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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께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께

 

2023918일 본각스님 후임으로 광용스님께서 13대 전국비구니회장에 선출되셨습니다. 비구니회장은 우리종단에서는 특이하게 직선제로 선출되는데 이번에는 단독 후보였기에 투표를 하지 않고 만장일치로 선출되었다고 합니다. 12천명 조계종 승려중에서 비구니가 절반인 6천명을 차지하고 있기에 종단에서 비구니회의 위상과 역할은 막중합니다. 이 말은 비구니회가 자주적이면 우리종단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1129일에 자승스님이 안성 칠장사에서 방화로 죽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문화재구역에 있는 전각을 태우고 죽은 것, 그 전각을 다시 건립하도록 상좌 4명에게 각각 2억씩 내라는 유서를 남긴 것등에 대해서 분노하였습니다. 종교인이 문화재를 훼손하고 다시 지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노동을 해서 돈을 벌지 않는 종교인이 2억이라는 돈을 쉽게 말했다는 것, 상좌들은 2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부자라는 것에 대해서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경찰이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도 않았는데도 종단은 국민의 정서와는 반대로 자승스님이 왜 죽었는지 스스로 화장을 택한 소신공양이라고 서둘러 발표하였습니다.

 

조계종의 많은 스님들은 과연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저희들은 16명 스님들의 이름으로 동안거 중임에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는 놀랍게도 93%의 스님들이 소신공양이라고 볼 수 없다고 평가 하였습니다. 자승스님의 죽음을 소신공양이라고 평가한 종단과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 설문조사를 주관한 16명의 스님중에는 비구니회장 스님의 상좌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설문조사 문자를 4천여명의 스님들에게 발송하고 나서 그 스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호법부의 전화를 받은 은사스님의 걱정과 염려가 심하시어 자신의 이름을 빼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그 스님은 호법부에 불려가서 다시는 설문조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쓰고 왔다고 합니다.

 

많은 비구니스님들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비구니회장이면 비구니스님들의 권익을 위해서 일 해야 합니다. 상좌도 비구니스님 중에서 1명입니다. 호법부가 스님께 전화를 하여 압력을 넣었다고 하더라도 스님은 왜 그런 걸 가지고 호법부가 나에게 전화를 합니까? 스님들이 스님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설문조사가 무슨 잘못입니까?”라고 당당하게 비구니회장으로서 응답하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스님 상좌의 권리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위하여 회장이 되신 것입니까?

 

좋다, 나쁘다. 잘 했다, 잘못 했다라는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입니다. 인간이 자유롭게 말 할 수 없다면, 모든 권리와 자유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말은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자유이며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비니구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은 비구니들에게 이러한 권리를 보장해주자고 도입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비구니 회장스님이 비구니들의 발언의 자유, 참여의 자유를 억압 한다면 도대체 왜 비구니회장의 자리에 계신 것입니까? 승려가 자기의 소신을 밝히면 조사받고 고소를 당하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 건강한 집단이 아닙니다. 승가의 화합과 발전은 자유롭게 말 할 수 있을 때 찾아옵니다. 승려들 사이의 평등과 주인 정신은 자유로운 발언이 보장되어야 생겨납니다.

 

회장스님은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상좌를 나무랄 것이 아니라 비구니회가 먼저 나서서 스님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스님들은 조계종단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시급하게 고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으십니까? 조계종 총무원 비구들의 들러리가 되지 마시고 직선제로 선출된 회장답게 비구니스님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일해 주십시오. 저는 여러번 비구니회에 제안해 드린 바 있습니다. “부처님은 한 번도 스님들께 귀의하라고 말씀하지 않았는데 조계종만이 스님들께 귀의하라고 한다. 반드시 승가에 귀의합니다라고 바꾸어야 한다. 종단본 불교성전에 잘못된 부분이 160여 곳이 넘는다. 이러한 근본적인 것을 바로 잡지 않으면서 전법기금을 모으고, ‘전법 합시다라고 외치고 다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앞으로 저희들은 스님대상으로 지속적인 설문조사를 할 것입니다. 설문조사는 소극적인 스님들이 유일하게 눈치 안보고 참여할 수 있는 참종권입니다. 스님대상 설문조사는 그 자체로 온라인 대중공사입니다. 작년에 종단이 저와 이도흠교수를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두번이나 고소했지만 두번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설문조사를 주최하고  참여하는 스님들은 헌법이 보호합니다. 대다수 구성원이  원하는 의견을 무시하는 집단은 발전 할 수도 없고 화합될 수도 없습니다. 스님들의 의견이 종단운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야 승가는 가난해도 승려는 풍족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습니다. 승려들이 승가의 주인으로 평등하고 당당하게 살 때, 포교는 저절로 이루어지고 국민은 편안한 마음으로 사찰을 찾아오게 됩니다. 우리 승려들이 말 할 자유도 없이 살고 있는데, 승려사이에 부익부 빈익빈이 날로 심해지는데, 누구더러 행복하게 살라고 가르치며, 무슨 염치로 젊은이들에게 출가를 권하겠습니까?

 

20231216일  허정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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