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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람에대한 고마움

비가 옵니다.
노란 단풍잎에 내리는 가을비는 마음을 애처롭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비 때문인지 오늘은 하루종일 방안에서 뒹굴뒹굴 하였습니다.
계속 자도 잠은 떨어져 나가지 않습니다.

오후에 100일걷기를 끝내고 온나를 위하여 몇몇스님들이 저녁을 대접하겠다고해서 빗길을 달려 함양에 있는 대보반점 이라는 중국집에 갔습니다.

팔보체와 양장피를 시켜놓고 도수가 높은 술도 한잔식 했습니다.
분위기가 무루익어갈때 어느스님이 물었습니다.
"100일걷기를 통해 느낀점이 무었인지요?"
나는" 참 좋았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무엇이 좋았냐고 또 묻길래
이어진 나의 대답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고 대답했습니다.

문득 100일걷기가 실상사에 도착했을때 도법스님이 하신 말이 생각납니다.
"이세상에는 제거해야할 적이란 없다.단지 치료해야할 환자가 있을뿐이다"는말...

결국 사람의 문제였습니다.
쌀을 지키겠다고 절박한 마음으로 1년농사를 포기하고 나선 사람이나 그뜻에 동조해 걸었던 많은사람들 이나 그저 전국을 유람하기위해 참여한 사람이나 우리를 쓸데없는짓한다고 나무라던 사람들이나 어린아이손을 잡아주며 눈물을 흘리던 늙은 농민이나 우리가 서울에 도착한것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언론이나 ....모두가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끌어 안고 치유해야할 사람들이었습니다.

쌀이 왜 우리의 생명인지, 우리가 사랍답게 사는길이 무엇인지....
나는 이렇게 살아왔는데,당신은 어떻게 살아왓냐고..어떻게 살아갈거냐고...속마음을 털어놓고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며 같이 노래하고 춤추며
어울려야할 사람 들이었습니다.
적과 동지를 가르고 이렇게 해야한다고 주장하거나 설득할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길에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밥먹고 술마시고 같이 걸으며 나누었던 기억이 있을 뿐입니다.
전혀 만나리라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과 울고 웃고 싸우며 100날을 걸었습니다.
이제 그사람들의 잊혀지지 않는 기억만이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100일걷기가 친목을 도모하는 행사였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어디서 무슨일을 하든 열린 가슴과 따듯한시선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것...이세상에서 만날수 있는 사람, 그가 누구든지간에 친구가 되지 못할사람이 없다는것을 말하고자 함입니다.

사실 100일걷는다는 것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너무나 소박하게 시작한 걸음 이었기에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기에 나와 의견 충돌이 가장 심했던
대변인님이 마지막날 덕담으로 내게
"스님이 같이 걸어서 긴장감이 있어 좋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갈등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치열한 갈등때문에 더욱 깊게 사람을 사귈수 있었다면 ...
모순이겠지만 ,사실은 그랬습니다.
대충대충 좋은게 좋은거라면서 걸었다면은 이만한 애정도 생기지 않았을것입니다.

참많은 것을 배울수있었던 걸음 걸음 이었기에
길에서 만났던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종교인으로 사는거나 농민으로 사는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도시인이나
쌀을 수입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나 결국 사람입니다.

종교도 사람의 일이며 농업도 기업도 마을도 국가도 모두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입니다.

이놈의 사람만이 문제이지만
또 결국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단순히 희망이 아니라 사람이 전부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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