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자승의 망령’에 휘둘릴 것인가
조계종단의 시계는 여전히 ‘자승’이라는 이름에 멈춰 서 있다. 그가 안성 칠장사 전각을 태우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종단은 자성(自省) 대신 자승을 ‘영웅’으로 만드는 해괴한 길을 가고 있다.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 스님)는 지난 12월 6일 ‘자승 대종사 2주기 다례재 및 부도탑 제막식’을 봉행했다. 높이 4미터 18센티미터 규모의 이 부도탑은 조계종 역사상 가장 큰 부도탑일 것이다. 아마 후대에 봉은사를 찾아와 이 부도탑을 보는 이들은, 자승이라는 승려가 도를 이룬 큰 스님이거나 당대에 엄청난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승 스님은 과연 어떻게 살다 갔는가? 그는 정권과 유착하고 종단 권력을 사유화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렸던 인물이다.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또 다른 정치적 판단이었는지 알 길 없으나, 결국 칠장사의 전각을 방화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유서에서 상좌들에게 수억 원씩 내놓아 자신이 불태운 전각을 복원하라는 해괴한 명령을 남겼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수행한다는 사람들이 대체 어떤 삶을 살기에 몇 억이라는 돈을 그리 쉽게 내놓으라 말할 수 있으며, 스스로 방화를 저지르고 다시 지으라고 하는지 그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자승과 그 주변 승려들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영위했는지 이 유서가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승이 칠장사에서 입적한 후 국정원 직원들이 사찰에 들이닥쳐 화재 현장을 뒷수습했다. 특검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 직원들을 보냈다고 한다. 일개 승려의 죽음에 어째서 대통령이 국정원 직원을 보내야 했는지 그 이유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조사를 진행했으나, 왜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부검 결과나 구체적인 조사 결과 또한 발표되지 않고 있다. 종단 책임자들 역시 쉬쉬하고 있다. 종단은 그의 죽음을 해탈에 이르려는 자의 ‘소신공양’이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긴급 브리핑을 통해 “자승 스님은 종단 안정과 정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을 함으로써 모든 신도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강변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서둘러 그에게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죽음 직후 조계종 스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자승의 죽음을 ‘부처님께 올린 소신공양’이라 응답한 비율은 6.9%에 불과했다. 반면 ‘막후 실권자에 대한 영웅 만들기 미사여구일 뿐’이라는 응답은 93.1%로 압도적이었다.
자승은 또한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 방역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전국 승려대회를 강행했다. 당시 정의평화불교연대가 조계종 스님 1만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선에 영향을 줄수 있으므로 64.4%에 이르는 대다수가 승려대회를 반대했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발언 등을 빌미로 대회를 개최했다. 이 승려대회 덕분에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자승은 그 승려대회의 대가로 불교계 인사를 추천하는 등 이권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자승은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저버리고, 마치 통일교나 신천지처럼 종교를 정치에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던 것이다.
용주사는 자승에게서 사리가 나왔다며 49재 동안 사리 전시회를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사리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어디서 빌려오려 했던 것인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자승이 스스로 ‘승려의 유산을 종단에 귀속’시키는 법령을 만들고 자필 기증서까지 썼음에도, 그 막대한 유산이 종단에 귀속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대중 앞에서 공언한 약속은 공염불이 되었고, 이후 불국사 종상 스님의 유산 또한 종단에 귀속시킬 수 없게 되었다. 수천억 원대로 추정되는 그들의 유산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현 총무원장과 종단은 왜 스스로 만든 법령조차 이행하지 않는가?
이런 부적절한 인물을 위해 상좌들과 추종자들은 왜 거대 부도탑을 세우며 추모에 열을 올리는가? 답은 명확하다. 자승의 그늘 아래서 호의호식하던 이른바 ‘졸개’들이 그의 권위를 빌려 자신들의 지분과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자승은 스승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을 정당화해 주는 ‘방패’일 뿐이다. 추모라는 이름으로 세를 과시하고 거대 부도탑을 세워 성역화함으로써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얕은 수작에 불과하다. 부도탑 건립에 들어간 막대한 돈은 모두 불자들의 피 같은 시주금이다. 그 돈이 승려 노후 복지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불교의 가르침이었을 것이다.
내년에 부도비를 추가로 세우겠다는 봉은사의 계획은 이 어리석은 ‘영웅 놀이’를 멈추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정권에 유착하고 사찰을 불태운 이를 거대 석조물로 미화하는 행위는 한국 불교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일이다. 종단 지도부와 상좌들에게 경고한다. 자승 영웅 만들기를 당장 중단하고 거대한 돌덩이를 사찰에서 치워라. 자승의 부도탑은 종단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탐욕으로 살다 간 이의 ‘탐욕의 상징’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자승이 저지른 악행을 대신 참회하고, 그의 유산을 즉각 종단에 귀속시켜라. 그것만이 생전의 악업을 씻고 바닥에 떨어진 조계종의 위상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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