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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파사현정은 무엇인가?

파사현정은 무엇인가?

 

  “우리가 출가하여 처음 배우는 초발심자경문에도 나와 있듯이 보조스님께서 對客言談不得揚於家醜하고 但讚院門佛事언정 不得詣庫房하야 見聞雜事하고 自生疑惑이어다” “손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절집안의 허물을 드러내지 말고 다만 절집안의 불사를 찬탄할지언정 고방에 나아가서 여러 가지 일을 보고 듣고 하여 스스로 의혹을 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초선 종회의원스님이 선배종회의원을 향해서 한 말입니다

 

조계종의 적폐청산과 직선제를 외치며 조계사앞 길가에서 좌선시위를 할 때 우리앞을 지나가는 어른스님들이 들려준 충고도 이것이고, 작년에 초심재심호계의원들로부터 징계를 받을 때도 어김없이 들었던 말입니다. 절집안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고, 갈등을 공정하게 해결할 의욕도 없으면서 드러내지 않는 것만이 최선일까요?  밖으로 드러내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은 그 범위를 확대하여 이제는 큰스님께 묻습니다’1~2탄을 방영한 MBC까지 불교파괴세력이라 몰아 세웠마치 세상이 조계종법으로 다스려져야 한다는 듯, 어리석게 대응하였습니다.

 

믿어서 구원받아야할 절대적 존재가 없는 불교에서는 무엇이 그른 것이고 옳은 것인가를 파악하는 일이 불교의 첫걸음이자 파사현정입니다. 오계(五戒) 십계(十戒)등 모든 계율이 그것이요 삿된견해와 바른견해를 파악하는 정견(正見)이 그것이요 선법(善法)과 불선법(不善法)을 잘 파악하여 일어나지 않은 선법을 발생시키고 일어나지 않은 불선법을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모든 악을 짖지말고(諸惡莫作) 모든 선을 행하는 것(衆善奉行), 

궁적으로 탐진치를 없애고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 파사현정입니다. 삼귀의를 하는 것에서부터 戒定慧를 실천하는 모든 순간순간이 破邪顯正입니다. 부처님은 "공개적 비판이 사실이고 진실이고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안다면 거기서 공개적 비판을 할 시기를 잘 보아야 한다."(무쟁의 분석 경M139)라고 공개적인 비판을 허용하셨습니다. 

 

 

 

 

개인적인 수행에서 파사현정을 찾을 수 있지만 승가를 운영하는 방법, 대중들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대중공사’가 파사현정의 자리입니다. 계율과 승가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고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저 사람을 쫓아버려라. 저 사람을 추방하라.”(A8:10)고 말씀하기고 그것은 다른 선량한 비구들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부처님당시에 코삼비에 살던 비구들간에 분쟁이 있었고 코삼비의 시민들이 비구들에게 공양올리기를 거부하여 화합시킨 일이 있습니다. 이때 음식 공양을 거부하는 일에 불자들만이 참여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차례대로 일곱집을 탁발해야하는 규칙이 있었기에 불자들은 물론 비불자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계율이 제정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자와 이교도를 포함한 시민들의 비판을 바탕으로 새로운 계율은 그때마다 제정되었습니다. 불교의 사상은 독창적이었지만 승가운영은 이교도를 포함한 외부세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반응하며 이루어져 왔고 그 대표적인 사건이 코삼비시민들의 공양거부운동입니다. 이러한 역사를 모르고 조계종의 문제를 비판하는 사회원로들을 이교도와 외부세력의 불교파괴행위라고 몰아 세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안에 조계종이 속해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고 불교가 소통의 역사였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언론은 코삼비시민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승가의 화합을 깨는 것이 아니라 정신 차리도록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인 것입니다.

 

 부처님은 승가가 화합하는 6가지 원리를 가르치셨습니다. 이 육화경(六和敬)은 꼬삼비분쟁이 일어났을 때 부처님이 설하신 것으로 맛지마니까야에 꼬삼비경(M48)으로 남아있습니다.

비구들이여, 여섯가지 기억해야 할 법들이 있으니이것은 동료들에게 호감을 주고 공경을 불러오고 도움을주고 분쟁을 없애고 화합하고 단결하게 한다.” 6가지법을 요약하자면 동료에게 자애롭게 행동한다. 동료에게 자애롭게 말한다. 동료에게 자애롭게 사유한다. 동료들과 균등하게 나눈다. 계를 구족하여 머문다. 바른견해를 구족하여 머문다. 이들 6가지 법 가운데서 견해를 같이 하는 것이 최상이고 총체적인 것이라 설명합니다.

 

 

 

 

 

이러한 6가지 문제중에서 계율(戒和同修)과 견해(見和同解)는 시대상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2차결집이 상업이 발달한 웨살리지역에서 금은을 받는 문제로 일어났듯이 현재 한국의 정치경제와 문화는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위치때문에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위빠사나와 간화선등 차이가 대립하고 있으며, 대승범망경과 초기율장과 종헌종법과 청규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부처님은 6가지 중에서 견해가 최상이고 총체적인 것이다라고 했지만 지금 승가는 소유(所有)의 문제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천년(千年)사찰이 사유화되고 개인사찰이 넘쳐나면서 수행자들 사이에 부익부(富益富)빈익빈(貧益貧)의 상황이 발생하였고, 수행자들끼리 경쟁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주지나 종회의원 선거때는 돈이 오고가고 매관매직이 관례가 되고 있으며, 이권을 나누어먹기 위하여 무리를 지어 몇몇 사람들만의 종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 말()과 뜻()으로 자애롭게 화합하고 싶어도 소유와 권력의 차이 때문에 승려들 간에 어울리기 어렵고 어울릴 필요도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이것을 출가정신이나, 교육의 문제 혹은 개인의 업 문제로 돌리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술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균등한 분배(利和同均)는 개인의 소유를 승가의 소유로 환원시켜 승가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대중공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공동체성이 회복되지 않은채 절집안의 허물을 드러내지 말라는 충고는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다는 변명에 불과합니다. 출가자가 줄어들고 불자가 떠나가는 근본 이유는 이렇게 허물을 드러내지 말라는 주문만 외치고 있는 권위주위와 갑질때문입니다. 종단이 병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부분이 병드는 것이고 종단이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일이기에 이것은 불자라면 당연히 동참해야할 거룩한 불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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