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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재가자도 번뇌에서 벗어났으면 사문이자 비구이다- 142번 게송

<재가자가 번뇌에서 벗어났으면 그가 브라흐마나이자 비구이다>

 

법구경 142번 게송

 

몸의 치장이야 어떻든 평온한 마음으로 행동을 삼가고 육체의 욕망을 끊고 산 목숨을 해치지 않으면 그가 곧 수도승이다.

 

치장을 했어도 평정하게 행하고 고요하고 자제하고 자명하고 청정하여

모든 존재에 대한 폭력을 여의면 그가 성직자이고 수행자이고 수행승이다.

 

自嚴以修法 減損受淨行 杖不加群生 是沙門道人

자엄이수법 감손수정행 장불가군생 시사문도인

 

嚴身住寂靜調御而克制必然修梵行不以刀杖等加害諸有情彼即婆羅門彼即是沙門彼即是比丘

 

Alaṅkato cepi samaṃ careyya, Santo danto niyato brahmacārī;

Sabbesu bhūtesu nidhāya daṇḍaṃ, So brāhmaṇo so samaṇo sa bhikkhu.

 

He who though adorned (dressed in fine clothes) fosters the serene mind, is calm, controlled, is established (in the Buddhist way of life), is chaste, and has ceased to injure all other beings, he indeed is a Brahmin, an ascetic (samana), a friar (a bhikkhu).

 

 

[인연담]

 

어느 때 산따띠 장관은 국경의 반란을 평정하고 사왓티에 개선했다. 국왕 빠세나디는 그의 승리를 축하하고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많은 하사품을 내리는 한편, 그의 명예를 높여 주려고 화려한 연회를 베풀어 어여쁜 기생들로 하여금 그를 이레 동안 모시도록 해주었다.

왕이 베풀어 주시는 이레 동안의 향연에 산따띠 장관은 매우 만족하여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겼다. 그러다 보니 술에 취한 데다가 어여쁜 여인들에게 매혹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되었다. 산따띠가 그처럼 향연을 즐기던 마지막 날 그는 화려하게 장식된 왕실의 코끼리를 타고 강변으로 목욕을 나갔다. 그는 그때 마침 탁발을 나오시던 부처님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평소 같으면 내려와서 부처님께 머리를 숙어 인사를 올리던 그가 이 날은 만취하여 부처님을 무시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서 어디 가시느냐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부처님은 그 같은 그의 태도에 대해 미소를 지으실 뿐 다른 말씀이 없으시었다. 이에 아난다 비구는 부처님께서 왜 미소를 지으시는지 여쭈어 보았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다.

 

"아난다여, 저 장관은 지금 저 모습 그대로 머지 않아 여래를 찾아올 것이니라. 그때 그는 여래의 짧은 법문을 듣고 나서 아라한을 성취할 것이며 아라한이 된 뒤 바로 열반을 실현할 것이니라.“

 

산따띠 장관 일행은 이날 하루를 강변에서 목욕을 한 뒤 먹고 마시고 춤추며 노래하며 아주 즐겁게 보냈다. 그런 뒤 저녁 때가 되자 마지막 밤을 어여쁜 기생들이 춤추며 노래하는 것을 보고 즐기려고 아늑하고 조용한 정원으로 갔다. 그날 춤을 출 여인은 산따띠가 사랑하는 기생이었는데, 그녀는 장관의 마음에 들려고 이레 동안 금식에 가까운 정도의 음식만 먹은 상태였다. 그 때문에 그녀는 아주 쇠약해져 있었다. 그 기생은 그날 저녁 열심히 춤을 추다가 그만 위장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치뜬 상태로 급사해 버리고 말았다.

이 갑작스런 사태는 산따띠 장관의 술기운을 확 걷어가 버렸다. 그는 어여쁜 여인을 잃어 버린 데 대한 큰 충격을 받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망연자실했다. 그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커서 그는 어디든지 가서 마음의 의지처를 찾고 싶은 생각만 강렬했다. 그는 동행자들에게 부처님이 계시는 제따와나 승원으로 가자고 독촉했다.

 

그는 승원에 도착하여 부처님께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채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오늘 있었던 일을 부처님께 세세하게 말씀드렸다. 그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장관도 말문이 열려서 부처님께 이렇게 애원했다.

 

"부처님이시여, 제발 저로 하여금 이 슬픔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은 제 의지처가 되어 주십시오. 그러하여 제가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끔 도와주십시오.“ 부처님이 말했다.

"여래의 아들이여, 안심하라. 너는 너를 도와줄 스승을 바르게 찾아왔나니, 여래는 너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스승이며, 너의 참다운 의지처가 되어 주겠노라. 장관이여, 네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나고 죽는 윤회를 거치면서 그 여인이 죽게 되어 흘린 탄식의 눈물은 이 세상의 모든 바닷물보다도 오히려 많으니라.“

 

부처님은 산따띠 장관을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신 다음 게송을 읊어 주시는 한편 설법도 해주었다. 그 게송의 뜻은 다음과 같았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두고 너는 여인에 대해 집착해 왔으나 이제 너는 마땅히 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너는 미래에 다시는 그런 집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집착하려는 마음조차도 먹지 말라. 네가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으면 욕망과 색욕은 조용히 가라앉게 되고, 그러면 너는 가만히 네 마음을 관찰하여 마침내 열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설법을 들은 산따띠 장관은 즉시 아라한을 이루었다. 아라한이 된 그는 자기를 관찰해 보고 자기 수명이 다했음을 알았기 때문에 부처님게 이렇게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열반을 실현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제 저의 시간은 다했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침묵으로써 허락하였고, 산따띠는 하늘 높이 자란 야자나무 높이만큼의 높이로 허공에 솟아오르더니 결가부좌를 한 채 불()의 삼매에 들어 그 자리에서 반열반을 실현했다. 그렇게 열반에 든 그의 몸은 자기 몸에서 나온 불의 기운에 의해 허공에서 스스로 불꽃에 휩씨여 화장되었고, 뼈는 사리가 되어 떨어졌다. 부처님은 깨끗한 천을 펴서 그 사리를 모두 모으라고 하였다. 많은 대중이 모인 어느 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산따띠는 장엄스런 장식이 달린 장관의 관복을 입을 채 열반에 들었습니다. 그를 수행자라로 보아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브라흐민(속인)이라고 보아야 하겠습니까?" 부처님은 말했다.

"비구들이여, 그는 그 둘 모두로 불러도 좋으니라."

그리고 부처님은 다음 게송을 읊었다.

 

비록 그가 화려한 장관의 옷을 입었어도

그의 마음이 고요하고 번뇌로부터 벗어났고

감정을 다스려 도의 관찰을 이루었고

청정한 마음을 일체 중생들에 대한 원한심을 버렸다면

그는 브라흐마나이자 사마나이자 비구이다.

 

 

[해설]

사문 수행자 비구라는 이름이 외형에 달려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곧바로 깨달음을 얻고 허공에서 화광삼매에 들어 열반한 경우는 아난다존자를 제외하고 처음 본다. “장관이여, 네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나고 죽는 윤회를 거치면서 그 여인이 죽게 되어 흘린 탄식의 눈물은 이 세상의 모든 바닷물보다도 오히려 많으니라.” 산따띠 장관은 빠세나디왕 밑에서 장관의 삶을 살았다. 아끼는 기생의 죽음에 충격 받아서 부처님을 찾았고 법문을 듣고 아주 빠르게 아라한이 되었지만 산따띠장관도 수많은 세월을 거쳐서 지금에서야 아라한이 된 것이다. 이것이 빠르다고 할 것인가? 늦다고 할 것인가?

 

부처님은 산따띠에게 공중으로 올라가 모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조건으로 열반에드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는 허공에서 가부좌를 하고 이야기를 마치고 화광삼매에들어 반열반했다. 부처님은 그의 유물을 수집하고 네 개의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탑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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