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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불교

예불문(칠정례)을 해석해보다

 

서산 천장사에서 주지소임을 볼 때, 열심히 백일기도를 하는 보살님이 있었는데 매일 예불을 하면서도 예불문의 뜻을 모르고 있다고 말하면서 예불문의 뜻을 해석해 주기를 청했다. 그 보살님에게 예불문의 뜻을 설명해 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고가 되도록 이렇게 정리해 두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예불문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 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예불문을 해석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법화경이 유행하던 시기에 예불문이 만들어 졌다는 것을 짐작 수 있을 뿐이다.우리가 사용하는 한문 예불문과 그 번역은 다음과 같다.

 

 

(새벽예불 다게(茶偈))

아금청정수 변위감로다 봉헌삼보전 원수애납수

我今淸淨水 變爲甘露茶 奉獻三寶前 願垂哀納受(3)

저희는 지금 청정한 물로 감로차를 다려서 삼보전에 올립니다.

원하옵건대 받아주옵소서. 원하옵건대 받아주옵소서. 원하옵건대 자비로 받아주옵소서.

 

 

(저녁예불 오분향례(五分香禮))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광명운대 주변법계 공양시방 무량불법승

戒香 定香 慧香 解脫香 解脫知見香 光明雲臺 周遍法界 供養十方 無量佛法僧 |

계행의 향과 삼매의 향과 지혜의 향과 해탈의 향과 해탈지견의 향기가 광명구름 되어 법계에 두루하여 시방의 무량한 부처님과 가르침과 상가에 공양합니다.

 

獻香眞言 옴 바아라 도비야 훔 (3) |

 

칠정례

 

지심귀명례 삼계대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

至心歸命禮 三界大導師 四生慈父 是我本師 釋迦牟尼佛 |

삼계의 스승이시며 사생의 자비로운 아버지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이 붙어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불타야중 |

至心歸命禮 十方三世 帝網刹海 常住一切 佛陀耶衆 |

시방삼세 온갖 곳에 항상 계신 모든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이 붙어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달마야중 |

至心歸命禮 十方三世 帝網刹海 常住一切 達磨耶衆 |

시방삼세 온갖 곳에 항상 계신 가르침에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이 붙어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지심귀명례 대지문수사리보살 대행보현보살 대비관세음보살 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

至心歸命禮 大智文殊師利菩薩 大行普賢菩薩 大悲觀世音菩薩 大願本尊 地藏菩薩摩訶薩 |

큰 지혜의 문수사리보살, 큰 행원의 보현보살, 큰 자비의 관세음보살, 큰 원력의 본존 지장보살마하살께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이 붙어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지심귀명례 영산당시 수불부촉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 제대아라한 무량자비성중 |

至心歸命禮 靈山當時 受佛付囑 十大弟子 十六聖 五百聖 獨修聖 乃至 千二百 諸大阿羅漢 無量慈悲聖衆 |

영산회상에서 부처님께 성불의 수기를 받으신 십대제자, 열여섯 제자, 오백 제자, 천이백의 모든 아라한님들과 자비로운 무량한 성인들께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이 붙어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지심귀명례 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제대조사 천하종사 일체미진수 제대선지식

至心歸命禮 西乾東震 及我海東 歷代傳燈 諸大祖師 天下宗師 一切微塵數 諸大善知識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법을 전해주신 모든 조사, 종사, 티끌과 같이 많은 선지식께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이 붙어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승가야중 |

至心歸命禮 十方三世 帝網刹海 常住一切 僧伽耶衆 |

시방삼세 온갖 곳에 항상 계신 상가에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이 붙어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유원 무진삼보 대자대비 수아정례 명훈가피력 원공법계 제중생 자타일시 성불도 |

唯願 無盡三寶 大慈大悲 受我頂禮 冥熏加被力 願共法界 諸衆生 自他一時 成佛道

오로지 바라옵나니 다함없는 삼보님이시여, 대자대비로 저희 절을 받으시고 그윽한 가피력 내려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다 함께 성불의 길을 가게 하여지이다.

 

 

[요약해설]

 

위와 같은 예불문은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7번 나오기 때문에 칠정례하고도 한다. ~번 까지 칠정례의 내용을 요약하면 결국 붓다,담마,상가에 대한 귀의이다. ①②번은 붓다들에 귀의하는 것이고 번은 담마에, ~은 대보살님들과 4쌍팔배의 성인들(승보)께 귀의 하는 것이고 번은 승가에 귀의 하는 것이다. 여기서 승보와 승가를 나눈 것에 유의하자. 보배경에는 "네 쌍으로 된 여덟이 있으니, 도과를 이룬 성자들로 칭송을 받습니다. 그들은 여래의 제자로서 공양 받을 만하며, 그들에게 보시하면 커다란 결실이 있습니다. 이 훌륭한 보배는 상가안에 있으니(Idampi Saṅghe ratanaṁ paṇītaṁ:). 이러한 진실로 인하여 모두 행복하여지이다." 여기에서 보이듯이 상가안에 보배는 4쌍팔배의 성인들이지만 승가는 성인의 과의를 아직 얻지 못한 비구나 비구니가 있으니 성승가와 범부승가를 포함하여 번처럼 '승가'에 귀의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전에서는 '성승가(아리야상가)에 귀의한다'고 표현된 것이 아니고, 그냥 '승가'에 귀의한다. 혹은 '비구상가'에 귀의한다고 나타나있다.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듯, 덮여있는 것을 걷어내 보이듯, 방향을 잃어 버린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듯, 눈 있는 자는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비춰주듯, 고따마 존자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설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고따마 존자께 귀의합니다.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비구상가에 귀의합니다. 고따마 존자께서는 저를 재가신자로 받아주십시오.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있는 날까지 귀의 하옵니다.”(A3:63)

 

또 한가지 강조할 것은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있는 날까지 귀의 하옵니다"라는 고백이다. 이러한 고백이 칠정례에서는 至心歸命禮로 나타나고있는데 대부분 ‘至心歸命禮’ “목숨바쳐 귀의합니다.”라고 해석한다.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있는 날까지 귀의 하옵니다.”라는 고백과 “목숨바쳐 귀의합니다.”는 많은 차이가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귀의하는 태도는 목숨을 바치는 결연함 보다는 죽는 날까지 부처님을 존경하고 가르침을 배우고 살겠다는 유장한 다짐이다. “목숨바쳐 귀의합니다.”라고 번역은 전장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격정적이고 비장하게 느껴지는데 불자가 되는 과정이 이렇게 격정적이고 비장할 필요는 없다.

 

 

결국 우리가 항상 아침저녁에 예불문은 삼귀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고 남방불교에서 보호주인 '보배경'의 내용도 붓다, 담마,상가에 대한 귀의와 그 공덕을 말하고 있다. '붓다 담마 승가안에 이 훌륭한 보배가 있다'는 이러한 진실을 말하고 외움으로서 모두 행복해지고 질병이 사라진다는 것이 보배경의 내용이다. 결국 삼귀의는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진실의 힘으로 질병에서 벗어나고 행복해지는 길이다. 우리는 매일 칠정례를 통해서,혹은  보배경을 통해서 삼귀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고따마 존자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설해주셨습니다"라는 것에서 알수 있듯이 삼귀의는 설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감동한 후에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 ‘귀의법이 선행되고 나서 귀의불귀의승이 행해지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가르침의 특성상, 믿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보는 것이다. 이해하고 본 자는 경이롭습니다.” 라는 감탄을 하게 되고 이어서 부처님과 상가에도 귀의하게 된다. 율장 대품에는 바라나시에 있던 오비구도 법을 이해하고 법의 눈(法眼)을 얻고 난 후에야 세존께 출가를 요청하고 있는 장면이 나타나고있다

 

 

구체적으로 칠정례를 설명해 보자.

 

아금청정수 변위감로다 봉헌삼보전 원수애납수

이것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청정한 물로 감로차를 다려서 삼보전에 올리며 읊는 다게(茶偈)라는 게송이다. 감로다는 不死란 뜻으로 열반의 맛을 의미한다. 이 예불문이 만들어 질 때에는 새벽예불에 차를 다려 올렸다고 보여지며 평소에도 스님들이 차를 널리 마시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요즘에는 샘물을 떠서 다기잔에 담아 올린다.

 

원수애납수는 원하옵건대 받아주옵소서.’의 의미인데 3번 청한다.

3번 청하는 부처님 시대의 문화이다. 청을 하는 사람은 3번 청하는 동안에 자신의 의지가 굳건해지고 청을 받는 사람은 청하는 사람의 굳은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요즈음 출가하는 사람들에게 계를 줄 때에도 반드시 3번 물어서 출가를 허락하고 계를 준다.

 

 

(저녁예불)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광명운대 주변법계 공양시방 무량불법승

이것은 저녁예불에 읊는 게송으로 계,,,해탈,해탈지견의 다섯을 오분법신이라하고 오분법신에 을 붙여 오분향례(五分香禮佛)라고 한다. ,,,해탈,해탈지견은 수행의 순서를 가르키고 있다. 이 수행의 순서 하나하나가 향기로워서 향기 향()자를 붙였다. 계행의 향과 삼매의 향과 지혜의 향과 해탈의 향과 해탈지견의 향기로 삼보에 공양하는 것은 수행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양이다. 이 오분법신의 향기는 수행자가 하루하루 수행해온 지혜와 자비의 향기이기 때문이다.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

이것은 역사적인 석가모니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는 것이다.

상좌부 불교처럼 대승불교의 예불문에서도 석가모니 부처님을 근본 스승으로 모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三界는 중생이 生死에 윤회하는 고통의 세계로서 欲界,色界, 無色界를 말한다. 삼계를 다시 육도로 나누어 육도윤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導師라는 의미는 삼계의 중생들을 이끌어 주는 스승이라는 의미이다.

四生의 의미은 생물이 태어나는 네가지 형태다. 첫째는 태생(胎生)으로 母胎에서 태어나는 것으로서 사람이나 짐승류 등이다. 둘째는 난생(卵生)으로서 알에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조류등이다. 셋째는 습생(濕生)이다. 습기에서 태어나는 것으로서 벌레등이다. 넷째는 화생(化生)이다. 다른 물건에 의존하여 그것으로 부터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의 業力에 의하여 갑자기 태어나는 것이다. 하늘세계의 모든 들과 지옥의 생명체들이 그것이다.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불타야중 |

이것은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에 오셨던 모든 부처님들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는 것이다.

초기경전에는 과거 7불의 이름이 나타나는데 대승불교에서는 한량없는 부처님들의 이름이 나타난다. 제망(帝網)은 제석천(,Indra)의 그물()을 말하는데 요즈음은 인드라망이라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제석천궁의 그물은 각각 그물코마다 투명한 구슬이 달려 있어서 각각의 구슬은 다른 일체의 구슬을 비치고 그 각각의 구슬 속에 비친 하나하나의 구슬은 다시 다른 일체의 구슬을 비추고 있다. 이것은 모든 개체와 개체, 개체와 전체가 거듭 거듭 다함이 없이 서로 서로가 연결되고 조건되어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찰해(刹海)의 의미는 육지()와 바다()라는 뜻인데 제망찰해는 한량없는 온갖 세상이라는 뜻이다.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달마야중 |

이것은 가르침에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는 것이다. 삼귀의 중에 법귀의는 가장 강조되어야 할 덕목이지만 칠정례에서는 단 한번 나타난다. 대신에 아래와 같이 상가에 대한 귀의는 4번이나 나타난다.

 

지심귀명례 대지 문수사리보살 대행 보현보살 대비 관세음보살 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이것은 문수사리보살, 보현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에 대한 지극한 귀의이다. 4분의 보살은 대승불교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4가지 덕을 인격화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심귀명례 영산당시 수불부촉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 제대아라한 무량자비성중 |

이것은 법화경에서 부처님이 십대제자, 열여섯 제자, 오백 제자, 천이백 아라한님들에게 수기하는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이 예불문이 법화경이 유행하던 때에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다.

 

지심귀명례 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제대조사 천하종사 일체미진수 제대선지식

이것은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법이 전해온 역사적인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승가야중 |

이것은 시방삼세 항상 계신 상가에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는 것이다. 상가에는 사방승가(四方僧伽), 현전승가(現前僧伽) 가 있는데 현전승가는 시간, 공간적으로 제한된 지역상가이고 사방승가는 시간적으로 삼세에 걸쳐 확대되고 공간적으로는 우주적으로 확대되는 보편적 승가를 지칭한다. 여기서 상주하는 상가란 시방상가임을 알 수있다. 그리고 대승불교에서 이나 처럼 도 시방삼세 항상 계시다고 하는 것은 문수, 보현, 관음, 지장보살과 같은 대 보살들이 상가의 일원이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방삼세에 상주 한다는 상가의 의미는 역사적인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율장대품에는 상가가 이루어지기 전, 부처님이 보리수하에 깨닫고 라자야따나 나무아래 앉아 계실 때 두 상인이 부처님께 음식을 공양하고 부처님과 법에 귀의 했다고 나타난다. 이 때에는 사르나트에 있는 오비구를 제도하기 이전이므로 상가가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부처님과 가르침(法)의 두가지(二歸依)에 귀의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원 무진삼보 대자대비 수아정례 명훈가피력 원공법계 제중생 자타일시 성불도 |

이것은 삼귀의를 끝내고 그윽한 가피력으로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다 함께 성불의 길을 가기를 발원하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자타일시(自他一時)를 너와 내가 '한 때'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너와 내가 '함께'라고 해석하면 함께 부처를 이루자(成佛道)는 표현이 어색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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