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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공교롭다

공교롭다
 
‘공교롭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생각지 않았거나 뜻하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건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라고 설명한다. 제가 최근에 맞닿뜨린 일이 이 공교롭다라는 말과 비슷하기에 제목으로 삼았다. 온 국민이 아시다시피 1월 21에 서울 조계사 앞에서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주최측의 계산으로는 5000명이 모였다는데 현장에 있던 분이 전하기로는 절반인 2500명정도 였다고 한다. 조계종은 2021년 12월 23일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선언하였다. “봉이 김선달”이라는 정청래의 실언이 빌미가 되었다. 승려대회가 결정되면서 각 본사별로 동원인원이 할당되었다. 수덕사는 수덕사 카톡방과 서산지역의 주지스님 모임인 서산주지협의회 카톡방에서 사찰마다 참가하는 인원이 보고되었다. ‘서산주지협의회’ 카톡방에는 각 사찰별로 정청래 규탄 현수막 게시했다는 증거 사진이 올라왔다. 승려대회가 발표된지 약 1달만인 1월21일 승려대회가 개최되었다. 그 한달동안 스님들의 카톡방에서는 어떤 논의 들이 이루어졌는가? 승려대회를 반대하는 소식을 전하는 뉴스기사나 사진이 한 번도 올라오지 않았다고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되니 공교롭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카톡방의 상황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돌려서 승려대회가 발표된후 나의 활동은 어떠했나를 설명 할 필요가 있다. 종단으로부터 1월21일 승려대회를 한다는 문자를 받은 나는 즉시 ‘코로나 시국에 '승려대회'를 개최 한다고?’라는 글을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에 기고하였고, 2022년 1월13일에는 조계사 앞에서 도정스님,무념스님 그리고 나는 ‘전국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그날 ‘승려대회 취소 기자회견문’ 실항은 ‘시사타파TV’에서 생중계하였고 연합뉴스등 20여개의 신문에서 크게 기사화 되었다. 이날 저녁에는 불교계 재야단체들이 ‘불교와 대선’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하여 승려대회의 부당성을 토로했고 다음날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하여 승려대회 취소를 종단에 요청하였다. 승려대회를 이틀 남겨둔 1월 19일 오후 5시 부터는 조계종스님들 1만 85명을 대상으로 승려대회 찬반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는 다음날 오전 11시에 마감하였고 설문조사 결과는 승려대회 찬성 301명(32.4%), 승려대회 반대 601명(64.4%), 기권 37명(4%)이였다. 설문조사결과가 마감도 되기 전인 1월 20일 8시에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들께 처음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대다수의 승려들이 승려대회를 반대한다는 사실은 종단에게는 충격이었고 국민에게는 신선한 뉴스였다.
 
승려대회를 준비하는 한달동안,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는데 수덕사 스님들이나 서산주지협의회 스님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 더욱 승려대회 반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설문조사를 진행한 스님이 자기들이 아는 스님이기에 더 관심을 가졌을 일이었다. 내가 2012년부터 천장사 주지를 하는 동안 나도 서산주지협의회 회원이었고 부처님오신날 해미읍성에 연등회를 최초로 개최하는 일등을 같이 추진하였다. 그렇게 친하다면 친하게 지낸 스님들이고 자신들이 승려대회에 참가하는 당사자들이기에 승려대회 찬반에 관한 논쟁을 주의 깊게 지켜 봤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렇치 않다는 사실이다. 수덕사 카톡방이나 서산주지협의회 카톡방에서 이러한 기사들이 한번도 올라온 적이 없고 이러한 이슈가 한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글을 올리지 말라고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닌데 그 많은 스님들이 단체로 외면한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히다. 어떻게 이렇게 단합이 잘되는가?
 
상식적으로 카톡방에서는 자기가 본 기사를 공유하며 “천장사 주지를 지낸 허정스님이 승려대회 취소 기자회견을 했네요”라는 글을 올리거나 “정치인 1명의 제명과 탈당을 요구하는 승려되회는 명분이 약하지 않나요?”라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거나 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스님들이 속한 카톡방에서는 한달동안 그 기사를 공유하는 사람도 자신의 의견을 내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반대하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권위에 눌려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지내다가 승려대회에 단체로 참석한 것뿐이다. 반대하는 신문기사조차 공유하지 못하는 승가단체, 이 얼마나 답답하고 폐쇄된 단체인가?
 
이 들은 왜 말을 못했나? 본사주지의 뜻에 반하는 언행을 하면 자신이 사는 사찰의 주지자리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충청도 사찰만 이럴까? 전국의 모든 사찰이 이러한 상황이라고 본다. 승려대회에 참석하더라도 반대의견은 가질수 있는 것 아닌가? 기사를 공유하며 찬반 토론을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속으로는 다 그 기사를 보고 알고 있고 자기 생각이 있으면서 스님들 끼리 모이는 카톡방에는 절대로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것, 그것도 한때 자기들과 4년동안 동고동락한 스님이 벌이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이것이 지금의 승가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 카톡방의 진실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
 
수덕사 카톡방을 보거나 서산주지협의회를 보면 조계종이 보인다. 자유로운 토론, 평등한 소통구조, 이런 것을 회복하지 못하면 승려들이 당당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 승려들이 당당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데 수행인들 제대로 되며 포교인들 제대로 될 까? 부처님 오신날 법당에 등을 하나 더 달고 방생법회에 가서 미꾸라지를 방생한다고 수행을 잘 하고 포교를 잘 하는 것인가? 내 살림살이가 이렇게 주눅이 들어 속마음을 한마디도 표현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데, 사회인도 누리는 발언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출가 대장부라는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치러낸 승려대회여서 일까? 승려대회를 통해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불교 위상이 올라갔다는 평가보다도 오히려 문화재관람료를 폐지하라는 역풍이 불고 있다. 승려들이 세속의 정치에 참여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공교롭고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종단이라도 개선될 여지는 있다.
어떠한 방법인가?
ㄱ.설문조사를 자주 할 것 ㄴ. 승려가 둘셋이 모이더라도 많이 웃고 농담을 자주 할 것, 이것이면 종단은 개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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