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지금 발심 출가자를 내 쫓고 있다.
지난 8월21일부터 16일간 직지사에서 열린 51기 사미 사미니계 수계교육에서 남행자 50명과 여행자 27명이 각각 사미계와 사미니계를 각각 수지했다. 이제 1년에 남성출가자는 100명, 여성출가자가는 50명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기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학이나 지방승가대학에서는 학인모집에 비상이 걸렸고 학인모집의 실패로 벌써 폐쇄된 지방승가대학도 여럿 된다. 앞으로 지방승가대학만 보면 사미승가대학 2~3개와 사미니승가대학 1~2개만 존속할 전망이다. 이렇게 출가자가 급감하여 각 승가대학이 존폐의 위기에 놓이자 조계종 교육원은 출가 홍보포스터 제작, 토크 출가콘서트, 단기출가학교등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이번에 사미사미니계를 수지한 숫자를 보더라도 그런 노력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총무원 전체가 나설 일이지 교육원이 책임을 떠맡을 일도 아니다.
현재 각 교구본사에 행자가 한명도 없는 곳도 여럿이며 일반선방에도 다각소임을 볼 젊은 출가자가 없어 아예 다각소임을 없애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종단은 출가자 감소 문제를 시대의 흐름이라고 팔짱만 끼고 있지 말고 이제 절박한 위기감을 가지고 종단을 총무원 중심이 아니라 포교원 중심으로 바꾸는 대변혁을 꾀해야 할 때이다. 이제 사찰의 최우선 목표는 청소년 법회를 운영하는 것이어야 하고, 사찰은 이제 꼭 법회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 템플스테이등을 활용하여 청소년들이 사찰을 방문할 기회를 의무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조계종 33대 집행부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2009년부터 이미 ‘비를 구현하고 사회에 부응하는 ’승가교육개혁불사‘를 시작하였다. 승가대학의 교재는 기존의 한문으로 된 중국선사들의 어록중심에서 한글로 된 초기불교-부파-반야-중관-대승-선불교라는 2600년 불교역사를 아우르는 교과목을 선정하여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승가교육의 변화는 한문이라는 장벽을 넘어서고 역사와 사상을 함께 배우는 합리적인 커리큘럼으로서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에 적합한 것이다. 이렇게 시대순으로 나타났던 불교를 배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처님이 직접 말씀하신 초기불교를 중심으로 불교사상이 정리가 되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초기불교의 수행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렇게 교육개혁을 이루었고 출가자가 급감하여 출가자수를 늘리려고 애를 쓰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조계종은 지금 발심 출가자를 내쫓고 있다. 2013년 수좌복지회 의정스님은 “한국불교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이 위기다. 위빠사나와 티베트 수행, 명상 등이 횡행한다. 선원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수좌들의 40%가 간화선을 하지 않고 다른 수행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걱정은 간화선을 수행하는 60%를 어떻게 보호하고 간화선 수행법을 지키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들은 간화선이 아닌 다른 수행법을 하고 있는 40%나 되는 조계종 스님들에 대해서는 못 마땅하고 싸늘한 태도를 보인다. 기본선원 출신 스님들의 전언에 의하면 기본선원내에서 자신이 사념처법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면 왕따를 당하고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다. 일반선원에서도 언제부터인가 간화선 수행자 이외에는 방부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방부안내문을 보내고 있다. 현재 간화선은 우리불교의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철저하게 기득권의 성벽을 쌓고, 다른 수행법을 수행하는 스님들을 탄압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요즈음은 여행 자유화로 인해 젊은이들의 잦은 배낭여행을 하는 등 해외문화와 해외불교를 수시로 접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등 정보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각 나라의 불교와 수행법을 공부하고 출가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수의 출가자들이 초기불교를 배우고 명상센타를 찾아서 명상체험을 하고, 더욱 전문적으로 수행을 해보고 싶어서 소위 명산대찰을 찾게 된다. 제대로된 승가라면 출가하는 사람들이 어떤 인연으로 어떤 고민을 가지고 찾아오든지 간에 그들을 환대하고 격려하고 더 수행에 전념하도록 도와주어야 할텐데 현재 조계종은 출가자가 출가전에 무슨 수행을 해왔던지간에 우리종단에 들어온 이상 무조건 간화선을 해야 한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지금 출가자들이 예전과 출가 인연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에 맞게 가르칠 생각을 해야한다. “내가 하는 것을 너도 하라”고 강요하는 태도는 부처님의 제자들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부처님의 전도선언에서 보이듯이 출가자는 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너희들이 원하는 것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아니야. 내가 요구하는 간화선을 해”라고 소리치는 불교는 자기편을 만들기에 급급한 모습이지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은 아니다. 한국불교의 자랑, 한국불교의 우수성이 오로지 간화선에 있다고 믿는 이들은 이러한 태도가 폭력이라는 것조차 모른다. 조계종에 출가하고도 조계종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40%는 앞으로 어떻게 출가자의 삶을 살아야 할까? 미얀마 스리랑카 티벳 같은 국가로 떠나야 하는가, 토굴로 숨어들어가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수행법을 숨기고 간화선을 주장하는 선방에서 낙오자처럼 죄인처럼 살아가야 하는가?
이제 조계종은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기 위해서 ‘조계종’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korean buddhism’같이 더 큰 타이틀을 필요로 하는 때가 되었다. 이렇게 큰 이름을 갖으면 우리불교의 장점인 통불교와 회통불교의 안목과 여유가 다시 살아나서 어떠한 수행법이든 인정하는 자비로운 단체가 될 것이다. 간화선 아니면 진정한 깨달음이 어렵다는 망발을 서슴없이 하고 간화선 아니면 선방에 오지말라는 횡포를 부리는 것은 간화선이라는 집단이기주의 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완고하게 간화선을 주장하는 이들은 2013년 이미 종단에서 ‘삼장원법’을 만들어 7명이상 비구비구니가 어떤 경전을 읽고 어떤 수행법을 수행하던지 모두 안거로 인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간화선을 위해서 불교가 존재해서는 안된다. 불교는 고통받는 중생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며 그 목적을 위해서는 간경, 염불, 기도, 간화선, 위빠사나등 다양한 방편을 수용하여야 한다. 세상의 모든 사상과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제 불교의 수행법도 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진정 탁월한 수행법이라면 자유롭고 활발한 경쟁속에서 대중에게 선택받고 지지를 받을 것이다.
최근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아 봉암사 인근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세계명상마을’도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불교와 다양한 수행법을 지도하는 명상마을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망한 축제에는 보고 즐길 것이 많듯이 세계적인 명상마을이라면 세계의 다양한 명상법이 소개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 세계인을 위한 불사가 될 것이다. 더구나 사념처법은 외도의 수행법이 아닌 부처님이 직접 수행하시고 해탈을 얻으신 수행법이 아닌가? 한국불교 조계종에서만 부처님의 수행법이 천대받는 현상은 세계 불자들에게 부끄럽고 챙피한 일이다. 이제라도 종단은 조계종스님들이 제 근기와 체질에 맞게 다양한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수행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들어온 출가자를 수행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구박하고 홀대하는 종단에서 다시 출가자를 모집하려고 돈과 노력을 쏱아 붙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그렇게 모집한 젊은이들이 간화선을 한다는 보장도 없는데도 말이다.
이번에도 간화선, 세상을 꿰뚫다라는 주제로 간화선 대법회를 연다고 한다. 이러한 법회도 주최측이 방송과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를 열심히 해서 법사의 설법능력과 수행이력으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법회가 되게 하여야 한다. 우리본사의 어른 스님이 법사로 나서니 각 말사에서는 버스 몇 대 만큼의 신도를 동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인원이 동원되는 법회가 되어서는 아니된다. 불교역사이래로 역대선사들 중에서 어느 법사가 신도를 동원해놓고 법회를 열었든가? 이러한 눈속임으로 법회를 한다면 한국불교는 더 빠르게 쇠락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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