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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 49번 게송

법구경 49번 게송

 

꽃의 향기와 빛깔을 다치지 않고 꿀만을 따가는 꿀벌처럼 지혜로운 성자는 그와 같이 마을에서 마을로 걸식을 해야 한다.

 

색깔과 향기를 지닌 꽃은 꿀벌이 건드리지 않고

오직 꿀만 따서 나르듯성자는 마을에서 유행 한다.

 

如蜂集華 不嬉色香 但取味去 仁入聚然

여봉집화 불희색향 단취미거 인입취연

 

牟尼入村落譬如蜂採華不壞色與香但取其蜜去

 

Yathā pi bhamaro pupphaṁ vaṇṇagandhaṁ aheṭhayaṁ

paḷeti rasam-ādāya, evaṁ gāme munī care.

 

Even as bee gathers honey from a flower and departs without injuring the flower or its colour or scent, so let a sage dwell in his village.

 

[인연담]

 

인색한 부자 꼬시야 이야기

라자가하에서 멀지 않은 작게리라는 도시에 꼬시야라는 인색한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기름 한 방울이라도 남에게 주지 않았고, 자기가 기름을 쓸 일이 있을 때에는 풀잎 끝에 조금 적셔서 쓸 정도의 지독한 노랭이었다. 그는 제법 큰 재산을 모으긴 했으나 그 재산이 자기에게나 자녀들에게나 아무런 이익과 행복을 준 것이 없었다. 어느 날 꼬시야는 왕의 부름을 받아 왕궁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시장기가 느껴졌다. 이때 길가에서 어떤 사람이 차빠띠에 카레를 얹어서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꼬시야는 그것을 보자 자기도 얼른 가서 차빠띠를 만들어 저 사람처럼 맛있게 먹고 싶은 생각이 매우 강렬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집에 가서 식구들이 보는 데서 차빠띠를 만들어 먹겠다고 하면 온집안 식구들이 다먹고 싶어 야단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많은 쌀과 다른 재료들이 들 게 아닌가. 나 혼자서만 만들어 먹는 것이 좋으리라"하고 마음을 정했다. 꼬시야는 집에 도착해서 맨윗층 옥상으로 올라가서 철판 아래에 불을 지피고 차빠띠를 굽기 시작했다.

이날 아침 부처님은 마하목갈라나 비구를 부르시어 이렇게 말했다.

"목갈라나여, 저 작게리라는 도시에 아주 인색한 부자가 살고 있느니라. 그는 잘 구운 차빠띠를 먹기를 원하면서 누가 볼까 두려워하여 자기 집 7층에 올라가서 베푸는 일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를 가르치고,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가 준비한 모든 음식을 이곳으로 옮겨 오너라. 여래는 오백 비구들과 함께 이곳에 앉아 그 차빠띠로 공양할 것이니라."

이에 마하목갈라나 비구는 곧 신통력으로써 순식간에 작게리로 가서 꼬시야의 집 창가에 선 채로 꼬시야와 그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꼬시야는 비구가 나타나자 매우 당황했다.

"이 같은 일이 있을까 두려워 옥상까지 올라온 것인데 저 비구는 이곳까지 따라와서 창가에 서 있구나."

화가 잔뜩 난 그는 볼멘 목소리로 비구에게 퍼부었다.

"비구여, 그렇게 허공에 매달려서 내게 뭘 얻어 가려는 거요? 나는 당신이 설사 허공으로 난 길을 왔다갔다할 수 있다고 해도 내게서 아무것도 얻어 가지는 못할 거요 !"

그러자 목갈라나 비구는 그의 말대로 허공에 길을 내고는 왔다갔다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꼬시야는 다시

"거기서 왔다갔다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요? 당신이 설사 허공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는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거요."

그러자 비구는 그의 말대로 허공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는 것이 아닌가. 꼬시야는 다시 말했다.

 

그러자 꼬시야가 다시 말했다.

"설사 비구께서 연기로 이 방을 가득 채운다고 해도 아무것도 얻어 가지는 못할 거요."

그러자 목갈라나 비구는 연기를 내뿜어 집 전체에 연기가 가득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꼬시야는 연기 때문에 눈이 따가워져서 마치 바늘에 눈을 찔린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집 전체에 불이 붙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목갈라나 비구에게 제발 그만두어 달라고 빌고 싶었지만 정작 그의 입에서 나온다는 소리는

"! 비구님이 설사 이 집을 몽땅 태운다고 해도 나는지지 않겠소 !"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겁은 나는 것이어서 얼른 아내에게 말했다.

"저 비구는 집념이 강해서 무엇이든 얻지 않고는 떠나지 않을 것 같구려. 그러니 차빠띠를 아주 적게 구어서 작은 것을 하나 주어 보내도록 하지."

이렇게 말한 다음 그는 아내를 시켜 반죽을 조금 떼어 철판 위에 놓았는데, 이상하게도 큰 차빠띠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자 꼬시야는 신경질을 내며 아내는 손이 커서 탈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반죽을 조금 떼어 철판에 올려 놓았지만 역시 큰 차빠띠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하는 수 없이 바구니에서 제일 작은 차빠띠 하나를 골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다른 것들과 엉겨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꼬시야의 몸에서는 점차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꼬시야는 이제 차빠디를 먹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그는 아예 포기한 마음이 되어 아내에게 내뱉았다.

"여보, 그걸 바구니째 몽땅 저 비구에게 줘 버리구려."

이렇게 해서 그는 마음에도 없는 공양을 올리게 되었는데, 마하목갈라나 비구는 부처님이 이르신 대로 그들의 공양 공덕을 칭찬해 준 다음 담마에 대해 자세하게 설해 주었다.

그런데 꼬시야는 비구의 설법을 듣자 신비롭게도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렸다. 그는 크게 기뻐서 태도까지 변하여 비구에게 말했다.

"비구님, 여기 이 의자에 앉으셔서 차빠띠를 들도록 하시지요."

그러자 목갈라나 비구가 대답했다.

"꼬시야 장자여, 지금 정각자 부처님은 승원에서 이 차빠띠를 기다리고 계시오." 마하목갈라나 비구는 순식간에 꼬시야의 집 계단을 연장시켜서 끝 부분을 승원 입구와 잇닿도록 해놓았다. 그리고는 그들 부부를 데리고 승원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제따와나 승원에 온 꼬시야 부부는 음식을 준비했고, 곧 부처님께 공양 준비가 다 되었음을 사뢰었다. 이에 부처님은 식당으로 오시어 마련된 자리에 앉으시었다. 꼬시야 부부는 부처님의 발우에 음식을 담아 드리고 다른 오백 명의 비구들에게도 음식을 담아 드렸다. 그리고 공양이 끝나자 자기들도 배가 부르게 식사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음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처음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승원의 모든 사람들과 주변의 거지들에게까지 음식을 나누어 줄 수 있었다. 그러고도 음식이 남자 비구들이 이런 사실을 부처님께 보고했는데, 부처님은

"아주 좋은 일이구나. 그러면 남은 음식은 승원 문 밖에다 버리도록 하여라"하고 이르시었다. 이로부터 그 장소는 "차빠띠의 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런 다음 꼬시야 부부는 부처님 옆에 매우 공손한 태도로 서 있었다. 부처님은 이들 부부의 공양 공덕을 칭찬해 주시는 한편 설법도 해주었다. 그러자 꼬시야 부부는 곧 법의 눈을 갖추게 되었다. 그들은 곧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한 다음 작별 인사를 하고 승원 문 밖에서 계단을 따라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이후부터 자신들의 많은 재산을 진리에 합당하게 쓰기 시작했다. 그들의 재산은 불법을 펴는 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비구들에게 부처님은 말했다.

"비구들이여, 재가 신자를 교화하려면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으며, 신심을 건드리지 않고, 그들의 재산에 손해도 끼치지 않으며, 마음에 피곤함이나 압박감을 느끼지도 않게 하여야 하느니라. 그렇게 여래의 덕과 지혜를 깨닫게 하되, 그것이 마치 벌이 꽃에서 꿀을 따지만 꽃의 향기나 모양을 해치지 않는 것과 같아야 하느니라. 여래의 아들 목갈라나 바로 그 같은 능력을 가졌느니라."

 

[해설]

이 이야기를 가지고 작게리 노랭이 영감이라는 동화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이다. 먹을 것을 주지 않으려는 꼬시아와 신통력을 보여가며 꼬시아를 압박해가는 목갈라나의 대화가 무척 재미있다. 재가 신자를 상대할 때 그들의 자존심이나, 신심, 재산, 그리고 피곤함이나 압박감을 느끼지 않게 하여야 한다는 가르침은 요즘 스님들이 꼭 되새겨보아야 하는 가르침이다.

차짜띠를 부처님과 오백 명의 비구들에게 공양하고 남아서 다시 승원의 모든 사람들과 주변의 거지들에게까지 음식을 나누어 주었고 그래도 남아서 결국은 승원 문 밖에다 버렸다는 이야기에서 성경의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떠오른다. 성경에서는 오천명정도가 먹었다는데 부처님과 짜빠띠를 먹은 사람도 그 정도가 될 것 같다. 다른 점은 이 신통력을 사용한 사람이 부처님이 아니라 제자 목갈라나 존자라는 점이다. 이제 성지순례때 기원정사에 들리게 되면 "차빠띠의 굴"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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