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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걸기

[스크랩] "내 안의 MB 확실히 없애려면 조계사로 오세요"

 

8일 조계사 앞마당에는 밤 10시가 다 되도록 불빛이 환했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주최로 법륜스님, 도법스님, 수경스님이 한자리에 모이셨고, 그 분들의 강의를 듣고자 모인 대중이 100여 명 되었다. 그동안 4대강 하면 수경스님만 떠올랐는데 어제는 세 스님을 한 곳에서 뵐 수 있었다.

 

왜 이 세 스님이 한자리에 모이셨을까? 법륜스님은 현재 북한에 많은 아사자가 발생해 어떻게든 인도적 지원을 해보려고 해외로 뛰어다니시느라 바쁘신데 조계사에 와계신걸 보니 4대강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바쁜 스님 세 분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가장 큰 역할은 문수스님의 4대강 반대 소신공양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세 분 스님은 각자 다른 길을 가는 수행자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이 세상 모든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생명살림' 길에서 모두 같은 길을 가시는 분들이다.

 

한양대 이도흠 교수님의 사회로 세 스님을 모시고 대화마당이 펼쳐졌다. 대화마당에 온 대중들이 평소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고 세 스님께서 서로 마이크를 넘겨주며(서로 답하라고 양보하시며) 답해주셨다. 계급장 떼고 질문하라는 사회자의 재치에 많은 분들이 재밌는 질문을 했고, 명쾌한 답이 오갔다. 다 정리를 하면 양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간단하게 정리해본다.

 

"더 많이 쓰고 살겠다는 내 삶의 방식이 4대강 문제로 나타난 것일 뿐"

 

  
8일 조계사에서 열린 생명평화 대화마당에서 한 시민이 질문하고 있다.
ⓒ 권영숙
조계사

 

- MB 정부가 이미 많은 일을 저질렀다. 지금 상황에서 지혜롭게 4대강 사업을 중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그들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명분을 주면서 어떻게 잘 마무리하게 할 수 있을지 지혜로운 말씀을 듣고 싶다.

 

법륜 스님 = 쥐가 도망을 가려고 할 때 퇴로를 열어주는 거지, 도망갈 생각을 안 하는 쥐더러 퇴로를 열어 줄 수 없다. 좀 안 맞는 것 같다.(웃음)

 

- 4대강 사업이 이미 30%가 진행이 되어서 되돌리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가.

 

도법스님 = 4대강 사업이라고 하는 문제의 정체가 뭔가. 4대강 사업 문제는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집권 세력만의 문제일까.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나는 더 갖고 싶은 생각이 없고, 더 편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나? 한국을 구성하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쓰고 더 편하게 살겠다는 가치의식과 삶의 방식을 갖고 있고, 이런 방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4대강 사업 문제로 나타난다고 본다.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이명박씨가 혼자 대통령 되었나. 아니다. 그 분이 대통령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표를 준 거다. 그것도 많은 수가 표를 줬다. 그 분에게 표를 준 사람들의 생각이 뭘까.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쓰고 더 편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에 부응할 거라고 생각해서 표를 준 거다. 그것 때문에 벌여진 일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이라고 본다.

 

법륜스님 = 어떤 사람이 벌을 줘서 열 대를 패기로 했는데 두 대를 패다가 죄 없다고 한다면, 끝까지 열 대를 패는 게 나은가 거기서 멈추는 게 나은가. 또 4대강을 복구하는 데는 열배 스무 배가 더 든다.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자리이타'행이 내 생명을 위하는 길"

 

  
법륜스님과 도법스님이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권영숙
조계사

- 나도 4대강 사업을 반대는 하고 있는데 나나 이명박이나 근본으로 들어가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문수스님 이야기 들었을 때 충격적인 게, 나는 나 보기에 좋은 것을 지키고 싶은데 그 분은 어떻게 자기 몸을 공양했는지 놀랍다. 이 뜻을 우리가 어떻게 이어가면 좋을지 여쭙고 싶다.

 

도법 스님 =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게 해답이다. 내 생명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해답이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한 뜻을 계승하는 길도 그게 해답이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다 자기 생명을 위해 살고 있다. 이건 이기적인 것과 다르다. 내 생명이 안전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농부를 예로 들어보자. 농부는 농사짓는 사람이다. 농부가 고추를 가꾸기 위해서 지극 정성을 기울이면 고추 농사가 잘 될 것이다. 그러면 고추가 좋고 훌륭한 결실을 이룬다. 그럼 누구에게 좋은가. 농부에게 좋다. 농부가 고추를 지극정성으로 가꾸는 것은 첫째 고추를 위한 일이다. 이를 '이타행'이라 한다. 열심히 이타행을 해서 고추 농사가 잘 되게 하면 그 결과는 자기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자리이타'라고 한다.  

 

생명이 존재하는 법칙을 불교적 개념으로 하면 자비의 법칙, 사랑의 법칙이라고 한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건 사랑, 자비다. 생명을 탄생시키고 살아가게 하는 법칙을 사랑, 자비의 법칙이라고 한다. 불교는 사랑과 자비의 법칙을 따라서 가는 거다. 이 법칙대로 살아가는 것이 농부는 고추를 지극정성으로 가꿔 고추도 좋고, 동시에 농부도 좋은 것이다. 나에게 적용하면 나에게 유익하고 남에게도 유익하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내 생명을 위하는 길이다. 동시에 상대를 위하는 길이 된다.

 

"국민 동의 안 거치고, 국민 세금으로 추진하는 4대강 사업 개발비"

 

  
'4대강 사업 반대에 앞장서는 수경스님
ⓒ 권영숙
수경스님

- 나는 4대강 개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원점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만약에 태풍이 불어서 100명의 사상자를 낸다고 가정을 하자. 그곳에 어느 정도 손질을 해서 치산치수와 개발을 해서 피해를 없게 한다면 하나의 방법이 아니겠는가. 불교에서는 1제만이 아니라 2제 3제도 진리라고 하는데 MB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믹스해서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법륜스님 = 좋은 생각이다. 홍수가 나면 사람이 죽고 짐승이 떠내려 갈 수 있다. 그것을 어느 정도 댐을 쌓고 제방을 막아서 피해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다. 그런데 그게 지나쳐서 다시 자연의 변화를 가져와서 우리의 삶을 파괴한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홍수에서 100명이 죽는 걸 막기 위해서 한 행동이 1, 2년은 문제가 없다가 나중에 1000명이 죽는 현상이 발생했다면, 앞에 작은 이익을 얻은 것이 실제 이익이 아니다.

 

우리가 자연을 무조건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게 아니다. 지금 4대강 개발은 안 하면 굶어 죽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홍수의 절박함, 주민들의 요구와 성화 때문이 아니다. 몇몇 사람들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행한 것이다. 정부가 홍수를 막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우리나라는 강 본줄기에서 홍수 피해가 나는 일이 적다. 지류에서 일어난다. 홍수와도 별로 관계가 없다.

 

4대강 개발비는 어디서 나온 것이냐. 국민 세금에서 나온 것이다. 다른 더 필요한 곳도 많고, 설령 국고에 돈이 남아돌면 북한이나 제3세계 굶어죽는 사람을 위해서 써도 된다. 국가의 재정적자가 엄청나니까 빚 갚는 데 써도 된다. 20~30% 진행해서 중단 못 시킨다고 하면, 세종시는 이미 법적으로 끝난 건데도 뒤집었다. 4대강 사업은 국민 동의나 법적 절차도 안 거쳤고, 민주적인 절차를 봐도 모순이다.

 

"매일 저녁 조계사로 모여서 불씨를 퍼뜨리자"

 

  
8일 조계사에서 열린 생명평화 대화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들
ⓒ 권영숙
생명평화마당

- 이런 대화마당을 만든 것도 획기적이고 많은 분들이 온 것도 좋은 일이다. 일파만파 번질 것이다. 우리 불교계도 4대강 사업을 진정으로 저지하길 바란다면 조직이 필요하다. 개인은 모래알이다. 불교가 진정으로 생명 평화를 위하고 환경을 위한다면 조직에서 반대해야 한다. 총무원장님 기자회견도 하고, 현수막도 걸고, 중앙신도회도 강연회도 하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조직적 대응, 조직화된 힘이 현실을 바꾸고 변화시키고 변혁시킬 수 있다.

 

도법스님 = 종정 스님, 원로위원, 총무원, 중앙종회, 본사주지, 본말사주지 이렇게 들고 나오면 아마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 집안이 그렇게 진행이 되었으면 문수 스님도 소신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오늘 저녁 우리가 이렇게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웃음)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까 소신을 하게 되고 우리도 만나게 된 것이다. 현실 상황이 이러니까 이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해답이라는 게 우리가 이런 걸 하는 것이 서글프다면 서글픈 일이지만 그 정도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갖고 있는 능력과 힘이 이 정도인데.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다. 당연히 해야 한다. 나는 이게 결코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우리들의 문제의식이나 몸짓들이 반드시 불씨가 되고 계속 번지고 더 크게 힘차게 타오르리라 본다.

 

나쁜 생각도 지나치면 안 되지만 잘 될 거라는 생각도 지나치면 현실성을 잃는다. 이 정도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고 자부심을 갖자. 이런 모색들이 불씨가 되어 번져서 활활 타오를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이 정도면 되지 않는가.

 

우리가 할 일은 이 불씨를 계속 퍼트리는 것이다. 타오르는 것은 스스로 된다. 내일 저녁도 이런 자리가 마련이 된다. 아까 조직된 힘에 대해서 말했는데 우리 조직하자. 오늘부터 조직하는 거다. 내일 반드시 왼손으로 다른 한 손을 붙잡고 오자. 그렇게 해서 문수스님 49제 지내는 날 즈음해서는 조계사만이 아니라 이 주위에 인파가 깔릴 수 있도록 확실하게 하자."

 

도법스님의 이 말씀에 사회자가 한마디 한다.

 

"절대 왼손에 사람을 잡고 오시면 안 된다. 왜냐면 좌파로 몰린다. 오른손에 잡고 오시라."

 

내 안의 MB를 확실히 없애는 방법, 49일 동안 조계사로 모이자

 

  
8일 조계사에서 열린 생명평화마당에서 재치있는 사회를 본 이도흠 교수
ⓒ 권영숙
이도흠

 

사회자의 재치에 행사장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사회자의 말대로 대화란 것은 코드나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끼리 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쓰고 더 쉽고 더 편리하게 살자, 그렇게 사는 게 좋은 것이다'라는 가치의식과 그런 사고방식이 구체적인 문제로 나타난 것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이라는 도법스님의 말씀에 나는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결국 우리 안의 MB가 4대강 사업을 만들었고, 대통령도 만들었다. 그 누구의 책임으로 돌리기 전에, 왜 현실이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 바깥을 탓하기 전에 내가 불씨가 되어 오늘부터 조계사로 출근해야겠다.

 

세 분 스님의 삶의 원칙에 관한 말씀을 들으면서 내 안의 MB가 많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내 안에 존재하는 MB를 완전하게 소멸시키기 위해 난 오늘도 다른 분들의 강연을 듣기위해 조계사로 저녁 7시에 출근한다.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우리 안의 MB를 함께 떠나보낼 사랑하는 지인의 손을 잡고.

 

출처 : 괜찮아
글쓴이 : 괜찮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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