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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20대 대통령선거와 불교 토론회

 

 

불교사회단체 현안토론회

20대 대통령선거와 불교

일시 : 2022113() 오후 630 - 830

장소 : 우리함께빌딩 2<기룬> (장충동, 3호선 동대입구역 근처)

 

공동주최 : 만해불교청년회, 바른불교재가모임, 신대승네트워크, 정의평화불교연대, 조계종 민주노조, 종교와 젠더연구소,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지지협동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불자회의 추진위원회

 

 

주제 : 20대 대통령선거와 불교

 

1)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선거와 불교정책 제안

- 미래사회를 위한 불교적 입장에서 본 국가의제 제시

 

2) 대통령선거와 불교 현안진단

- 불교의 대선참여 현실과 문제점, 바람직한 방안제시

 

 

토론회 진행

1) 사회 : 옥복연 (종교와 젠더연구소 소장)

 

2) 마중물 발제 : 13

-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

 

3) 대표토론 : 15(3)

-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 박용규 (조계종 민주노조 지부장)

- 김영국 (한국불자회의 추진준비위 공동대표)

-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4) 종합토론 : 90

- 참가자 전체가 함께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대중참여 가능 / 재가연대TV )

*불교사회단체 토론회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맞이하여 불교정책 및 현안과 관련하여 대중의 의견과 지혜를 모으는 자리입니다. 참여하는 모든 대중들 중심의 토론회로, 마중물과 대표토론 원고는 대중토론을 위한 참고자료로 토론회 참가단체 전체를 대표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많은 지적과 지혜를 보태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마중물 원고 ........................................................................................................................... 3

- 김경호 / 지지협동조합 이사

 

 

대표토론 원고

 

- 박재현 /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 19

 

- 이도흠 /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 25

 

- 박용규 / 조계종 민주노조 지부장 ............................................................................... 44

 

- 김영국 / 한국불자회의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 48

 

- 임지연 /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마중물>

 

대통령선거와 불교

김경호 / 지지협동조합 이사

 

1. 불교는 산적인가?

 

정치적 영역에서 종교의 역할은 종교의 공적 역할에 대한 논쟁 중에서도 특히 갈등이 많은 주제다. 정교분리라는 헌법 조항과 달리 한국의 제도종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 영역에 관여해왔고 정치권은 표를 동원할 수 있는 종교집단의 요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불교 시민사회는 조계종 승려들의 강압적인 정치권 압박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마주쳤다. 국정감사에서 집권당 정청래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당차원의 징계와 출당조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정청래 의원은 105일의 국정감사장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 지칭하고 불교계를 봉이 김선달로 비유했다는 것이다.

 

만일 정청래 의원이 사실과 다른 말을 했거나 편향적 시각으로 불교를 폄훼했다면 스님들에 앞서 불교시민사회가 먼저 들고 일어날 일이다. 하지만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하여 조계종은 그다지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당장 불교시민사회조차 설득하는 데 실패해왔기 때문이다. 허정 스님은 정청래를 위한 변론에서 천은사와 관계기관이 협약을 이루어내기까지 불교계는 오랫동안 '산적' '통행세' '봉이 김선달'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라며 정부도 문제지만 당사자인 종단의 책임도 크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의 발언은 전후 맥락을 볼 때 시민사회가 주장해온 내용과 다르지 않다. 사찰 방문 의사가 없는 등산객을 상대로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고 강요해온 것에 대해 사법부는 이미 몇 차례 불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대신해서 정청래 의원이 요구한 것은 입장료 징수 위치를 옮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찰을 방문하는 사람들한테만 징수하면 된다는 상식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 발언에 대해 조계종이 유례없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게임 룰의 파괴

 

애초 이 사건은 지금처럼 극단으로 치달을 주제가 아니었다. 교계 언론에서 정청래 의원의 몇 가지 표현을 문제 삼아 문제를 확산시키고 중앙종회에서 사과를 요구하자 당 대표자와 대선 후보가 불교를 불편하게 한 데 대해 사과하고 총무원을 방문했다. 여태껏 정치권이 이렇게 저자세를 취하면 불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사과를 받아주고 사태를 수습해 온 것이 게임의 룰이었다. 불교는 자비 문중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금까지 방식처럼 당 대표자와 대선후보의 사과로 갈등을 봉합하려던 조계종 총무원은 중앙종회로부터 보이콧을 당해버렸다. 결국, 온건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던 총무원은 총무부장이 사임하며 2선으로 물러나고 이 주제는 중앙종회가 주도하게 되었다. 중앙종회는 민주당사를 찾아가 항의 집회를 열며 강경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급기야 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가 추진되고 있다.

 

불교계의 피해의식

 

불교는 이승만 정권부터 민족종교인 불교가 홀대받아 왔다는 뿌리 깊은 피해의식이 있다. 미국 유학파 개신교가 한국 사회 파워엘리트로 부상하면서 불교는 민족종교를 대표하면서도 정작 국가정책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다고 여긴다. 전통사찰보존법은 불교를 옥죄는 사슬이고, 기타 각종 법률과 규제가 종교 활동을 위한 필수적인 건축 등의 행위를 가로막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찰에서 종교 활동에 필수적인 전각과 요사채가 불법건축물이 되어 매년 벌금을 납부하고 주지는 범법자가 되고 있다. 나무 하나를 베어도 산림법 위반이 되고, 국립공원법, 자연공원법. 환경법 등으로 중복규제가 되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산림청, 문화재청, 지방자치단체 등의 중복규제와 관리목적의 상이한 방향이 충돌하고 부처 간 협력의 어려움마저 더해진다. 조계종단은 오래전부터 이들 중복규제를 해소하고 대책 일원화를 촉구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행과 포교에 전념해야 할 주지는 온갖 행정서류를 준비하여 법률 소송에 역량을 탕진하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억울함에 이어 현실적인 재정문제가 닥친다. 사찰을 유지 보수하고 스님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자립이 가능한 재정 우량사찰은 일부에 불과하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된 지금, 불전의 공양미로는 생존할 수 없다. 수도·광열비와 세금, 공과금, 종사자 인건비 등 화폐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통사찰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문화재와 보호각 등에만 국한되어 그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이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는 불교계의 감정에 불을 질렀다. 불교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생산적이지 않은 부동산에도 일률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피해의식이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상황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 되었다.

 

대선 시기 종단 실세의 정치게임

 

갈등을 수습해서 봉합할 온건 중도론자는 찾을 길 없고 더 과격한 방식을 주장하는 강경론자만 보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20대 대통령선거 시기라는 특수한 기간임을 감안해야 한다.

 

종단 실세인 전 총무원장 스님이 이 사태의 배후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는 선거국면에서 자신의 불교계 장악력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정청래 의원에 대한 불교계의 공세는 종단 실세의 정치게임에 불과하다. 그리고 실세의 눈에 들고자 하는 정치승들의 충성경쟁이 강성대응 기조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각종 규제와 불교계 피해,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이라는 그 모든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앙종회 강경파들이 벌이고 있는 일은 국민이 용납할 상식선을 넘었다. 중앙 종회의원들이 대통령선거 시즌에 공당을 찾아 항의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 따라 무리를 지어 세를 과시하는 압력으로 비추기도 한다. 정치권과의 갈등이 대부분 불교 소외를 사과하고 예산 배정을 더 해줌으로써 슬그머니 물러섰던 전례에 비춘다면 더 그렇다. 과거 천은사가 산골짜기를 지나가는 이들을 상대로 문화재 관람료라는 이름의 통행세를 걷던 것을 넘어서 도심 한가운데서 세력을 과시하며 뒤로는 정치권에 더 큰 배려와 예산 배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수행자의 권위가 담긴 승복을 입은 이들이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끊으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자비 문중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2. 대통령선거와 불교

 

정교분리에 대한 극단적 의견 중 하나는, 종교는 정치적 문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정치적이지 않은 의제가 있던가? 부처님도 물을 둘러싼 갈등상황, 석가족 멸망과 관련한 정치적 상황 등을 마주쳐 고뇌하면서 평화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 뜻을 따라 아소카왕은 인도통일의 살육 전쟁이 끝난 뒤에는 법에 의한 통치를 선언하며 아소카 석주를 세웠다. 신라 원효 스님은 삼국이 쟁패하던 시기, 전쟁을 넘어 다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염원하며 화쟁 사상을 정립했다. 즉 속제를 넘어 진제를 추구하는 불교는 언제나 더 크고 열린 시야로 현실의 갈등을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인천의 스승으로 역할을 해왔다.

 

20218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6년 기준 OECD 가입 30개국을 대상으로 갈등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가 정치 4, 경제 3, 사회 2위로 종합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치·경제·사회 총 3개 분야의 13개 항목을 조사해 종합적인 갈등지수를 산출했다는 이 조사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자살률 1, 출산율 최하위로 헬조선이라는 자기비하적 평을 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도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종교 또한 시대와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자각하고 반성과 제안을 통해 통합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불교적 입장에서 본 국가 의제 제시가 필요하다.

 

불교의 정책제안

 

주요 선거철이면 불교는 정책제안을 만들어 정치권에 제안했다. 때로는 불교의 집단이익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점을 비판받기도 하지만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개신교는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해 종교윤리에 기반한 제언을 해왔다. 가톨릭 또한 정치지도자들에게 종교적 조언을 하는 이상의 이익요구는 드러나지 않는다. 집단 이해가 없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이들 민원을 처리할 통로와 과정이 존재하기에 특별히 선거국면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종교계가 정치권에 주문하는 정책제안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1) 공공선의 추구

 

종교인의 윤리와 보편적 상식에 기초한 정책제안이다. 기후위기와 생태환경문제 해결, 소수자 보호, 통일 이슈, 평화 정착을 위한 갈등 해소 등 특정 종교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으면서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책제안이다. 이러한 정책제안에 대해서는 선호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종교계가 당연히 내야 하는 목소리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2) 갈등 주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불교는 찬성, 개신교는 선교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 결과 1차 차별금지법 제정 당시에는 처벌조항이 빠진 유명무실한 법이 되어버렸다.

 

개신교가 요구하는 종교윤리는 많은 지점에서 사회, 타 종교와 충돌하고 있다. 보수개신교는 동성애를 악으로 규정하며 전방위적 공세를 이어가고 나아가 이슬람을 공격하며 수쿠크법을 저지하고 일요일 국가고시 등을 반대하는 등 자신들의 교리를 국가 사회적으로 관철하려고 한다. 이것은 역사, 교육, 선교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근대사에서 개신교의 공헌을 강조하며 역사 교과서 개정을 요구하고, 이른바 창조론을 과학교과서에 수록하며 진화론을 폐기하기를 요구하는 등 비상식적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러한 개신교의 실태는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시기에 방역을 거부하고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예배 자유를 주장하고 백신을 거부하는 등 사회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천주교도 2020년 동성혼을 인정하는 차별금지법 반대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표명하면서 생명윤리 등 기독교의 교리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3) 집단이익 추구

 

불교는 선거철마다 자연공원법, 전통사찰보존법 등 10여 개 이상의 법에 전통사찰이 규제당하고 있다며 법령 제 개정을 요구해왔다. 불교계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대해 개신교는 일면 부러워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불교의 이익만을 위해 국가 법체계를 흔든다는 불만을 토로해왔다. 또한, 전통문화 관련 정책들을 불교 특혜라며 그에 상응하는 개신교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불교계는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 등 정부 지원사업을 선거기간을 이용해 확보해온 것이 적지 않다. 문화재 관람료, 국립공원, 종부세, 템플스테이 등 세금 문제, 사찰 전기료 문제 등 불교는 여전히 정부를 상대로 요구할 것이 많다. 선거기간에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권은 조직화한 종교 표를 획득하려는 욕망으로 선거캠프에 종교분과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종교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선거철이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제안은 종교와 정치 양자가 각자의 이해를 관철하는 정교 유착의 포장지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정책제안 중에서 그나마 공공성을 갖춘 주제들에 대해 선거가 끝나면 종교 기득권의 관심이 실종되어버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볼 때, 정책제안의 주목적이 집단이익일 뿐이었다는 씁쓸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선거는 대박이다

 

선거는 누적된 민원을 해결할 기회이기도 하고 향후 몇 년간 국가지원을 거래할 기회기도 했다. 종교집단에 따라서는 당선이 유력한 후보와의 특별한 관계를 과시하며 교세 확장의 계기로 여기기도 했다.

 

종교계는 선거철마다 세를 조직하여 규모를 과시했다. 후보 혹은 후보의 배우자(No.2라고 부른다)는 대형 행사에 참석하거나 주요 종교시설을 방문함으로써 종교 친화적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종교인의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자를 신자들에게 인사시키거나 아예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면서 종교지도자들은 자기 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대부분의 직능 단체들이 이처럼 자기 대중의 표를 미끼로 정치권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종단 실세 스님의 선거 개입

 

선거국면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성과를 얻은 대표적인 종교인을 꼽으라면 조계종의 막후 실세 스님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명박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그 힘을 이용해서 총무원장 자리에 올랐다.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정부 대응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템플스테이 예산을 사찰에 지원할 때 이를 통치 자금화 함으로써 종단 권력을 사유화, 공고화하는 데 활용했다.

 

실세 스님은 철저히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력과 유착해왔다. 종교지도자라면 최소한 자기 종교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실세 스님은 총무원장 시절 천주교 신자인 나경원 후보를 재래시장까지 돌아다니면서 선거 지원을 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기 측근을 독실한 불자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선거구에 낙하산 공천하였다. 국회 정각회장이자 국회 법회를 거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챙겼던 불자 국회의원을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변칙을 써서라도 불자 의원을 꺾고 자기 측근을 정치권에 꽂으려 했다. 그러나 당선을 호언장담하며 낙하산 공천을 했지만 30%에 이르는 표 차로 낙선함으로써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3. 이번 선거에서 불교 대응의 특징

 

이번 선거에서 불교가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입장의 특징을 짚어보자

 

1) 게임 룰의 파괴

 

앞서 말한 것처럼 그동안 정치권과 불교계에 이루어지던 게임의 룰을 파괴한 것이다. 당장은 강경론자의 입장이 관철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온건한 중도층의 설 자리를 없애버려 갈등 조정의 해법을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적당히 물러서면 양해하는 형식적 해결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퇴로를 남겨두어야 하는데, 지금 조계종 승려들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 선거국면에서야 정치권이 납작 엎드려 양보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는 어찌할 것인가?

 

2) 노골적 특정 후보 지지

 

지금 종단 실세의 행보는 선거철에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던 예전 방식과 다르다. 이미 정파적 선택을 분명히 했다. 여당 국회의원을 표적으로 삼아 전선을 확대 강화함으로써 야당 대선주자 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실세에게 돌아올 논공행상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만일 실세의 의도와 다르게 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그 후폭풍은 실세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정청래 의원을 향한 겁박은 불교, 종단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불교도들의 의사와 무관한 정치승의 독단적 선택과 행위로 불교는 상당한 후유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3) 불교 품격 실종

 

불교의 의견을 표시하는 전통적 방식이 있었다. 미얀마 군부에 항의하며 미얀마 승가는 발우를 엎어 공양을 거부하였고, 우리나라는 삼보일배라는 방식으로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냈다. 또 산문을 폐쇄하는 것이 불교의 집단적 의견을 표현하는 가장 강한 항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번 정청래 건으로 민주당사를 방문한 중앙 종회의원들의 모습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자비 승가를 상징하는 승복을 입은 이들이 사나운 표정으로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끊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4) 막후 실세 원격조정과 공조직 무력화

 

비록 바지사장이라는 내외의 평이 있을지라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법적인 지위는 조계종 총무원장임이 틀림없다. 그 자리에 앉힌 이상 그가 집단을 대표해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정청래 의원에 대한 대응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중앙종회를 통해 예산심의를 중단시키고 정기 종회를 파행시켰다. 손발이 묶인 총무원 집행부는 결국 전원 사표 제출로 납작 엎드렸고, 총무부장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종회의 폭거가 무엇 때문인지 드러냈다.

 

이 문제를 앞서서 해결해야 할 총무원은 지금 존재감이 없다. 공조직이 무력화됨으로써 배후실세의 뜻에 따르는 강경론자들이 불교의 대응을 주도하는 암흑시대가 도래했다. 공조직 무력화는 동시에 공적 이해보다는 사적 이해가 우선시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5) 과잉 대표성

 

현재 드러나고 있는 불교의 뜻은 불교도의 전체 뜻을 모은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사적 이해가 우선되고 있다. 소수 권력승들의 사적 이해와 정치적 입장이 마치 모든 불자의 뜻을 대변하는 양 과잉 대표되고 있다. 60여 개에 불과한 관람료사찰 주지들의 이해를 관람료와 무관한 3천 사찰 주지들의 뜻, 12천 승려들의 의견으로 포장하고, 7백만 불자들의 염원인 양 호도한다.

 

관람료 갈등으로 한국 사회에서 불교가 멍들어가지만 자신들 정치 권력승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그나마 형식적 대표성인 총무원장 권력도 엎어버리고 노골적으로 막후 실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6) 이제는 직접 선거에 참여

 

참여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적 지위에 있는 스님들이 직접적인 정치 발언이나 행위를 삼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종단 실세 스님이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이라는 직책으로 이명박 후보 747불교지원단 상임고문 임명장을 받아 활동하면서 이 금기가 깨졌다.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전리품으로 청와대 행정관, 종무실 불교종무관, 국립공원 관리공단 감사 혹은 이사 등 공적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 권한을 획득함으로써 국가기관을 정치승려의 텃밭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실세 스님은 은정재단과 봉은사 영빈관을 거점으로 정치인들을 수시로 부르고 있으며, 상월선원 걷기순례 등을 기회로 정치인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지며 정치 권력과의 유대를 깊게 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실세 스님은 측근을 야당 대선후보 윤석열 캠프에 파견했다. 캠프에 자기 뜻을 대변하는 사람을 직접 천거하여 파견함으로써 후보의 정책과 인사에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캠프만이 아니라 이재명 캠프에도 실세 스님이 보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 이번 대선에도 문어발처럼 관여하고 있다.

 

7) 정치권 학습효과

 

불교는 정치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공포가 있다. 정화 운동 당시 공권력의 도움이 없었다면 비구 측이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통사찰 주지로 임명받은 승려는 관할관청에 신고해야 했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불교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생존해왔다. 10.27 법난의 폭력은 이러한 일방적인 역학관계를 가장 잘 보여준다.

사회 민주화는 불교계에 이전과 다른 공간을 열어주었다. 정치권과의 관계도 새로 정립했다. 이제는 저자세로 관할청에 신고할 필요도 없고 표가 필요한 정치권은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에 대해 호혜적 관계를 새로 정립했다. 선거철마다 유력 후보들은 마치 눈도장을 찍으려는 듯 총무원과 주요사찰을 방문해서 덕담을 나누었다. 여기까지는 용인할 수 있는 범위다. 그러나 종단 실세 스님은 가장 빨리 정치권력과 직접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조계종 총무원장이 될 수 있었고,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갔다.

 

20166, 팟캐스트 생선향기를 진행하며 조계종 권력승을 비판해온 정봉주 전 의원이 조계종의 압력과 각종 소송에 못 이겨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앞으로 더 이상 조계종단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팟캐스트를 운영, 진행이나 패널로도 참가할 계획이 없으며 직간접적으로 불편함을 느낀 분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힘으로써 불교가 정치권을 상대로 승리하는 유력한 선례를 남겼다.

 

결정적인 것은 명진 스님 축출이다. 201745일 조계종 호계원은 명진 스님을 제적 징계했다. 59일의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때였다. 터무니없는 죄목으로 내려진 중징계였다. 하지만 평소 명진스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정치권 인사들은 아무도 명진스님을 위해 나서지 못했다. 이 경험을 통해 실세 스님은 대선국면이야말로 정치권의 손발을 묶는 시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5.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바람직한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헌법에 규정한 정교분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각 시대와 지역의 역사경험에 따라 다르다. 왕과 귀족, 가톨릭 종교권력의 폭정에 시달리던 프랑스 국민들은 앙샹레짐(구체제)을 전복하고 프랑스대혁명을 성공시켰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화정, 근대시민 국가에서는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국민을 억압하던 종교권력을 철저하게 부정하였다. 즉 프랑스 혁명에서 정교분리는, 왕과 귀족과 결탁했던 종교권력을 정치에서 강제로 분리하는 일이었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미군정하에서 새로운 질서를 건설했다. 천황제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군국주의를 해체해야 전범국가 일본이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천황제 아래에서 군국주의에 복무하던 국가주의 종교들을 정치권력에서 분리시킬 필요가 있었다. 일본에서 정교분리라는 단어에 담긴 함의는 이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정교분리라는 헌법조항은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는 다른 나라처럼 정치와 종교가 일체였던 시기가 없다. 지금도 전인구의 절반 이상이 무종교인 특수한 국가다.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정교분리 국가에서 신앙의 자유, 언론의 자유의 연장선상에서 종교의 자유가 이루어진다. 특정 종교가 자기 교의를 국교화 하려는 시도는 당연히 거부되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초법적 특권과 민주 질서의 교란도 부정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는 아직 정교분리를 경험속에서 성숙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종교에 대한 지나친 특혜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고, 국교가 없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사실 유례없는 특혜와 보호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종교 명절의 국가 공휴일 지정이다. 크리스마스와 부처님오신날이 국가 공휴일인 것은 엄밀히 따지면 정교분리에 대한 헌법 위반이다. 나아가 비종교인들에 대한 차별이다.

 

또 다른 것은 군 종교 특권이다. 50만 대군인 군 내의 독점적 선교는 오직 몇몇 대형종교에만 보장되어있다. 국가방위를 위한 예산으로 군은 특정 종교의 인건비와 독점적 선교공간을 보장해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은 종교 지원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이다. 2과 가운데 1과는 오로지 불교만을 담당하고, 나머지 개신교와 천주교, 민족종교 등은 2과에서 담당하여 이 또한 불교에 대한 특혜라 주장하기도 한다.

 

문화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정부 예산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재 관리와 전통문화 지원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지만, 이를 넘어서는 추가 지원을 종교는 요구하고 선거철마다 정치권은 이를 수용해왔다. 조계종이 불교박물관을 짓겠다며 국고지원을 받아 총무원 청사를 건립하자 태고종은 전승관을 건립한다며 역시 자기 청사를 지었다. 조계종의 목동 국제선센터, 공주의 한국문화연수원 등 눈 가리고 아웅하듯 국가 세금의 종교 지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개신교가 종교인과세법을 무력화하고, 사랑의교회가 공공도로 지하를 사유화한 불법적 일들이 일어나는 것 또한 종교 특혜의 한 변종이다. 가톨릭은 서소문 성지화 사업으로 국가 땅에 지자체 예산으로 가톨릭 시설을 짓는 기염을 토했다.

순례길이라는 명목으로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거대종교가 이렇듯 특권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 국민의 반종교 정서는 거세질 것이다. 종교 특혜를 끊어내려는 노력이 종교 스스로도, 정치권에서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대선을 계기로 불교계는 성찰해야

 

한국사회 대형종교와 정치권은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정화 운동과 조계종 창종에서 직접 혜택을 입은 조계종은 말할 것도 없고, 개신교 또한 반공을 매개로 박정희 정권과 상생과 협력을 유지해왔다.

불교는 정치권력에 굴종하는 처세의 이데올로기로서 교의를 왜곡시키곤 했다. 박정희의 10월 유신을 지지했고 긴급조치를 한국적 민주주의라 찬양했으며, 전두환의 호헌조치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칭송했다. 불교의 자비와 관용이 국가권력 범죄에 대한 면죄부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주적인 교단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해 왔다. 10.27법난을 극복하고자 했고, 94 종단개혁에서는 종단 자주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2008년 총무원장 지관스님 때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과 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불교도대회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기도 했다.

 

사실 종교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지나친 선거 개입을 국민은 부정적으로 본다. 불교의 정책제안이 시민사회로부터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비판받아온 이유는 이익집단의 요구가 노골적으로 전면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공적 종교로 성숙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시대의 담론인 공정과 정의를 담아내는 불교 윤리를 정치지도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평화통일, 양극화 해소 등 국가운영 기조에 대한 종교적 입장을 제시할뿐더러, 자기 종교 내부에서부터 공공선을 위한 실천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대사회적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서울대 종교문화연구소 최현종의 연구에서 지적했듯 종교가 어느 정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그들이 제기한 이슈들이 어느 정도 시민사회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여 진다.”는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이번 대선과 불교에 대해

 

1) 불교의 품격을 지키며 민족사의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제시하라.

 

한국사회 대전환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실천과 국제연대를 주문하고, 민족사적으로는 통일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남북문제, ·중대립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상황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한 지혜로운 해법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자영업자의 몰락 등 중생들의 삶과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지금 불교의 자비와 연민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공동체 경제 회복이라는 과제를 정치지도자는 명심해야 한다.

또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고난에 깊은 연대를 표하며, 중동 난민 문제에 대해 국가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와 대안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2) 출가자의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라

 

부처님은 자신의 장례는 재가자에게 맡기라고 하셨다. 출가자의 일이 아니라고 하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속과 갈등하는 호법 호교는 사부대중, 그 가운데서도 재가 2부 중이 앞장서야 할 일이다. 삭발염의한 수행자들이 팔뚝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민망한 일은 인제 그만 자제하길 바란다.

문화재 관람료와 국립공원용지 지정 등에 불교가 억울한 일이 있다면 국민을 설득함에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3) 일부 정치승의 준동을 막아내라

 

최근 조계종단을 보면, 공조직은 무력화되고 배후에서 모든 일이 결의되고 조직되고 있다. 파당을 지어 사적 이해를 추구하는 정치 권승을 막아내는 일이 승가 공동체 모두에게 요구된다.

 

더구나 특정인이 막후에서 불교의 이름으로 세를 과시하는 대형 행사를 조직하는 일은 코로나19 방역 시국과도 맞지 않는 위험한 일이다. 나아가 특정 정당의 선거조직에 이름을 올리거나, 선거 운동을 통해 종교를 정치에 예속시키거나 이용하는 등 종교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대표토론>

20대 대선과 불교의 정책 지향 가치

 

박재현 /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1.

정치와 종교는 분리할 수 없다. ‘정교분리는 형식일 뿐, 정치집단과 제도종교가 서로의 사익을 편취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명분이다. 종교의 긴 역사에서 생생한 발자취를 찾을 수 있고,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불교는 뭇 생명의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이다. 그래서 개인적, 사회적 고에 집중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력토록 한다.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하화중생의 대원력과 자비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활동은 정치적 영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과제가 많다.

특히 불전에 수많이 언급되어 있는 전륜성왕은 불교와 정치영역과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륜성왕의 특징은 7(금륜보-정치외교, 백상보와 감마보-교툥과 통신, 신주보-과학기술과 건설, 옥녀보-비서참모진 구성, 거사보-재정과 후생복지, 주병보-국방과 치안)는 정법 정치의 실현을 위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법정치의 실현을 불교는 꿈꿔 왔다.

 

2.

위기의 시대이다. 기후위기, 불평등과 양극화, 펜데믹의 일상화, 저출산과 고령화, 빈곤층의 증가, 노동유연화와 실업의 확대,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위기 등 전방위적이다. 과학과 기술을 양 날개로 하는 무한 성장과 발전의 유토피아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통으로 넘쳐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성취한 발전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인류를 멸망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는 경종이 울리고 있다.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을 불안과 고통으로 내몰리고 있다. 도덕적, 문화적 퇴폐와 인간의 타락, 기후 위기를 야기한 환경 파괴는 우리 사회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소비문화 또한 언택트 소비 중심으로 개인의 욕망을 부추길 것이며, 부의 불평등 심화에 따른 진입 장벽도 더욱 공고화해질 것이다. 부자와 빈자의 격차는 급속히 커지면서,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저물고, 단기 근속기간 중심의 노동이 확산될 것이며, 노동 유연성이 강화될 것이다. 청년들은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공동체는 해체 위기에 처해있고, 공적가치는 실종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정보화 수준 차이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편향된 정보의 과잉생산과 즉각적인 유통으로 인식의 격차 확대와 사회적 갈등 증폭이 걱정되며, 데이터에 종속되어 인간소외나 인권 침탈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도 높다.

 

이 과정에서 개인들의 관계와 연결이 무너지면서 코로나 블루와 같이 심리적 고통은 가중된다. 부의 불평등과 사회적 안전망의 약화는 경제적, 생활적 고통을 키운다. 꿈과 지향은 사라지고 오직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위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으로부터 인간과 비인간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빈곤층, 소수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받는 고통은 더 심각하고 지속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위기의 시대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 치료제를 찾는 일이 가장 절실하고도 긴급하다.

 

3.

현재의 위기와 고를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경고하는 증상이라 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펜데믹,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표면적 상처는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치명적인 상처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내면의 상처는 생명력을 갉아먹고, 그 독은 자연과 가족, 사회관계에 녹아들어 있다. 또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고()는 개인의 힘으로는 혼자 해결할 수 없기에 개인적 고를 넘어선 사회적, 제도적 고이다. 그러므로 불교적 관점에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상처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집단의식, 태도,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시스템 등 전반에 걸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근본적 대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제20대 대통령선거는 향후 5년간 사회적 고의 해결과 한국사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와 정치세력을 선출하는 일이기에 무척 중요하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실현 가능한 바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불교가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불자들이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어떤 척도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잣대를 제시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것이 엄중한 위기의 시기에 불교의 사회적 책임들을 다 하는 것으로서 불교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다.

 

4.

이를 위해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이 공약에 반영하여 추진해야 할 정책의 바탕이 되는 가치와 방향의 대강을 간략히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에게 전달할 정책과제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성, 교육, 생태환경, 노동, 청년, 한반도 등 분야별로 구체화할 수 있길 바란다.

 

첫째, 상생의 윤리관의 확산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민족 고유의 풍속인 향약, 두레, , 품앗이 등 협동과 상호부조의 문화와 조직이 대다수 지역에서 사라지고 있다. 반면 학연, 지역, 혈연 등과 같은 연고주의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유대감 속에서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상생의 윤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의 재구축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환경에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도와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도입,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적 집단 돌봄 시스템의 구축과 더불어 위드 코로나 시대, 보건안보의 핵심인 공공의료체계의 강화도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과 치료제를 공유자원으로서의 공공적 접근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생명, 생태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 중심주의, 기계론적 세계관, 성장주의 등 기존의 세계관과 가치관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불러와 제6차 대멸종을 초래하고 있으며,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기업의 ESG경영, UNSDGs, EU와 미국 등의 기후위기 대응 등을 보면 환경주의와 생태주의는 새로운 정치담론의 최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기후정의법의 제정과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한국판 뉴딜의 원칙과 비전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 첫째,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탄소배출 제로 달성과 더욱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란 목표가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민간 참여하에 '정의로운 그린뉴딜에 기반을 둔 한국판 뉴딜의 원칙과 비전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둘째, 한국판 뉴딜이 사회개혁으로 범위를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시정하며, 취약계층을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물질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체의식과 공익을 우선하는 사고를 확산시키고 시민 참여 민주주의를 확대하여 사회변화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공동체 자유주의의 구현이다. 신자유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체로부터 부여된 개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고, 성장을 위해 무한경쟁을 야기하여 독점화와 각자도생의 삶을 필연화시키고 있으며, 빈곤의 양극화와 기회의 불평등 등을 불러왔다.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존재의 다양성이 존중되며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동체 자유주의의 구현이 정책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이다. 곳곳에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고, 국적과 인종,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차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부 또한 이주민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기보다는 생산수단으로 보고 한국사회 통합에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 차별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주민들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이들이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구성원으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주민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직접 민주주의의 구현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인간 존엄성, 자유와 평등 및 이들의 상호조화를 이념으로 하면서 정치 참여, 대의제도, 다수결 등을 그 그 운영원리로 한다. 오늘날의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의 하나가 대의민주주의로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들과 주권자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바람직한 정치공동체를 만드는 원칙과 그 실천을 민주주의라 할 때, 이러한 바람직한 공동체에 대해 붓다는 칠불쇄법을 통해 일련의 절차적,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보고, 적극적 시민으로서의 정치에의 직접 참여와 선출직 공무원의 시민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책임성의 윤리를 강조하였다. 즉 붓다의 공화주의적 태도는 참여의 윤리를 중요하게 내세운다.

 

다섯째, 경제윤리의 구현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사회계층간의 상호불신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하였다. 또한 사람들의 삶을 무한경쟁의 승패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용어의 일상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계층간의 갈등과 대립은 공동체의 화합을 붕괴시키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윤리의 구현이 필요하다. 사유재산권과 공동체 요구간의 조화, 기업의 정당한 방법으로의 이윤 추구와 분배 정의의 실현, 성장 중심에서 균형과 조화의 탈성장으로 전환, 사회적경제 등 공동체경제의 확대, 무한 경쟁이 아닌 공존을 위한 협동과 상호부조 등이 그것이다. 불교경제학은 부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 정당하지 않는 부를 비난할 뿐이다. 그리고 정당하게 획득한 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보시를 강조한다. 보시는 현대 사회에서 의 재분배로서 표현될 수 있으며,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향상시키되,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성장하는 삶을 지향하도록 하게 한다.

 

여섯째, 실질적 평등의 확산이다.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불평등 문제이다. 한국사회의 근대화 과정의 급속성과 파행성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고, 동시에 우리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가치관과 의미의 혼란을 야기했다. 한국사회의 블평등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은 배분적 정의의 문제, 즉 공정한 분배의 문제와 기회구조의 불평등 문제이다. 배분적 정의가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기회구조의 불평등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기회구조의 불평등은 고용, , 교육과 학력, 사회복지 서비스, 법 집행, 출신 지역 등에서 오는 불평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기회구조의 불평등은 경제적 불평등 보다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여기에 경쟁 규칙의 불평등도 큰 요인이다. 공정한 배분제도와 기회구조가 마련되어 있더라도 그 제도와 규칙이 공정하지 못한다면 사회구성원들은 심한 사회적 비정의감을 느끼게 된다. ‘왜 평등인가무엇에 대한 평등인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공정한 분배, 기회구조의 평등과 경쟁규칙의 공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일곱째, 진영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 빠져 진영에 갇혀 서로를 구별하고 갈라치기 해왔다. 자신과 다르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증오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다. 조작된 상징에 흔들리며, 사회는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의식이 중요하다. 민주시민의식은 시민이 상대적 진리관을 가지면서 타자를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민주시민의식의 고양을 위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좌우파 또는 보수진보 갈등의 아젠다는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이대남 이대녀 라는 갈라치기를 유도하고 있는 패미니즘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이념적 논쟁은 붓다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무명의 늪에 빠진 어리석은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계급과 당파적 이념을 뛰어넘어 화쟁을 통해 서로 배척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닌 보다 큰 이념의 체계 안에서 포용되고 긍정할 수 있는 논리를 발견하고 창조해야 할 것이다.

 

여덟째, 전인교육으로의 교육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교육 문제는 입시 위주 교육, 학벌중심 문화, 학교(대학) 서열구조 및 이윤 중심의 학교 운영, 교육 양극화, 보수적인 교육조직 문화, 그리고 교실 붕괴와 사교육시장의 무한 팽창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교육은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특히 능력주의를 내세워 순응적인 산업인력을 키워내고, 선별해 내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동시키고 있다.

 

편견이나 집착 없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현상을 이해하는 지혜를 얻고, 타인을 돕는 일이 나의 영원한 사명으로 이를 자각하도록 하는 것이 불교의 교육관이듯,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전인교육으로의 교육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다른 생명체와의 연대성, 생명에 대한 존중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교육을 추진하고, 교육과정은 인간의 상호 의존성에 대한 인식, 다양한 재능과 흥미에 대한 존중,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미적 감수성, 자아에 대한 앎과 서로간의 협력과 연대, 사회정의를 추동하는 변혁적 역량, 지구적 시민성의 획득과 결합 추진 등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토론과 문제해결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잠재력을 끌어내는 학습으로의 전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한 공동선 교육 강화,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학생 주도성 교육으로의 전환, 집단지성 활용과 교육 자원 공유를 통한 집단 교육 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 문해력과 데이터 활용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습 토대 구축과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안목과 시민의식 향상과 사회 참여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정교교과에 반영 강화도 필요하다.

 

아홉째, 상호호혜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의 실현이다. 한반도의 평화 구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일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긴장 해소와 평화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가 패권경쟁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고, 오히려 세계평화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주변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무엇보다도 신뢰가 중요하다. 흡수통일이나, 무력을 통한 남북문제의 해소는 최악의 길이다. 종교교류 등 남북간 민간교류 활성화, 인도적 지원 확대 등 꾸준한 교류와 만남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우선 남북이 체결한 상호협정의 이행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협력과 교류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열 번째, 균형과 조화의 종교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우세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이며, 종교간 갈등과 대립이 심하지 않은 국가이다. 현재 불교계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경기 부양 목적이라는 미명 아래 특정 종교의 제안을 수용하여 캐럴 보급에 예산을 배정하거나, 국공립 합창단에서 특정 종교 편향 연주회가 거의 일상화되고 있고,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이나 해미읍성과 같이 여러 종교와 역사가 공존하고 있는 곳을 특정 종교의 성지화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대표적인 종교 편향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남북간 문제에 지나친 가톨릭 의존도 또한 수십년간 남북 민간교류를 열어온 불교 입장에서 보면 패싱 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정청래의원의 실언으로 재부상한 문화재관람료 또한 따져보면, 문화재 보존과 보호를 국가 책임이 아닌 소유자 책임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비용 또한 소유자가 직접 관람료를 받아서 하라는 시행 당시 정부 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앞선 사례와 같이 종교간 갈등과 대립을 정부가 나서서 조장하지 않도록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위해 정부의 종교 정책은 합리적 기준과 종교간 형평성을 고려하여 인사, , 제도, 예산 지원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지나친 지원과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토론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시되고 논의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위한 한국불교의 정책 지향가치와 제안들이 실효성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시민사회 차원에서 불교 정책 제안서를 수정 보완하는 후속 노력이 있어야 하며, 불교시민사회의 이름으로 제20대 대선 후보자를 초청하여 불교계의 정책을 전달하고 그 이행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대표토론>

 

2022 대선에 대한 불교계의 정책 제안

 

이도흠 /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1. 머리말

 

임인년 새해를 맞아 밝은 이야기를 하고 덕담을 나누어야 하지만, 불교계건, 그 바깥 사회건 지금 우리는 안수정등(岸樹井藤)의 상황에 있다. 독사가 우글거리는 우물 안의 그 나그네처럼, 불교계는 스님들의 범계와 타락, 출가자의 감소, 사찰의 시장 종속, 불자들의 탐욕의 증대, 권승들의 독점과 전횡 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는데, 눈앞의 신도와 돈, 권력에 취하여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미루고 있다.

 

불평등의 극대화와 민생의 위기,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간헐적 팬데믹의 위기,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위기,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의 위기, 지정학적 위기 등 6대 위기로 인류 문명 자체가 붕괴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사람들은 당장의 화폐와 권력, 쾌락에 도취되어 전환을 유보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대선은 당연히 이 위기의 극복을 시대정신으로 지향하며 정책대결을 벌여야 하는데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불교시민사회는 이 상황에서 어떤 대안을 모색할 것인가.

 

2. 종교와 국가, 시민사회 / 공론장의 관계

 

페스트에 대한 성찰, 르네상스 이후의 과학혁명과 계몽사상, 산업화와 도시화, 보통교육, 금속인쇄와 출판의 대중화 등이 어우러지면서 의식의 각성을 한 시민들이 주술의 정원에서 탈출하여 교회 바깥에 시민사회를 구성하였다. 시민들은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며 살롱 등에 모여 모든 사람들이 원칙적으로 동등한 기회와 권력을 갖고서 과학과 이성에 근거하여 의견을 피력하고 토론을 하고 여론(public opinion)을 형성하고 때로는 합의(consensus)에 이르며 부르주아의 공론장(public sphere)을 형성하였다.

 

공중(public)은 공론장에서 합리적으로 토론을 하며 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흑사병, 연금술, 면죄부로 대표되는 어두운 주술의 정원에서 탈출하여 계몽의 빛이 환하게 비추는 세계로 나아갔으며 이것이 과학발전과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공론장은 국가와 종교의 분리, 공적 담론에서 신성보다 이성과 과학에 의한 검증과 논증, 종교적 상징과 교리의 초월성의 박탈과 세계 내적 문화현상으로의 해석, 예술에서 신()의 종속에서 탈출을 의미하였다.”

 

하지만, 한국 불교계로 한정할 때 국가와 불교, 공론장 사이의 균형은 깨졌다. ‘자본-국가-종교권력층-보수언론-사법부-전문가집단과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기득권 동맹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부패와 타락, 수탈과 착취는 극대화하고, 권승들이 세력을 형성하면서 정치와 종교의 유착관계가 형성되었다. 불교계는 전통사찰지원법을 비롯한 관련법과 제도를 불교계에 유리하게 개정하고 템플스테이와 불교문화재 지원을 더 많이 받고 몇몇 권승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정치권의 권력이 필요했다. 정치권은 불교신자의 표와 설득적 동의가 필요했다. 선거 국면에서는 이를 한꺼번에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주고받을 수 있기에 더욱 치열하게 종교와 정치의 유착이 강화하였다. 최근의 정청래 사태도 이의 일환이다.

 

종교와 정치의 완전 분리는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종교와 공론장 사이의 변증법적 종합, 국가와 종교, 시민사회 사이의 상호견제다. 종교는 교당 안에 공론장을 설정하여 교리 가운데 과학과 어긋나는 것은 수정하고, 이웃 종교의 진리도 인정하고, 신비로 포장하여 비밀화한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종교인의 부패와 비리를 견제받을 수 있는 장치를 내외에 모두 수립하고, 종교인들은 권력을 내려놓고 절/성당/교회를 민주화하여야 한다. 대신, 종교인들은 주어진 권위를 가지고 각 종교가 추구하는 정의에 어긋나는 국가를 비판하고 인류의 공존공영과 평화를 추구하면서 가장 약한 생명과 사람에 대해 편애적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시민 사회는 종교의 초월성과 신비화, 절대화와 종교인의 부패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되, 종교인과 함께 교회/성당/절을 자본주의 체제나 세속의 탐욕과 경쟁심, 이기심을 씻어내고 진리나 깨달음/거룩함/무한을 추구하는 장으로 지켜내야 한다. 국가는 종교를 이용하여 권력을 강화하는 유혹에서 벗어나 종교와 정치를 철저히 분리하되 종교인의 타락과 부패를 견제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볼 때, 정청래 사태에 대한 조계종단의 대응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문화재관람료는 불교계 시민사회에서도 불합리하다고 보고 폐지하거나 사찰 탐방자에 국한해야 한다는 공론을 조성하고 있었는데 권승들과 대형사찰의 스님들이 화폐증식의 탐욕에 휘둘려 시민사회와 공론장을 무시하고 종교와 정치 사이의 유착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둘째, 이는 허정스님의 지적대로, 수행자들을 가르침의 상속자가 아니라 물질의 상속자로 머물게 한다. 셋째, 국민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선출한 국회의원을 종교집단의 일부 세력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내쫓으려 하거나 겁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력이다. 넷째, 자승 전 총무원장이 총무원을 무력화하면서까지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종교와 정치의 유착보다 더한 종정농단(宗政壟斷)이라 할 수 있다.

 

정청래 사태의 현안을 벗어나 대선국면으로 이 취지를 확대하면, 불교 시민사회는 공론장을 형성하고, 이 공론장에서 현재 중생들의 고통과 번뇌의 원인에 대해 살피고 이를 지양하여 모든 중생들이 깨달음의 길로 갈 수 있는 대안을 정책으로 제시해야 한다.

 

3. 코로나 이후 사회의 6대 위기와 대안의 길

 

지금 중생들은 6대 위기로 심각한 고통 속에 있으며, 6대 위기 극복 없이 중생의 평안은 없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코로나 이후 사회에서 우리가 맞고 있는 6대 위기와 극복이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의 극대화와 민생의 위기다. 2018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86%를 차지하였다. 이는 2009년의 44.38%에서부터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의 47.76%,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 48.79%, 2018년에 48.86%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등을 포함한 자산 불평등은 더욱 극심하여 대략 70-80%에 이른다. 코로나 이후인 “2020318일에서 1130일 사이에만 전 세계적으로 억만장자의 부가 3.9조 달러(4,648조 원)나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도 더욱 극심해졌으리라 본다. 주지하듯, 불평등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슈퍼 갑부 8인의 재산이 세계 인구 절반인 36억 명과 비슷하며, 전 세계 억만장자 2,153명이 46억 명보다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 기업의 임금 격차가 300배에 이른다.

 

불평등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 그 중에서도 생산수단의 사유와 독점 때문이다. 이 체제에서는 자본과 생산수단과 정보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본을 축적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런 조건에서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늘 크기 때문에(r>g), 소득 수준별로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획기적으로 증대하여 부과하는 등 이를 상쇄할 공공정책이나 제도를 집행하지 않는 한 불평등은 심화한다.” 여기에 더하여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자본-국가-보수언론-사법부-종교권력층-전문가집단과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기득권 동맹이 견고하게 카르텔을 형성하며 노동자와 서민을 착취하고 수탈하였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공공영역을 사영화하고 노동을 유연화하였으며 금융의 수탈을 극대화하였다. 금융 수탈의 한 사례로, “MB 정부 3년간 고환율 정책으로 무려 174조 원의 돈이 서민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 그 결과 국민의 97%인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은 무려 15.3% 이상 감소했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공식 848만여 명, 비공식 1,100만에 달하며 이들의 평균 월급은 1728천 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구조 안에서 기술격차, 교육격차, 정보격차가 더욱 불평등을 심화하고, 상층과 하층의 네트워크 차이는 다시 불평등을 구조화한다. 글로벌자본세, 부유세 등 조세혁명, 살찐고양이법, 보편적 복지의 강화, 기본소득, 기본자산제, 교육개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어떤 대안도 미봉책에 그친다. 새로운 사회주의를 목표로 의료, 주택과 토지, 교육, 교통, 데이터, 로봇을 공공화/무상화하는 경로를 통하여 사회연대소득제와 노동자 자주관리제, 모든 생산수단의 공유로 나아갈 때 평등한 사회는 가능하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도 고조하고 있다. 미국 헤게모니 하에 조직된 전후 세계자본주의는 2008년 세계 금융공황을 기점으로 생산성과 이윤율이 대폭 하락한 채 장기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1869년에 46%에 이르던 평균이윤율은 이제 10%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자본은 장기불황의 위기를 합법을 가장한 금융수탈로 미봉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202011월에 발간한 <세계 부채 모니터: 부채 쓰나미의 공격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전 세계 부채 총액이 272조 달러(303,062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금융 부문 외 부채는 2019년의 194조 달러(240%)에서 올해 210조 달러(GDP274%)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15월 현재 세계의 정부 부채는 799,458억 달러에 달한다.”이는 2021년도 예상 세계총생산(GWP) 91311억 달러의 87.8%에 달한다.” 이 부채는 줄기는커녕 시간당 500만 달러 이상 늘고 있어 부채가 GDPGW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히 늘고 있다. 2020년 미국의 GDP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33.96%에 달한다. “생산성이 저하하자 미국은 이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저가 상품으로 메우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막대한 무역적자를 면하지 못한 채 유출한 달러를 자국의 금융시장으로 재유입하는 달러환류정책을 펴고 있다.” 이것으로 금융패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의 헤게모니는 대폭 저락하였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경제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였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태평양을 내해(內海)로 간주하고 전략을 구성한다. 이 토대 위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소련 대신 새로운 적과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상실한 정당성을 회복하고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패권을 유지하고 무기 수출로 적자를 메우기 위하여 중국 포위 전략을 강행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 첨예하게 마주치고 있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은 북한 핵 제거를 명분으로 작전계획 5015에 따라 언제든 북한을 폭격하고 침공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참수작전과 북한 점령을 수행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이 적폐의 핵심인 미국에 너무나도 굴종적인 외교를 추진하는 바람에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하였다. 당장 시급한 대안은 핵과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맞바꾸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보법 폐지, 공동의 교과서, 물자와 사람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류와 협력 등의 경로를 통하고 남북연합과 연방제를 매개로 하여 완전한 통일의 길로 가야 한다.

 

기후위기는 임계점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기후위기로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과 수십 억 마리의 동물이 죽고 있다. “지구촌은 매년 36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주지하듯, 1만 년 동안 4도 가량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근 1백년 만에 1도가 상승하였다. 시속 4의 속도로 걷던 인간이 시속 100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로 가는 것처럼, 25배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대형 산불, 역대 급의 홍수, 폭설, 가뭄, 폭염, 한파, 태풍, 빙하의 소멸, 미세먼지가 일상화하고 있다. 빙하가 녹고, 바다의 수면은 매년 평균 3.4밀리미터가 높아지면서, 해안선이 점점 육지 안 쪽으로 들어오고 섬나라들은 물에 잠기고 해일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지금 “1초 동안 0.6헥타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하루에만 100여 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전 세계 과학자 1,700명이 참가하여 조사한 44,838종의 대상 동식물 가운데 38%16,928종이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발표하였다.” 국제식물원보존연맹(BGCI)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 58,497종 가운데 3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최소 142종의 나무가 야생에서 멸종되었다. 원인은 농업이나 목재사용을 위한 벌목, 목축, 도시건설, 산불, 에너지 생산과 광물 채취 등이다.”

 

IPCC의 보고서는 우리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해야 한다. 이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약 45%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 영점에 도달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급하고 전례 없는 사회 경제적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도시화, 인구의 증대, 인간중심주의, 과학과 이성의 도구화, 개인의 탐욕 등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산업화, 성장주의 때문이다. 탈성장과 탈자본을 향하지 않는 대안은 별다른 변화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성장과 자본은 한 몸이다.

 

4차 산업혁명은 먼 미래의 일인가? “한국은 2020년 현재 로봇 밀집도가 10,000대 당 868대로 싱가포르(918)에 이어 세계 2위이며, 3위인 일본(364)이나 4위인 독일(346)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다.” 4차 산업혁명이 재현의 위기 등 여러 위기를 야기하지만 노동의 위기만도 심각하다. 로봇화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다. 노동은 점점 고스트 워크(Ghost work)로 대체되고 있다. “조앤이란 여성이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엠터크에서 음경 사진을 거르는 일을 매일 10시간씩 수행하고 40달러를 버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놓치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부수적인 일을 보조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수억 명의 노동자들을 눈에 안 보이는 존재로 만들 수도 있다.”

 

이들은 법적 지위도, 조합도 없이 인공지능이 놓친 부스러기 일을 하며 노동자로 존재조차 하지 못한다. 이보다 더한 것은 노동운동이 무력화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노동거부를 강하게 조직하면 자본은 생산이 차질을 빚고 이윤이 줄어들기에 마지못하여 협상에 나서거나 양보했지만, 이제 자본은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류사회가 로봇봉건제 사회로 퇴행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생산성은 사람의 수백에서 수천 배로 날로 증대되고 있기에 0.0001%의 로봇 소유주와 플랫폼 기업 소유자가 거의 모든 가치를 독점하며 노동자들을 농노처럼 부릴 것이다. 이의 대안은 과학기술을 자본으로부터 분리하고 로봇의 사회화와 노동시간 단축, 인간과 로봇의 노동과 협업을 사회적 합의로 정하는 것이다. 이 또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으며, 사람살이의 핵심인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112일 현재 확진자가 31303991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들도 552758 명에 이른다. DNA를 역전사하면서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 RNA-바이러스의 특성상 수많은 변이들이 만들어지고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는 백신을 무력화하고 돌파감염까지 일으키고 있다. 쉽지 않지만 설혹 올해 후반기나 내년에 코로나를 종식시킨다 하더라도 우리는 4-5년 주기로 또 다른 팬데믹을 맞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빈틈의 숲마저 파괴한 탓과 세계화 때문이다. 메르스든, 에볼라든, 사스든 숲에서 수천만 년에서 수억 년 동안 숲 속의 동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던 바이러스들이다. 하지만 완충 구실을 하던 숲마저 사라지자 이 바이러스들이 인간과 접촉하면서 인수(人獸) 공통의 바이러스로 변형을 하고, 그 중의 하나가 세계화의 고속도로를 타고 퍼지며 팬데믹을 일으키고 있다. 선진국의 독점과 이로 인한 백신불평등은 선진국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접종율이 낮은 후진국에서 만들어진 변이바이러스가 선진국의 국민을 죽이고 있다. 조나스 소크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공유하였다. 5조 원을 벌 수 있는데 왜 그리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이를 향하여 그는 태양을 특허 내느냐?” 라고 답하였다. 그 덕택에 매년 수십 만 명의 어린이가 불구를 면할 수 있었다. 코로나의 대안도 마찬가지다.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백신 맞기 등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과 함께 가난한 이에 대한 우선적 배려와 복지, 백신의 공유와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토대인 공론장(public sphere)도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붕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지속되면서 자본과 국가와 거리를 두고 제4부의 역할을 하던 언론들이 자본에 포섭되거나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디지털 혁명 이후 주술적 담론과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반향실효과(echo chamber effect)가 증대하였다. 유튜버들은 언론 윤리나 대의는 저버린 채 오로지 돈과 이익을 위하여 선동과 조작을 일삼는다. 언론, SNS, 교육, 종교, 지식인의 장에까지 올바르고 정확한 공론을 조성하는 것이 심각하게 공격을 받거나 배제되었고, 공론장의 적인 주술과 광기, 공포, 반지성, 부족주의가 압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재임 4년 동안 무려 3573, 하루 평균 21번의 거짓말을 했다.” 이 거짓말은 80여만 명의 미국시민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하고 의회쿠데타를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음에도 그는 아직도 차기 대통령의 물망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버들이 조회 수에만 혈안이 되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고, 정론지를 표방하는 언론들이 SNS에 실린 가짜뉴스를 보도하고 있으며, 특히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부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탈진실(post-truth)이 시대를 대표하는 낱말이 되었다. 공론장이 붕괴한 곳에 민주주의의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시민사회의 교육과 조직화, 미디어교육도 대안이지만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화폐증식과 진실성의 싸움에서 늘 전자가 이길 수밖에 없다.

 

이제 GDP보다 국민의 행복지수, 경쟁보다 협력, 개발보다 공존, 권력과 자본보다 마음의 평안을 지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나라와 사회를 많은 돈보다 꽃을 더 추구하고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동력이 되는 사회, 모두가 다 같이 존엄하고 평등하며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코로나 이후 사회의 길찾기에 대해선 보배경잡보장경에 그 지혜가 잘 나타나 있다.보배경을 보면, 붓다께서는 베살리에 역병이 창궐하자 제자들과 사흘을 걸어 그곳으로 가서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보배경을 설하고 제자들과 시신을 치우고 거리를 청정히 하는 일을 7일 동안 계속하여 역병을 물리쳤다. 고통의 현장에 대한 직접 참여와 헌신을 하고, 물리적·사회적·생물학적 면역체계를 작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질병이 야기한 불안과 공포를 제거하는 심리적 면역체계 또한 작동시켰다.

 

잡보장경을 보면, 환희수(歡喜首)라는 앵무새가 산불이 나자 물가로 달려가서 날개를 적셔 불 위에 뿌리기를 반복했다. 제석천이 이를 알고 그 작은 날개에 묻힌 몇 방울의 물로 수천만 리에 걸친 그 큰 불을 끌 수 있겠냐고 묻자 앵무새가 내 몸은 비록 작으나, 내 마음은 크고 넓으므로 부지런히 힘쓰고 게으름을 부리지 않으면 반드시 불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 몸이 다하도록 불을 끄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서라도 맹세코 불을 끄고야 말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제석천이 그 큰 뜻에 감동하여 큰비를 내리니 불은 곧 꺼졌다.

 

동체대비심에 따른 연대와 참여, 과학적인 면역체계의 작동, 헌신에 바탕을 둔 심리적 면역체계의 작동, 목적을 향한 무한한 실천과 헌신이 코로나 이후 사회에 인류가 걸어야 할 길이다. 이제 권력과 돈, 쾌락의 무상함을 깨닫고 욕망을 달성하는 것을 행복한 것으로 착각하던 삶에서 타자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욕망을 절제하는 데서 외려 더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햄버거 하나를 덜 먹으면 1.8평의 숲을 살리고, 2,500, 곡물 1.8, 57의 메탄가스와 3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가 고기를 먹지 않거나 대체육만 먹는다면, 대지의 1/3을 차지하는 목장을 다시 숲으로 되돌리고 18%의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1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의 곡물을 절약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려면 나부터 변화해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사회가 함께 바뀌어야만 나의 깨달음이 지속될 수 있고 타자의 구제, 더 나아가 자타동시 열반도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교적 대안은 대개 개인 차원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불교는 그동안 고()를 개인적 고로만 국한하여 지멸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장아함경을 보면, 가난이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고 이로 도둑, 살해 등이 일어난다는 인식이 깔려 있으며 전륜성왕이 보당을 부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하고 수행을 하여 열반에 이르고 있다고 끝맺고 있다. 이는 불교가 개인의 고만이 아니라 사회적 고(social duka)에도 관심을 두었으며 열반이 개인의 수행만이 아니라 가난한 자에 대한 보시와 같은 선행을 종합하여야 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개인의 마음과 사회구조, 개인의 업[別業]과 공동의 업[共業], 개인의 윤리와 공동체 윤리는 서로 의존하며 작용한다.

 

불자를 비롯하여 현 상황에서 대중들이 인식해야 할 점은 6대 위기의 극복은 자본주의 체제의 해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위기들의 근본 원인을 추적하면 모두 자본주의로 귀결된다. 이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주의로 이행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대안도 미봉책임을 뜻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확대재생산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기에 이 체제가 유지되려면 세계 GDP는 매년 23% 성장해야 한다. 3% 성장은 23년마다 세계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며, 그리고 계속해서 이미 두 배가 된 상태를 다시 두 배로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체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거의 모든 행위, 정치와 경제, 산업, 과학기술, 심지어 이것과 거리두기를 해야 할 예술과 학문, 종교마저 더 많은 화폐를 증식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강제한다. 지난 30년을 통해서 보았듯이, 탄소세 등 모든 대안이나 혁신적이고 참신한 개혁책조차 자본주의는 결국 시장체제에서 이윤과 탐욕을 확대하는 수단이나 상품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약 45%를 감축해야 하는데, 시간만 많다면 온건한 개혁책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조건에서 자본주의를 존속시킨 채 6년 안에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임계점도 이미 넘어섰다.

 

로봇화/자동화에 국한하여 예를 들면, 로봇을 공유부(common wealth)로 삼아 사회화하지 않는 어떤 대안도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는 로봇의 100% 사회화를 목표로 로봇이란 생산수단을 점진적으로 사적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한다. 로봇에 관련된 기술은 로봇공학, 컴퓨터공학, 생명공학, 뇌과학, 빅데이터를 종합한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축적되고 융합된 것이기에, 이 기술은 사회의 소산이며 개인이나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 기술에 관련된 연구 또한 사회적 생산의 결과다. 기업이 소유한 로봇에 대해서는 로봇세를 높은 세율로 부과한다. 공유 로봇에서 생산한 가치와 로봇세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주택, 무상교통의 재정으로 활용한다. 노동자를 주체로 하되, 국가와 시민사회가 합의를 거쳐서 인공지능의 노동, 인간과 로봇의 협업, 인간만의 노동의 범주와 직종을 결정하고 이를 법적으로 규정한다.

이에 이제는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6대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의 사회, 곧 생태적이고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사회주의, 서로 자유롭게 하는 개인들의 연합으로서 꼬뮨을 상상하고 건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불교와 결합한 대안을 모색하면, 생태계 차원에서는 표층 생태론(shallow ecology), 심층 생태론(deep ecology), 사회생태론(social ecology), 에코 페미니즘(eco-feminism)을 넘어서서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생태론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세계 체제 차원의 경우, 원효가 지극히 큰 것과 지극히 작은 것은 똑같이 동일의 양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중심과 주변 사이의 화엄의 상즉상입(相卽相入)에 의한 무등(無等)의 체제로 전환한다. 세계 차원에서 백신의 공유만 제대로 이루어졌어도 접종율이 낮은 후진국에서 발생한 변이가 부메랑이 되어 선진국의 국민을 죽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은 채 코로나 종식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2차 세계대전 때 과학기술, 예산, 정책, 국민을 전쟁 승리에 맞추어 총동원한 것처럼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면 아직 길은 있다. 비용이 들겠지만, 그것은 그만큼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에 불교의 교리와 갈마제도를 현재화하여 국가는 불교의 무등(無等)과 자비심에 바탕을 둔 자유롭고 정의로운 생태복지국가로 전환한다. 국가는 GDP나 무역량보다 생명의 다양성과 국민의 행복지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것에 맞추어 모든 정책을 기획하고 재정을 투여한다. 국가가 신자유주의를 해체하고 4차 산업혁명을 공공선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선도함은 물론,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이에 맞추어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다. 모두를 위한 빵과 행복을 추구한다. 의료와 주택, 교육, 교통은 단계적으로 무상화하며, 이를 위해 살찐 고양이법 제정, 부유세 등 조세혁명 등을 단행하여 이 재원으로 기본자산제, 사회연대소득, 로봇으로 일자리를 잃은 자들에 대한 재교육과 실업수당 등을 실행한다. 모든 분야에서 엘리트 및 1%의 독점을 깨는 참여민주제, 숙의민주제에 몫 없는 자의 민주제를 결합하여 권력기관과 조세기관을 시민이 위원회 형식으로 통제하고 그 수장을 직접 선출한다.

 

국가는 노동 중심의 글로벌 그린 뉴딜로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한다. 국가는 모든 생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에너지 체계와 산업체계를 혁신한다. 굴뚝산업은 단계적으로 생태친화적 제조업으로 전환한다.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는 폐기하고 재생에너지와 지역 중심으로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며,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네트워크체계를 결합하여 에너지를 분배한다.

 

국민들도 소욕지족의 삶을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가장 작은 생명도 부처님처럼 존귀하게 대하며, 타자의 아픔에 동체대비심을 갖는 것을 인간성의 최고 구현으로 삼는다. 갑의 위상에 있는 이들이 권력을 부리지 않고 을을 섬기고, 을의 위상에 있는 이들은 세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부당한 것에는 저항하고, 타자와 생명의 아픔에 대한 자비로운 분노를 행한다. 탐욕과 이기심이 들 때면 이를 무심과 이타심으로 대체하면서, 살아서는 물질적인 만족보다 마음의 평화와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동시에 사회의 변혁에 나서며, 이를 바탕으로 자타 동시에 열반에 이르는 것을 삶의 궁극목적으로 지향한다.

 

4. 정책적 대안

 

검찰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검경수사권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찰개혁은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고 시민사회가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고 검찰권력의 핵심인 기소독점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검장의 직선제, 시민위원회가 검찰을 통제하는 시민검찰제, 범죄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이유로 형사법원에서 사소(私訴)를 제기하는 프랑스식 사인 소추제, 피해자나 변호사가 검사와 함께 공동 원고로서 소송에 참가하는 독일식 부대공소제 등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검찰은 괴물로 남을 것이다

 

지금의 입시제도에서는 금수저의 대물림이 보장되고,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울타리를 강화하려 하기에 언제든 2의 나경원이나 정경심은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교육개혁도 대학서열을 해체하고 입시를 철폐하지 않는 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특성화와 재정지원, 지역의 문화와 산업을 연계하면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국립대학을 네트워크화하는 것과 함께 지역의 문화와 산업과 연계하여 특성화하고 재정지원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경북대 섬유산업학부를 경북지역의 다른 대학의 섬유산업부의 교수와 학생과 하나로 네트워크하고 1년에 1,000억 원 정도씩 재정지원을 하고 이를 졸업한 이들이 대구 지역의 섬유 관련 산업체에 취업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1970년대까지 홍대 미대, 건국대 축산학과 등은 서울대보다 낫다고 자부하였으며, 지방의 국립대 또한 연고대 수준은 되었다. 세계 100대 대학의 서열과 재정은 비례한다. 재정은 별도의 세금을 들일 필요가 없다. 이명박 정권에서 행하였던 부자 감세를 원래대로 되돌리면 20조의 재정이 확보된다.

 

언론 개혁의 경우 제4부로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는 철저히 보장하면서 가짜뉴스와 악플을 제한하면서 자유롭고 합리적인 공론장을 형성하도록 여러 개혁을 수행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공영방송과 언론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경영진에 대한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방송의 편성과 신문의 편집권을 사주, 더 나아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중심으로 거론되는 악의적 왜곡보도 및 고의적 오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객관적으로 악의와 고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재를 하는 쪽으로 도립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포탈업체의 언론 장악과 조작을 제한하는 관련법을 제정함과 아울러 언론사 공동포털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개혁의 경우 우선 지지자와 국회의 의석이 일치하지 않는 정치적 재현의 위기(the crisis of representation)를 극복해야 한다. 선거제를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개선할 뿐만 대통령 선거 등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국회를 양원제로 바꾸어 상원은 지금처럼 정당에 기반한 지역대표제로 하되, 하원은 직능대표제로 하되, 위의 세계의회처럼 몫 없는 자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전 국민을 직업이나 직능별로 구분하고 그 직업과 직능 안에서 무작위로 추첨을 하여 대표자를 정한다.

 

경제와 재벌개혁의 경우 재벌의 여러 독점을 제한하고 재벌에 대한 사회적,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금융과 산업, 언론의 완전한 분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며, 공기업의 공적 기능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포지티브적 방식으로 재벌이 자연스럽게 해체되도록 대한민국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6T(IT, NT, BT, ET, RT, CT)의 산업국가로 재편하면서 사회적 기업 및 협동조합형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한다. 근본적으로 GDP보다 국민의 행복지수, 공유가치를 바탕으로 공평하게 분배되고 공정하게 권력이 행사되고, 경쟁보다 협력과 연대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한다.

 

조세정의를 확립하여 보편적 복지의 재정을 확보한다. 복지의 재원은 부자감세 20조 원의 환원, 사회복지목적특별세 20조 원, 상속세의 정상화(4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모든 불로소득(자산/토지/주식)의 세수를 통한 사회적 환수 약 100조 원, 부패방지로 인한 공적 자금 확보 50-100조 원,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군사독재정권 때처럼 7090%로 환원하고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30%대로 올린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사회연대소득제, 자본세, 부유세, 살찐 고양이법, 로봇세를 시행한다.

 

노동개혁의 경우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노동하기 좋은 나라로 전환하여 노동존중을 추구한다. ILO 협약과 마주치는 관련 법을 개정하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는 특수한 영역을 제하고는 철폐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자가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5인과 50인 미만 소기업에 대해서도 유예기간 없이 전면 적용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로봇의 사회화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과 자동화를 대비한 제도적 방안 마련, 실업수당의 3년 지급 보장과 재교육 등 사회안전망을 확보한다. 기업의 곳간에 쌓아둔 2,000조 원을 임금인상과 일자리 창출로 풀어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대안의 정책을 마련한다.

 

 

5. 정책 요약

 

5.1. 정치 개혁: 직접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의 종합을 통해 시민이 권력의 주체로

 

ㅇ 민중의회와 현 의회의 양원제로

ㅇ 모든 권력기관에 시민의 통제

ㅇ 기득권 동맹과 보수 양당 체제를 균열시키고 노동자/민중/소수자의 의견을 수렴시키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 독일식 연동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ㅇ 국민소환제

ㅇ 국민발안제

ㅇ 국가보안법 폐지

ㅇ 선거 시 유권자 표현의 자유보장 (공무원-교사-공공부문·협동조합 정치활동 보장 등)

ㅇ 집회 및 시위의 철저 보장(차벽-물대포의 추방, 집회시위 허가제 운영의 관행 근절)

ㅇ 테러방지법 폐지

ㅇ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ㅇ 양심수 전원 석방

ㅇ 교사,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제약 철폐

ㅇ 선거연령을 16세로(16: 오스트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쿠바, 니카라과

17: 북한,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수단, 남수단, 그리스)

ㅇ 주요 공직자의 직접 선출과 소환제 강화

18세 선거권

 

 

5.2. 경제 개혁 정책: 생산수단의 점진적 공공화와 재벌중심에서 중소기업과 협동조합 중심으로

 

ㅇ 점진적으로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BT/IT/NT/CT/RT/ET 등의 지원 통한 중소기업지원과 육성체제로 전환함.

ㅇ 부실기업의 공기업화

ㅇ 대규모기업과 기간산업의 국영화/공영화

5대 은행의 국유화

ㅇ 총수전횡 차단을 위한 상법개정, 나아가 노동자 경영참여권 도입

ㅇ 투기자본과 범죄 수익 환수 특별법 제정

ㅇ 유통재벌 골목상권보호 입법

ㅇ 경제 범죄이익 환수

ㅇ 불법·탈법 경영세습 금지법

ㅇ 법인세 인상

ㅇ 사내유보금 사회환수

ㅇ 재벌의 비정규직 남용 근절과 불법파견·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ㅇ 재벌의 산별교섭 참여, 하청노동자 직접교섭 참여, 동일 기업집단 내 동일 단체협약 적용

ㅇ 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규제

ㅇ 대리점/프랜차이즈 등 재벌 모기업의 갑질 근절

ㅇ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5.3. 불평등의 극복과 사회복지와 공공성 강화:“모두를 위한 밥,” “의료/주택/교통/교육/통신의 무상화

 

ㅇ 의료/주택/교통/교육/통신의 무상화와 공공화

ㅇ 조세개혁: 부자 감세 환원과 부유세 신설

ㅇ 기본소득제가 아니라 사회연대소득제로

ㅇ 국가책임 기본 일자리제

ㅇ 살찐 고양이법 제정

ㅇ 국가 소유 토지에 대한 분양은 100% 에너지 절감형 공공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의 경로를 통한 무상주택 지향

ㅇ 빈곤층에 대한 기초생활제도 대폭 강화

ㅇ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의 보장 수준 향상

ㅇ 국공립어린이집, 국공립요양시설, 공공병원 등 공공인프라 확충

ㅇ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

ㅇ 주거권 보장

ㅇ 건강권 보장(의료민영화 저지, 건강보험 흑자 20조로 의료비 인하)

ㅇ 아동의 권리보장

ㅇ 공적연금 강화

ㅇ 청년 실업보험 확대 및 실업부조 도입

ㅇ 철거민·노점상 강제철거 중단 및 생존권 보장

ㅇ 농민 쌀값 보장

 

 

5.4. 남북관계 및 외교: 평화협정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ㅇ 모든 제재의 해소와 핵을 맞바꾸는 평화협정 체결과 이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ㅇ 조건 없는 대화 재개와 남북 간 합의(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10.4 선언 등) 재확인 및 이행

ㅇ 종전선언

ㅇ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복원

ㅇ 사람, 물자, 정보의 조건 없는 교류

ㅇ 연합제와 연방제를 경로로 한 남북통일 지향

ㅇ 사드 배치 철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한미일 MD 및 군사동맹 구축 중단

ㅇ 위안부 굴욕 합의 무효, 재협상 및 한일과거사 해결

ㅇ 불평등한 한미관계 개선(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전시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소파 개정, 작전계획 폐기, 방위비 분담금 삭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북 핵실험 동결)

ㅇ 조약 체결, 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 통제권 강화

ㅇ 외교, 국방 분야 정보공개 강화 통한 국민 알권리 및 주권 보장

ㅇ 국방비 축소, 군복무기간 단축, 군인권 강화, 군의 정치개입 금지 및 문민통제 강화 등 국방개혁

ㅇ 미국 요구에 따른 무분별한 해외파병 반대(해외파병법안 제정 중단)

ㅇ 지소미아 폐기

 

 

5.5. 노동의 개혁: 노동배제에서 노동존중과 노동중심 사회로

 

ㅇ 로봇의 사회화/국유화, 사유 로봇에 대해서는 로봇세 신설

ㅇ 주4일제

ㅇ 노동존중과 노동중심을 헌법에 명시함

ㅇ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완전 비준

ㅇ 노동 3권을 전면 보장하는 노동법 개정

ㅇ 비정규법 개정

ㅇ 정리해고제 철폐

ㅇ 산별교섭 법제화

ㅇ 노동자 자주관리제 실시

ㅇ 손배가압류 금지

ㅇ 모든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화

ㅇ 탄력근로제 금지

ㅇ 최저임금 1만원 보장

ㅇ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보장

ㅇ 노동시간 단축

ㅇ 청년 일자리 창출

ㅇ 노조할 권리 보장

ㅇ 위험의 외주화 금지

ㅇ 대량해고 금지 및 해고요건 강화

ㅇ 로봇화/자동화 노동과 인간의 노동, 협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

 

 

5.6. 권력기관의 개혁: 권력을 시민의 통제 범위 안으로

 

ㅇ 국정원 개혁

- 시민위원회의 통제

- 수사권의 분리 및 이관

- 국내 보안정보 수집 권한 폐지 및 국내 정치개입 원칙적 금지

-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 폐지

- 국정원에 대한 의회의 통제 강화

 

ㅇ 검찰 개혁: 정치검찰 방지

- 기소독점의 철폐,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와 프랑스식 사인소추제, 독일식 부대공소제 실시

- 시민위원회의 통제

- 검사장 직선제 및 주민소환제 입법안

- 청와대와 검찰의 연결 고리인 검찰의 청와대 편법근무 방지

- 법무부의 탈검찰화 및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ㅇ 경찰 개혁

- 시민위원회의 통제

- 수사-치안경찰을 이원화를 통한 분리

- 국가 경찰과 지방자치경찰의 이원적 구조화

 

ㅇ 감사원의 개혁

- 시민위원회의 통제

-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함

 

ㅇ 국세청의 개혁

- 시민위원회의 통제

- 국세청을 국회로 이관

- 조세개혁

 

ㅇ 사법부의 개혁

- 김앤장과 같은 대형 로펌과 유착관계 단절 제도화

- 판사와 검사의 유착관계 단절 제도화

- 권력과 유착관계 단절 방안 마련과 제도화

 

 

5.7. 교육 개혁: 대학무상교육과 대학평준화

 

ㅇ 지역균형발전과 산업을 연계한 대학서열화 해체와 국공립대학네트워크 체제 수립

-일자리-주거-문화-교육을 연결함.

ㅇ 대학무상교육

ㅇ 부실사립대의 공영사립대 전환

ㅇ 입시의 철폐

ㅇ 교양대학 운영

ㅇ 교육부 해체, 교육위원회로 대체

ㅇ 국정교과서 폐기

OECD 평균에 부합하는 고등교육 지원

ㅇ 초중등 학교에 공감 협력교육 실시

ㅇ 교원의 노동/정치 기본권 보장

ㅇ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

 

 

5.8. 안전과 보건: “약자를 우선하는 것이 정의다모두가 평등하게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로

 

ㅇ 헌법에 안전권 신설하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ㅇ 무상 의료체계를 지향함

ㅇ 공공의료체계 확립과 공공병원 증설

ㅇ 지진위험 지역의 원전중단(노후원전 폐쇄와 신규원전 중단)

ㅇ 위험 요인들에 대한 성역 없는 정보공개

ㅇ 독성평가 없는 화학물질 사용과 유통의 금지, 이에 대한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보장

ㅇ 위험의 외주화 원천적 금지 및 원청의 책임강화

ㅇ 중대재해기업처별특별법 개정(50인 미만과 5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 업주의 형사처벌 강화)

ㅇ 신종 환경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ㅇ 규제프리존법 등 안전규제완화법안폐기

ㅇ 안전사고 피해자 구제 권리 강화.

ㅇ 대중교통의 안전성 강화: 철도 지하철 2인 승무 의무화

 

 

5.9.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모든 생명과 공존하는 생태복지국가로

 

ㅇ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체제

ㅇ 탈성장으로 전환

ㅇ 지역에너지 체계로 전환함

4대강 16개 보 해체와 재자연화

ㅇ 주요 에너지 시스템과 자원에 대한 사회적 통제 제도화

ㅇ 핵발전소의 점진적 가동 중단과 폐기, 재생에너지로 전환

ㅇ 공장식 농축산업의 지양

ㅇ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농업에서 생태적 농업으로 전환함

ㅇ 식량의 자급자족 강화

 

 

5.10.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

 

ㅇ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에 대한 모든 차별 해소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ㅇ 성별 임금-고용 격차 및 차별 철폐

ㅇ 출산 및 육아 휴직 확대

ㅇ 낙태(인공임신중단)죄 폐지

ㅇ 남성생계부양자 가족 모델에 따른 복지체계 개편

ㅇ 돌봄노동의 국가책임제

 

 

5.11. 언론의 개혁과 시민의 자유: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의 종합

 

ㅇ 방송의 편성과 신문의 편집권 독립 보장 제도화

ㅇ 언론에 대한 지배체제 개혁

ㅇ 언론 공동포탈

ㅇ 언론 자유 보장 테두리에서 악의적 왜곡보도 및 고의적 오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ㅇ 언론, 출판, 사상의 자유에 대한 전면 보장

 

 

<대표토론>

대선과 불교

 

박용규 / 조계종 민주노조 지부장

 

종교와 정치, 정교분리

종교는 진리의 영역(절대 무한) - 정치는 세속의 영역(상대 유한)

종교와 정치의 불일 불이의 관계 즉, 중도의 해법 모색 필요

- 불일: 진리의 관점에서 보면 세속의 일은 환과 같은 것(진여문)

- 불이: 정치는 진리의 세계를 떠나지 않음(생멸문)

- 중도: 정치가 세속의 일이지만 진리의 세계가 펼쳐지는 연기의 모습(일심)

*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一中一體多中一 一卽一體多卽一)

* 이사무애법계, 사사무애법계

정치란?

- 정자(政者) 정야(正也): 정치란 바로 잡는다는 것이다.(논어 안연편)

- 정선치(正善治): 관리는 공평무사하여야 한다(노자 도덕경)

- 정치란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 전륜성왕: 바른 법과 덕으로 치세

일체지는 연민을 뿌리로 하여 일어나며, 보리심을 원인으로 일어나며, 방편으로 완성된다.

 

한국불교와 정치의 접점

불교가 타 종교와 차별되는 법률적 지위

- 전통사찰보존및지원에관한법률, 문화재보호법

- 반면, 각종 법령에 의한 규제

근대 이후 다종교 사회로의 편입

- 종교편향, 왜곡, 침탈: 구조적 제도적 현상 심화

- 팽창주의, 물량주의에 의한 패권적 태도

종교와 시민의식

- 종교를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 갈등 상존

- 사회지도층, 여론 형성층의 불균형

정부보조금 의존

- 종단 자립 생태계의 변형 및 정부예산 의존

 

문제: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의 유착

종교조직의 전국적 조직력, 결속력을 정치인은 표로 인식하고 내부에서는 표로 거래

종교가 신앙의 이름으로 분열과 갈등 조장(종교가 같다는 이유로 특정 정치인지지)

종교집단의 특혜와 특권 형성(거래와 밀약)

종교집단의 이익집단화

방향: 종교의 바람직한 정치참여

사회통합: 갈등과 분열 치유, 공동체 지향

보편적 가치 추구: 이익집단화 금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의제 제기: 공정, 정의, 차별금지, 양극화...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활동

성직자의 정치 직접 참여 제한, 특정후보 지지 제한

 

불교계 현안 과제

사찰의 가치 조명

- 사찰의 복합문화유산(자연, 역사, 문화, 종교, 지역공동체)으로서 종합적으로 평가

- 사찰림의 가치 주목: 산주정신, 기후위기, 힐링..

- 사찰의 이중성(공공재와 사적영역)과 중첩성(신앙과 관광)

국립공원 내 문화재관람료 문제

- 문화재관람료 문제에 대한 종단 차원의 합의된 해법?

- 문화재관람료 문제 해결을 위한 종단 내부 공론장 필요

민간문화유산에 대한 정책과 예산

- 국가지정 문화재의 소유, 관리, 지원에 대한 지속적 개선

전통사찰의 보존 관리 지원

- 국가법령에 의한 지정과 규제

 

불교가 앞장서야 할 시대정신, 사회통합 과제

문명전환: 이분법적 세계관 극복, 성장 중심과 물질주의 극복, 승자독식 개별주의 극복 및 공동체성 회복, 상상력 제공

사회정의: 불평등 양극화, 소외, 차별, 복지, 인권...

남북문제: 남북교류 및 협력, 한반도 평화...

전지구적 문제 대응: 기후위기, 디지털문명, 전쟁...

 

 

 

부처님 말씀

 

국왕으로서 행해야 할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 모든 대중에게 억울한 일이 없도록 다스리는 것이요,

둘째, 문무를 갖춘 사람을 골고루 길러 적절한 시기에 배출하는 것이요,

셋째, 근본 업을 닦아 복덕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이요,

넷째, 충심을 담은 아랫사람의 정직한 충고를 믿고 참소하는 말을 받아들이되 그 사람의 정직함을 해치거나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 쾌락을 탐하는 욕심을 억제하여 마음이 방탕하지 않는 것이다.

법구비유경

 

바라문은 선재에게 말하였다.

임금이 나라를 세우고 사람을 보호함에 다섯 가지 공포를 없애야 한다.”

선재가 물었다.

무엇이 다섯 가지 공포가 없는 것입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첫째, 국왕의 덕이 검박하고 재정과 세금이 고르니 나라에 빼앗길 공포가 없고,

둘째, 왕족이 점잖고 보배를 탐내지 않으니 귀족에게 침해당할 공포가 없고,

셋째, 벼슬아치가 직책을 꼭 지키고 은혜와 용서함이 많으므로 관리에게 착취당할 공포가 없고,

넷째, 사람들이 예의가 있고 나라 안에 속이는 일이 없으므로 도둑맞을 공포가 없고,

다섯째, 이웃이 화평하고 덕화에 감복하므로 이웃 나라에게 노략질당할 공포가 없는 것

화엄경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국왕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세상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첫째, 재물에 집착하지 않고 성을 내지 않으며 또 조그만 일로 해치려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

둘째, 신하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 말을 거스르지 않는 것

셋째,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해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는 것

넷째, 법도에 맞게 재물을 거두고 잘못된 법도로 하지 않는 것

다섯째, 남의 여자를 탐하지 않고 항상 자기 아내를 보호하는 것

여섯째, 술을 마시지 않아 마음이 거칠거나 어지럽지 않는 것

일곱째, 실없이 웃으며 놀지 않고 외적을 항복 받는 것

여덟째, 법을 살펴 다스리며 끝내 왜곡시키지 않는 것

아홉째, 신하들과 화목하며 다투지 않는 것

열 번째, 병이 없고 기력이 왕성한 것

증일아함경

 

왕의 방편에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여러 신하를 잘 관찰해 섭수(攝受)하고,

둘째, 때를 맞추어 은혜와 오묘한 행을 행하며,

셋째, 방일함이 없이 오로지 제왕의 업무[機務]만을 생각하고,

넷째, 방일함이 없이 부고(府庫)를 잘 지키며,

다섯째, 방일함이 없이 오로지 법다운 행을 닦는 것이다.

 

사랑할 만한 법으로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세상의 공경과 사랑을 받고,

둘째, 스스로 증상(增上)에 있으며,

셋째, 능히 적()을 무찌르고,

넷째, 몸을 잘 거두어 기르며,

다섯째, 능히 선취(善趣)에 가는 것이다.

 

또 다섯 가지가 있어 남의 사랑을 받는다.

첫째, 세간을 은혜로 기르고,

둘째, 영용(英勇)이 구족하며,

셋째, 권방편(權方便)을 잘 쓰고,

넷째, 경계를 바로 받으며,

다섯째, 법행(法行)을 부지런히 닦는 것이다.

법원주림

 

임금은 원로대신들과 함께 신중하게 의논하고 인재를 선택하여 사명을 맡길 적에 열 가지 덕[十德]을 구비한 사람을 택하나니, 나라에 충성하고 신의가 있는 이, 임금과 어버이를 공경하는 이, 학문과 지식이 넉넉한 이, 소견과 도량이 넓은 이, 변재가 능란한 이, 국내외의 사정을 잘 아는 이, 겸손하고 어진 이, 강직하고 하자가 없는 이, 위의와 행동이 보통보다 뛰어난 이, 임금의 깊은 속뜻을 잘 아는 이라야 한다.

화엄경

 

세 가지 일이 있어서 왕의 나라를 기울게 하니,

첫째는 사특하고 아첨하는 나쁜 사람들과 친하는 것이요,

둘째는 어진 이를 붙이지 않아 그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의 나라 치기를 좋아하여 백성을 기르지 않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일을 버리지 않으면 나라가 무너지기는 아침이 아니면 저녁일 것이다.

잡보장경

 

<대표토론>

 

불교현안진단 - 문화재관람료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김영국 / 한국불자회의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조계종이 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시국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강행하려고 하는 이번 사태의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의원의 국정감사 발언입니다. 정청래의원은 문화재구역입장료를 통행세로,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폄하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정청래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다가, 출당과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더니, 이제는 종교편향을 규탄하고 문재인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청래의원이 불교폄하를 하고도 참회도 하지 않고 있으니 사퇴하라고 하고 나아가 종교편향을 성토하는데, 과연 불교계 스스로는 반성하고 참회할 일이 없는가? 불교계가 스스로 불교를 폄훼한 일은 없는가? 승려대회, 범불교도대회를 한다는 것이 지금의 불교폄훼 사태의 해결방법인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하지 않습니다.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항의집회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태의 발단인 정청래의원이 거론한 통행세, 봉이 김선달, 심지어 산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문화재구역입장료에 대한 조계종의 주장의 문제점과 나아가 불교폄하, 불교차별에 대한 그동안의 조계종 대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문화재구역입장료

 

문화재구역입장료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표현입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49조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재구역입장료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조계종은 20081110일 제정한 사찰문화재보존 및 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제2(정의) 1항에 문화재구역입장료라 함은 국가의 문화재보호법 제44조 및 제75조에 규정한 문화재를 관람하기 위하여 문화재구역에 입장하는 금액을 말한다고 하면서 자체적으로 문화재구역입장료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는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어지자 이런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조계종의 이 조항은 현행법과 맞지 않으므로 조계종 중앙종회는 문화재보호법 제49조 및 제74조로 개정을 해야 합니다.

 

문화재구역입장료는 합법적으로 징수하고 있다

 

문화재구역입장료, 즉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하여 합법적으로 징수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정청래나 시민들이 항의하는 것은 문화재관람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를 보기 위하여 절에 가는 것이 아니고 등산을 하러 가는 것인데 왜 무조건 징수를 하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이번에 거론이 된 해인사의 경우 80년대까지도 지금의 해인사성보박물관 자리인 해인국민학교를 지나 허덕교를 건너면 있는 허덕정(해인사에서 800m)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해인사에서 3.5km 떨어진 구원리(홍류동계곡인근)에서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해인사 소유의 땅인 것은 맞습니다.

 

이것과 관련하여 시민들이 항의를 하자 해인사등 사찰측에서는 법적으로 정당한 징수다, 가야산 전체가 해인사 땅이다, 서양에서는 문화재관람료가 더 비싸다, 해인사 일대가 명승으로 지정이 되어 있어서 문화재구역입장료를 받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수긍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으며, 그래서 통행세, 봉이 김선달, 산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동아일보 1972529일자를 보면 관악산 연주암이 19724월부터 연주암 입구에 철조망을 치고 매표소에서 관람료를 받고 있다고 하면서 등산길 막고 통행세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시민들이나 언론에서 통행세라고 지적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문화재관람료 갈등이 더 심해지고 계속 사찰땅이니까 내야한다고 주장한다면, 1972년 연주암처럼 철조망이라도 쳐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국가의 일방적인 국립공원정책이 문화재관람료 갈등의 원인

 

조계종은 문화재관람료 갈등의 원인을 정부의 일방적인 국립공원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사찰의 동의나 승인이 없이 국립공원으로 편입하였으며, (국립공원사유지사찰은10%,일반사유지가30%로서사찰과 일반시민이 국립공원제도로인한사유재산권행사의동일한제약을 받고 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 이후 국립공원입장료를 징수하여 시민들의 원성을 초래했고, 합동으로 징수하던 문화재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에 대해 시민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조계종과 상의없이 분리징수를 하려고 했고, 또 조계종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하여 문화재관람료 갈등이 심화되었다는 주장입니다.

 

문화재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 합동징수는 1970년 법주사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로부터 이중징수라는 비난을 받아온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분리징수를 추진하였으나, 조계종은 분리징수를 반대하여 19901213일부터 국립공원내 사찰의 산문폐쇄를 결의하였고, 또 당시 서의현총무원장은 15일 오후 3시 여의도에서 범불교도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1996년 조계종 20개 문화재관람료 사찰주지들은 합동징수를 법적으로 명문화해달라고 촉구하는 대정부결의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조계종의 강력한 반대로 분리징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조계종은 이후에도 이중징수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이 잇따르자 문화재관람료갈등의 원인이 국립공원입장료와 합동징수로 비롯된 것이라는 판단하에 19961122환경보존과 민족문화 수호 전국본말사주지결의대회를 개최하여 국립공원입장료 징수 폐지를 결의하였으며, 이어 19979월에 관람료사찰연석회의와 중앙종회를 열어 공원입장료폐지를 결의하였습니다.이후에도 조계종은 지속적으로 산문폐쇄를 거론하며 국립공원입장료폐지를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항의의 결과로 200711일 국립공원입장료는 폐지되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은 200691일 국립공원입장료가 내년부터 폐지된다는 정부발표가 나오자 국립공원입장료폐지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의 조계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입장료폐지를 강행하여 문화재관람료 갈등이 심화되었다고 주장을 합니다. 국립공원입장료폐지 이후에 조계종의 기대와는 달리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조계종이 자신들이 폐지를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입니다.

 

 

문화재관람료 받는 것이 맞나?

 

출가자, 재가자를 막론하고 불교도라면 통행세, 산적, 봉이 김선달 소리를 듣는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것이 불교적으로 맞는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문화재관람료는 불교도가 신앙의 대상으로 귀의하는 성보인 불상, 탱화, 사찰을 관람하는 댓가로 징수하는 것입니다. 조계종은 문화재의 유지보수를 위해 계속 징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문화재보호법이 1962110일 제정된 이후부터 해인사를 시작으로 문화재관람료는 징수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징수와 징수된 금액의 사용에 대해서는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19951219일 개정된 법에는 관리단체가 결정을 하되, 문화재관람료의 사용은 문화재의 보호, 관리를 위해 우선 사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정이 조계종 총무원의 민원에 의한 개정이라는 것은 1996313일 당시 총무원장인 월주스님의 담화문에도 나와 있습니다. 이후 2000112일 다시 개정이 되었는데 문화재관람료를 문화재의 보호, 관리를 위해 우선 사용한다는 규정이 삭제되었습니다. 이 역시 당시 조계종 총무원의 민원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 문화재관람료는 당해 사찰 자율적으로 사용될 수가 있으며, 문화재의 보호, 관리 비용외에 사찰의 유지, 운영비로도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천칠백년을 지극한 마음으로 모셔온 귀의의 대상인 성보를 관람, 즉 구경거리로 하여 받은 돈으로 사찰이 운영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일반시민들에게는 통행세, 봉이 김선달, 산적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과연 누가 만든 것입니까? 이 상황을 정청래가 만든 것입니까? 귀의삼보를 돈 몇푼 내고 보는 구경거리로 전락시킨 책임이 정부에만 있는 것입니까?

 

출가자, 재가자의 사부대중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사찰에서 거리에서 불교재산관리법 폐지 투쟁을 벌였습니다. 일제의 사찰령을 계승한 불교재산관리법이 정교분리, 불교탄압의 주범이라고 규정하고 구속을 각오하고 투쟁을 벌였습니다. 198697일에는 해인사승려대회를 열어 불교악법철폐, 불교자주화를 외쳤으며, 금산사 지광스님은 오른쪽 손가락 4개를 잘라 불자여 눈을 떠라라는 혈서를 썼습니다. 그 결과 1988년 악법인 불교재산관리법은 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불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전통사찰보존법이라는 대체입법이 제정되었으며, 이 법의 제정을 요구한 이가 다름아닌 조계종 일부 권승들이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누가 불교폄훼를 하고 있는 것입니까?

 

문화재관람료 징수 위치는 원래 관람료를 받던 사찰입구로 이전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문화재관람료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문화재의 보호와 유지관리는 문화재로 지정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자인 불교계와 협의를 통해 책임져야 합니다.

 

 

종교편향이 승려대회, 범불교대회로 해결되는가?

 

정청래의원이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통행세, 봉이 김선달이라는 불교폄하 발언을 한 것이 이 사태의 시초입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일원인 불교계를 폄하하는 경솔한 발언을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그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출당을 요구하고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더니 이제는 승려대회, 범불교도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을 했는지, 이제는 문재인정권의 천주교편향, 문체부의 크리스마스캐롤 홍보, 천진암, 주어사지 성역화등을 거론하며 종교편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문재인정권뿐만이 아니라 역대정권의 종교편향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될 일입니다. 그런데 종단은 과연 위법망구의 신심으로 이를 바로 잡을 의지가 있는가요?

 

문재인정권의 종교편향에 대해 조계종의 추천으로 청와대, 문체부, 국립공원, 국민권익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는 불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이런 종교편향 정책을 사전에 지적을 하고 바로잡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 불자들은 자신을 추천해준 특정스님의 메신저 역할만 하느라 바쁜 것인가요?

 

MB정권인 201012, 자승 총무원장 시절에도 종교편향, 민족문화수호를 기치로 조계종이 반정부투쟁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발단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이었습니다. 이때 총무원장은 정부여당에 기대지 않고 10년이 걸리더라도 십시일반 불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자성과 쇄신 결사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2011110일에는 청계광장에서 총무원 스님들과 재가종무원들이 결의를 다지는 1080배를 하였고, 이어서 전국의 교구본사를 돌며 민족문화수호대회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기는 당시 여당이 템플스테이 삭감예산 추가지원, 전통문화예산 2,200억원 발표를 하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조계종은 십시일반불사가 아닌 정부예산에 기대어 불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번 사태도 정청래가 출당을 하고, 의원직사퇴를 하면 흐지부지되는 것입니까? 문재인대통령이 사과를 하면 흐지부지되는 것입니까? 혹시 정부여당이 막대한 예산약속을 하면 없던 일이 되는 것입니까? 정청래가 출당을 하고, 의원직사퇴를 하면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비난이 없어지는 것입니까? 문재인대통령이 사과를 하면, 정부여당이 막대한 예산약속을 하면 종교편향이 없어집니까?

 

 

제언

 

이번 사태를 두고 특정스님이 배후에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누가 배후에 있던 조계종은 특정한 스님, 계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종단임이 분명합니다. 잘못된 일이 있다면 그 잘못을 바로잡을 때까지 죽비를 놓지 않아야 합니다. 문화재관람료, 종교편향이 문제라면 그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출가든 재가든 수행자로서의 결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고작 정치인 한 사람의 사과나 사퇴, 돈 몇푼에 조계종의 의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됩니다.

 

종교편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며, 귀의삼보인 문화재는 불교계가 지정하여 관람료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종교편향을 일삼는 공직자는 퇴출되어야 하며, 불교문화재는 귀의삼보를 문화재로 지정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고 불교계와 협의하여 보존관리하는 것이, 헌법 제9조에 명시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조항을 준수할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조계종단이 이러한 결기를 가지고 현 사태를 대응한다면 이천만 불자 모두가 위법망구의 신심으로 동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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