는 바보들의 행진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원만스님과 원만스님의 인도 상좌 보원스님을 버스터미널에서 만나다셋이서 어제 다녀왔던 감산사를 다시 찾았다마당에 한 스님이 있어서 감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차하난 하자고 하면 응했을텐데 그 비구니스님은 그런 말이 없다보원스님은 한국에 온지 15년이 되어서 한국사람처럼 보인다은사스님이 재정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아서 힘들게 살아왔음도 알게 되었다그럼에도 반듯하게 한국생활을 잘 하고 있음을 보니 대견하다절을 나와서 인간문화재 누비장 김해자보살을 방문하다수선화 보살님은 내가 86년도 수덕사로 출가했을 때 일주문 앞에서 처음 만난 보살님이다그 때의 나를 기억하고 있어 나를 개구쟁이라고 놀린다보살님의 딸래미가 빙의되어 30년을 고생해온 보살의 이야기를 듣다지금은 부산의 정신 병원에 있다고 한다원만스님에게 천도재를 부탁하려고 했으나 원만스님은 정중히 거부를 했다수선화보살은 천도재를 하기 위해 전국을 다녔으나 어떤 큰스님도 딸을 치료하지 못했다고 한다나는 딸의 병이 어머니와 관계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누비조끼 1벌을 선물로 받았다보살님과 따님이 편안하기를...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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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자기위해 백률사를 들렸는데 객실이 없다고 하여 모텔에서 숙박하다원만스님은 불국사문중의 어른이신데 원만스님께도 방이 없다고 하니 참으로 절 집안이 불가사의 하다대웅전에 인등이 부처님을 가리고 있다불상을 가리고 서라도 인드을 설치하는 마음은 심심이나 존경이 아닌 욕심을 것이다그 욕심이 그득한 사찰들은 절이 무엇하는 곳인지 잊은채 객스님을 재워주지 않는다





서산 매애삼존불처럼 세분의 부처님이 서있는 남산 삼불사를 참배하다절은 쇠락해 있는데 삼존불은 잘 보존되어 있었다특히 가운데 있는 부처님의 미소가 친근하게 느껴진다삼존불 때문에 많은 참배객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그러나 실제로 삼불사의 땅은 근처 원효종사찰인 망월사가 소유자다망월사스님은 땅에대한 재판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한다원효종 총무원장이 3명이나 되어 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한다망월사가 잘 관리되면 멋진 도량이 될 것 같은데 분쟁사찰이라 사세와 건물들이 초라하다.

 






삼불사앞에서 선광스님을 만나서 함께 보리사를 참배하다보리사는 비구니스님 사찰로 석불좌상이 유명하다보리사를 참배하는데 원만스님이 아는 후배스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그 스님도 불국사가 종상스님의 개인 절처럼 운영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그러나 힘을 합쳐서 불국사를 정상화할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았다누군가가 해결한다면 이 문제도 승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밥그릇 싸움이 될 뿐이다.

월산노스님이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구로쌈밥집에서 점심을 먹다그러나 예전과 같지가 않아서 음식에 영혼이 없고 입맛에 맛지 않았다원만스님이나 선광스님도 같은 의견이다음식점 주인에게 말해주어야 한다고 의견은 모았으나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식당을 나왔다친절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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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광스님과 헤어지고 우리는 울산황룡사로 출발오래전부터 황산스님이 포교하는 황룡사를 오고 싶었다황산스님의 뚝심 순수함 그리고 열정이 그대로 녹아있는 3층건물의 법당을 참배하다. 1층은 책방겸 찻집겸휴게실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누구나와서 쉬기에 적당한 공간이었다. 1층을 보니 23층을 보지 않아도 사찰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겠다황산스님을 돕는 2명의 스님이 더있었는데 모두가 자발적으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황산스님의 안내로 2층 법당강의실어린이공부방취미교실을 둘러보았다옥상에는 야외불상이 모셔지 있었고 태화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시내 한복판에 이러한 엄청난 불사를 해낸 황산스님이 존경스럽다황산스님은 나에게도 포교를 시작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죽을 힘을 다해서 아무것도 안하는 원력을 세웠다고 대답했다아무것도 안하는 대신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낼 것이다그것은 이론적인 측면과 현상적인 측면을 포함한다마음속에서 충전이 필요할 땐 백장암에 방부를 들여 쉬어가라고 조언했다누구든지 쉬어갈 만한 선방이 백장암에 만들어지고 있으니....

 





울산의 백양사에 들려 하룻밤을 묵고자 했으나 객실이 없다한다건물은 화려하고 많았지만 객스님들이 쉴 수 있는 방 한칸은 없다불사를 그렇게 해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마음이 있다면 왜 못재워 주겠는가이런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계속해서 문전박대 받아야 할 것이다씁쓸히게 절을 나와서 모텔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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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스님의 제안으로 기장 장안사와 척판암을 방문하다장안사는 척판암을 가는 중간에 보여서 들리게 되었는데 주지스님이 정여스니과 해외구호사업을 하시는 분인 것 같다다른 사찰과는 다를것같아 객실이 있느냐고 도량 한쪽에서 기와를 파는 거사님께 물어보니 객실이 없다한다역시 해외구호사업을 하더라도 수행자구호사업은 안하는 구나도량도 어수선하게 느껴진다예술적인 안목으로 도량을 꾸밀 필요가 있겠다도량만 잘 가꾸어 놓으면 그대로 극락이 될 곳인데....

 





척판암에 오르니 주지스님이 보인다나를 보더니 곧 갈 길을 가셨는데 내가 원만스님을 모시고 왔다고 하니 곧 반겼다차한잔을 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벽면에 수덕사방장 원담스님의 붓글씨도 보였다어떻게 얻었냐고 물으니 원담스님과 같이 살때에 참선하다가 읊은 시를 써달래서 소장하고 있다고한다시의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저란걸 남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오는 길에 인도북부에 레라는 도시가 있는데 그곳에 한국사찰 대청보사가있다세스님들 대암청파보일스님이 건립한 사찰이라 법명의 앞글자를 따서 대청보사라고 이름지었다고한다그 보일스님이 척판암의 주지스님이시다.

 

 


광명사라는 절에 들렸는데 아무도 없어서 묘관음사로갔다묘관음사는 선방인데 선학원 소속 사찰이다도량여기저기에서 불사가 한창이다법당참배를 마치고 게으른 황소처럼 멍하니 앉아 야자수나무를 바라보고 있는데 노스님 한분이 말을 걸어온다우리는 그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의 안내로 차를 마시게 되었다마침 한참 이슈가되고 있는 조국후보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조국후보자는 2%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현인 같은 사람이라고 평한다보수같아보이는데 진보적인 말을 한다고 했더니 당신은 사안별로 보수가되기도하고 진보주의자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현명한 말씀이다다영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에서 이렇게 자신의 견해를 사안별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굉장히 논리적인 사람이 정치적인 면에서는 지역감정에 얽혀있는 분들을 보았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추석이 다가오니 백장암에 들어가 쉬기로하고 달리다가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기로 하다처음 찾아오는 길이라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한다멀리서 부엉이바위가 보이니 어느덪 다시 살아나서 바위로 서 계시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사람사는 세상이 어찌 불국정토아 다를 것인가그렇다면 종교와 정치는 사람을 위하고 사람중심 더나아가서는 생명중심이라는데서 닮아 있다노무현이라고 쓰인 바위앞에 고개를 숙이고 바람을 맞다문재인 조국으로 이어지는 이슈속에서 노무현은 더 빛난다당신이 있기에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바람이 잘 통하는 길목에 있는 나무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마음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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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에 있는 사티아라마에 숙박하기 위해 간길을 되돌아왔다네비게이션을 찍고 달리는 것이기에 때론 되돌아올때도 있다두 번째 방문하는 이곳은 그동안 건물을 많이 사들여서 도량이 꽤 넓어졌다기획실장님을 만나 방을 배정 받고 그동안 활동상황을 들었다사무장님의 누님 수진행 보살님이 와서 방을 다시 바꾸어 주었다다음날아침 붓다팔라스님과 차를 마시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다인도에서의 사미들 교육은 엘리트르 키워내기 위해 시험을 치러서 우수한 학생만 머물게 한다고 한다원만스님은 200명이 와서 10명이 남았다는 말을 듣고 가슴 아파했다웬만하면 아이들을 다 수용해서 사미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겨울에 인도성지에서 일주일간 명상수현대회를 하고 성지순례도 한다고 한다정치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미국이 핵을 한반도에 설치하려는 시도를 막기위해 한국은 지금 일본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한다인도에서도 가끔 붓다팔라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마다 스님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를 한다.







 

지리산 정취암에 들렸으나 주지스님을 만나지 못했다도량이 불사중이었는데 너무 화려하게 불사를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진입로 포장도 얼마되지 않은 듯하다.




종림스님이 사시는 함양 고반재를 들리다나는 이고이 3번째이지만 원만스님은 처음 찾는 곳이다장경각과 많은 고서들을 보여주는데 원만스님은 책에 대한 흥미가 없어 보인다. 스님이 내주신 금강주맛도 못보고 태풍이 온다기에 보이차를 마시고 백장암에 돌아오다이로서 1~2차 만행을 마치다추석이 지나고 다시 3차 만행에 들어갈 것이다




만행을 왜 하는가?

사람을 만나고 도량을 만나고 나를 만나기 위해서다. 민심을 살피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원만스님과 전라도와 경상도의 사찰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을 갖었다. 다시 못올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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