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단개혁

판결문-승려도 노동자 지위를 얻다

승려도 노동자 지위를 얻다

 

사건 내용 요약:

 

마곡사 소속 진각스님은 20181122일부터 마곡사에서 부전(법당에서 예불하는 소임) 소임을 맡아 생활하다가 2019111일과 2일 두 차례 범종 타종과 새벽 예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4일 소임을 면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9123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진각스님이 근로 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이에 따라 20204월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 위원회도 같은 이유를 들어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진각스님은 법원에 소송을 하였으나 1차에서 패소하고, 다시 항소하여 고등법원에서 승소하였고 20221117일 대법원에서도 승소하여 승려도 노동자 지위에 있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받았다.

 

 

판결이 가지는 의미

 

출가자들의 공동체인 승가(僧伽)는 발우(鉢盂)안의 음식이라 할지라도 나누어 먹는 공유(共有)정신과 대중의 뜻을 모아 대소사를 결정하는 공의(公議)정신을 바탕으로 가장 오래된 민주공동체를 이루어 왔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지 사찰이 관광지가 되고 문화재관람료, 임대료, 주차료등의 수입을 쉽게 얻게되면서 사찰은 수행과 포교의 장소에서 사업(事業)의 장소가 되었고 승려들 사이에도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의 현상이 나타났다. 공동체가 무너진 것은 현재 조계종단에서 삼귀의를 가르칠 때 승가에 귀의한다는 것이 아닌 스님들께 귀의한다고 가르치는 것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승가공동체가 무너지자 탁발(托鉢)이 금지되고 사찰안의 객실(客室)은 폐쇄되면서 승려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삶을 살게 되었다. 무소유로 출가한 출가자 개인이 승복과 가사를 구입해야하고, 기본교육을 받을 때 발생하는 교육비와 연수비와 아플 때 치료비와 교통비를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이와 같은 모습은 노후복지가 완벽하게 준비된 천주교의 신부(神父)들과 큰 대조를 보이는 부분이다.

 

그러한 풍토속에서 최저임금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목탁을 치는 노동자인 부전(기도스님)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부전 소임을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본 승려는 그 사찰을 찾아가 면접을 본다. 면접에는 그동안 살아온 수행이력서를 제출하고, 염불을 시현해 보이는 실습을 통하여 주지가 승려를 고용하게 되는 것이다. 스님이 절에 가면 누구나 방을 내어주는 줄 알지만, 그나마 목탁이라도 치고 염불이라도 해야 개인 방사가 제공된다. 이것이 1988년도에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수계한 진각 스님이 처한 현실이었다. 그러므로 이번에 승려가 대법원에서 노동자 지위를 확인 받게 된 것은 승가안에서 공유(共有)정신, 공의(公議)정신을 사라지게 만든 승려들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해야 할 것이다.

 

종단은 승랍 33년이 넘은 승려가, 이러한 구제신청과 소송을 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출가자가, 노동자가 되려고 한다는 비난을 하기전에,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으로 살아가야 하는 승가의 풍토와, 최저임금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목탁 치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승려들이 처한 현실을, 더이상 수수방관만 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승려는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부전스님들은, 주지 스님이 오늘부터 부전을 그만두라고 하면 아무런 보상도 없이 그만두어야 했다. 같은 승려인데도 주지 스님은 사업주로서 갑의 역할이고, 부전스님은 종업원으로의 역할이 오랫동안 당연시되어 온 것이다. 일반인은 해고되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만, 승려는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여, 주지 스님의 갑질과 억울함을 당해도, 어디에다 호소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사찰에 고용된 부전스님들은 주지 스님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 종업원의 처지에 있는 신분이기에 종단이나 주지 스님의 입장과 반대되는 소신 발언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며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를 목탁 노동자라고 부르며 생활비를 벌어 생활하는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승려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노동자의 위치를 확인받았다. 이번 판결로 승려들이 해고될 걱정과, 소신 발언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걱정이 없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퇴직금까지 받게 되면, 노후복지도 해결 될 것이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입장에서 부전 소임을 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가 예상되기에, 종교인으로서 노동자의 위치를 확인받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종단은 승려를 버렸으나, 국가가 승려의 권리를 감싸 주었다는 것은 씁쓸함이 없지 않다. 종단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출가한 승려들이, 기본적인 의식주 걱정을 하며 살지 않도록, 종단의 수입을 평등하게 분배하려는 노력을 해주기 바라며, 승려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참고자료-판결문]

 

2022. 7. 14일 판결 : 대전고등법원

 

사건 : 202113146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원고 : 백병혁(진각스님) - 6교구 마곡사 소속 부전(예불업무담당 기도스님)

피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채희주)

 

주문 :

1. 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가 2020.6.30.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인정사실

(아래 가~ 바의 설명은 생략)

. 당사자의 지위

. 예불에 대한 일반지식

. 논전 승려의 모집 사례

. 원고의 업무내용

. 원고의 업무종료 경위.

 

 

, 재심판정의 내용

 

 

 

'기도'는 초월적인 존재와 소통하거나 수양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정신노 동 '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 원고가 하루 3번 일정한 시간에 기도의식을 하였으나, 이러한 기도시간을 사용자가 정 하지 않았고, 원고는 습려들 사이의 협의를 통하여 기도 소임을 받게 되었으며, 기도업무에 대하여 사용자로부터 관리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사용 자로부터 기도업무의 방식과 정도 및 내용 등에 대하여 지휘 또는 감독을 받았다고 보 기 어렵다.


원고는 마곡사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직용을 받지 않았고, 마곡사와 사이에서 근로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없다.


· 원고가 마곡사로부터 매월 지급받은 180만 원은 불교 교화 및 수행에 필요한 기본 수행 비이자. 기도 소임을 맡은 것에 대한 생활보조금적 성격으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 하지 않는다.


원고는 구인광고를 통하여 채용되지 않았고, 오히려 지인의 소개로 마곡사에 채용되었다 는 진술이 존재한다.


o 마곡사 소속의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원고는 건강보험 외에 고용보험 등 피보험자로 가입되어 있지 않다.


· 원고는 교화와 참선을 수행하는 순수 종교인이고, 순수 종교인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 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바 없다.



 

 

. 원고(진각스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마곡사 등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들은 전통적인 불교 예법에 따라 매일 일정한 시간에 새벽예불(오전4~오전520), 사시불공(오전10:00~오전11), 저녁에불(오후6~오후7)을 거행하고 있고, 원고는 매일 위와 같은 시각에 불교의 '예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예불을 집전하면서 법구를 사용하거나 불경을 염송하였으며, 마곡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범종을 타종하지 않았다거나 새벽예불을 집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를 기도 소임에서 해임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업무내 용과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가 사전에 정하여져 있고, 원고가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이를 변경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업무내용.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대하여 사용자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 원고는 마곡사에서 기거하며 업무를 시작한 때부터 이를 종료할 때까지 매월 정기적으로 마곡사로부터 월 180만 원을 지급받았다. 피고는 마곡사가 원고에게 지급한 월 180만 원이 종무원법 및 승려법에 따라 사찰 내에 기거하는 것이 허락된 승려에게 지급하는 생활보조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사찰 내 승려들이 맡은 소임에 따라 그러한 생활보조비의 액수가 다르다는 점 및 원고가 예불 소임을 맡은 점을 감안하여 위와 같은 엑수의 금원이 지급되었음은 인정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시찰에서는 실제로 노전 또는 부전 소임의 승려를 모집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구인공고를 하고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예불업무를 집전하는 대가로 마곡사에 기거하는 것을 허락받고 월 18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사찰 내 기거하는 승려의 자격으로 '생활보조금'을 지급받았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찰 내 기거하는 승려는 맡은 소임에 따라 그러한 '생활보조금'의 액수에 차이가 있으므로 결국 원고에게 지급한 생활보조금은 순수한 생활보조금에 해당하는 부분과 원고의 소임인 예불 집전 업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가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적어도 그러한 한도 내에서 원고가 받은 금원 중 일부가 근로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은 충분히 인정된다.

 

) 원고는 오랜 기간 형성된 불교의 전통 예법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조석예불과 사시불공을 하였다. 원고가 집전한 예불은 마곡사 내에서 다수의 승려와 불교신자들의 참여 하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 종교의식(儀式)으로서, 원고는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매일 일정한 시각에 정해진 방식으로 예불을 하여야 하고, 편의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생략하거나 개인적인 종교의식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예불을 집전하거나 예불에서 불경 등을 염송하는 행위가 원고 개인의 종교적 수양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예불 업무는 기본적으로 마곡사의 지시하에 해당 종교단체 본연의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단체적 종교활동의 일환으로서 행하여진 것이므로, 이를 가리켜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종교적 수양 또는 수행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의 예불업무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3호가 정하는 정신노동 및 육체노동 모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또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들고 있는 반대 사실 내지 사정만으로는 앞서 인정한 사실을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반증도 없다.

 

)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마곡사 소속 근로자들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등을 포함한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반면에 원고는 건강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보장제도에 근로자로서 가입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았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원고가 각종 사회 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대우받은 사실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 또한 원고의 채용이 구인광고를 통하여 이루어졌는지 혹은 지인의 소개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구인광고를 통하여 채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부당하다.

 

) 원고가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마곡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거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의 존재가 원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과 모순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근로자성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다.

 

) 원고가 예불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러한 업무의 방법과 내용 등에 대하여 마곡사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으나, 반드시 업무의 방법과 유용을 사용자가 지정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시 또는 감독하는 경우에만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현대 사회에는 업무의 종속성'이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공장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근로형태가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 의사와 같이 업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 지시를 받지 아니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근로자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입무내용과 근무시간 및 장소가 사전에 지정되어 있는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원고의 업무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 하였음은 충분히 드러난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방 또는 쌍방이 순수 종교인이거나 종교적 활동을 원인으로 사무(업무) 처리에 관한 인적관계가 형성되는 경우에 그와 같은 종교적 성질 때문에 그 관계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로 평가하는 것이 한층 더 어려워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종교적 성질을 고려하더라도, 앞서 본 규정 및 법리에 따라 근로관계로 평가할 수 있는 이상, 근로관계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순수 종교인이라거나 종교적 활동을 원인으로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잘못 판단함으로써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1심판결은 이와 결 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221117

 

재관장 판사 신동헌

판사 송진호

판사 백승준

 

 

 

http://m.lawyersite.co.kr/6457

 

[법률닷컴] [쉬운 法 어려운 法 20] 승려도 정당한 노동자 지위를 얻다

  [기자 註] 法은 우리 사회의 질서를 규율하는 장치입니다. 문제는 이 法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法에 기대는 몫은 더욱 커집니다. <법률닷컴>이 [쉬운 法 어려운 法] 시리

m.lawyersite.co.kr

 

 

https://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54287 

 

승려도 노동자다, 대법원 판결 - 불교닷컴

11월 17일 대법원은 사찰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승려 등 종사자들(정신적 노동 및 육체적노동 등)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 의해 근로자로 인정, 종교단체 사용자의 일방적 부당해고는

www.bulkyo21.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