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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보드가야에서 만난 아이들

 

 

  작년에 보드가야에서 거지 아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한달 넘게 보드가야에 머물다 보니 그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처음에는 자꾸 쫓아다니는게 귀찮기도 했지만 힌디어 배운다고 아이들과 이야기 하다보니 모두 친구가 되어버렸네요. 아침에 나가서 아이들과 같이 밥먹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아이들 모두 데리고 가서(5명에서 20명) 밥을 먹여도 평균 100~300루피 정도 밖에 안나왔어요.  그 아이들과 지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제 친구들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비까스의 주먹

 

                                                           닌뚜, 라니, 모르겠네

 

 

 

                                                                비까스와 꾼잔

 

비까스는 그곳에서 처음 만난 아이인데 정말 붙임성이 좋았습니다. 누나인 닌뚜와 함께 구걸을 하는데 언제나 비까스가 성적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도중에도 돈이 있어 보이는 외국인이 지나가면 쫒아가서 돈을 받아 옵니다.

쏟살같이 달려가서 많게는 200 미터정도 따라가는 걸 보고 그의 끈기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거나 안줄 것 같으면 3미터 정도에서 멈춥니다. 놀라운 직감! 

  

 

 

                                                                         꾼잔 비까스

 

사실 닌뚜와 비까스는 남매이고 꾼잔은 같은 동에 친구입니다.

이들은 모두 모짜림이라는 동네에 사는데 구걸하기 위해서 새벽 5~6시에 보드가야로 옵니다.

정말 출근하는 것이죠.  

 퇴근은 대게 저녁 5~6시에 합니다.  수금이 잘 안되는 날은 더 늦게 서성이기도 합니다.

 할당량을 채워야하는 가 봅니다.

 

                                          강아지를 안고 있는 아니는 비까스의 여동생

 

비까스의 여동생이 보이는 날은 그들의 어머니까지 보드가야에 나온 날입니다.

온 집안이  출동을 한 것이지요. 그래서 비까스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도 만나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나를 피했습니다. 젊은 사람이 아이들에게 구걸을 시키고 그는 중간중간 아이들에게 접근해서 수금을 하는 것을 나에게 들켰기 때문이지요.

사지도 멀쩡하고 젊은 사람인데 구걸을 하지 못한 날에는 아이들에게 손찌검도 하는 모양입니다. 

 

 

 

 

모르겠네 이름을

 

이 아이는 비까스의 친구인데 아주 귀엽습니다.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아이였는데 기억하지 못하겠네요.

구걸을 할때도 그냥 옆에 서있는 정도이지 다른아이들처럼 짜증나게 구걸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수줍게 구걸하는 모습이 참 이뻐 보엿습니다.

물론 이 아이에게 밥을 사주면 비까스가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꾼잔 과 닌뚜

 

모짜람에 사는 둘이는 각별한 친구입니다.

먹을 것이 생기면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가 친구와 나누어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친구가 되고 부터는 나도 종종 초콜릿,사과,과자,바나나 같은 것들을 얻어 먹었습니다.

 

그들과 헤어져서 라즈기르 날란다 꾸시나가르등으로 성지 순례를 하고 오니 보시는 바와 같이 꾼잔의 왼쪽 눈에 이물질이 들어 갔는지 저렇게 부어있었습니다. 

비까스가 꾼잔이 병원에 데려가라고 부탁을 했고 나도 꾼잔에게 다음날 아침 일찍 만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꾼잔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인도인과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꾼잔이 사는 마을 모짜림에 꾼잔을 보러갔습니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꾼잔은 동생을 업고  안고 손을 잡고 나왔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구걸을 못 나갔다고 말합니다.

꾼잔의 어머니에게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득을 해서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갈수가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나오는 닌뚜와 꾼잔과 꾼잔의 어머니

 

어찌어찌해서 꾼잔의 어머니와 꾼잔 닌뚜, 인도 아저씨 2명, 이렇게 6명이 릭샤를 타고 가야에 있는 병원에 갔습니다. 2시간 정도를 기다려서(이 정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죠 ) 의사선생님을 만났는데

검사를 끝낸 의사선생님은 꾼잔의 어머니를 불러 호통을 칩니다.

 

"아이를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가?"

어머니는 "돈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아이들을 구걸시키느라 못온 것이 아닌가?"

"당신은 진작에 왔어야 했다."

그 의사는 자신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라며 벽에 붙어있는 힌디어를 손으로 가르킵니다.

"당신 탓이야!"

의사가 소리를 버럭 지릅니다. 

그리고는 "저 외국인이 당신딸을 병원에 데랴오지 않았으면 오늘도 여기에 안왔을 테지?"

라고 망하며 의사는 스스로의 가슴을 치며 말합니다.

  "이 아이의 눈은 끝났다"

그말을 듣자마자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않아 통곡을 하며

딸을 살려달라고 애원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닌뚜도 나도 눈물을 흘립니다.

꾼잔은 멍한 상태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닌뚜는 신발도 없는데 그의 어머니는 신발과  제법 괜찬은 사리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좋은 옷을 입고 있으면 구걸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므로 부모들이 일부러 허름한 옷을 입히나 봅니다.

 

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면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들은 생활비를 요구합니다.

아이들이 구걸해 오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어지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정을 알고 나서도 내가 할 수있는 일은 그들과 밥을 같이 먹고 같이 노는 것 입니다.

 

이야기를 쓰다보니 무겁게 되었는데...

오늘도 그들은 구걸을 하고 있을 것이고 나는 그들과 지낸 시간이 그립습니다.

꾼잔의 시력은 처음에는 절망적이었으나  꾸준히 병원에서 가져온 약을 바르더니 내가 떠나오는 날에는

조금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인생에 정확한 답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 그들이 그립고 

꾼잔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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