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면 미소를 지어라.
맥간에 머물던 어느 날, 오전에 나는 달라이라마 템플 이라고 알려진 남걀템플에 갔다.
그날은 많은 스님들이 법당에 앉아서 독경을 하고 있었다.
법당을 둘러 보던 중 스님들 앞에서 독경을 하고 있는 노란색 옷을 입은 어느 여성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님들과 함께 독경을 하는 것이 특별하게 보였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티벳인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 후로 여러번 남걀 템플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법당 밖에 혼자 앉아서 티벳경전을 읽고 있는 그 여성을 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여성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특별했다.
한국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쵸모보살 (왼쪽)
질문] 당신은 어느나라 사람인가?
답] 나는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28세 미국으로 에 건너가서 이제는 미국시민이다.
질문]당신은 티벳스님들 앞줄에 앉아서 독경을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그런 특권을 누리게 되었는가?
답]나는 내가 무슨 행위를 하든지 나의 스승이 보호해 주고있다. 나의 스승의 도움없이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질문] 당신의 스승은 누구인가?
답]나에게는 3분의 스승이 있다. 첫 번째 스승은 달라이라마 존자님이다. 두 번째 스승은 지금 티벳에 계시는 린포체 스님이다. 세 번째 스승은 닝마파의 노 스님이다.
질문]당신은 언제부터 불교수행을 해 왔는가?
답]10년전 부터이다. 나는 10년전에 티벳불교로 출가를 했었다. 그러다가 이곳 남걀 템플에 2년전 부터 앉아 있다.
질문] 왜 출가 수행을 하지 않고 이렇게 일반인이 되어서 이곳에 앉아 있는가?
답] 수행이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출가자라는 것에서도 자유로워 지고 싶어서 이렇게 일반인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고 그들을 껴안아 줄 수도 있다. 승복을 입고 있으면 그러한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나의 스승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질문] 이 곳에 하루 종일 앉아서 무엇을 하는가?
답] 하는 일 없이 그냥 앉아 있다. 이곳에서 경전도 읽고 사람들을 안내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람들의 물음에 답을 해주기도 한다.
질문] 당신은 어떤 만트라를 염하고 있는가?
답] 없다. 어떤 만트라를 염하지도 않고 특별한 수행을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곳에 앉아서 내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있다.
질문] 당신은 행복한가?
답] 나는 행복하다. 내 얼굴을 보라. 나는 항상 웃고 있다. 당신 눈에는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는가? 당신도 사람을 만나면 미소를 지어라. 그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질문] 행복해 보인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답]자신을 비우면 행복하다. 저 사람들을 보라. 어떤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고 어떤 사람들은 침울해 보인다. 자기 중심적인 생가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처럼 행복과 불행을 항상 경험한다. 그러나 나는 항상 행복하다.
질문] 그렇다면 당신은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답]내 입으로 그것을 말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당신이 시간이 된다면 언제나 나를 지켜보라. 그러면 내가 왜 항상 행복하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질문]당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답] 두렵지 않다. 왜 내가 죽음을 두려워 해야 하는가?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내게도 한 가지 두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불친절 하게 대할까봐 두렵다.
질문] 당신은 어디서 머무르는가?
답] 나는 집이 없다. 처마밑에서 자기도 하고 짜이숍에서 자기도 한다. 최근 짜이숍에서 지낸다. 나는 지금 1루피도 없다. 그래도 행복하다.
밤에는 쵸모보살의 침실이 되는 짜이집
질문] 돈 없이 어떻게 생활이 가능한가?
답] 나를 보라. 내가 이렇게 돈 없이 살고 있지 않는가? 어제 어떤 분이 내게 50루피를 보시했다. 그러나 나는 그 돈을 시주함에 넣었다.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저 곳에 부처님이 앉아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돈은 내가 가져서는 안 된다.
질문]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먹는가?
답](배낭을 열어 보이며) 삼바(밀가루에 버터를 섞은 티벳음식, 티벳인들이 티벳을 탈출해서 히말라야 산을 넘어올 때 주로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를 먹는다.
오늘 점심은 미국인 티벳스님이 뚝바(티벳국수)를 사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30루피짜리 뚝빠를 먹었다.
질문] 요즘에는 거의 하루에 몇 번씩 비가 온다. 짜이 가게에서 자면 춥지는 않는가?
답] 그곳에 담요가 있다. 그러나 나의 스승은 언제나 나를 지켜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건강하다. 보라. 나는 올해 64살이다. 그러나 나의 몸은 젊은이와 다르지 않다.
질문] 놀랍다. 당신은 50대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다.그런 곳에서 자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은가?
답] 한번은 밤에 자는데 누가 내 다리를 만지더라. 깨어보니 젊은 서양 청년이 나의 다리를 더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 사람아! 나는 그대의 엄마야!” 그 후 그 청년은 담배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담배를 안 피운다. 어서가라 . 달라이라마를 지키는 경비원들이 나도 지키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너가 잡히면 정말 큰일 난다. 그러니 어서가라. 담배는 집에 가서 피우라.”라고 말해 주었다. 정말로 달라이라마의 경비원들이 내가 자는 짜이 가게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린다.
질문]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그 서양 청년은 순순히 떠났는가?
답] 그렇다. 정말로 경비원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그리고 나의 스승이 언제나 나를 지켜주고 있다. 내가 그런 곳에서 자는 것도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내 수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돈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얼마 전에 옷이 필요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이 옷을 보시했다.
질문]만약 내가 돈 없이 생활한다면 정말 비참할 것이다.
답]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러한 복이 있다. 처음에 가난한 사람이 자동차를 사게 되면 그 차를 닦고 소중히 다룬다. 그러나 억만장자라면 그 차 하나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 그처럼 나는 세상을 다 가졌기 때문에 돈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 가지 당신에게 묻겠다. 휴지를 버리는 사람과 줍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질문] 당연히 휴지를 줍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당신의 생각은 다른가?
답] 휴지를 줍는 사람이 “나는 휴지를 줍는 좋은 사람이다. 저 휴지를 버리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 다면 휴지를 버리는 쪽이 낳다.
휴지를 버리는 사람은 쉽게 그 행위를 고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자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르치기는 쉽지가 않다.
또 한가지 예를 들자면, 오늘아침에 이 템플에 도둑이 들었다. 인도인 청년이 불전함을 털다가 티벳스님에게 붙잡혔는데, 티벳스님들이 우왁 스럽게 그 도둑을 잡아서 심문을 했다. 그때 나는 그 스님들에게 가서 그 사람에게 겁주지 말고 부드럽게 대하라고 말했다.
그 도둑은 가난하다. 그래서 돈을 훔친 것이다. 그러나 스님들은 사찰에서 주는 밥을 먹고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부처님이 가르친 자비를 실천한다면 그 도둑에게 밥을 주고 부드럽게 타 일러야 한다. 자비를 실천해야 하는 스님들이 재산을 관리하며 그런 가난한 사람을 윽박지르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도둑에게 충고해서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 타성에 젖은 스님들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쉽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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