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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개혁

사제스님께2





사제스님께2(수정)

 

새해가 삼일이 지났습니다. 절집에서 서양력의 새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조용히 지냅니다. 여기는 정말 아무런 분위기의 변화 없이 큰방 정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새해 탁발 때 공양물이 풍성해 졌다는 것이 유일하게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언젠가 제가 스님께 초기경전을 읽고 가장 감명 깊었던 게 뭐냐고 물었을 때 스님은 존자들이 숲속에 모여 사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누룻다, 난디야, 낌빌라존자가 고싱가 숲에서 같이 모여 살았는데 어느날 부처님이 그들을 방문했다지요. 부처님이 그들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고 묻자 그들은 낮에는 되도록 침묵을 지키며 지내고 밤에는 닷새마다 밤 늦게까지 법담을 나눕니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대답하셨지요. 그들은 이미 지혜를 이룬 아라한들인데 닷새마다 범담을 나눈다는 것이 이상하고 신기했다고 말입니다. 아마 지금 스님이 계신 선방에서 일주일마다 토론하는 것을 시도해 보는 것도 부처님 제자들의 삶을 실현해 보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대목을 읽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대화와 토론이 단절된 우리 승가의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스님들과 스님들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스님들은 각자 외로운 섬으로 남았습니다. “수행자는 원래 그런거야!” 라고 선배스님들은 변명하듯 주장하지만 이제 경전속에서 나타난 스님들의 생활을 보았기에 수행자가 원래 그런거라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습니다. 스님이 계신 사찰에서부터 도반들과 탁마하는 전통이 되살려지길 기대합니다.

 

요즘 우리승가에는 법담이 사라져 공부이야기는 일종의 금기가 되어 버린듯합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 까요? 저는 법담이 사라진 이유는 수행법의 문제, 선지식의 부재, 객실 폐쇄로 인한 왕래의 단절, 그리고 스님들이 이기주의화된데 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나의 경우는 승가가 무엇이고 승가는 왜 존재하는지를 잃어 버린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을 찾아 더 깊이 내려가면 문제의 근원은 돈입니다.

 

언젠가부터 돈을 투명하게 관리할 준비가 안된 승가에 전국의 명산대찰이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관광지가 되면서 입장료, 관람료, 임대료, 주차료등 눈먼 돈이 흘러들었습니다. 스님들은 돈이 많이 들어오는 사찰의 주지가 되기 위해 서로 경쟁하게 되었고 종권을 쥔 사람은 그 돈으로 사람을 관리하고 선거자금을 대어 다시 종권을 재창출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종단은 소유를 합리화하고 종단이 책임져야 할 승려들의 의식주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겼습니다. 개인화된 스님들은 승가에 요구해야할 당연한 권리도 모른채 이 모든게 자신이 감당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용주사에서 재가자들이 1년 넘게 은처승 물러가라는 시위를 해도, 동국대 학생이 50일 단식을 해도, 종단을 비판하는 스님이 지하실에 끌려가 두드려 맞아도, 대다수의 스님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각각의 스님들 자신도 먹고살기에 바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비겁함과 안일함을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로 대신는 슬픈 현실입니다. 철저히 개인화된 승려들은 오히려 종단이나 승가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인식합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토굴을 짓고 생활비를 벌며 혼자 살아남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이렇게 먹고사는 문제에 메달려 살려고 출가한 것이 아닌데 라는 자괴감이 듭니다. 예전에는 탈종하는 스님들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근래에는 탈종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올해 통계청에서 불자가 300만이나 감소했다는 발표를 듣고도 종정스님, 총무원장, 포교원장 그 누구도 참회의 말 한마디 없이 붓다로 살자는 기만의 구호만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인지 의문이듭니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붓다라면 저렇게 붓다로 살자고 외칠 필요가 있겠습니까? 붓다가 아니기에 붓다로 살자라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사실인데 물어보면 또 그들은 스스로 붓다랍니다. 그들은 서로 헤어질 때 성불하세요가 아니라 ! 성불하셨네요하고 인사를 하나봅니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이게 나라냐?” 라고 한탄했던 것처럼 승가에서도 이게 승가냐?”라는 한탄이 들려옵니다. 그 깨어있는 대중들은 승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직선제를 당당히 요구함으로서 희망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총무원장선거법을 주제로 시작한 백인사부대중공사에서 직선제 지지도는 61%였습니다. 그런데 종회에서 한국리서치에 위탁하여 승납10년이상인 비구비구니 10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80.5%가 직선제를 지지하였습니다. 승납이 적을수록 지지도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을 보아 10년이하인 비구비구니들까지 설문조사를 했다면 90%가 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조계종 스님들 대다수가 직선제를 요구하건만 종회는 별다른 논의도 않고 직선제안을 이월시켰습니다. 저들은 직선제를 실시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간선제를 유지하면 종회의원들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직선제가 되면 자신들만이 가진 투표권이 무의미해집니다. 그 한 표 때문에 그들은 문중별로 계파별로 특별관리를 받는 귀한 몸인데 그 이득이 없어지니 찬성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직선제를 실시하면 모든 스님들을 정치화 하고, 비용이 더 많이 들고, 문중간의 다툼이 생겨 끝내는 종단의 분규가 생긴다는 변명을 하면서 끝까지 직선제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지금의 간선제하에서는 선거전에는 선거전략에 골몰하고 선거후에는 논공행상에 매달리게 되어 종단의 발전과 승가공동체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속한 총무원장 직선실현의 위한 대중공사는 얼마전에 직선제는 우리종단의 마지막 희망입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교계 종이언론과 방송에서는 이것을 보도 하지 않고 인터넷 언론인 불교포커스, 불교닷컴, 미디어붓다에서만 기사화 하였습니다. 이들은 종단에 피해를 끼치는 언론이라고 해서 종단으로부터 각종 제제를 받고있는 언론사입니다. 저의 경우 글을 써서 종이신문에 기고를 해도 실어주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이들 인터넷 매체에 올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저는 의도하지 않게 해종언론에 글 올리는 해종행위자가 되었습니다. 건강한 종단이라면 비판하는 구성원을 두려워하지 말고 감싸 안아야 하며 비판적인 언론은 승가를 타락하지 않게하는 호법신장임을 알아 고맙게 여겨야 합니다. 종단에 어떠한 피해를 입혔다는 타당한 근거도 없이 해종언론, 행종행위자로 자기들 마음대로 규정하여 제제를 가하는 것은 중세의 마녀사냥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승단변화의 시작은 직선제를 통한 지도자 선출입니다. 승가는 전통적으로 대중의 공의에 의해 운영되어 왔습니다. 직선제는 가장 대중공의를 잘 반영하는 선거제도입니다. 이미 종단에서 정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포살일날 본사별로 투표를 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투명한 선거방법이기도 합니다. 모든 구족계 수계자들에게 선거권을 주어야 원칙이지만 기존의 정서를 반영하고 종회에서 통과되는 확률을 높이기 위하여 승납10년이상의 비구비구니에게 투표권을 주는 법안이 마련되어있습니다. 피선거권자도 본사주지 자격이 되는 25년이상의 비구로 낮추어 젊고 유능한 스님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대신에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해 후보자가 되려면 300명의 유권자에게 추천장을 받아오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두면 됩니다.

 

대중의 지지하에 선출된 지도자만이 풍족한 승가 청빈한 스님으로 상징되는 승가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공동체가 무너진 개인화된 승가는 불자들의 귀의처가 될 수 없으며 그런 승가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고달픈 일입니다. 구성원에게 조차 비난받고 구성원들이 떠나고 싶어하는 그런 승가는 이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불행한 집단입니다. 승가가 그런 집단이 되지 않게하기 위해 우리는 종회에 직선제 통과를 요구합니다. 직선특위는 하루빨리 공청회를 열어 대중 스님들의 가슴속 이야기를 듣기 바랍니다.

 

스님, 오늘도 긴 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선배들을 비판했던 그 목소리들이 어느덧 중진이 된 우리에게 쏱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평소에 스님과 나누던 것들이라 스님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새해에도 대중스님과 함께 정진여일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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