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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셔온 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차’(현암사)

[잠깐!이 저자] “茶를 나누는 건… 인연을 맺는다는 것”



[조선일보 김한수기자]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차(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오해도 생겼습니다. 차는 차인(茶人)들의 전유물에 돈도 많이 들고, 예법도 거창하다는 거죠. 절대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저도 혼자 마실 때는 격식 따지지 않고 보통 컵에 찻잎 넣고 뜨거운 물 부어서 마십니다. 누구나 차를 알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차 전문가로 꼽히는 여연 스님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차’(현암사)를 펴냈다. 우리나라 차문화의 중흥조로 꼽히는 초의(草衣) 선사가 머물렀던 전남 해남 일지암에서 500여 평 차밭을 손수 가꾸며 사단법인 대한민국차품평회 이사장을 맡고 있고, 여러 대학과 단체 등에서 차문화와 역사를 강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이지만 정작 차를 처음 접한 것은 1971년 출가 후 스님이 되고 나서였다.

“저도 구기자차, 유자차, 인삼차 등 전문용어로는 ‘대용차’라고 부르는 차가 진짜 차인 줄 알고 좋아하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출가 후 어느 수좌(참선하는 스님)께서 ‘감로수’를 주겠다며 따라준 차 맛에 매료된 것이 벌써 35년이 됐습니다.”

이 책엔 그렇게 차에 흠뻑 빠져 지낸 35년간의 경험과 지식이 온축돼 있다. ‘차란 무엇인가’ ‘역사와 문화 속의 우리 차’ ‘생활 속의 우리 차’ 등으로 나눠 차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낸 것. 늦가을 국화까지 질 무렵부터 흰 꽃을 피워 겨우내 버티던 차나무가 저 땅 속 깊은 곳의 봄기운을 느끼고 이파리를 피우는 모습, 하루가 다르게 잎이 자라면서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전혀 다른 맛을 내는 차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동남아시아의 차 시장 판도도 점검하고 요즘 인기 있는 ‘보이차’와 관련한 오해도 풀어주고 있다.

여연 스님이 말하는 차의 가장 큰 매력은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는 매개체라는 것. 건강에 좋은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프랑스 사람들이 식사 때 포도주를 놓고 ‘몇 년, 어느 지방산(産)’부터 시작해 무궁무진한 화제를 만들어 내듯이, 우리도 차를 함께 마시면 차의 종류와 다기(茶器) 등을 놓고 화제가 만발합니다. 부부나 가족이 함께 마시면 관계도 더욱 돈독해 지고요.”

여연 스님은 진정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묻지마 차’ ‘무대 차’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연 스님이 스스로 이름 붙인 ‘묻지마 차’는 “차의 종류나 제조 과정 등에 무지한 채 그냥 마시는 것”이며, ‘무대 차’는 “자랑하고 폼 잡으려 차를 마시는 행위”라고 한다. 제대로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겸손함과 최소한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그는 역설한다. 찻잎을 따고 덖느라 늘 엄지와 검지 손가락엔 작은 상처들이 가시지 않는 그는 “많은 이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차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han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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