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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코로나 시국에 '승려대회'를 개최 한다고?

코로나 시국에 '승려대회'를 개최 한다고?

 

십분전에 불교신문에서 문자가 왔다.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회의에서 122'승려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그런데 방금 또 문자가 왔다. 121일에 '승려대회'를 열겠다고.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을 뿌리뽑겠다는 것이 이유인데 구체적으로는 적시하지 않았다. 정청래의원의 발언과 캐럴홍보가 이유일 것이라고 집작한다. 정청래의원이 지적한 문화재사찰의 관람료 문제는 오랫동안 갈등을 일으켜온 사안이다.

 

지리산 천은사의 경우는 절을 들리지도 않고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 뿐인데 왜 통행세를 납부해야 하냐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소송도 벌어져 천은사가 폐소하기도 하였다. 천은사측은 매표소 일대 지방도를 포함하는 땅까지가 모두 천은사 소유기 때문에, 문화재 관람료 및 토지 관리 비용을 받는 것이라며 맞대응 해왔다. 부산 범어사도 문화재를 관람하지도 않는데 관람료를 징수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시민 반발이 심했다. 2008년 부산시로부터 문화재 관리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범어사가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고 2019년 천은사가 관람료를 폐지되었지만 관계기관과 협약을 이루어내기까지 관람료징수하는 사찰측은 오랫동안 산적’ ‘통행세’ ‘봉이 김선달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정청래이 국회에서 봉이 김선달발언은 이러한 민원의 연장선상이다. 새로울 것도 없는 케케묵은 갈등을 두고 조계종은 강경대응중이다. 더불어민주당대표와 대선후보가 사과를 하고 정청래가 사과를 하러 총무원을 방문했음에도 늦게 나타난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청래의 제명과 출당조치라는 종단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월에 4000명이 모이는 ‘'승려대회'’2월에는 더 많은 숫자가 모이는 범불교도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의 탈당과 제명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나서는 것이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설사 정청래의원이 제명과 출당조치를 당하면 조계종이 이기는 것인가? 그래서 무엇이 해결되는가?

 

 

문화체육관광부 및 천주교·개신교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에 종단은 신속하고 강경하게 캠페인을 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1221일 조계종단은 기각 당하였다. 소송을 제기하기전에 종단의 항의를 받은 문체부는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사과하고 다만 종교계가 시행주체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취소하기 어렵다는 응답을 보내왔다. 문체부가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사과를 받고 끝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법원은 문체부가 빠진 캐럴홍보문제를 연등회 행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도의 문제로 판단하고 정교분리원칙이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 당하므로서 조계종은 연말에 국민들이 캐럴을 부르는 것까지 배 아파하는 인색하고 옹졸한 집단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단은 '승려대회'와 범불교대회등 집단행동을 취하겠다고 겁을 주고 있다. 이유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국민들의 공감과 호응을 받기 힘들다고본다.

 

 

그 동안 종단과 역대 총무원장은 잘못된 문화재보호법과 전통사찰법을 개정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였나? 문체부가 캐럴을 홍보하는 일에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는 종단이 정치인의 출당과 제명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개입이 아닌가? 종단은 좀 더 세련되고 효과적으로 법 개정의 노력을 할 수 는 없는가? 동안거 결제기간인 1월 중순에 '승려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본사주지들이 결정하면 되는 일인가? 왜 설문조사나 투표등 종도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가? 종단지도부는 종도들을 무조건 명령하면 따라야 하는 개 돼지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이러한 종단의 행위는 소통이 단절된 종단,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종단, 집단지성이 발휘되지 않는 종단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종단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의견을 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 비상시에 종도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종단은 이러한 노력이 없고 제도가 없다. 종단이 불통(不通)으로 운영되는 사실은 얼마전 <불교성전> 편찬과정에서도 드러났다. 2021년 봄에 종단본 <불교성전>이 편찬되었을 때 나는 <2021년 종단본 불교성전을 비평하다1,2>를 발표하여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였다. 수정되어야 할 약 70여곳을 지적하여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편찬위원중에서 오직 한 분만이 <불교성전>이 잘못 되었음을 인정하였고 포교원장, 편찬위원, 기획위원들은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열린 행정을 펼치는 종단이라면 반세기만에 만드는 종단본 <불교성전>을 발표하기전에 종도들에게 공개적으로 감수받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종도들과 소통했다면 지금과 같이 문제가 많은 <불교성전>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원불교의 경우 올해 <원불교전서> 개정증보판을 냈는데 이의가 제기되자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전량 회수해 폐기하였다. 지적을 받아도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는 조계종단과 대조되는 반응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정말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어찌 70여곳의 지적을 받고도 침묵하고 있을 수 있는가? 지적받은 곳이 문제가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잘못되지 않았다고 반박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대중공의로 운영되는 집단이라면 이렇게 불통하고 일방통행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벌써 1223일부터 내년 127일까지 매주 목요일 2시경에 더불어민주당에 단체 항의 방문을 한다며 서울 포교사단에 동원명령이 내려졌다. 하루하루 먹기살기위해 매일 다치고 목숨 잃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사회적 차별에 신음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고, 겨우 등산객에게 입장료 받지 말라는 정치인의 발언에 이렇게 분개하는 불교계의 수준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기적인 종교집단의 행동에 국민들이 걱정하고 염오(厭惡)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이것이 해종이 아니고 무엇인가? 종단은 지금이라도 종도들의 뜻을 모아서 행동해야한다. 문자를 보내여 설문조사를 하거나 투표를 하게 하는등 만명이 조금 넘는 스님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조건적 명령과 불통으로 종단에 애종심이 생겨나기 어렵다. “대중은 동의하면 침묵하시고 이의가 있으면 말씀하세요라고 세 번씩 물었던 승가의 소통전통을 되살려야 한다. 소통이 살아나고 토론이 살아나고 대중공의가 모아지는 종단이 되어야 불교가 중흥된다. 사안에 따라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종도들의 뜻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종도들의 의견을 물어 보지도 않고 '승려대회', 범불교도대회를 열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종단 발전과 승가화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엄정한 코로나 시국에 종단이 다시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비난거리가 되겠다는 어리석은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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