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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해인사의 변화

해인사 승가대학 교과개편 내용과 의미

禪중심에서 벗어나 ‘全人的 학인’ 양성에 초점

 

지난 4일 발표된 해인사승가대학 개편안의 핵심은 한마디로 종단의 교육법이 정한 승가교육 목표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데 있다. 종단 교육법은 승가대학의 교육목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조계종지의 체득 △원시경전 대승경전을 망라한 체계적인 경전교육 △교학의 이해 수행전법을 함께하는 교육 △율장의 학습 및 수련 △불교사상사와 조계종사에 대한 바른 이해 △제종의 종지학습 △선 및 염불의 실수 △역사와 사회의 제 문제점을 불교적 시각과 방법으로 조명하고 해결하는 교육 △수행자로서 필요한 일반 교양과정의 이수.

 

지난 4일 합천 해인사 청화당에서 열린 해인총림 병술년 제7차 임회. 20여명의 해인사 사중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임회에서는 해인사승가대학 교과개편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994년 개혁회의가 들어선 뒤 종단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승가교육이었다. 이에 따라 교육원 출범 등 여러 교육 개혁안이 마련돼 승가교육은 획기적인 변화를 겪게 됐다. 하지만 교육법이 정한 강원 교육목표대로 실시하는 승가대학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형적 변화는 많았지만 내용은 여전히 중국 송나라 시대에 마련한, 선 중심의 교과목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수업방식도 한문 경전 구절을 따라 외우는 서당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승가대학 4년을 마쳐도 불교사에 대한 이해와 경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나 종단관 등을 형성하지 못한 학인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경전이나 선어록을 해석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불교의 참 진리와 의미를 읽는데 소홀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학인들을 지도한 적이 있는 한 스님은 “불교의 핵심은 연기법인데 이를 이해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인을 본적이 없다”며 “이는 한문 구절을 읽고 뜻을 새기는 서당식 교육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의 이번 교육개편안은 선어록을 읽고 해석하는데 주안점을 둔 기존 학습법에서 벗어나 불제자와 조계종도가 갖추어야 할 기본 지식 습득과 사상을 배양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따라 〈치문〉 〈서장〉 〈도서〉 〈선요〉 등 전통 선어록의 교과목은 존치하되 핵심 내용만을 간추려 학습할 계획이다. 대신 그동안 승가대학에서 다루지 않거나 소홀히 취급하던 초기불교, 아비달마, 율장, 교단의 형성과 전개, 중관, 유식, 선종사, 조계종사, 현대문화와 불교, 철학, 교단역사와 구조 등을 포함시켰다.

율.논.불교사 등 추가해 종합적 안목 키워

해인사승가대학의 개편안 중에서 또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교수인력 수급이다. 현재 대부분 승가대학은 몇몇 강사스님이 전담하는 체제다. 다양한 시각과 학습이 불가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인사는 교과목별로 승려 교수사 대학교수 강사 등으로 인재풀을 형성, 초청할 계획이다. 강의의 전문성과 질을 높이고 학인들에게는 다양한 논점을 제공할 수있는 것이다. 교육평가를 강화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출석 20%, 수업태도 20%, 과제물 20%, 시험 40%로 평가항목을 설정하고 채점기준을 정해 평가자료로 삼는 학사관리 방식은 일반대학에서 실시하는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학인은 유급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매년 과목별 수업 목표를 제시하고 교재를 공시하며, 해당 교과가 시작할 때 강의계획서를 공개해 학인들이 사전에 강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진화된 방식이다.

종단교육 목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해인사승가대학이 이번에 마련한 교육안을 진작에 실시했어야 하지만 교육원 출범 1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하고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을 확보하고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찰이 승가대학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현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승가대학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중의 지원이 뒤따라야 하지만, 사찰측은 학인들을 조계종도로 육성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사찰 일에 동원하는데 더 주안점을 둔다. 이 때문에 규모가 작은 사찰에서는 학인들을 이런 저런 사중일에 동원하느라 실제로 편성된 수업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학인들도 승가대학을 마쳐야 비구계를 수지할 수 있다는 법 조항 때문에 형식적으로 수업에 임하기도 한다. 물론 100명이 넘는 많은 학인이 공부하며 좋은 시설을 갖추고 학사관리를 엄격히 실시하는 사미니 승가대학은 큰 문제가 없다.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사미 승가대학 중에서 해인사승가대학이 가장 먼저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그 영향이 다른 총림급 사찰에도 미치게 돼 승가대학의 변화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변화는 불교를 ‘제대로’ 공부한 승려가 배출되면서 종단에 끼치게 될 영향이다.

종단의 병폐가 부처님 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해인사승가대학의 교과목 개편은 한 사찰의 변화를 넘어 종단의 근본을 변화시킬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해인사=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285호/ 12월9일자]

 

 

 

 

“부식비 줄여서라도 교육불사 매진”

● 인터뷰/ 해인사승가대학 운영위원장 현응스님

 

“부식비를 줄여서라도 승가대학 교학 체제 정비에 힘쓰겠다.”

해인사승가대학운영위원장 현응스님(해인사 주지.사진)은 “해인강원은 법보종찰에 걸맞은 교학체계를 정비해서 과거 해인강원의 명예와 위상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꼭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해인총림 제7차 임회에서 해인사승가대학 교과 개편안을 결의한 현응스님은 “이제 서당식 교육으로 승가교육을 이끌어서는 향후 5년내에 강원의 존속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가장 시급한 교육불사를 실행함으로써 해인총림의 강원 시스템이 타사찰의 모범 사례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옛날 해인강원 시절에는 책이 귀한 나머지 대장경으로 직접 본을 떠서 교재로 활용했고, 무수한 강백스님들에게 묻고 또 물어서 어렵게 공부를 했지만 그 시절이 오히려 공부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해인강원의 교과를 획기적으로 전면 개편한 스님은 강원 연구비도 최대 150% 강화시키고 10억원 이상의 특별회계교육발전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해인총림 율주 종진스님, 은해사승가대학원장 지안스님, 실상사화엄학림 학장 재연스님,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스님 등과 함께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총 6차례의 모임을 통해 해인사승가대학 교과개편안을 마련한 스님은 “법보종찰로서 교육불사에 우선 투자하는 교육도량으로 일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불교신문 2285호/ 12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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